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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03화 (103/111)

103화

서로 한 합을 주고받았지만 두 다 어떤 타격도 없이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승현이 땅에 착지하면서 비교적 아래에 있는 조택현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긴 검 한 자루를 사용하는 조택현이기에 승현의 두 자루인 타르샤를 막기 위해선 더욱 효율적이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약간의 군더더기가 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그의 기도이자 그의 은하수검법의 요체였다.

정신없이 난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빙제나 염제와 달리 무공이 가진 핵심을 살렸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부드럽게 감겨진 빛무리가 위협적으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승현의 머릿속에선 여전히 수많은 변수를 상정하고 또 몇십 수 앞을 계산하며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방책이 세워지진 않았다.

승현의 강기와 조택현의 강기가 부딪치며 그 여파가 8리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격전지에서 10리나 떨어진 무인들은 안력을 돋우며 저 멀리 떨어진 전투를 관전했다.

이제 절정 혹은 일류 정도의 참관인 제자들은 그저 사방에서 터지는 폭음과 무너지는 산세를 보며 감탄을 터트릴 뿐이었다.

“스승님. 무성과 암왕은 얼마나 강한 것인가요?”

“두 사람은 지고한 경지에 든 무인이다. 아마 대장군이 없다면 저들 하나로 능히 국가를 위협할 만하다.”

“대체 천외천은 어떤 경지인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구나.”

100대 고수 상석을 차지한 한 무인이 강한 열의를 다잡으며 말했다.

그가 보는 저 인간이 낼 수 없는 무위는 곧 자신이 가야할 길이었다.

“뭐든지 그 이치는 통하니 그대의 마음도 통할 것이요.”

“응? 당신은······?”

“허허, 그저 객에 불과하니 신경 쓰지 마시구려.”

삿갓을 쓴 한 노인의 말에 그 무인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저 멀리서 들리던 폭음에 몇 배나 되는 소음이 일어나자 다시 비무를 주시했다.

막 승현이 마력을 폭발하듯 쏟으며 조택현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는 삿갓의 사내는 눈을 빛냈다.

한편 승현은 서서히 현경에 입문을 시작했다.

점차 뚜렷해지는 삼라만상과 대우주의 우대한 형상이 뚜렷해지며 마치 그 일대에 거대한 우주가 생겨난 것 같았다.

그 우주를 누비는 은하수의 장엄함까지 더해지자 모든 무인들이 느끼는 바가 컸다.

심지어 어느 무인은 깨달음을 얻으며 빠르게 참선에 빠질 정도였다.

승현이 현경의 경지에 입문할 참에 조택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막상막하의 승부에서 그 균형이 어긋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 또한 얻는 바가 많은 유익한 비무였기에 이리 아쉽게 끝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아아압!”

수세에 몰리던 조택현이 약간의 공격을 허용하면서 기도를 고쳐 세웠다.

그와 함께 조택현의 주위로 빛무리가 둥둥 떠다니며 승현을 위협했다.

작은 모래 알갱이 크기의 강기들은 평범한 강기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승현은 조택현이 무리하게 무공을 펼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건 나도 바라던 바이다!’

승현 또한 바로 무극의 묘리를 다채롭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물 컵 안에 물감을 짜 넣기만 했다면 이젠 막대 같은 걸로 휘젓기 시작했다.

당연히 무극은 물감이 아니고 마력은 물도 아니기에 둘을 희석시키는데 어마어마한 반발력과 힘이 일어났다.

인위적인 환상이라고는 하나 승현의 건 우주이며 삼라만상이다.

이것이 섞이려면 얼마나 지고한 힘이 필요할 것인가.

파직, 파지직,

“후읍!”

승현의 시도에 따라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는 우주에 주변 공간이 함께 뒤섞였다.

공간이 끊어지고 잘려나가면서 강한 에너지가 방출되었는데.

가히 염제가 극성으로 발휘한 화공보다 더한 열에너지가 방출되었다.

그 열기에 인근의 대기가 달아오르며 승현을 주위로 뜨거운 강풍이 몰아쳤다.

고요하게 서서 가마솥 안 우주를 휘젓는 승현에 조택현은 한발 뒤로 물러나 그도 기세를 모았다.

“삼라만상이 가속한다면 그에 맞춰 은하수도 움직일 터. 나는 하나의 별이 되리라.”

비장한 각오를 내보인 조택현은 그대로 검을 들고 눈을 감았다.

그는 마치 설화 속 해일을 갈라 마을을 지킨 검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아직 완성된 게 아니야. 성긴 그물엔 늘 작은 물고기가 빠져나가는 법!’

두 사람이 기세를 끌어 모으며 대기하고 있자 이젠 3킬로미터 일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압력을 최대한 덜 받는 작고 밀도 높은 것만이 겨우 형체를 유지했고.

승현의 주변엔 뻘겋게 땅이 달아올라 있었다.

하나의 폭풍이 된 승현과 꺾이지 않을 갈대가 된 조택현의 파장은 10리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전율스러운 현장감을 보여주었다.

고오오―.

펄럭펄럭.

“스, 스승님. 저곳에서 이는 바람이 여기까지 미칩니다.”

“두려워하지 말거라. 내가 옆에 있지 않느냐?”

“스승님도 저런 이적을 행할 수 있습니까?”

“아니, 나는 못한다.”

“하지만 스승님은···!”

“허허, 장아. 그만하여라. 모두가 집중하는데 큰 소리를 내면 어찌하겠느냐.”

일전에 삿갓을 쓴 노인은 여태껏 침묵을 지키던 제자를 나무라곤 다시 현장을 바라봤다.

확실히 10리나 떨어진 이 산 중턱에까지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저 둘이 선 곳은 이미 지형지물이 격변하였고 5리 안의 나무며 풀 따위는 모두 사라졌다.

이것이 현경의 고수들이 극의를 향해 치달을 때 나타나는 파괴력이었다.

이런 능력이 있으니 생사경이란 대장군만 없으면 진즉에 황실은 사라졌을 거다.

물론 황실에도 쟁쟁한 고수가 많지만 중원 전체를 아우르기엔 역부족이니까.

서서히 회전을 시작한 승현의 무극에 따라 주변 모든 것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삿갓 노인은 날아갈 듯 부는 바람에 한 손으로 삿갓을 잡았다.

“지고한 무공이로구나. 가히 무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최상의 무공을 저 이방인은 펼치고 있군. 정말이지, 무학자를 떠나 무림인으로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인의 작은 목소리는 거친 바람에 쓸려 누구의 귀로도 들어가지 않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우주에 승현은 거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건 우주의 본질이고 사물의 본질이며 그 모든 것의 오의이고 궁극적인 무엇인가며 진리였고 전지하면서도 전능한 느낌이었다.

말로는 모든 걸 표현하기 힘든 깨달음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자자, 현경 돌파요! 이대로 쭉쭉 생사경의 벽도 뚫어보자고요!”

승현은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허공에서 나온 목소리의 ‘본질’을 꿰뚫었다.

그건 거대한 은하였다.

아니, 그렇게 구성된 거대한 컴퓨터이자 프로그램이었다.

룬의 관리자는 어느 머나먼 차원의 거대 컴퓨터 집단이었다.

컴퓨터 문명이 궁극에 다다라 인간의 의식이 모두 컴퓨터에 저장된 세계였다.

승현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정보에 바로 잡다한 정보를 차단하고 여태까지의 무공과 무림인들을 떠올렸다.

여태 본 무공은 100여 가지가 넘지 않았다.

그러나 그중 대다수가 초절정 수준으로 익힌 무공이었고 그것을 떠올리자 바로 그 무공을 전체를 꿰뚫었다.

100여 가지의 무공을 모두 살피고 무극에 대입해 녹여낸 승현은 이윽고 녹아든 모든 외의가 합쳐진 괴물 같은 인물을 만들어 그 상대와 모의 전투를 시작했다.

수십 번을 붙어서 34번째가 되어서야 승기를 잡았다.

상당히 긴 시간 같지만 이건 단 7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동안 주변의 마력 청소기마냥 빨아들이는 승현 때문에 조택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을 준비하는 거냐.’

이미 몸에 쓰이고 소멸하거나 축적된 듯 보이는 마력만 해도 자신을 상회했다.

그 많은 마력이 모두 룬에게 쓰인다는 걸 모르는 조택현은 그저 불안감만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현경의 고수였다.

아무리 불안해도 부동심을 가지고 있었고 조금씩 거리를 벌리는 한편 유효타가 나올 거리를 측정했다.

다시 5초가 지났을 때.

승현은 생사경을 목전에 둔 기량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현경이 되면서 체내의 마력이 몇 배나 뛰었고 농도 또한 짙어졌다.

무극의 깨달음을 단 한 조각만 남기고 모두 얻어내었으며 룬의 어시스트로 비록 가상이라고는 하나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이제 승현은 생사경이란 천외천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거다.

이젠 법칙에 의거한 저주조차 희미해져 룬의 자연 치유력만으로도 붕괴되는 몸과 심장을 방비할 수 있게 되면서 알타의 힘을 자유로이 쓸 수 있게 되었다.

현경이 되면서 알타의 힘 또한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예전엔 불꽃을 연상하게 했다면 지금은 순수한 ‘불’을 느끼게 되었다.

승현은 불의 신수인 알타가 가진 힘이 생각보다 더욱 대단하든 걸 알게 되었다.

지금도 마치 거대한 별 하나를 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힘을 폭발시킨다면 어쩌면 게이트 하나 정도는 우습게 파괴할 수 있으리라.

여전히 돌고 있는 삼라만상의 우주는 더욱 찬란하고 깊게 변하였다.

전엔 좀 흐릿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주 선명하게 모든 걸 뒤덮으려고 들었다.

산천초목을 덮고 은하수를 덮으며 앞에 선 딸과 하늘조차 덮었다.

그 거대한 힘 때문에 10리나 떨어진 무인들은 조금 더 산 위로 올라가 관전을 이어야했다.

“저것이 정녕 무공의 힘이란 말인가!”

“암왕은 사술을 쓴다는데 그것이 접목된 것일 수 있소.”

“그렇군. 신빙성 있는 말이오.”

“흥!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

사파 측 진영에서 수군거리는 말이 나올 때 한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모두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분명 이방인 따위가 익힐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저 이방인은 익히고 있지. 감히 이방인이 우리 중원을 넘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지금 비무 중 난입을 하겠단 말이오?”

“큭, 비무는 이미 끝났다. 보아라. 저 삼라만상에 흩어지는 은하수를!”

남자의 말대로 은하수는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한 점만 맞아도 육신에 치명상을 입히는 입자화 된 강기들이 그 형형한 색을 잃었다.

아직 승현이 공격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저 모양이면 겨우 한 합 정도 막아내는 게 고작일 것이다.

“무성이 저 암왕이란 이방인을 포섭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몸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지.”

장포를 걸치고 있던 남자가 장포를 벗어던졌다.

그러자 붉은색 도복에 황금색 실로 ‘霸王’이라 적힌 무복이 드러났다.

“아! 당신은 설마···!”

“패왕궁!”

사파의 모든 이들이 놀란 것도 당연하다.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 천외천의 정확한 숫자를 모르는 이들은 없으니까.

남자는 가슴을 쿵쿵 두들기며 사자후를 터트렸다.

“나! 패고천성 고일! 암왕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바이다!!”

강력한 사자후 때문에 인근 산에 약해진 지반들이 우르르 무너졌다.

막 무성과의 비무를 끝내려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에 승현은 들었던 타르샤를 천천히 내렸다.

“아무래도 우리의 비무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하아, 패도천성이라. 골치 아픈 상대군요. 놈의 팔 하나라도 가져가신다면 저와의 약속은 지킨 걸로 여기겠습니다.”

“충분히 남는 장사네요.”

승현은 사방으로 조택현은 압박하던 마력을 거뒀다.

마치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올린 듯 무거웠던 조택현은 그제야 지친 얼굴로 슬쩍 정파 진영으로 이동했다.

조택현이 빠지기 무섭게 패도천성이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젊은이. 너무 힘을 빼진 말게나.”

“노인장이야말로 수작을 부리지 마시오. 저건 내 상대니까.”

감히 비공식 천외천 인물인 패도천성을 젊은이라 칭할 자가 어디 있겠느냐만 나이를 측정할 수 없을 만치 늙은 노인은 서슴없이 말했다.

“그보다 내가 돕지 않으면 네놈이 저거에 잡아먹힐 수 있다. 그럼 우리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안 돼.”

“걱정하지 마쇼. 나 패도천성이요. 2성보다 높다 하여 하늘의 별이라고 불렸소.”

자신만만한 패도천성의 모습에 노인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말을 마친 패도천성은 바로 기세를 확장하며 승현이 장악한 공간에 끼어들었다.

그 모습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봤는데 그의 아수라신공에 의해 거대한 아수라의 형상이 생겨나 승현의 우주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승현은 그 감각을 바로 잡아내 역시 대처할 방도를 빠르게 구상했다.

어느덧 심원의 우주까지 다가온 패도천성은 승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갑다. 나는 패도천성이란 별호를 가진 고일이다.”

슈와아아악!

갈라지면서 아수라의 영역이 되었던 공간이 빠르게 승현의 우주가 침투했다.

그에 고일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는데 그에 반명 승현은 웃음을 지었다.

“반갑습니다. 최승현입니다.”

약간의 시간은 점차 초월적인 육체와 영혼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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