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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07화 (107/111)

107화

중원 게이트 전역에 승현의 이름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방인이면서 천외천과 버금가는 무인을 무려 둘이나 상대해 승리를 거둔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다라는 소문은 빠르게 무인들 사이를 타고 퍼졌다.

어떤 이들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암왕이란 별호를 추앙했다.

이는 정사를 구분하지 않았는데 특이하게도 고수일수록 그 소문을 믿는 경향이 높았다.

그렇게 소문이 소문을 낳으며 도는 동안.

승현은 여유 있게 수도인 중경에 도착하였다.

천하제일대회를 위해 수도 중경에는 수많은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이미 승현이 출전을 할 거란 말에 백대고수는 물론이고 엉덩이 무거운 여러 고수들도 대거 등장했다.

“시선이 따갑구만.”

중경 안으로 들어오자 쏟아지는 시선에 가볍게 말하곤 중경에서도 가장 큰 객잔으로 향했다.

황제가 머무는 도시인만큼 그 성세는 가장 화려하면서도 거대했다.

객잔이면서 어디 궁궐을 가져온 듯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값비싼 곳임에도 객잔 안은 만원을 이루고 있었는데 정파의 구파와 오대세가가 각자 따로 방을 잡으면서 자리를 채웠다.

그러면서 사파의 삼파와 육대세가는 자리를 하지 않았다.

천하제일대회야 정파의 축제라 불리는 행사였으니 사파가 거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감히 황제가 사는 도시 안에서 분란을 일으킬 순 없기에 몇몇 자리를 차지한 사파인들도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암왕 대협이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아이고, 마중을 나간 저희 하인을 못 만나셨군요. 무림맹주님의 이름으로 특실이 예약되어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맹주께서 신경을 써주셨군요.”

승현은 예약된 특실로 안내를 받았다.

특실은 객잔 가장 안쪽에 따로 마련된 집 한 채 정도의 커다란 방이었다.

워낙에 넓기에 수십 명을 함께 묵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식사는 이리로 하시겠습니까? 특실에 머무는 분들은 따로 5층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그럼 경치 구경도 좀 하게 5층으로 가죠.”

“그럼 석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준비가 되는 대로 하인이 찾아올 겁니다.”

지배인으로 보이는 이는 말을 마치고 물러갔다.

내부를 꾸민 여러 다양한 물건들을 감상하고 있길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저녁 시간 때라 그런지 생각보다 빠르게 하인이 찾아왔다.

그렇게 5층으로 안내를 받자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선객들이 여럿 보였다.

‘흠, 초경의 고수가 꽤나 많이 보이는군. 저쪽은 화경인가.’

화경이면 7왕에 버금가는 이들이다.

조금 높게 쳐주면 빙제와 염제 급 실력자이기도 하다.

그런 고수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이 5층에 머물고 있었다.

커다랗고 둥근 탁자에 혼자 덩그러니 앉게 된 승현은 옆에 있는 창으로 바깥의 화려한 풍경을 관람했다.

‘온전히 반신이 된 이상 이제 베일에 싸인 원의 리더를 빼면 어떤 이들도 상대할 자신이 있다. 설령 원의 리더도 반신이라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신은 자게는 행성을 관리하거나 크게는 하나의 차원을 관장한다.

지금도 자신의 존재감을 뿌리고 있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는 여전히 마신인 탈리아스의 신성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는 중이다.

그녀와 계약을 했다는 증표이지만 그녀의 신성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꼭 행성을 다스리는 신이 차원을 다스리는 신보다 낮거나 힘이 없는 건 아니다.

신이라 불리는 만큼 그들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비교하는 건 우스운 일이었다.

그나마 반신 쪽은 비교가 가능한데.

얼마나 신성을 이루었는지로 비교할 수 있다.

신성을 완성할수록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뿌리게 된다.

그렇게 신성을 완성해 신이 되면 그 후부턴 자신이 이룬 신성에 한해선 전지전능의 힘을 가지게 된다.

이건 승현이 반신이 되고 깨달은 것이다.

“전지전능이라······.”

이 법칙을 창조해내고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창조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힘이다.

승현은 여기서 여태까지 쓰지 않았던 진화의 결정이나 수수께끼의 여인인 도화가 남기고 간 무언가의 결정에 대해 떠올렸다.

이 상황에서 과연 진화의 결정을 먹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이미 반신이 되어 종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했다.

이제 최승현은 인간이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나 또 다른 신인 룬의 관리자는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한층 더 진화할 수 있다는 말을 은연중 흘렸었다.

그렇다면 그걸 마시고 바로 신이라도 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아마 아닐 거야. 하지만 분명 뭔가가 변하겠지.’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도 분명 긍정적인 부분으로 변할 거다.

그리고 남은 수수께끼의 여인인 도화가 남긴 구슬.

시스템으로는 신화 등급이란 등급을 가졌으며 어떠한 설명도 나와 있지 않은 구슬이다.

증명의 장에서 만난 도화는 분명 어떤 말을 하려고 했었으나 만나기도 전에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녀가 남긴 구슬은 대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합석을 하여도 괜찮은지요?”

“음?”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는 두 명의 노인과 남녀를 보며 승현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삿갓을 쓴 노인과 도포를 입고 있는 노인은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넷 다 생사경의 고수다. 특히 젊어 보이는 저 둘은······.’

과연 중원 게이트 안은 용담호혈이라 불릴 만했다.

젊은 남녀는 무려 신성을 어느 정도 이룬 반신에 근접한 고수였다.

승현처럼 일정 부분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반신에 들려하는 이들.

그런 자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앞에 등장한 것이다.

“일단 앉으세요.”

“감사하외다. 자, 모두 앉지요.”

도포를 휘날리는 노인의 말에 남은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잠깐의 침묵이 감돌고 말을 껀내 건 예의 도포 노인이었다.

“암왕 대협. 반갑소. 나는 천외선인이라 불리는 도인이오. 그리고 여긴 천기자라 불리고 있고 이쪽 두 사람은 이번에 함께 암왕 그대를 찾아온 객이오.”

“반갑습니다. 암왕. 당신은 이미 천외경에 들었군요.”

천외선인의 소개와 함께 젊은 여자가 말했다.

“천외경?”

“선계를 달리 칭하는 말입니다.”

“선계 같은 게 실존합니까?”

“당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그 어디든 선계가 됩니다. 저 창문을 보시지요?”

이번엔 젊은 남자가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옆으로 보자 아름다운 도심의 풍경 대신 한 없이 펼쳐진 초원이 보였다.

승현은 그것이 공간이 비틀어지며 만들어진 환상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환상이라고는 해도 저 초원은 실존하는 세계였다.

곧이어 흐릿하게 변한 초원의 모습은 다시 야경으로 변했다.

“천외경엔 여러 이들이 있습니다. 그대와 같이 이미 신선이 된 존재는 거의 없지만 신선을 바라보는 이들은 모두 천외경을 열 수 있죠.”

“그렇군요.”

“그대가 원하는 게 그대의 세계를 지켜줄 아군이라고 들었습니다.”

일전에 백걸개와 나눴던 대화 때문인지 젊은 남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에 승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현 시점에서 생사경의 고수가 한 명이라도 지구로 넘어온다면 분명 원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전 세계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을 거다.

“우리 둘이 그대의 아군이 되어주겠습니다.”

“흐음? 두 사람이요? 어째서입니까?”

“대신 이번 정사대전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제가 없어도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텐데요.”

“그러겠죠. 아무리 사파의 하늘이 크고 넓다 한들 결국은 정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만···.”

“나머지 이야긴 내가 해주겠네.”

그때 천기자가 끼어들었다.

그는 진중한 얼굴로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자네의 등장으로 인해서인지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란 작자와 혈교의 교주인 혈마라가 이번에 막대한 힘을 얻었네. 감히 이 두 사람과 비견될 힘을 얻었지.”

“제 등장 때문이 확실합니까?”

“정보에 의하면 원이라는 이방인 단체가 끼어들었어. 그들이 가진 이상한 힘을 두 사교의 교주들이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네. 이 두 사람도 실은 그걸 막고자 천외경에서 내려온 사람들일세.”

“원이라. 그러면 제가 끼어들지 않을 수 없군요.”

승현은 원의 등장에 눈을 빛냈다.

자신의 영원한 숙적이자 마지막을 장식하기 전 처리해야 할 존재들.

그들이 이 중원 게이트에서 수작을 부린다면 일찍이 막아야 한다.

‘이미 내가 아는 과거는 모두 상관이 없어졌어. 그들도 날 숙적으로 생각한다는 거겠지.’

이미 영웅이라 불리던 수많은 이들이 포섭이 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이 겪은 모든 상황이 그저 원의 인형놀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안 승현은 원을 막고 세계를 구해야 할 사명감을 느꼈다.

“그들이 판에 끼어들었다면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원이란 단체가 당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인가 보군요.”

“뭐, 그렇죠. 저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승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황실과도 연계를 하려고 한다만 천자도 그대의 소문을 들었는지 대장군과의 비무를 성사한 후에나 돕겠다고 하네.”

“천자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나 보군요.”

“아무래도 그분은 무림과는 연이 없는 분이다 보니.”

천기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쩌면 국가가 뒤집힐 상황에서 태평한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 있다.

잡다한 대화를 나눈 승현과 네 사람은 곧 식사를 시작했다.

승현과 네 사람은 주로 무공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워낙에 경지가 높은 이들이라 그런지 나누는 대화는 무인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뿐이었다.

긴 대화가를 나눈 후 헤어진 승현은 곧 천하제일대회에 접수했다.

며칠 뒤 열린 천하제일 대회엔 여러 귀빈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승현은 천자의 장단에 맞춰주고자 최대한 마력을 억제하며 화려하게 싸웠는데 대진을 보면 승현에게 여러 강자들이 붙어 있었다.

꼬박 보름 동안 열리는 대회의 승자는 역시나 승현이었다.

“훌륭하다. 그대는 황실이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이다. 자, 이제 내게 부탁을 해보아라. 본인이 친히 듣고 이루어주겠노라.”

거만한 말투의 황제를 대면한 승현은 바로 원하는 바를 말했다.

“이번에 무림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는데 거기에 황제께서 한 손 거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호오, 그래. 내 그 얘긴 익히 들었지. 좋다. 황실이 그대들의 편에 설 것이다. 단, 대장군을 이긴다면 말이야.”

옆에 서서 긴 수염을 늘어트린 대장군은 무표정한 얼굴로 승현을 바라봤다.

그 곧은 모습에 승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며칠 뒤 황제 전용 사냥터로 자리를 옮긴 승현과 대장군은 사냥터인 산 하나를 완전히 날려버리는 화려한 전투로 황제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미 반신인 승현이 절대 질 리가 없었지만 싱겁게 끝내면 변덕스러운 황제가 태도를 바꿀까 봐주면서 상대한 것이다.

화려한 전투 후 대장군은 패색이 짙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리 사정을 봐주어서 감사하오.”

“아니요. 저 또한 필요에 의해서일 뿐.”

“이번 무림의 일에 적극적으로 도울 테니 그대는 염려를 놓으시오.”

“감사합니다. 그럼 대장군님만 믿겠습니다.”

그렇게 황실에 참여를 이끌어낸 승현은 이어서 무림맹으로 가 세세한 상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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