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27화 (27/100)

제목      제  5장. 세컨드. 2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로아도르에게는 참아두었던 실력을, 모든 것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 다. 이미 녀석과 결전을 치루기에 가장 어울리는 무대도 염두에 두었 다.아카데미 검술제. 아카데미에 이름이라도 남겨 두었던 것은 이것을 염두에 두고서다.

녀석과의 결전을 치룰 곳. 마지막으로 가문과 자신의 긍지를 알릴 곳.사실 아카데미의 검술제는 견습 기사들의 검술제에 비하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그저 검술만을 다루는 교육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축제의 한 여흥, 그동안 배움에 힘쓴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무대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과는 딱 어울린다.

가르안에게는 미리 대결을 신청해야 한다. 결승전에 오르는 것은 분 명 가르안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 올라가 야 한다. 지금의 나라면 올라 갈 수 있다. 그러니 결승전에서 만나자고. 모든 이들에게 알릴 것이다.

이 로아도르 반 바이파가, 가르안 카이자라는 희대의 천재를 이겼노 라고.

쾅!

오거 린을 땅에 박은 로아도르, 그는 저택 안으로 들어서며 뒤 따르 는 시종에게 말했다.

“예복을 가져오도록. 아카데미에 가겠다.”

근  1년간 공작저의 밖으로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던 도련님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 역시 나갈 일이 없던 전속 시종은 오랜만의 외출을 반가워 하며 환하게 웃었다.

“네.어떤 것으로 가져 올까요?”

그러나 다음 말에, 시종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로아도르는 자신의 방에 장식품처럼 소중이 걸려 있는 하얀 예복을 떠올린다.

그것을 입을 때가 왔다.

“결전의 예복을”

“네? 도,도련님. 그것은...

로아도르가 말하는 옷은, 바이파 가문에서 대대로 생사를 가릴 결투 를 하게 되었을 때 입는 옷이다. 그 옷이 상징하는 것은 목숨보다도 소 중한 명예.

도련님이 어째서 그 옷을 입으려는 것인가? “가져와라.

비장하게 말하면서도 로아도르는 자신에게 우스웠는지 쓴 웃음을 지 었다. 우습다. 고작해야 아카데미의 검술제다. 생사를 걸 이유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축제와도 같은, 그 동안 검술에 힘 써온 학생들이 그 성과를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영광도 걸려 있지 않 았다.

로아도르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말이다. 하얀색 결전의 예복. 여태까지 로아도르의 성장에 발 맞춰 몇 번이고 수선하며 그가 입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그 예복이다. 하얀 옷에 가슴을 가로 지르는 하얀 가죽 지지대. 검을 차는 반대편 쪽에는 어깨 편에 바이파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망토. 다리는 하얀 가죽으로 이루 어진 롱부츠. 각 관절에는 작은 상처 하나 없는 경갑이 착용되어 있 다.

마지막으로 로아도르의 시종이 길게 자란 그의 금발을 끈으로 묶어 단정하게 정리한다. 결코 전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화사하고 전 투적인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순백의 기사.

걱정하고 있던 시종조차도 감탄사를 참지 못한다. 뒤뜰에 박혀 있던 오거 린을 차기 위해 다시 나온 로아도르는, 그것 을 뽑아 들고 하늘에 겨누어 무게를 가늠하고 있는 엘리엇을 발견했다. 엘리엇은 로아도르의 복장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가는 겁니까?

그저 한마디 했을 뿐이다.

“네.

로아도르도 길게 답하지 않는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이 때를 기다려 왔던 두 사람이다. 그저 그의 어깨를 한번 두들기고는 그에게 오거 린을 건내주며 다시 저택으로 들어가는 엘리엇. 그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전신을 다해 도와준 스승의 등을 보며, 로아도르는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감사의 예를 표했 다.

오랜만에 밟는 아카데미의 땅에 로아도르는 세삼 옛일이 떠올랐다. 귀찮은 존재였던,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루리아 공주를 만난 곳. 그리 고 그 다음에는 발랄한 공주인 아르시엘이 찾아 왔었다. 어째서인지,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 한쪽 아린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것은 아주 미세 했다.

그의 전신을 지배하는 것은 오로지 가르안 카이자였다. 이 곳에서 보 냈던 세월은 오로지 녀석에 대한 질투와 시기로 물들어 있다. 만약, 이곳에서 가르안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삶이 되었을 지 를 생각해 본다. 조금이라도 편안했을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생각해 볼 것도 없다. 아마도, 그저 아무런 목적 없이 비통해 하며 죽었을 것이 다. 그런 점에서는 감사해 할 만하다. 죽기 전에 뭔가 해볼 기회를 준 녀석이니.

로아도르는 근처의 경비를 잡아 물어보니 마침 학생들은 한 곳에 모 여 있다 했다. 곧 있으면 아카데미를 수료하는 학생들이 나오니 그것에 관련된 것이라 한다. 잘된 일이라 생각하며 로아도르는 강당으로 향한 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시종은 앞서나가 강당의 문을 열고, 로아도르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한참 루쉴드 자작의 연설이 한참 중이었지 만, 갑작스럽게 들어선 로아도르 때문에 말을 멈추고 그를 주시한다. 그리고, 눈에 띌 정도로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거검을 차고, 경갑 옷을 입은 로아도르 반 바이파. 마치 전장 에 나서는 기사와도 같았다. 로아도르는 손을 들어 루쉴드 자작에게 양 해를 구한다.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죄송합니다만. 잠시 자리를 빌리겠습니다.”

로아도르는 하얀 면장갑을 벗으며 학생들의 틈 사이로 걸어간다. 모 든 이들의 시선이 찌릿할 정도로 느껴졌지만 그의 시야에는 오로지 한 명만이 들어올 뿐이다. 다른 이들 처럼 놀라면서도, 눈 속 어딘 가에서 는 웃음기를 담고 있는 그 녀석 만이.

가르안의 앞에 선 로아도르.

그는 하얀 장갑을 가르안에 가슴에 던졌다.

“나 로아도르 반 바이파. 이번 아카데미 검술제에서 가르안 카이자에 게 정정당당한 결투를 신청한다!

모든 학생들이 있는 곳에서 강당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그러자, 가 르안 역시 빙긋 웃으며 일어나 그가 던진 장갑을 주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로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는 아무런 인연도 없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로아도 르 반 바이파는 아카데미에서 떠난지 한참이나 되었고, 또 있었을 때도 가르안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그런데 장갑을 받다니. 장갑을 받는 다는 것은, 그 결투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만큼 딱 좋은 시기도 없다. 원래는 가르 안 자신이 하려고 했던 결투 신청이다. 그런데, 먼저 걸어온 싸움이라 이거다.

‘큐엘 때문이겠지?’

좋겠지. 너무나 좋다. 카시레타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마 가르안 자신을 제외 하더라면, 아카데미 검술 부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 지고 있을 것이다. 이토록 폼이 나는 장소를 녀석도 노리고 있었을 거 다.그리고 그 똥폼 잡기도 전에 카시레타에게 몰락해 버려라.

“받아드리겠습니다. 에틴경!거기에 덧붙여 저 역시 선언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도 이루어야 한다.

“저 가르안 카이자. 이번 결투에 루리아 엘 아스토 공주님의 명예를 걸겠습니다!”

웅성.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른 이도 아니다. 평민이 제국 제 1의 후계자, 루리아 공주와의 명예를 건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 는가.

레이디의 명예를 건다 함은 그녀와의 사랑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 닌가?

루리아 공주 역시 연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볼에 홍조를 띠고 있었다.

자신과의 사랑을 걸고 결투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란 말인가? 결 투를 앞두게 된 연인을 걱정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이렇게까지 나서주 는 것은 정말로 고맙고 기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아르시엘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저 당돌한 평 민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받아 들여 도 문제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문제다. 문제는 이미 결투에 선언을 해버 렸다. 모든 이들이 들어 버린 이 시점에서 무효화 한다는 것은 터무니 가 없다.

가르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로아도르는 무엇보다도 명예를 중시하는 대 귀족이다.

문뜩 생각이 미친다. 만약 받아들인다면?로아도르는 언니를 사랑하 고 있다는 말인가?

아르시엘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조리며 로아도르의 답을 기다렸 다.

모든 이들이 듣고 있다. 로아도르의 답의 여부에 따라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현실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에, 로아도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인다.

“받아들인다.

역시, 로아도르는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던 것이다. 아르시엘 은 자신도 모르게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린다. 그런 공주의 마음과는 달리, 로아도르는 루리아 공주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의외라면 의외였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오히려, 그에게도 결투의 이유가 있는 것이 내심 반가웠 다.

그만큼 진심으로, 정정당당히 겨루어 줄 테니까. 루리아 공주 따위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여기서 이긴다 하더라도 자 신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다. 그녀와의 약혼은 자연스럽게 파혼될 것이 다.

로아도르는 멍하니 있는 루쉴드 자작을 부른다.

“학장님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마,말씀하시지요.”

“부정이라고 말해도 좋고, 권력 남용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가르안과는 결승전에서 겨룰 수 있도록 편성을 부탁드리겠습니 다.그리고, 저와 가르안의 결투의 증인으로써 나서주시길.”

자신을 바로 결승전에 올려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저것이 어 째서 부정이란 말인가? 오히려 나서서 더욱 어려운 길을 가려는 것이 아닌가?

뭔가 있다. 루쉴드 자작은 언뜻 보면 겁 많고 소심해 보이지만 그 만 큼 학식이 높은 사람이다. 이 결투에는 자신은 감히 나설 수 없는 소중 한 무언가가 걸려 있음을 깨달은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 다.

“알겠습니다. 이 아카데미 학장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결승전에서 붙을 수 있도록 편성을 짜며, 제가 모든 결과를 책임지는 증인이 되겠 습니다.”

와아아아!!

결투가 학장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자, 모든 이들이 환호를 지르며 박 수를 쳤다. 기사의 영광을 건 결전은 쉬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 다가 레이디의 명예가 걸려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야 말로 네놈을 넘어서겠다. 이번에야 말로. ‘지긋지긋한 놈. 잘난 척이나 실컷 하다가 잔뜩 몰락해 버리라지. 학생들의 환호에 아랑 없이, 로아도르와 가르안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도련님이 결전을 선언했습니다. 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 동안, 사실 쓰는 저조차도        "캬악 쓰기 싫어!"할 정도로 지루한 부분 이 연속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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