제목 제 6장. 절대 의지. 2
‘오늘도 나오지 않으시려나 ’
로아도르의 전속 시종은 문 앞에 서서 한숨을 푹 내쉰다. 전에도 이 런 적은 있었지만 금방 일어나셨거늘, 이번에는 너무 오래간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에 구비 되어 있는 술만 드시고 계신 모양인데, 이 상태로라면 생명마저 위험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은 나와서 식사라도 제대로 하지 않을 런지 하는 희망을 품고 시종은 로아도르의 방문을 두들기려고 했다. 벌컥.
그러나 그에 앞서, 가운을 걸친 로아도르가 먼저 방에서 나온다. 쑥 들어간 쾡한 눈에 반쪽으로 변한 얼굴. 그토록 단정하던 모습은 온데간 데없지만.
눈빛만은 전과 다름없이 시종을 내려 보고 있었다.
“도련님!
시종이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자 로아도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으 로 그를 나무란다. 그러나 시종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다행이라는 듯 얼 굴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로아도르는 그런 시종을 다정하게 쳐다보았다. 이 녀석도 참, 자신의 밑에 배속 되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한 녀석이다. 미안하고도 고마웠 다.
“아버지는 어디 계시냐?”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고 싶었건만, 그 동안 건강을 챙기지 못한 지 라 어쩔 수 없이 캥한 목소리가 나온다.
“입궐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입궐하겠어. 옷을 준비해줘.”
“예?”
당장이라도 죽을 끓이고 햇빛도 쬐고 해야 할 사람이 이 상태로 입궐 이라니? 시종이 자신이 빤히 쳐다보자 로아도르는 약간 짜증이 일었 다.
“급한 일이야. 빨리 아버지를 뵈어야 한다”
“하,하지만 도련님. 일단 식사라도 하고 가심이.....”
“빨리라고 했다”
좋은 녀석이고 자신을 위해준다는 것은 좋지만 역시 잔소리가 많다. 로아도르가 지긋이 내려다보자 시종은 황급히 허리를 숙이면서 허둥지 둥 방 안으로 들어가 옷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의 시중을 받아 옷을 갈아입으며 로아도르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을 방문했던 남자. 이제는 사부라 불러야 할 사람이 한 말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 다.
“앉으시지요.
갑작스러운 정중한 분위기에 남자는 당혹스런 눈길로 로아도르를 바 라본다. 술에 취해서 부스스한 분위기는 온대 간대 없고, 어느새 예를 차린 귀족의 자식이 그를 향해 예를 표하고 있다. 지나치게 낮지 않으 면서도 스승을 올려다보는 예를.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
“뭐,뭐냐 너?!뭐야 갑자기”
갑자기 이런 전개는 생각도 못했다. 방금 전까지 능글거리던 남자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러자 그의 기품 없는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아도르는 눈을 감으며 차분히 설명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간에 저에게 가르침을 주실 분. 그 가르침은 제 가 넘어서고자 하는 자를 이길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사부님 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요”
“사부우?”
“아무런 이유 없이 저를 선택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이유를 들려 주셨으면 합니다”
과연, 정중하게 대하면서 이유라도 캐보겠다는 건가? 남자는 피식 웃으며 로아도르가 권한 의자에 털썩 앉는다.
“하기사, 다짜고짜 찾아왔으니 왜 이런 짓을 하는 지 정도는 설명해 줘야 겠지. 그래, 나도 목적은 있다.”
남자는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한참을 입을 달착 거리다가 이윽고 말을 꺼낸다.
“천년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알지 못하는 마왕이 하나 강림했 다.”
로아도르의 눈썹이 꿈틀 거린다. 천년전의 일이라면 너무나 오래된 얘기지만, 마왕의 강림에 대한 것이라면 수천년전의 것도 남아 있다. 그만큼 인간들에게는 중요한 사항이니까. 하지만 천년 전에 마왕이 강 림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가장 최근에 강림한 마왕은 300년 전 의 무뢰 (武雷 의 좌, 제 4마왕 무리아다. 다름 아닌 로아도르의 선조인 엑시엘에게 퇴치당한 마왕이기도 하다.
로아도르가 용사라는 것을 동경했기에, 마왕에 관해서라면 나름의 지식은 있다.
“아마 사람들은 그 자가 마왕인지도 몰랐을 거다. 당연하지. 뜬금없 이 툭 튀어 나온 녀석이었으니까. 그저 강한 마수 정도로 생각했을 지 도 몰라. 그리고, 뭐 뻔한 얘기지. 여타 마왕처럼 살육을 자행하고 있는 그의 앞을 한 명의 용사가 가로 막았다. 용사는 정말로 굉장했다고 하 더군. 검 한 자루에 모든 것을 그 용사는. 그 마왕은 세상의 누구보다 도, 정녕 신보다도 강했다지만 그 용사보다는 약했지. 결국 마왕은 천 년간 봉인당하고 말았다.”
어린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듯 자상하게 말한다. 어딘지 모르게 눈은 기분 좋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해져 있다. 마치, 용사를 꿈꾸던 어린 시절의 로아도르와 같은 눈빛으로.
“그리고 난, 그 용사의 의지를 잇는 자다. 곧 천년이 지나 그 봉인의 마왕이 부활하기에 그 의지를 이어받을 자를 찾아 전 대륙을 헤매었지. 그래서 발견한 게 너다.
부활하는 마왕? 그리고 선택된 용사? 자신이?로아도르가 멍한 얼굴 로 있자 남자는 급히 손사례를 쳤다.
“아아 착각하지마. 네가 뭔가 굉장한 존재라는 건 아냐.”
끝까지 포기 안할 녀석이라는 거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남 자는 이 말을 생략했다.
“사실 용사란 건, 편하자고 마왕을 무찌른 사람을 부르는 총칭이잖 아.즉, 마왕을 무찌른 것이 알려져야 용사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는 자가 용사라고 불릴 리가 없지. 그 사람을 용사라 부르는 건 현재 이 세 상에 나뿐이야. 아무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정체모를 마왕과 용사가 싸 웠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남자는 클클 거리며 웃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술병에 술이 조금 남 아 있는 것을 발견하곤 활짝 웃으며 집어든다. 그의 말을 들으며 침착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로아도르는 자리에 서 일어났다.
“뭐야.
“아버님께 알려야겠습니다”
뭔 소리다냐 이건 또.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로아도르를 바라본다.
“너 바보냐?난 방금 전에 공작가에 담 넘어 들어온 사람이거든? 그런 사람의 말을 의심한번 안하고 믿는다고?물론 믿기에는 너무나 이르다. 그러나, 가르안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해준 사람이고 이제부터 사부라 부를 사람이었다. 믿는다는 기본 전제가 깔리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가르안을 이기게 해주겠다는 말조차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부님의 말씀은 거짓입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다만....”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니냐? 로아도르의 속내를 알 리가 없는 남자는 그저 멍청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마왕 강림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는 문제 니 제쳐놓고, 방금 전까지 자신의 문제로 술 퍼마시며 죽네 사네 하던 놈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니 이상하다. 그 마왕을 물리칠 자로써 자 신이 선택 되었다 이러면.
자,내가 널 키워줄게. 마왕 잡고 나중에 그 녀석도 잡아라. 오오 고맙습니다 무지 열심히 할게요.
이런 전개를 기대했는데 아버지에게 알려 준비를 하겠단다. 믿어 줄 리도 없는 뜬금없는 소리를 말이다. 그의 그런 기색을 눈치 챘는지 로 아 도르는 두 눈을 감으며 말한다.
“마왕이 부활한다는 것은 제 개인의 일보다 중요한 사항 아닙니까. 국가적 문제입니다”
아, 그러셔? 남자는 시큰둥하니 로아도르를 바라보았다. 죽네 사네 하는 몸일지라도 의무에 충실하는 건 좋지만. 뭔가, 이 녀석은 뭔가 재미가 없다. 찾을 때 개그 센스도 고려해 둬야 했나.
“뭐 좋아. 하지만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무리일 거다. 그 마왕이 봉인되 어 곳은 아스토 제국의 영토가 아니거든.”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지 로아도르는 표정을 굳혔다. 기록상 나 와 있지도 않는 마왕인데 국외의 영토에 봉인되어 있다니. 함부로 군을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나라에 마왕의 존재를 알린다고 해봤자 비웃음만 살 것이다. 아니, 제국이 무슨 수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외교 문제로 번질지도 모르는 문제다. 로아도르가 생각하는게 뻔히 보이는지 남자는 술을 들이키며 피식 웃었다.
“생각해볼 것이 없이 간단한 문제다. 네가 마왕을 누르면 될 일이다. 내가 너를 찾아온 것도 그런 이유고. 좋아. 이건 너, 그리고 나와는 관 계없는 일이라서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서비스로 해주지”
그가 서비스로 해준 말은 로아도르가 로아도르게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그 마왕은 곁다리로 오는 거고. 사실 이번에 강림할 마왕은 다름 아 닌 대마왕님이시라는 거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작은 137.글 한편 올 릴 때마다 3, 씩 올라가는 거 보면서 홀로 기뻐하던 접니다. 몇몇 달아 주시는 댓글에 홀로 기뻐하던 저입니다만. '뭐야 이거. 무서워...
지금은 이런 심정입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댓글과 선호에 세삼 추천 이란게 무섭구나 하고 느낍니다.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까놓 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재활훈련 같은 느낌으로 쓴 글이거든요. 군대 가 서 머리도 돌 되서 왔겠다, 쓰면서 슬슬 과거의 느낌을 살려보자 이런 식이었습니다만 ;; 열심히 안썼다는 얘기는 아닙니다아 ;;) 그래도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습니다만, 과도한 기대는 하지 말 아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굉장한 작가가 아닙니다아 ;; 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