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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05화 (105/111)

105화

고일을 짓누르는 거대한 주먹은 곧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사라졌다.

거대한 구덩이 안에서 나온 고일은 더 이상 아수라의 형상을 가지지 않았다.

“아수라 그 자체가 된 건가···.”

승현은 놀랍다는 듯이 고일을 바라봤다.

지금 고일은 승현이 알타의 힘으로 변한 것처럼 자신의 내공으로 육신을 강화했다.

이미 반신의 몸을 가진 자가 더욱 강건한 몸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설마하니 천외천도 아닌 자에게 진심을 다할 줄은 몰랐다.”

“이거 두렵군. 살기만으로 사람도 죽이겠어.”

승현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와 동시에 승현이 펼친 고유결계 안의 밀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일은 자신의 몸이 물 먹은 솜 마냥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중력을 다룬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 어둠에 미미한 물리력과 마력을 더하여 공간 전체에 무게를 생겨나게 한 것이다.

고일은 수십 톤에 달하는 압력을 전신으로 받고 있었다.

“이 이상은 내가 무리군.”

“이 공간 안에선 네가 신이라도 되는 것 같군.”

고일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승현의 고유결계를 일부나마 파했음에도 여전히 깃든 어둠은 승현에 의지에 따라 고일을 압박했다.

수십 톤의 무게를 느낀다고는 해도 아마 전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거다.

승현은 잠시 후 찾아올 격전을 생각하며 힘을 끌어올렸다.

화르르!!

승현의 주변에 하얀 불꽃이 피어났다.

그리고 그림자에서 아우성치는 탐식을 꺼내들었다.

“생사경의 고수이니 신병이기를 사용하는 건 좀 봐주겠어?”

웃으며 말한 승현은 그대로 탐식을 고일과 자신의 가운데로 던졌다.

누군가에겐 최강의 무기였지만 안타깝게도 승현에게는 끝내주는 토템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탐식의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무시한 승현은 마력을 주며 내장된 모든 능력을 최대치로 전개하도록 했다.

쿠구구!!

감자기 수백 배나 증가한 일대의 중력에 모든 지반이 다시 한 번 압축되었다.

고일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온갖 저주와 마법에 침음을 흘렸다.

“아주 괴이한 걸 들고 다니는구나.”

“이렇게 되면 이제 육탄전을 펼쳐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어.”

타르샤를 소환한 승현은 그대로 고일이 서 있는 곳의 하늘로 이동했다.

이미 이 고유 결계 전체가 승현의 지배에 놓은 그림자이자 어둠이었기에 어디서든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이 가능했다.

중력의 영향을 받은 승현은 그대로 타르샤를 휘둘렀다.

콰아아아!!!

당연히 승현이 제 머리 위로 이동했음을 알아차린 고일이 타르샤를 막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성표에 깃든 가속의 법칙을 비틀어 자신의 몸을 가속시킨 승현은 사방에 둘러진 어둠 곳곳에서 등장하며 고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마치 분신술을 쓴 승현이 사방에서 고일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

강기로 몸을 호신한 고일이라도 거력이 담긴 검으로 수없이 두들겨 맞으면 버티기가 힘들었다.

사실 고일과 부딪친 승현이라고 해서 충격이 없는 건 아니다.

그 무겁고 강한 고일을 두들기다 보니 절대 파괴가 안 되는 타르샤에 모순이 생겼다.

고일을 벤 타르샤는 이가 빠지고 금이 갔는데 주변의 어둠을 빨아들이며 스스로 회복했다.

또한 그런 고일을 베고자 팔에 충격이 가해지며 팔에 피로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조금씩 몸에 상처를 내는 승현은 이대로라면 승산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비록 생사경의 경지인 고일조차 따라오기 버거운 속도로 맹공을 가하고 있긴 하지만 유효한 공격은 전혀 성공시키지 못했다.

잠시 고일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승현은 정화의 불꽃을 피웠다.

검은색 불꽃이 서서히 승현의 주먹에 꽃피웠다.

“대단한 재주를 가졌다만 이젠 끝이다. 암왕!”

“저쪽도 비장의 수를 꺼내려나 보군?”

승현은 서서히 양 팔을 타며 전신으로 퍼지는 정화의 불꽃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생사경의 경지는 단순히 육신과 영혼이 강건해지고 마력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여태까지는 그저 가벼운 탐색전이자 승현에게 있어선 실험이었다.

이제 진짜 생사경의 무인이 본래의 힘을 보여줄 거다.

승현은 순간 자신의 고유결계 안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패도적인 마력을 감지했다.

빠른 속도로 어둠을 밀어내는 마력은 모든 걸 분쇄하는 힘을 담고 있었다.

승현은 전신에 둘러진 정화의 불꽃을 머릿속에 떠오르는 구상대로 무극신공의 마력 행로에 따라 조종했다.

과거 알타의 힘을 무극신공으로 돌렸던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하지만 알타의 힘이 온전하진 않아도 자신의 힘이었다면 정화의 불꽃은 완전히 남의 힘이다.

그 극명한 차이 때문에 쉽게 정화의 불꽃을 조종할 수 없었지만.

“후읍, 후아. 얼추 성공인가.”

승현은 전신에 둘러진 정화의 불꽃이 사라진 걸 확인했다.

무극신공이란 커다란 가마솥 안에 정화의 불꽃을 담는데 성공한 승현은 머리에 해당하는 상단전에 들어찬 정화의 불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로서 내가 가진 세 가지의 힘이 몸에 깃들었군.”

승현이 말을 마치는 순간 공간을 찢듯이 도약한 고일의 주먹이 코앞까지 도착했다.

그 주먹이 승현에게 닿기 전에 수천 개의 어둠으로 이루어진 판들이 생겨나며 고일의 공격을 상쇄했다.

콰과과과과!!

고유결계 안에서의 승현은 전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가장 무서운 점은 승현은 지금까지 오직 암왕의 힘만으로 고일을 괴롭혔다는 거다.

현경이 되며 할 수 있게 된 대부분의 것들을 시행해본 승현은 본격적으로 무극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무극신공의 묘리에 따라 기존의 마력, 알타의 마력, 정화의 불꽃이 가진 마력이 각각 혼합되어 몸 안을 휘돌았다.

세 힘은 모두가 다르지만 무극신공이란 가마솥에 들어가 절묘하게 섞였다.

모든 걸 멸하여 정화하는 정화의 불꽃은 그 자체로 권능이자 신성이다.

그런 힘을 몸 안에 품게 되자 무극신공에 부족한 퍼즐이 해결되면서 온전한 오의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승현이 펼친 고유결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저 결계 밖과 달리 약간 그늘진 것처럼 생겼던 결계에 우주가 펼쳐졌다.

그건 고유결계가 승현의 마력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걸로 기존의 마력만을 받아 펼쳐진 고유결계가 특색이 없었다면 이 지금은 삼라만상과 우주를 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고유결계를 야금야금 갉아먹던 고일의 마력이 모두 동작을 멈췄다.

수 킬로미터가 모두 우주가 되면서 기이한 장관을 이루었다.

“허허, 분명 생사경에 오르지 않았건만 어찌 저런 힘을 쓴단 말인가···?”

정파 진영에 삿갓을 쓴 노인은 허탈하게 웃었다.

“스승님. 대체 저 이방인이 뭘 한 건가요?”

“그건 나조차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적어도 세 가지 힘이 있다. 그 힘 하나하나가 이미 진리를 깨고 속세를 탈태한 힘이다.”

“그럼 암왕은 이미 생사경을 이룩한 건가요?”

“그건 아니야. 분명 무 그 자체로는 진리에 도달하지 못했어. 허허, 하지만 이미 암왕은 나보다 먼전 신선의 경지를 밟은 것 같구나.”

삿갓의 노인, 천기자는 초탈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분명 지금의 승현은 아직 선인의 경지인 생사경에서 초월한 신선이나 보여줄 힘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 하나만을 따지면 아직 선인이 되기엔 아직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다른 힘으로 채우고 그걸 더 넘어섰으니······.

“잠시 지켜보는 것도 좋겠어.”

천기자는 사파 쪽 진영에서 누군가가 개입하는 걸 알아차렸지만 가많리 서서 상황을 관전하기로 했다.

무극신공을 펼친 승현은 타르샤 대신 맨주먹을 가지고 고일을 난타했다.

두 주먹만으로도 이미 전신을 난타하는데 모자람이 없었지만 사방에 존재하는 승현의 마력까지도 무극신공의 오의를 담아가며 고일을 난타했다.

승현이 살의를 일으킨 시점에서 주변의 모든 공간의 마력과 어둠은 고일을 죽이기 위해 절로 반응하여 움직였다.

모든 내공을 전개하여 방어를 해내고 있었지만 고일은 불신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이 내가, 나 패도천성 고일이! 이런 이방인에게 무너진단 말인가?!’

생사경의 무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는 두 주먹으로 모든 걸 깨부수는 힘을 얻었다.

그러나 아무리 부수고 또 부숴도 재생하는 승현은 마치 불사조를 보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된단 말이다아―!!”

쿠오오!!!

고일의 외침과 함께 공간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마력이 요동치며 거대한 마력의 회오리가 생겨났다.

그러나 고유결계 안의 우주는 환상이자 환상이 아닌 가상의 우주이다.

삼라만상이 담긴 우주에 공백이 생긴다고 할지라도 그 공백은 금세 채워졌다.

고일은 이를 악물고 승현의 우주를 부수고자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는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승현의 주먹이 그를 난타했고 얇은 바늘이며 비수가 생겨나 고일의 강기를 뚫고 몸에 박혔다.

아마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고일의 죽음이 확정될 거다.

뿌찍!

“······!”

“이거야, 원. 젊은이. 꼴이 말이 아니군.”

승현은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쭈글쭈글한 손을 내려다봤다.

정확히 심장을 꿰뚫은 손이 천천히 빠져나가자 울컥울컥 피가 토해졌다.

“···또 다른 고수의 등장인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심장이 파괴되면, 흐음?”

노인은 말을 하던 중 놀라움에 말을 멈췄다.

손이 관통되어 반 이상 심장이 파괴되었음에도 승현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

그것도 빠른 속도로 재생을 하며 뻥 뚫린 가슴까지도 재생하였다.

현경이 되어 알타의 힘을 각성한 지금의 상태에선 온전히 불꽃이 되는 화신체가 아니더라도 심장이나 머리가 반 이상 파괴되어도 급속도로 재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화신체가 된다면 불사신에 가까운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그래도 2대1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어떻게 심장이 뚫리고도 살아나는 거지? 너는 인간이 아닌 건가?”

“아니. 인간이다. 곧 인간을 탈피할 예정이지만.”

“허, 허허. 이거 공간을 침투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리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군.”

노인은 말을 하면서 모습이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같은 생사경의 고수이지만 살수 출신인 노인에게 전면전은 그리 추천될 사항이 아니었다.

고유결계 안이지만 역시 법칙을 어기는 은신술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특정할 수 없었다.

승현은 잠시 주위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정비를 마친 고일을 바라봤다.

“노인장이 시간을 벌어주었군.”

“치욕스럽지만 그렇군. 우선은···!”

쿠웅, 쩌적, 쩌어억!

승현이 펼친 고유결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력을 더 투자하면 복구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그냥 부서지도록 두었다.

이미 암왕으로서의 힘은 충분히 시험했다.

나머진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사용하면 될 일.

지금은 암왕의 힘과 알타의 힘 그리고 정화의 불꽃으로 하여금 얻어낸 깨달음으로 무극신공의 벽을 깨부술 차례였다.

파치잉―.

전체로 금이 간 고유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그에 너무 많은 힘을 뺀 고일이 지친 얼굴로 승현을 노려봤다.

“아직도 남은 수가 있나?”

“몇 개 정도.”

“그렇다면 지금 써라. 노인장은 결코 봐주지 않을 거야.”

“사양하지 않지. 하지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승현은 차분한 마음으로 알타의 힘을 끌어오며 화신체가 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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