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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10화 (110/111)

110화

탐식의 신성을 얻은 승현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그 힘을 음미했다.

약간의 허기짐이 느껴졌는데 뭐든 먹어치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 축하합니다. 반신이 되고도 이제 신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신이라. 신이 되면 당신처럼 됩니까?”

“어휴, 저랑은 좀 다를 걸요. 우리 사용자는 신성을 얻은 게 많아서 뭐가 되도 될 겁니다. 저보다 강한 힘을 얻을 수도 있겠죠.”

“그 힘이 창조자들을 물리칠 정도일까요?”

“그건 모릅니다. 자아, 그럼 이제 저주를 풀고 새롭게 한 발 나아갑시다!”

룬의 관리자의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저주를 풉니까? 이미 무의미하긴 하지만 영 찝찝해서······.”

“간단해요. 당신의 신성을 모두 이해하고 흡수하면 저절로 떨어진답니다.”

“그걸 말이라고······.”

“아하하. 방법은 간단해요. 진화의 결정을 섭취하고 룬을 대가로 바치면 끝! 그 이후엔 우리 사용자님의 뜻에 달렸답니다.”

토끼 모습의 관리자는 명쾌하게 말했다.

그에 조금 못미덥지만 승현은 그 자리에서 진화의 결정을 꺼내 쭉 마셨다.

[진화를 시작합니다. 강제적인 진화이므로 대가가 따릅니다]

[대가로 제시할 사물 혹은 대상을 말하세요]

알람이 뜨자 승현은 잠시 토끼 모습의 관리자를 바라봤다.

그에 관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해요. 우리의 인연도 여기가 끝인 거겠죠.”

“생체병기 룬을 대가로 한다.”

“사용자님. 부디 당신의 뜻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마지막 말을 마친 토끼 모습의 관리자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그와 동시에 승현은 몸 안에 있던 룬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순간.

“아?”

무언가 막혔던 벽이 뚫어지듯 그는 어떤 벽을 넘어섰다.

[진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끝이야? 이게?”

승현은 자신의 힘에 미묘한 간극을 느꼈다.

그에 미간을 찌푸리던 승현은 곧 자신을 부르는 듯한 어둠에 그림자 세상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여긴······?”

“어서 오라. 후인이여.”

승현이 이동한 곳은 과거 그가 기술로 얻었던 고유 결계 속이었다.

드넓은 광장과 그 벽에 수 없이 켜진 촛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 멋진 수염의 중년인이었다.

과거 증명의 장에서 만났던 선대 암왕임을 기억해낸 승현은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보임으로 예의를 차렸다.

“반갑습니다. 또 보게 되었군요.”

“그래. 이 정도까지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어둠만이 아닌 다른 힘까지 얻어서 말이야.”

선대 암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에 승현도 멋쩍게 웃었다.

“는 신이 되었다. 사실 신이 되기엔 아직 미숙한 것들 투성이지만 결국 신이 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제가 신이 되었군요.”

“그렇다. 한 명의 신의 희생과 창조자들이 만든 억지 법칙에 의해 넌 신이 됐어. 창조자들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하하하!”

선대 암왕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곧 웃음을 멈춘 그는 승현에게 말했다.

“이제 내 짐은 네게로 넘어갔다. 신의 자리는 사실 그리 좋은 자리만은 아니야. 수많은 신들이 억겁과도 같은 시간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를 봉인하거나 안식에 드는 경우도 많지.”

“···그렇군요.”

신이 되었다고 해서 전지전능해지는 건 아닌가 보다.

스스로 안식에 들 정도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버텼을까.

“사실 창조자들이 이렇게 일어선 것도. 결국 대다수의 신들이 반관하고 방치한 것 때문이지. 이제와서 말리기엔 역시 늦었으니 지금도 방관을 하는 것이야.”

“그들을 소멸시킨다면 분명 그들이 만든 법칙도 사라질 텐데요?”

“어쩌면.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그렇기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거야.”

“······신도 아둔하군요.”

“글쎄. 어쩌면 재창조를 기다리며 새로운 삶을 꿈꿀지도 모르지.”

선대 암왕은 그리 말하고는 승현에게 다가왔다.

“자, 이제 나는 영원한 안식에 든다. 내 힘은 이제 네게 넘어갔으니 부디 너도 나처럼 운이 좋아 후인을 만나 자리를 넘길 수 있길 빌어주마. 그때까진 아주 고독할 거야.”

그렇게 말한 선대 암왕은 승현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와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승현은 자신이 진짜로 신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그림자 밖으로 나온 승현은 곧 저 멀리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마력의 파장에 바로 신이 된 자신의 힘을 사용했다.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 누구도 깰 수 없었던 중원 게이트 천하제일인 임무를 깬 승현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가운데 강렬한 빛이 자신에게 내리쬐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순식간에 어디론가 이동했는데 직감적으로 이곳이 천외경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좌우로 도열한 신성을 가진 반신급 인물들이 나열해 있는 광경에 잠시 감탄을 터트렸다.

아마 다들 중원이 있는 차원에서 무로 신성을 얻은 이들일 거다.

승현은 그런 그들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그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인자한 혹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신선들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도열한 곳 끝에 도착하자 마치 사극의 옥좌와 같은 의자에 앉은 풍채 좋은 남자가 있었다.

“축하하오. 그대는 천하제일을 이루었소. 그 업적은 중원 역사에 길이 남을 테지.”

“딱히 남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무인들의 피해가 실로 크니 분명 일정 기간 동안 정체기를 겪고 제에 대한 건 서서히 잊혀지겠죠.”

“하하하! 모두가 그런 순리를 따랐을 뿐. 자, 그대에게 이 차원의 신으로서 보상을 해주어야 하겠지만 그대는 이미 한 명의···.”

“신. 예, 저는 이제 신이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진명을 얻었습니다.”

“그렇지. 그대는 이미 나와 같은 한 명의 신. 그런 그대에게 줄 보상은 사실 마땅치 않소. 세상이 재창조에 들어가는 이때에 그대는 무엇을 원하오?”

“힘을 모아주세요. 창조자들을 소멸시키고 뒤엉킨 실타래를 푼다면 분명 재창조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것 또한 추측에 불과한 것. 그렇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겠지. 좋소. 내 이름을 걸고 다른 신들에게 의사를 전달하겠소. 아마 상당히 많은 이들이 참여할지도.”

“그거면 보상은 충분합니다. 전 그럼 제 세계로 돌아가 이 판에 낀 왈패무리를 처리할까 합니다.”

“그렇게 하시오.”

승현은 중원 차원의 신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다.

아마 원도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원의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좋을 거다.

“암왕. 그대의 등장 덕분에 중원은 평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처음 약조한 대로 그대를 따라 그대의 세상으로 가겠습니다.”

“우리 제대로 통성명도 나누지 못했군요.”

“아, 이런. 제 이름은 월, 이쪽은 하입니다.”

월과 하의 대답에 승현도 가볍게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곤 정파의 남은 이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는 자신이 있던 곳에 열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월과 하도 함께 이동했는데 게이트로 나온 승현은 곧장 두 사람을 이끌고 특수 대응 부대의 본부로 돌아왔다.

“오, 드디어 핵심 무력 인원을 데리고 온 건가?”

알드리안이 월과 하를 보며 물었다.

조커와 알드리안에게 웧과 하를 소개시켜준 후 승현이 자신이 없던 근 한 달간의 상황을 들었다.

“지금 미궁은 중국의 미궁이 공략된 상태야. 원이 수면 위로 직접 나와 가국이 쑥대밭이 되었어. 특히 북미와 아시아 쪽은 집계하기도 힘든 피해를 입은 상황.”

“남은 미궁은 어때?”

승현은 미궁에서 얻었던 창조의 큐브 조각을 떠올렸다.

세 조각을 모으면 한 번이라곤 해도 창조자들과 같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물건이다.

중국에 있던 미궁이 공략됐다면 이미 원도 이 큐브 조각을 하나 이상 얻었다는 소리다.

“옛 북한 쪽에 있던 미궁도 어느새 공략이 끝이 났어. 이제 남은 건 아프리카의 미궁과 대서양 밑에 있는 미궁뿐이야.”

“두 미궁은 아직 마력 반응이 오지 않고 있고?”

“어. 아직 둘은 반응이 없어. 하지만 전조가 있는 걸로 보면 금방 미궁이 활성화될 거야.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은 이미 원과 몬스터의 손에 떨어졌어.”

“그건 이제 크게 문제가 안 돼. 두 미궁 중 먼저 활성화 될 것 같은 곳은?”

“아무래도 아프리카 쪽. 그곳이 공략되는 순간 대서양 쪽 미궁이 반응하여 활성화될 거야.”

“대서양의 미궁은 뭔가 특별한 모양이지?”

“맞아. 각 미궁이 열릴 때마다 조금씩 반응을 보여 왔어.”

“좋아, 그럼 아프리카로 가야겠군. 그럼 월과 하를 잘 부탁해.”

말을 마친 승현은 그대로 그림자 세계로 사라졌다.

신의 반열에 올라 진명을 얻은 승현에게 더 이상 이동의 제약은 없다.

원한다면 즉시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순식간에 아프리카 미궁 앞에 도착한 승현은 강한 마력을 가진 남녀와 마주했다.

아무런 전조 없이 등장한 승현에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뜨여질 때.

우둑, 우둑.

순식간에 목뼈가 부러진 두 사람은 그대로 그림자에 덮여져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신성을 얻고 신이 된 그에게 있어 더 이상 원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반신도 못된 이들이 감히 신 앞을 가로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궁 앞에서 안으로 들어간 승현은 다시 한 번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바로 미궁의 최하층으로 이동했다.

그와 함께 잔뜩 모여 있던 원들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역시 부질없는 짓이었다.

승현의 손짓 한번, 눈길 한 번을 버티지 못한 원들은 그대로 절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승현은 하나의 이질적인 시체를 빼고 남은 시체를 어둠으로 먹어치웠다.

“벌써 신의 좌에 앉았다니. 정말 놀랍군.”

“우리 일전에도 대화 나눈 적이 있지? 원의 수장.”

“후후후, 그래. 널 막고자 많은 희생을 하였지만 오히려 독이 되었군. 중원 게이트에서 필히 죽였어야 하는 건데.”

시체를 통해 말을 하는 원의 수장은 가볍게 한탄했다.

“두렵구나, 최승현. 여태까지 이 정도로 반항을 한 원주민은 존재하지 않았어.”

“그거 영광이야. 원의 세상에서 지울 사람이 내가 된 거잖아? 안 그래?”

“······!!”

순간 승현은 어떠한 공간으로 넘어왔다.

원의 수장과 대화를 나누며 그가 있는 곳을 은밀히 물색한 끝에 그가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이다.

수정구 위에 손을 올려두고 있는 한 사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대단해, 실로 놀라워! 설마 여기까지 넘어올 줄이야!”

“이곳이 너희가 말한 새로운 세계인가?”

승현은 공간 속에 가득한 혼란과 어지러운 마력들을 느끼며 물었다.

이곳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여태까지 어느 행성 어느 차원과 우주와도 격리된 진짜 새로운 세상이다.

원은 재창조를 통해 새롭게 시작될 세상을 이곳에 숨어 있다가 차지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하하!! 최승현. 어리석군. 여기서만큼은 나 또한 신이다. 이곳이 바로 나의 세계이니까!”

“그런 것치고는 아주 불안정하군. 빨리 끝내자. 너와 이 공간만 사라지면 더 이상 원은 무한함 힘도, 강력한 세력도 거느릴 수 없어.”

“좋다. 너만 없으면 모든 것이 완성된다. 창조의 큐브가 완성될 거고 이 세상은 안정화될 거다. 그 최고의 걸림돌인 널 여기서 제거해주마.”

말을 마친 원의 수장인 가면을 쓴 사내가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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