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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08화 (108/111)

108화

중원 게이트는 현재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파와 정파의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사방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일어났다.

승현은 혼자서 혈교를 담당하기로 하였는데 무림맹이 외세 세력과 패도천성이란 거대한 지주를 잃은 사파의 대표 문파와 세가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모든 사항이 결정되고 승현은 곧장 혈교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혈교 같은 경우 사파에 속하진 않지만 이번엔 사파의 편에 선 상태다.

승현은 혈교의 본교가 있는 혈룡산 앞에 도착했다.

“전운이 감도는군. 과연 혈마라는 얼마나 강하려나.”

승현은 미끄러지듯 높이 솟은 계단을 올랐다.

혈교라는 현판이 걸린 거대한 입구 앞에 선 승현은 천천히 활짝 열린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인기척은 이렇게 많은데 눈에는 안 보이는군.”

승현은 가볍게 의지를 일으켜 세월이 물씬 풍기는 건물들에 불을 지폈다.

반신이 되고 신성을 얻으며 이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 어둠과 불을 조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건물에 붙은 불은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빠르게 옆으로 이동하며 혈교 전체에 불이 붙었다.

평범한 불이 결코 아니기에 목제 건물은 정말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사방에서 엄청난 열기가 치솟자 숨어 있던 혈교인들이 등장했다.

그중에는 나이를 측정하기 어려운 노인도 있었는데 승현은 그가 바로 혈마라라는 걸 알아봤다.

“화려하게도 등장을 알리는군. 암왕.”

“숨어 있으니 불러내야지.”

“흘흘, 그렇구만. 그런데 그거 아나? 혈교의 대계를 위해서라면 혈교의 멸망도 우린 불사할 수 있네. 천하를 무로 돌릴 수만 있다면 이 하찮은 목숨도 기꺼이 던질 각오가 되어 있지.”

혈마라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하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그러자 수천 명에 달하는 혈교인들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뽑히며 혈마라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변신인가. 하지만 난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데?”

순식간에 혈마라의 뒤로 이동한 승현은 그대로 혈마라의 머리를 부쉈다.

무극이 담긴 그의 주먹은 못 부술 것이 없었기에 혈마라의 머리는 수박이 터지듯 터져나갔다.

하지만 혈마라는 죽지 않았다.

머리를 잃은 혈마라였지만 빠르게 머리가 재창조되며 다시 원 상태가 되었다.

승현은 그 기이한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우리는 이 대법을 강신이라 칭했다. 완전한 신이 지상에 내려오는 것! 이것을 이루고자 이방인들의 도움까지 받았지.”

“또 원인가. 그러면 저 멀리 떨어진 기척은 원의 것인가?”

“후후후, 암왕이여. 신선의 경지에 들었다 할지라도 진정한 신과 견줄 순 없을 거다.”

“그래? 하지만 나는 충분히 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승현은 점차 모습이 변하기 시작하는 혈마라를 보며 말했다.

혈마라는 이제 인간의 모습을 벗어났다.

전신에 비늘이 자라고 꼬리가 새기며 주둥이가 길어졌다.

손톱 또한 날카로운 갈고리 모양으로 변화하면서 이족 보행을 하는 파충류의 모습이 되었다.

그 모습이 무엇인지 승현은 바로 알아봤다.

“드래고니안. 드래곤의 혼혈. 확실히 인간의 몸으론 아무리 생사경이라도 그 많은 마력을 받는 건 무리가 따르지.”

천여 명의 혈교인들이 목숨을 대가로 전한 마력은 승현의 마력을 상회했다.

그런 막대한 마력은 아무리 생사경의 고수라 하더라도 반신이 되지 못한 몸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승현은 막대한 마력을 얻으며 강력해진 혈마라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건 완전한 신이 아니야. 신이라면 겨우 그런 모습일 리가 없잖아?”

“우습구나. 자, 이제 진정한 신의 힘을 받아보아라.”

쿠구구.

혈마라의 손짓에 순간 승현이 선 땅이 짓눌리며 지반이 무너졌다.

순수 마력을 통해 압력을 가한 것인데 그 압력 때문에 산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확실히 무식할 정도의 마력이었다.

승현은 몸을 짓누르는 마력을 무극으로 받아냈다.

무극은 마력을 육체로 다루는데 있어서 신성을 이룬 것이다.

모든 무의 극에 선 승현이 고작 마력 응집에 의한 압력을 견디지 못할 리가 없었다.

“거기! 원 네놈들도 다 튀어나오는 게 좋을 거야!”

저 멀리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느껴지는 기척을 향해 마력을 담아 외친 승현은 본격적으로 그림자를 일으켰다.

마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어둠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졌다.

화염이 혼합된 어둠의 신성은 정화의 불꽃처럼 모든 걸 불태우기 시작했다.

응집된 마력부터 시작해 산천초목과 혈마라가 뿜어내는 기세까지도.

순식간에 원의 일당들이 있는 곳까지 세력을 확장한 어둠의 불꽃은 닿는 모든 걸 태웠다.

그건 혈마라며 원이며 가리지 않았다.

“이, 이것이 무엇이냐?!”

“잡았다.”

막대한 마력을 뿌리며 몸에 붙으려는 불꽃을 밀어낸 혈마라가 당황해 외칠 때였다.

승현은 일곱 명이나 되는 원의 모든 이들이 선 땅까지 어둠의 불꽃을 펼쳤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불꽃이 닿자 그대로 의지를 일으켰다.

화르르!!!

“크아압! 이딴 것은···!”

사방의 모든 것을 불태우던 어둠의 불꽃은 그대로 혈마라와 원의 일원들에게 집중되었다.

끝없이 타오르는 불꽃은 정화의 불꽃과 달리 마력만으로 끌 수 없었다.

오직 빛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해야만 이 지옥불을 끌 수 있으리라.

어둠의 불꽃은 불이기도 하지만 어둠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억지 신이 된 건 좀 놀라운데 아직 제 힘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자와 싸울 정도로 나는 너그럽지 못해.”

혈마라는 분명 신에 가까운, 반신의 경지에 들었다.

그 마력과 영혼의 격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며 자신의 신성조차 알지 못하는 그런 자에게 당할 정도로 승현은 녹록한 인물이 아니다.

곧 멀리 떨어져 있던 원의 일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승현를 덮쳤다.

승현은 그들의 그림자를 조종해 그들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땅에 처박히도록 만들었다.

콰아앙!!

그냥 떨어트리면 의미가 없기에 아래로 강력히 끌어내려 땅에 처박았다.

“으으으, 이럴 순 없다, 이럴 순 없어! 크어어어!!!”

“마지막 발악인가.”

승현은 천천히 원의 일원을 처리하고 있을 때였다.

막대한 마력으로 불꽃을 버티고 있던 혈마라가 각성을 한 듯 붉은 빛이 폭사하기 시작했다.

그 붉은 빛조차 태우는 검은색 불꽃이었으나 이내 압도적인 질량의 차이로 불꽃이 꺼졌다.

“우오오!!!”

“힘을 견디지 못하고 폭주하는군.”

결국 이성을 잃은 듯 보이는 혈마라에 승현은 고개를 저었다.

전신이 불타오르는 원의 일원이 무엇을 하기도 전에 모두 처리한 승현은 훌쩍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 혈마라의 그림자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나는, 나느은!!”

폭주한 혈마라의 마력에 의해 이미 황무지가 되어버린 주변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반신의 폭주로 퍼지는 마력은 정말 막대해서 수 킬로미터를 넘어 수십 킬로미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동물이며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을 초목과 마을까지 모두가 막대한 마력에 의해 압착되어 소멸했다.

아마 지금 혈마라의 마력은 중원 게이트 전역에서 감지할 수 있을 거다.

그만큼 혈마라는 어마어마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러다간 중원 게이트 전체를 부수겠어.’

승현은 하는 수 없이 폭주한 혈마라를 자신의 고유 결계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의지가 서자 순간 일대의 태양이 그림자에 잡아먹혔다.

전력으로 전개한 덕분에 반경 30킬로미터가 모두 고유 결계 안에 들어왔다.

이미 혈마라의 폭주로 인해 그 일대에 생명은 하나도 없어서 마음껏 펼쳤다.

승현은 혈마라를 고유 결계에 가두고 끊임없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폭발이 일어나고 무극이 담긴 그림자 무인 수십이 승현을 대신해 싸웠으며 혈마라를 향해 고강도의 어둠의 비수가 꽂혔다.

잔재주에 불과한 행동이지만 혈마라의 힘을 빼는 데엔 아주 효과적이었다.

무극은 어느 정도 힘이 빠지면 승현이 직접 나서서 혈마라를 처치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주인. 나 저걸 먹고 싶어.’

‘저거라면, 혈마라?’

‘응, 저걸 먹으면 내 무한한 식욕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흐음, 역시 너는 검만 먹는 게 아니었나.’

‘나는 모든 걸 먹어. 지금의 주인이 반신이 되면서 모든 제약이 사라졌지.’

아우성치는 탐식의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탐식에겐 뚜렷한 자아가 있다.

그리고 예전부터 다른 것도 먹을 수 있다는 식의 말을 가끔씩 꺼내곤 했었다.

그리고 지금 혈마라를 먹고 싶다는 의사를 자신에게 전달해왔다.

승현은 잠시 저울질을 해보려고 했다.

‘저걸 먹게 해주면 내가 주인의 신성이 되어줄게. 이 허기만 채울 수 있다면. 응, 날 주어도 난 상관없어.’

‘그런 것이 가능한가?’

‘나는 애초에 신성으로 만들어진 것. 비틀린 법칙의 그 자체. 순환의 고리에 들기 전에 내 신성을 넘기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좋아, 그렇다면 혈마라를 네게 주지.’

‘그럼 놈의 심장에 날 꽂아줘. 그리고 날 꼭 잡고 있어. 알았지?’

‘그러지.’

승현은 탐식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자 상당히 힘이 빠진 혈마라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크어어어!!!”

까득, 까드득.

강한 어둠으로 사지가 포박된 혈마라는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승현이 고유 결계 안에서 전력을 모두 투자해 붙잡은 터라 아무리 신에 근접했다고 해도 고유 결계를 부수지 않는 한 탈출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승현은 여태까지 함께한 탐식을 믿고 그대로 탐식을 혈마라의 가슴에 박았다.

그와 동시에 폭사되는 붉은 빛은 갑자기 휘어지며 탐식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혈마라를 잡아먹는 탐식은 황홀하다는 듯 외쳤다.

‘아아! 이거야. 이 힘! 이 격! 이 달콤한 영혼!’

승현은 그럼녓허 탐식이 자신에게 어떤 힘을 넘기는 걸 느꼈다.

혈마라의 힘이 빼앗기는 만큼 승현은 충만한 힘을 얻었다.

그건 정말로 신성이었다.

탐식의 신성.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무한한 허기와 탐욕스러움!

그 권능이 천천히 승현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혈마라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짐에 따라 탐식의 모습도 점차 희미해졌다.

“이런 게 가능한 건가.”

하긴 정화의 불꽃도 신성이 되어 자신의 것으로 변했는데 신성을 양도하는 것이 완전 불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탐식의 신성을 넘겨받으면서 승현은 조금 허기를 느꼈다.

“아아아······.”

완전히 존재감이 지워지기 시작한 혈마라와 탐식은 곧 세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승현은 혈마라와 탐식이 있던 곳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유 결계를 해제했다.

다시 태양이 떠오르며 세상을 밝혔는데 승현은 어느새 얕은 흙더미 위에 서 있었다.

시야에 잡히는 거라곤 녹아 굳은 지표면이나 황폐해진 땅밖에 없었다.

“신의 반열이 정말 멀지 않은 게 느껴져.”

이번에 탐식의 권능을 얻으면서 다시 한 번 발전한 승현은 이제 반신과 신의 사이에 자신이 서 있다는 걸 느꼈다.

신에 가까워진 승현은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남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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