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세컨드-7화 (7/100)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초반이 지루합니다. 이런 전개가 기다리고 있으니 흥미가 조금이라도 동하신다면, 함께 견디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슬쩍 올려봅니다. 제목      제  2장. 신경 쓰이는 자. 1

“하아.

로아도르는 남들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작은 한숨을 내쉰다. 몇일 전, 선생이 너무나 한심한 수업을 하고 있기에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가 그가 교사에서 제명 될 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장까지 찾아오는 큰 사태였다. 로아도르는 고작해야 이런 일로 직업을 잃게 될 지도 모르는 선생을 구제해주고자 수업과는 관계없는 한숨이었음을 강 조,다행히 그는 퇴직을 면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간에, 로아도르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위의 이목이 집중을 받 는 것은 확실했다. 그가 예측했던 대로 무척이나 피곤한 상황이었다. 하다 못해 교육의 수준이라도 높으면 모를까, 굉장히 따분한 수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한참 모자라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열심 히 배우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보자니 조금 한심해 지는 것도 사실이었 다.

“물.

“네 도련님”

역시 수업 시간에도 그의 시종은 충실이 로아도르의 뒤에 지키고 서 있다. 로아도르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어디서 준비해 온 것인지 즉시 물이 담긴 글라스를 그에게 건낸다. 아마   ‘와인  ’이라고 해도 즉시 나왔 을 것임이 분명하다. 로아도르는 괜찮을 시종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만족했다.

수업 시간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주인과 종의 훈훈한 시선이 오가고 있었기에, 그가  “물.”이라는 말을 꺼낸 순간 교실의 공기 전체는 얼어 붙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선생들조차도 로아도르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현실인데 학생들인들 오죽할까? 특히 선생은 전의 절차를 또 밟 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부르르 떨기가지 했었다. 다만, 그 와중에 단 한 아이만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책상에 엎 드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로아도르가 자고 있으면, 침대를 가지고 와서 누워 있어도 별말 안할 선생들이지만 일반 학생, 그것도 평민이라 면 얘기가 다르다. 선생은 유일하게 엎드려 있는 학생에게로 다가가 흔 들어 깨웠다.

“가르안, 일어나라 가르안”

“으응?”

선생의 호통에 가르안은 잠에서 덜 깬 듯 부스스 일어난다.

“뭐하고 있는 거냐. 수업시간에 졸다니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웠구 나!”

차마 로아도르 앞인지라 언성은 높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선생이라 는 자각은 있는 만큼 가르침을 받는 자를 혼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었다.

그러나 가르안은 그 앞에서 시큰둥하니 대답했다.

“하지만 선생님. 저 그거 알고 있는데요”

“뭐?”

현재 시간은 고대어 해석. 물론 저학년 클래스인 만큼 그리 대단한 문장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어린애는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게 고대어다. 그런데 저렇게 당당하게 대답하 는 학생이라니. 멍하니 있던 선생은 칠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나가서 풀어 봐라”

못할 것도 없다는 듯 가르안은 일어나 비척비척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에 선생의 불쾌한 표정은 한층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그가 칠판에 끄적끄적 적기 시작하는 순간, 선생의 눈은 크게 떠지기 시작했다. 하얀 글씨로 적혀 가는 답은 완벽했다. 아니, 자신이 저것이 완벽한지조차도 장담을 못했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알지도 못하는 주석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로아도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별 흥미 없이 바라보고 있었지 만 그의 답은 틀리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이 해석하고 있는 것보다 한 차원 위의 답이다.

‘저것이, 저런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했군            ’ 어째서인지 모르게 이는 분한 마음. 로아도르는 일그러지려는 자신 의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가르안은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시큰둥하니 선생에 게 말했다.

“됐습니까?”

“어? 어 그래.....됐다.”

당황한 선생을 앞에 두고 다시 비척비척 자리로 돌아가 책상위에 엎 어지는 가르안. 다시 엎어지는 그를 보고 선생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했다.

확실히 그에게는 우습지도 않은 일이다. 고대어라고 해봤자 고작해 야  500년 정도 전의 언어, 1만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엘카이 자의 한 파편에 불과하다. 자랑할 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펜.

“네 도련님”

역시 잉크를 찍어 즉시 로아도르에게 펜을 건내는 시종. 자신은 저런 식으로 해석이 불가능했다. 너무 자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좀 더 학식 을 갈고 닦을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로아도르는 미숙한 수업이나마 집 중하기 시작했다.

“즉시 고대어에 관한 서적을 더 준비해.”

“네.알겠습니다.”

시종은 좀 전의 수업에 주인이 자극 받은 것을 알고는 조용히 대답했 다.그의 주인은 언뜻 보면 알기 어렵지만, 반대로 오래 곁에 있다 보면 어느 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는 무척 지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검 한 자루 쥐어 주면, 얼마나 지는 것을 싫어하는 지 잘 드러난다.

지금은 점심시간. 교실은 식사를 하기엔 쾌적하다고 여길 수 없기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때, 복도의 건너편에서 한 여성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는 소리가 복도에 한가득 울리고 있었다. 로아도르의 주변이 싸늘하게 비워져 가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그 무리의 중심에는 루리아 공주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모른척하고 지나갈 수도 없는지라, 로아도르는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먼저 나아갔다. 그가 다가오자 그 무리의 웃음 소리는 일제히 멈췄 다.

“루리아 공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반가워요 에틴경”

부드럽게 대꾸하는 루리아 공주. 표정은 여전히 전혀 반가워하지 않 다는 기색이 풀풀 풍겨져 나온다. 로아도르는 공주의 미숙함에 내심 한 심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공주의 주변에 있는 슬쩍 훑어보았다. 나름 귀족들의 자제들인 듯 했지만, 로아도르가 알고 있는 이는 하나 도 없었다. 어지간한 귀족들의 계보를 꽤 뚫고 있는 그가 모른다는 것 은 상대할 이유가 없는 작위의 자제들임이 틀림없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사, 입학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람이 바뀌었겠냐만 아 직 공주는 자신의 신분에 대한 자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식의 행동은, 대귀족들의 자제들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일 수 도 있다. 나중에 지적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런 말을 꺼낼 정도로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로아도르는 목례로 인사하 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서 불쾌한 시선이 쏟아졌다. 어느 정도 갔을까? 이번에는 반대로 호의가 가득한 목소리가 그를 반겼다.

“이거, 에틴경이 아니십니까?”

한 소년이 커다란 책을 들고 서 있었다. 고양이 눈이 인상적인 소년. 프리안 자작 큐엘이었다.

“아,큐엘경. 잘 지냈소?”

“하하하. 별다른 탈 없이 지냈으니 잘 지낸거겠지요.”

“음.지금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인데, 괜찮으면 같이 가겠소?”

“에틴경의 초대를 거절 할 수는 없지요.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평소 걷기만 해도 얼어붙기 시작하는 로아도르의 주변에 처음으로 훈훈한 기색이 돌았다. 그 만큼 두 소년이 서로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 다는 뜻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