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28화 (28/100)

그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참고 썼습니다. 사실, 로아도르의 대의 명분은 그리 거창한게 아니지요. 그런 만큼 왜,이 녀석이 세상을 위한 마음이 아닌, 고작해야 한 명을 넘어서는 것 에 그토록 열의를 다해야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지, 그 것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목      제  5장. 세컨드. 3

퉁!퉁!

축제의 선언을 알리는 불꽃이 하늘 드높이 새겨진다. 원래는 졸업생 들을 위한 파티 비슷한 개념이었는데 아카데미의 규모가 커지면서 축 제로 탈바꿈했다. 원래는 평민들이 대다수였던 아카데미인 만큼 격식 없고 떠들썩한 축제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루리아 공주와 아르시엘 공주를 위시한 대귀족들이 참석해 있는 이 축제가 그런 품위 낮은 것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카데미 내 부는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하고, 화려한 복장을 한 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시중을 드는 이들조차 복장이 번쩍번쩍 했기에 그저 즐 겨왔던 평민들은 모조리 기가 죽어 간신히 고개만 들고 다닐 정도였 다.

다만, 한 곳만은 예외였다. 바로 아카데미의 검술제가 벌어지는 연무 장이었다.

이런 축제에서 검술제란 그 일부에 불과할 뿐이지만, 현재는 이 축제 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대귀족인 로아도르 반 바이파와 가 르안의 대결 선언이 소문을 타 전 수도에 알려진 탓이다. 일반인들에게 도 공개되는 만큼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주목이 집중되는 곳이었다.

아마 특등석에는 엘리엇과 에리지에도 와 있을 것이다. 바이파 공작 은 공무 때문에 오지 않았다. 아버지로써는 아들의 마지막 도전 정도는 봐주어야 했지만, 공작쯤 되는 이가 고작해야 아카데미의 검술제를 보 기 위해 올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피붙이에 앞서 가문의 이름이 있 다.그 이름에 걸맞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

검술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대기실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로아도 르는 홀로 정원에 나와 나무 그늘 아래의 티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차 를 들이키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들 끓는 격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티타임을 가진 것은 오히려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차 끓이는 솜씨가 좋아졌군”

“감사합니다.

드문 주인의 칭찬에 시종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실제로도 차 맛이 무척이나 좋아 마음이 한층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조용해지는 로아도르는 머리를 들어 연무장 쪽을 바라본다. 아무래도 이제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로아도르는 찻잔을 내려놓고, 나 무에 기대어 세워 두웠던 오거 린을 허리춤에 찬다.

“그럼. 가볼까.”

“그럼!아카데미의 검술제를 개최합니다!”

무대의 중심에 선 루쉴드 자작의 선언에 모든 이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제국은 법적으로 결투장, 무투장 등은 금지되어 있다. 암암리 에 이루어지곤 하지만          그러니 일반 백성들에게는 둘도 없이 좋을 구경 거리였던 것이다.

곧 진행자의 호명에 따라 학생들이 쭈뼛쭈뼛 나와 검을 겨눈다. 제대 로 된 대련을 해본 자는 드물었고, 게다가 많은 관중들 틈에서 검을 나 누는 것은 모두 처음인 검사들이다. 숙련된 기사들이 보기에는 한참이 나 미숙한 솜씨      (실제로 엘리엇은 하품을 감추기 위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였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일이었다.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이라는 규칙이 있긴 하지만, 실검을 들고 싸 우는 것을 봐온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이어서!바이파 가문의 바실론 후작!에틴경이십니다!”

하얀 망토를 휘날리며, 고개를 들고 당당한 걸음으로 무대 위로 올라 오는 로아도르.

오오오.

관중들의 환호성이 한층 더 거세진다. 모든 이들이 그를 주목한다. 축제의 중심이 검술제라면, 이 검술제의 중심은 다름 아닌 로아도르와 가르안이다. 그들 중 한명의 등장이었다.

루리아 공주의 사랑을 놓고 벌이게 되는 주인공이 아니던가? 정작 본인은 루리아 공주 따위는 염두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의 마음속은 오로지 가르안 하나로 가득 차 있을 따름이었다. 이렇게 올라오는 순간 에도 가르안과 겨루는 것을 바라고 있다.

무대의 중심에는 로아도르의 첫 상대가 엉거주춤 서 있었다. 안 그래 도 첫 시합인데, 이런 거대한 환호 속에서 그 이름 높은 그랜드 마스터 의 후예와 겨루게 되다니.

“켈터 실텐입니다”

켈터라는 학생은 떨면서도 정중히 인사를 해온다. 아무래도 대귀족 인 만큼 부담감도 클 것이다. 이기더라도, 지더라도 그 부담감은 마찬 가지였다.

“바실론 후작. 에틴이다”

그에 로아도르 역시 예를 갖추며 이름을 밝혔다. 비록 안중에도 없고 듣도 보도 못한 자이지만, 검을 들고 자신과 겨 루게 되는 상대다. 게다가 이 녀석도 나름대로 뭔가 뜻을 가지고 아카 데미에서 열심히 검을 단련해 왔을 것이다. 무시할 수는 없다. ‘전신전력. 봐주지 않겠다.’

로아도르는 오거 린을 들어 올린다.

척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들게 하는 오거 린. 그것을 별 다 른 어려움 없이 다루는 모습을 보며 켈터 실텐은 오싹한 심정으로 변한 다.그저 검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로아도르라는 자의 강함이 느껴지 는 듯하다.

“하앗!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컬테. 로아도르 도 지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 나간다.

서로가 서로를 베어가며.

검이 맞부딪치는 순간.

쾅!

“아악!”

챙그랑!

단 일격에, 켈터의 롱소드는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가 버리고 만다. 조금이라도 더 의지가 있었다면 검 자체가 부셔져 버렸겠지만 켈터에 게는 손에서 쥐는 것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로아도르의 힘은 강했다.

“계속 하겠는가?그렇다면 검을 주워라. 기다려 주겠다.”

너무나 싱겁게 승부가 나버렸지만, 로아도르는 비웃는 기색 없이 쓰 러진 켈터의 목에 검을 겨누며 말한다.

처음의 일격도 있는 힘을 짜낸 것이다. 켈터는 고개를 푹 숙이며 패 배를 시인했다.

“제,제가 졌습니다”

와아아아!!!

역시 소문의 주인공답게 어마어마한 솜씨였다. 너무나 빨리 끝났지 만 그에 관중은 더욱 환호를 보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빨리 로아도 르의 다음 시합을 기대하면서.

돌아서는 로아도르, 그의 눈에 낯익은 자가 들어왔다. ‘엘리엇   ’

가장 앞에서, 엘리엇은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역시나, 엘리엇 은 봐주러 왔다. 자신에게 있어 관중은 스승이라 부를 자. 한명만으로 충분하다.

그에게 실망을 남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 반대편에서는 다른 시합이 벌어지고 있었다. 로아도르와는 다른 조의 시합. 저 시합에서 올라온 이가 로아도르가 가르안을 이기기 직전 에 맞붙게 되는 상대다.

“오오오오!오러 소드다”

관중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지른다. 그 대상은 가르안이 아닌, 다른 학생이었다. 다름 아닌 카시레타 반 제르타. 단 번에 시합을 끝낸 로아 도르는 의아함에 환호성이 들려오는 곳으로 향했다. 오러 소드라는 말 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아카데미에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검사가 배출 되는 것은 몇 년에 한번 있는 드문 일이다. 그곳에는, 하얀 오러를 감싸 안은 소년이 다른 한 소년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익!평민 따위가 감히!”

화려한 복장을 한 귀족가의 소년. 그의 검 역시 보통은 아닌 듯 오러 를 간신히 견뎌내고 있지만 검만 좋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검에 의 지해 간신히 막아내고는 있지만 승패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곧, 그의 검이 정면에서 치워지고 카시레타의 하얀색으로 타오르는 검이 그의 목에 겨누어 진다.

“인정 못한다!인정 못해!!지지 않았어!저 녀석이 개수작을 부린 거 야!”

패배해버렸음에도, 겨누어져 있는 검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자존심만 은 살아 있는 귀족 소년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우우우!

“졌으면 졌다고 시인해라!”

“매너가 없다”

관중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러자 소년은 관중들을 향해서도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그들의 앞에 있는 귀족들 역시 싸늘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익!젠장!”

소년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검을 땅에 내친다. 상당한 명검, 원래 는 저렇게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니리라.

“검을 내치는가?

뒤편에서 시합을 지켜보던 로아도르는 나지막히 중얼 거린다. 졌음 을 인정 못하는 태도까지는 좋다.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봐줄 수 있다.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검을 집어 던지다니, 저 자는 기 사가 될 자격이 없다.

로아도르는 그렇게 단정 짓고 관심을 끊었다. 그리고 반대편의 상대 를 바라본다.

“카시레타 반 제르타.”

어째서인지, 그 역시 로아도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예 를 갖추며 고개를 숙이는 카시레타. 그러나 그는 알 수 있었다. 그 눈에 담긴 기색은 결코 숙이지 않다는 것을. 이 상태로 이겨나간다면, 카시레타와 맞붙게 되는 것은 준결승이다. 카시레타의 검술은 평범했지만 마나를 벌써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굉장한 강적. 로아도르로써는 매우 불리한 결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뜻밖의 상대에, 로아도르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좋은 상대다. 마나를 사용하는 자는 엘리엇밖에 없었다. 그러니 저 녀석은 가르안을 상대하기 전에 좋은 몸 풀이가 될 것이다. 가르안의 경지를 짐작할 수는 없지만 저 녀석은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 봐주며 상대하던 엘리엇보다 한층 더 강할 것이다.

“좋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