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안. 재능이 넘치는 자다. 아마, 앞으로도 이름을 남기게 되겠지. 정 그렇다면, 그 누구보다도 위대해져라. 가르안의 이름 앞에 영웅이라 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도록 위대해져라. 그럼 나는 가르안을 패배시킨 자로써 이름이 남고. 그렇게라도 되어야 최소한의 긍지는 지켜질 테니. 제목 제 4장. 가르안 암살. 1
그렇게 한해는 흘러가고. 아카데미는 휴학기를 마치고 수업을 재개 했다. 그 학생 중에서는 여전히 황족의 두 공주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 덕분에 여러 고위급 귀족들의 이름 역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학장인 루쉴드 자작은 남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두 공주와 다른 귀족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문 앞에 나와 있었지만 방 안에 서 책 읽는 것을 즐겨하는 그로써는, 고까운 귀족들에게 인사를 하는 일은 썩 반갑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었는지. 애초 에 사는 세계가 다른 이들이 모인 것이다. 어느 정도 작위가 낮거나 세 력이 없는 귀족들은 괜찮다. 그들의 생활은 부유한 평민들보다 못했을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차라리 더 몸가짐에 조심했고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높은 귀족의 자제. 본인만으로도 루쉴드 보다 높은 작위를 가진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막을 자격도 갖춰지 지 않았는데 어쩌란 말인지.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두 공주만 졸업하면 될 일이기에 3년만 참자고 그리 견뎌 왔 건만.
여기에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가르안 카이자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 진 것이 그 이유였다. 당연히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러나 그 오만한 자들의 눈에는 그저 모난 돌.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암 묵적으로, 음성적으로 귀족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의 격돌 (이라기 보다는 탄압 은 특히 심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올해는 더 심해질 듯하다. 그런 대귀족들의 반발을 누르고 있던 이가 대귀족 중의 대귀족. 황실과 맞먹는 권위를 가진 바 이파의 이름을 가진 에틴경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반인 그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 누구도 먼저 행동 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이파의 이름. 루쉴드 자작 역시 그 바이파라는 소년을 보고 경탄한 적이 많았다. 경솔하지 않고, 경박하지 않았으며 기품이 있었 다.
그러나, 오늘 입학하는 이름 중에 로아도르 반 바이파라는 이름은 없 었다. 그렇기에 더 골치가 아파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 이었다.
‘어째서?
그 중에 하나. 로아도르가 이 자리에 없는 지금 최고의 작위를 가진 이는 단연 프리안 자작 큐엘경. 쟉셀이었다. 쟉셀은 생각해 보았지만 로아도르가 아카데미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차라리 반발심이 극에 달해 아카데미에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 했다면 모를까, 이름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저 사정상 나오지 못 한다고 아카데미에 통보해 왔을 뿐이다.
로아도르와 친하게 지냈던 쟉셀로써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큰일이라 도 나지 않았다면 반드시 올 녀석인데. 그런 소문은 없다. 소문이 돌지 않을 정도의 큰일이라면 개인 신상에 관련된 정도일 텐데. 어딘가 아픈 것인가?
쟉셀이 그렇게 로아도르를 걱정하고 있을 때, 아카데미의 문지기가 크게 외쳤다.
“루리아 엘 아스토 공주님께서 납십니다!”
‘왔나. 지긋지긋한 공주.’
찌릿.
쟉셀은 그녀의 마차를 노려보았다. 생각 없는 멍청이 공주. 쟉셀은 그녀를 그 이상도, 이하로도 여기고 있지 않았다. 만약 후계자가 다른 이가 있었더라면 반드시 그를 지지했을 터이나 애석하게도 황실의 혈 통은 매우 안정적이다.
아르시엘 엘 아스토. 그녀라면 여황제로써 딱 적당하지만 애석하게 도 루리아 공주와는 친자매 사이로, 자매애가 무척 좋다. 게다가 1 공주 를 지지하겠다는 공식적인 선포도 있었기에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은 없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황실의 말괄량이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 그녀 를 이용해서
쟉셀의 눈에는 루리아 공주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아르시엘 공주처 럼 보였지만 말이다.
황실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 이토록 아쉬운 쟉셀이었다. 아르시엘 이 황권에 조금이라도 욕심이 있었더라면 쟉셀은 가문을 뛰쳐나와서라 도 그녀를 지지했을 터다.
루시아 공주는 살포시 미소를 띠고 마차에서 사뿐사뿐 내려온다. 그 뒤에 따라 걸어오는 아르세일 공주. 루리아 공주는 루쉴드 자작을 필두 로 귀족들의 인사에 대충 대꾸하면서 고개를 연신 돌리며 누군가를 찾 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찾은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
‘누구를 보고?’
이러쿵 저러쿵 해도 공주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사 를 하러 가려던 쟉셀은, 그 시선을 눈치 채고 쫓았다. 그 끝에는 한 흑발의 소년이 역시 마주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진 쟉셀은 피식 웃고 말았 다.
‘가르안 카이자.
아무래도, 저 철부지 공주는 이제 불장난까지 시작한 모양이다. 물론 쟉셀도 귀족들의 불장난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정략으로 이루 어진 귀족들간의 혼례가 대부분인 만큼,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이란 것 을 하려면 뒤로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저렇게 대 놓고 드러내는 표현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가르안 카이자. 검술부에 소속되어 있어 마법을 배우는 쟉셀과는 그 리 연관이 없다. 하지만 그의 이름만은 따갑게 들어왔다. 쟉셀의 눈에 서 조소가 가시고 차가운 냉정함이 깃든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를 조사해왔던 쟉셀이다. 베르패트. 그와 같은 마법을 배우는 평민 학생. 원래는 소질도 재능 도 평범했던 이었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의 마법은 눈에 띠게 성장하고 있다.
어느 순간. 그것은 가르안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그를 구해 주었던 때를 말한다. 물론 그것이 어떤 작용을 일으켰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 다.하지만 그때, 가르안은 그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막 마법을 배 우는 이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고위급 마법을.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다. 그것을 숨기고 기사의 흉내를 내고 있는 데, 그 검술 역시 범상치 않다는 것. 마검사란 뜻이다. 놀라운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조사를 거듭 하고 있지만 밝혀지는 것은 없고. 능력은 숨기고 있고. 너무나 의문이 가득한 녀석이다.
‘어지간히 눈에 거슬리는군 ’
로아도르가 어떻게 하리라 믿었지만 그 로아도르는 이제 아카데미에 없다. 차례는 자신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저 이름이 거슬린다. 귀에 안들어 오도록 조취를 취해야겠지. 녀석이 뭐든 간에 상관 없다. 중요 한 것은 평민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