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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02화 (102/111)

102화

빙화설문을 박살낸 결과는 중원 게이트에 크게 회자되었다.

특히 빙제와 염제의 공인으로 하여금 암왕 최승현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처음 복장을 정해두어서 그런지 느긋하게 중경으로 향하는 승현을 알아보는 이들이 수두룩했는데 가끔은 치기어린 젊은 무인들이 비무를 청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세를 피우는 걸로 제압해버리는 승현은 무림맹이 있는 강남성에 도착한다.

생사경을 바라본다는 무림에서 손에 꼽는 고수인 무성이 있는 무림맹 건물은 거대한 궁궐을 보는 듯 그 크기가 실로 대단했다.

“도착했군.”

붉은색 글씨가 적힌 검은 무복을 입은 승현은 거의 하이패스로 성의 검문을 통과했다.

무림맹 본부가 있는 곳인 만큼 일반인보다 무인의 숫자가 더 많을 정도로 하남성엔 많은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당연히 승현이 입성한 사실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하남성 전체에 퍼졌다.

승현이 천천히 하루 정도를 쉴 여관을 찾고 있을 때 ‘武’자가 가슴에 박힌 무복을 입은 몇 명의 무인들이 승현을 찾았다.

“반갑습니다. 암왕. 당신을 무림맹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맹주님의 전언이 있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그럼 함께 무림맹으로 갑시다.”

“예!”

맹주인 무성이 자신을 신경쓴 건지 초대의 말을 전하는 이들 모두 초절정의 고수들이었고 대표로 말을 꺼낸 여인은 무려 초경에 이르는 고수였다.

그런 고수가 손님을 초대하는 전령으로 왔다는 건 그만큼 맹주인 무성, 조택현이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다.

또한 저 여인도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게 아닐 거다.

그러지 않고선 아무리 맹주의 지시라곤 해도 직접 파발꾼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

“암왕 당신은 신기한 술법을 써서 암왕이라 칭한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사술이라고 하긴 하는데 제 힘으로 얻어낸 비술입니다.”

“그렇군요. 그럼에도 오직 무로서 5제 중 두 사람의 합격술을 격파했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승현은 정말로 그리 생각했다.

녹림왕을 만나고 또 낭인왕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성장은 불가능했다.

마치 둑이 터진 듯 수많은 정보를 룬으로 처리하여 체득하지 않았다면?

승현은 결코 5제 중 한 명과 싸워서 이길 수 없었을 거다.

실제로 녹림왕과의 싸움 땐 초경의 끝자락 정도였으니 그때의 경험으로 오의를 어렴풋이 깨닫고 화경의 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명성은 존재하지 않을 거다.

‘빙제랑 염제와 싸울 땐 솔직히 기교보단 힘으로 찍어 누른 게 맞지.’

두 사람의 합격술은 분명 대단했지만 승현의 힘이 그를 압도하여 무공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기세로 찍어눌러버린 게 컸다.

제대로 된 합격술이 이어지지 못하고 더 빠르고 더 강한 힘으로 공격하니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던 거다.

그렇지만 생사경을 바라본다는 무성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거다.

애당초 빙제와 염제는 5제 중에서 최약체에 속한다.

아직 현경의 진정한 경지를 밟지 못하였으니 승현은 진정한 현경의 고수와는 싸워본 적이 없는 거다.

‘물론 그래도 합격술을 찍어 누른 걸 감안하면 5제 중에선 내 적수가 없어.’

5제에서 적수가 없으면 2성으로 2성도 적수가 안 되면 천외천의 인물들과 싸우면 되는 일이었다.

무림맹 안에 들어온 승현은 호화스러운 객실은 안내받고 하루를 푹 쉬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승현은 룬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적들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였다.

룬은 기억 속의 모든 것들과 싸울 수 있게 해주어서 차후에 등장하는 레이드 몬스터 같은 괴물과도 싸울 수 있게 해주었다.

결과는 압살이었지만 더욱 단단하고 강력하게 만들며 싸움을 이어갔다.

‘아직 멀쩡한 드래곤은 무리인가.’

미이지 트레이닝으로 수천 개의 대마법을 펼치는 드래곤의 위용에 힘겹게 저항하다 끝이 난 승현은 작게 탄식했다.

과연 종의 끝이며 마법의 창조자다운 위용이었다.

일단 언령을 사용하는 것부터가 반신의 경지에 들었다는 소리다.

반쪽이라도 신이 된 이들을 아직 현경도 되지 않은 승현이 이기진 못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1,000레벨을 넘어간 게일과 그의 친위대 그리고 기억 속 대마법사 아이실과 검제 링첸 등과도 싸웠지만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다.

헌터에게 1,000레벨이란 그것 나름대로 반신의 경지에 들게 만드니까.

비록 시스템에 의한 강제 상승이라도 자신들이 가진 힘의 참된 뜻을 깨닫는 단계이다.

그렇게 승현은 다양한 적을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나 언제든 누구와 목숨을 건 전투를 경험했다.

그렇게 되자 조금씩 현경으로 가는 길이 엿보였다.

이대로 무성과의 비무를 펼쳐 얻는 게 있다면 현경의 경지에 발을 올릴 거다.

“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

밥을 먹던 승현은 뜬금없이 혼잣말을 뱉었다.

암왕의 힘만 있어도 이미 최강의 존재에 근접했거늘 무공을 익히고 알타의 힘까지 취했으며 룬이란 희대의 병기를 얻어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이를 운이 좋다고 표현하지 않으면 뭐라 표현할까.

물론 승현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그 행운을 거머쥔 것도 맞다.

식사를 마치고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있자 무인 한 명이 문 앞에 다가왔다.

“암왕님. 맹주님께서 찾으십니다.”

“그렇습니까. 바로 준비하죠.”

드디어 무성이라 불리는 고수와 대면하게 되자 승현은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이 세수를 하고 가글을 한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무인의 안내로 무림맹 본부 중심에 있는 맹주전에 들어온 승현은 곧 무성 조택현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반갑소이다. 암왕. 그대가 나와의 비무를 학수고대한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소.”

“맞습니다. 저는 무성이란 무인과의 비무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맹주란 직책이 모든 걸 가로막는구려.”

“······?”

무성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택현이 승현은 모드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실은 사파의 패왕궁에서 천외천의 무인이 나왔다지 뭔가? 이미 변두리는 사파의 것인데 중원 중심에 사파의 거두가 탄생했으니 맹주로서 체신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

“흐음, 하지만 정파에도 신승이나 천외선인 그리고 균형을 수호하는 천기자가 있지 않습니까? 세 명이나 되는 천외천 무인이 정파의 편인데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천마신교라는 외세 종교의 교주가 중원에 입성했는데 혈교와 손을 잡은 것 같소. 천기자는 원체 중립을 지키니 벌써 정사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소.”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가 정파의 편에 서겠습니다. 또 천하제일대회에 참가해 황실의 대장군을 끌어들이겠습니다.”

“허허, 그리 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군요.”

“···그럼 우리의 비무는 성사된 겁니까?”

“그렇소이다. 암왕이 한 말을 지킨다고 나는 확신에 가깝게 믿으니까.”

확실히 맹주란 직책에 있어서인지 상당히 뛰어난 수완을 지녔다.

자신과의 비무를 두고 자신을 무림맹의 편으로 끌어들였으니 말이다.

“우리의 비무는 많은 이들이 견식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소. 그때까진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지 않겠소?”

“그러죠.”

승현은 흔쾌히 수락했다.

아직 천하제일대회까진 시간이 넉넉하다.

충분히 신승을 만나고도 중경으로 가는 건 문제가 안 된다.

아무리 중원 게이트가 넓어도 초음속으로 내달리는 승현에겐 하루도 안 되어 끝과 끝을 오갈 수 있으니까.

아마 천외천의 고수들이나 현경쯤 되는 이들 모두 같을 거다.

그들이 낼 수 있는 속력은 감히 소리가 따라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승현은 다시 이주 가량을 무림맹에서 기다려야 했다.

상당히 긴 시간이었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참선을 통해 조금 더 무극신공의 오의를 엿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단 말이 오고 승현은 하남성에서 조금 떨어진 산골짜기로 이동했다.

“10리 밖에 참관인들이 있으니 마음껏 날뛰어도 괜찮소.”

“왼편엔 사파의 고수고 오른편엔 정파의 고수들인가 보군요.”

“그렇소. 우리의 대결을 둘이서만 나누긴 아깝지 않겠소? 사파의 고수들이야 멋대로 찾아온 거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겠지.”

“그럼 시작합시다.”

승현은 근질근질한 몸을 풀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의 기세가 점차 사방을 잡아먹으며 여전히 흐릿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성 조택현을 압박하기엔 차고도 넘칠 정도였다.

“흠, 나의 무리보다 높은 무언가를 관통하는 무공이라니. 허허, 이거 내 식견이 이리도 짧았던 건가.”

조택현은 허리춤에 있는 검을 천천히 뽑았다.

그러자 그의 기세가 폭사하며 거대하고 장엄한 은하수를 만들어냈다.

“은하수검법. 내가 창안한 최강의 무공이네. 어디 한 번 놀아보자꾸나!”

은하수를 형상화한 조택현의 무공인 그 유명한 북명신공을 바탕으로 둔 검법이 지금 펼쳐졌다.

승현의 무극신공 또한 무지막지한 마력을 집어삼키며 10리 밖에 있는 이들에게조차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으음, 정말 대단하구나. 대체 어떤 무공이기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초경의 고수들이라 내상을 입진 않았으나 충분히 압박을 받았다.

종종 제자를 데리고 온 이들은 아직 미숙한 제자를 위해 기막을 펼치기도 했다.

조택현의 은하수검법과 승현의 무극신공이 부딪치며 그 접점에 있는 모든 걸 압착하고 으스러트렸다.

바위조차 너무 큰 압력을 견디지 못해 쩍쩍 금이 가다가 이내 부서졌다.

멀쩡한 건 작은 돌멩이와 모래알갱이 뿐이었다.

땅조차 강한 압력에 갈라지고 파이면서 수변 수백 미터가 한 뼘 이상 가라앉았다.

“대단하이. 내 생각이 무척이나 짧은 것에 사과를 하네. 전심전력으로 가겠네.”

승현의 막대한 마력을 본 조택현은 허공에 천천히 검을 긋기 시작했다.

승현은 그것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파훼하긴 늦었단 생각에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올라가자 승현이 서 있던 자리의 공간이 예리하게 잘리며 공간이 비명을 질렀다.

슈화아악!!

“······!”

“감도 뛰어나군. 내 비기라네. 사파 놈들에게 보여주는 게 꺼림칙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정말로 전력을 다할 생각인지 무성 조택현에겐 살의까지 엿보였다.

죽일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탓이다.

‘방금 그 비기. 분명 법칙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승현은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야 했다.

현경의 고수라고 해도 법칙을 깨부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으니까.

빌록 상시적으로 법칙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이미 세상의 진리이자 정해진 순리를 어길 수 있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낙하하던 승현은 마력을 방출해 그대로 조택현에게 날아갔다.

총알처럼 날아가 승현은 그대로 타르샤를 소환해 힘차게 내리찍었다.

“은하수는 도도히 흐를 뿐!”

주문을 외우는 듯 무성의 외치며 승현의 타르샤를 검으로 쳐냈다.

그러자 조택현의 검에 진짜 은하수가 감겨진 것처럼 반짝이는 빛무리가 수 미터씩 둘러지며 부딪쳤다.

쿠구구구구!!!

채찍처럼 휘둘러진 조택현의 독특한 강기와 부딪친 승현은 잠시지만 몸이 절단되는 서늘한 착각을 느꼈다.

승현의 몸을 관통한 마력의 파장 때문이었는데 승현에겐 그저 서늘한 감을 주었다면 지근거리의 땅거죽은 그 파장만으로 뒤집어졌다.

그렇다고 승현의 공격이 모두 무로 돌아간 건 아니다.

조택현이 디디고 선 땅이 완전히 갈라지며 그가 디딘 땅이 더욱 깊이 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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