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8화 (8/100)

제목      제  2장. 신경 쓰이는 자. 2

본래 아카데미는 학생 식당이라고 해서 공동적으로 식사를 하는 공 간이 있었지만 로아도르기 기품 없게 그런 곳을 이용할 수는 없다. 그 래서 시종을 시켜 자신의 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점심 시 간의 일과였다. 그것은 큐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로아도르의 초대를 받은 만큼 한껏 식사를 준비한 그의 시종은 울상을 짓고 있을 것이 다.

큐엘과 담소를 나누며 방에 이르자, 이미 방 안에는 만찬의 준비가 전부 되어 있었다. 로아도르의 전문 시종은 그의 뒤에, 그리고 식사 담 당으로 따라온 다른 시종은 큐엘의 뒤에 시립해 서서 그들의 식사의 시 중을 도왔다.

얼마나 대화가 오갔을까?식사가 끝나가 차가 나올 무렵 로아도르는 불쑥 말을 꺼냈다.

“로아도르라고 불러 주지 않겠어?”

큐엘은 당황한 듯 그 특유의 웃음을 멈췄다. 이름을 불러 달라는 것 은 작위에 상관없이 서로 편하게 지내자는 뜻이다. 큐엘은 혹시 다른 뜻이 있나 싶어 한동안 로아도르의 눈치를 살폈지만 보아하니 그런 기 색은 없었다.

“뭐,좋겠지? 나도 편하게 쟉셀이라고 불러줘”

두 소년은 서로를 보며 웃는다. 서로 본명을 나눈 만큼 그들의 관계 는 친구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귀족들이라고 해도 무조건 작위에만 얽 매이는 것은 아니다. 신분을 떠난 친분은 그들 사이에도 분명히 존재했 다.

서로 편하게 지내기로 한 이상, 격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자 쟉 셀은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투덜거린다.

“그나저나. 공주님은 너무 자각이 없는 것 같군.”

“음.걱정이야.”

“후,아무래도 장래의 안사람이 될 것이라서?”

쟉셀은 쿡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로아도르는 못 말리겠다는 듯 손 사례를 쳤다.

“그런 것만은 아니야. 설령 나와 혼일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아 스톤 제국의 제      1순위의 후계자란 말이야. 그만한 자각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물론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품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야. 그들과 어울리는 일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상황에 따래 행동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분명하지”

“너는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고 있군?”

여전히 쟉셀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로아도르는 그런 그가 약간 얄미웠지만 그것만은 사실이었다. 못 마땅한 것도 전부 그녀 를 위한 것이지 진심으로 그녀를 미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또 호감이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다만, 혼인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르는 사이니 최대한 좋게 보자고 생 각은 하고 있었다.

“너는 아니야?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정말로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생각해 봐. 우리가, 왜 여기서 이런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하 는 거지?”

쟉셀은 자신의 책을 한번 쓰다듬었다. 그에게도 이 곳에 있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 로아도르는 그제서야 쟉셀의 가지고 있던 커다란 책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그 책은?”

“아,이거? 마법사야”

“호오. 쟉셀은 마법에 흥미가 있어?”

“그런 편이야. 듣기로는 나름대로 소질도 있다하니 이쪽으로 나가 볼 까 해서. 이럴 땐 차남인 게 득인 셈이지.”

크로스트 후작가는 정계 쪽의 가문. 마법과도, 기사와도 거리가 먼 가문이다. 어차피 가문에 별다른 미련은 없는 듯. 쟉셀은 후련한 미소 를 짓는다. 자신만의 길을 찾은 자만이 보일 수 있는 미소였다.

“너는 선택의 여지가 없겠어?바이파 가문은 대대로 기사 가문이었 으니까.”

약간 놀릴 속셈으로 한 말이었지만, 쟉셀은 머쓱한 얼굴로 웃음을 거 두었다. 로아도르 역시 그와 같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딱히, 바이파 가문에서 태어나서 검을 익히는 것만은 아니었다. 환경 이 그런 탓도 있었겠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사만을 꿈 꿔왔다. 검 한 자루에 모든 것을 건 자신을.

그 무렵.

루리아 공주는 시종인 하나 없이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황궁에서조 차 수십번이나 그녀에게는 이것이 편했다.

“하아.”

그녀는 황녀라는 직위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천성이 부드러워 누 구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이 점 만큼은 돌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그리하여 타협점을 본 것이 이 아카데미라는 곳이다. 애초에 황 제가 늘그막에 본 딸들인 만큼 어지간한 부탁은 다 들어주는 편이었다. 힘껏 애교를 부린 끝에 간신히 황궁에서 탈출 한 줄 알고 있었건만. 고지식한 귀족들이 줄줄이 이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이다. 그 여파가 자신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그녀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이래서야 황궁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를 게 없었으니까. 게다가.

로아도르 반 바이파.

만약 황태자가 있었다면 그녀 역시 다른 나라로 시집을 가던가 했겠 지만 그녀는 황실 제        1순위의 후계자다. 당연히 국내의 대귀족과 혼례 를 해서 이 나라를 이어야 했고, 그  1순위는 따로 볼 것도 없이 바로 바 이파 공작가였다.

하지만 루리아 공주는 그가 싫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들었던 느낌은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앞으로 두고 보겠다는 식의 눈길까지 보내왔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는 태도. 자신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는 않았지만 이렇게 까지 규탄 받을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서로 면식도 없는 자에게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아.

물론 아카데미의 생활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곳곳에 있는 대귀족 들의 후계자들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오는 그녀였다. 그때.

삐리리리    ~~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피리 소리에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복도 밖의 정원에서 들려오는, 풀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아름다운 음색이었 다.

그녀가 정원으로 나오니, 휘날리는 꽃잎 사이로 한 소년이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휘날리는 흑발은 분홍빛의 바람 에 무척이나 어울렸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소년의 앞머리가 살랑이는 순간.

“아...”

루리아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세상에 저렇게 완벽한 미모가 존재했나?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눈을 떴고, 루리아 공주는 시 간이 멈춘 듯 했다.

맑디 맑은 밤 하늘과도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한눈에 담고 있었다.

“누구?”

세상의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묻는다. 루리아 공주는 허둥 지둥 자신의 드레스를 확인했다. 어째서인지, 최고급의 드레스임에도 그의 앞에서는 부끄러워지는 듯 했다.

“저,저는.....

“이 곳 학생이야?”

“네.저,저는 루...”

라고 까지 말했다가 차마 본명을 꺼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아하니 자신을 모르는것 같은데 공주라고 밝히고 싶지 않았다.

“루시, 루시라고 해요.”

“루시라. 귀여운 이름이네.”

아는 시녀의 이름 중 하나였지만 그는 생긋 웃으며 그 이름을 칭찬했 다. 루리아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른 이의 이름으로 이 사람에게 칭 찬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꽃잎의 바람 속에 서 있을 뿐이다.

댕 ~ 댕 ~

그때, 수업 시간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루리아는 다시 안타 까움을 느꼈다. 이렇게, 이 소년과 막 처음 만난 순간인데. 아무것도 하 지 못하고 헤어져야 한다니. 이름이라도 물어 봐야 할까? 하지만 남들 이 먼저 신분과 이름을 소개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 그녀는 차마 그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서둘러야겠네.”

종소리에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루리 아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손을 뻗어 루리아의 머리칼에 붙은 꽃잎을 떼어냈다.

“실례. 이게 붙어 있어서.”

너무나 상큼한 미소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손 안의 꽃잎을 바람에 흘 려보내는 흑발의 소년. 루리아는 붉어지는 얼굴을 숨기기 위해 최대한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봐”

“아....”

루리아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눈 앞 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급하게 빠져나온 것 치곤 흑발의 소년은 루리아가 시야에서 사라지 자 씨익 미소를 떠올린다.

“후후후. 이 정도면 제법 성공적인 첫 만남인 건가?”

입학 할 때부터 찍어 두었던 여자다. 못 알아 볼 리가 없지 않은가? 다 계획대로인 것이다. 바람에서 꽃잎. 풀피리의 아름다운 음색까지.

“내가 찜했다구 아가씨. 다른 남자한테 넘어가면 안되지.”

설정을 좀 바꾸고자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아무래도 저 놈들을 도저히 8세라는 설정으로 밀고 갈 수는 없겠다. 싶어서요. 좀더 나이를 먹은 설정으로 바꾸어도 특별히 무리 될 것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상상속의 로아도르를 6살만 키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본문은 잠시 후 수정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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