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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93화 (93/111)

93화

쏘아진 장풍은 결코 박춘배가 승현에게 쏜 평이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무공을 익혔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롱의 주특기인 장풍은 그의 끈끈하고 짙은 마력처럼 바람이 아니라 돌덩이를 날리는 듯 묵직하다.

쉽게 생각하고 받아낸다면 지금처럼.

쾅, 쾅, 쾅!

“흠······!”

가장 앞서있던 대검 남자는 연이어 터지는 롱의 장풍을 검으로 막으며 침음했다.

앞으로 달리던 몸도 땅에 고정한 채 장풍을 막았는데 장풍 안에 깃든 무거운 힘 때문에 단단히 서서 막고 있음에도 조금씩 뒤로 밀렸다.

그런 롱을 향해 권총 여자가 견제 사격을 쏘아댔지만 롱은 장풍 대신 지풍이나 특유의 손동작을 하며 장품을 날려 총알을 모두 튕겨냈다.

롱이 수많은 권능을 가진 이들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지금처럼 위력적인 원거리 공격을 기관총처럼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초만에 수백여 개의 장풍을 쏘아대는데 어지간한 몬스터는 뼈도 못 추렸다.

두 명의 원이 롱에게 집중되자 남은 두 명이 승현을 견제했다.

커다란 톱을 든 남자와 채찍을 든 남자는 절묘한 콤비를 보여 승현을 공격했다.

콰아앙!!

“칫, 마력을 먹는 검인가.”

승현의 불꽃이 둘러진 타르샤와 부딪친 톱은 타르샤에 깃든 알타의 힘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거대한 톱을 들었지만 남자의 행동은 기민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속도로 승현을 따라올 순 없었지만 원거리에서 자유로이 채찍을 다루는 다른 원 때문에 쉽게 결착이 나지 않았다.

승현은 힐끔 무방비하게 주문을 외우고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남은 네 사람은 모두 그 여인을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상치 않은 마력의 파동에 롱도 마법사 여인에게 장풍을 쏟아냈지만 대검 사내가 대놓고 앞을 막아서며 마법사 여인을 지켜냈다.

캉, 캉, 캉, 카가캉!!

허공에 얽히는 톱과 타르샤 사이에서 부서지는 마력의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총알보다 빠르게 튕겨지는 마력 파편은 주변의 숲과 땅을 모두 파헤쳤다.

롱의 엄청난 장풍세례에도 마법사 여인은 보호를 받으며 주문을 외웠다.

승현은 심력을 소모하여 일전에 엠페러 길드 전멸시킨 그림자 검들을 쭉쭉 소환해 마법사 여인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그렇겐 안 되지!”

채찍을 휘두르며 견제를 가하던 남자가 음속이 넘어가는 속도로 채찍을 휘둘렀다.

파공음이 연이어 퍼지며 그림자로 된 검들이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톱을 든 남자는 승현이 다른 공격에 신경 쓸 수 없게 끊임없이 괴롭혔다.

마력이나 그림자를 조종해 마법사 여인을 노리려고 하면 어김없이 톱의 능력인 마력 먹어치우는 능력을 사용해 흐름을 방해했다.

만약 롱이 없었다면 제아무리 승현이라 할지라도 상당히 고전했을 것이다.

끈질기게 마법사 여인에게 견제를 걸었지만 약간의 손해를 보면서도 원들은 그녀를 지켰다.

그럴수록 롱과 승현은 마법사 여인을 공격했다.

단일 공격으론 견제가 전혀 되지 않자 승현은 알타의 힘을 외부로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화르르, 화륵!

밖으로 빠져나온 알타의 뜨거운 마력은 대기를 불태우며 전조를 알렸다.

“이것도 어디 막아봐라!”

승현은 그대로 무방비하게 서 있는 마법사 여인에게로 고에너지 마력 광선을 쏘았다.

그 속도는 당연히 빛의 속도에 수렴했기에 행로에 있는 톱을 든 사내만이 막을 수 있었다.

“······!”

톱을 든 사내는 승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비를 했는데 바로 쏘아지는 광선을 톱 같은 검이 가진 능력으로 상쇄하고자 노력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알타의 힘은 불이란 열에너지의 집합체.

남자의 톱이 게걸스럽게 마력을 흡수하다가도 돌연 빨갛게 달아올랐다.

첫 포격을 가까스로 막아낸 톱을 든 남자였지만 톱은 이글거리며 한계인 듯 열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토해내어라!”

“칫!”

콰아아!!

승현은 톱의 남자가 외치는 구호에 바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직감하고 그대로 맞받아치기 위해 다시 헌 번 알타의 힘을 최대로 하여 폭사시켰다.

순간 톱이 녹아내리면서 거대한 마력 광선이 쏘아졌다.

그 광선은 일전에 부산에서 보았던 마력을 무한히 저장하던 원의 광선과 맞먹었다.

그리고 승현이 알타의 힘을 폭사시켰을 때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타타탓.

주문을 외운 여인이 범인에겐 빠르지만 초인들에게 한 없이 느린 속도로 승현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롱을 저지하던 둘과 원거리에서 견제를 하던 채찍의 사내도 가담해 그녀를 호위했다.

승현은 마법사 여인이 무척 중요한 무언가를 할 것이란 걸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일단 물러나는 편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면 피하는 게 현명했다.

전이라면 무작정 자신의 강함을 두고 물러나지 않았겠지만 중원 게이트에서의 깨달음이 승현을 다시 신중한 사람으로 되돌려주었다.

승현은 파워 대결을 하던 걸 하늘로 틀어버렸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올라가는 마력 광선과 알타의 힘을 살핀 승현은 그대로 물러나려고 할 때였다.

“속박하여라, 죽음의 사슬이여.”

채찍을 든 사내의 주문이 이어지고 무려, 모든 어둠을 지배하는 암왕의 승현의 그림자에서 검은 광택의 사슬이 튀어나와 승현을 속박했다.

물론 암왕에게 그림자로 도니 사슬은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오직 어둠으로만 이루어진 물건이 아닌 듯 벗어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리 길지 않은 거리를 모두 완주한 마법사 여인이 그대로 승현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쿵―!

“······쿨럭!”

“성공이로군. 이로서 귀찮음을 덜 수 있는 건가.”

“아니. 놈이 모은 이들의 무력도 상당해. 당장 저자만 하더라도 요원급 이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저자를 죽이도록 하지.”

“내 검은 한계야. 새로운 무구를 받아야겠어.”

“나 또한 속박을 쓰느라 힘을 못 쓴다.”

“쯧, 그럼 어쩔 수 없지 물러난다.”

대검을 든 남자는 피를 토해내며 자신들을 노려보는 승현에게 비릿한 미소를 선사하곤 빠르게 공간을 이동했다.

그들은 승현에게 손바닥을 터치한 마법사 여인을 두고 이동했는데.

당연하다는 듯 마법사 여인은 가만히 최후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도 장풍으로 공격을 하던 롱은 빠르게 승현에게 다가왔다.

“괜찮소?!”

“크, 쿨럭―.시, 심장이 계속, 괴사하는군.”

승현은 조금 힘겹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알타의 힘으로 끝없이 재생하는 반신의 육체임에도 심장이 재생하는 속도보다 아주 미세하게 파괴되는 속도가 빨랐다.

이대로면 심장이 완전히 괴사해 죽는 건 시간 문제였다.

승현은 하는 수 없이 알타의 힘을 모두 심장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빠르게 심장이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낙인처럼 심장의 괴사가 일어났다.

“소용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특별한 법칙을 만들어 적용시켰으니까요.”

싱그럽던 여인의 모습은 어디가고 이젠 중년 여성 정도로 늙은 마법사 여인이 말했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말했을 텐데요. 오직 당신만을 위한 법칙을 창조해 당신에게 적용했습니다. 심장은 파괴되고 육신 또한 파괴되며 나약해질 겁니다. 그리고 당신의 주요 힘 또한 방해를 받겠죠.”

승현은 그 말에 곧장 땅에 박힌 탐식을 그림자에 넣어봤다.

확실히 심각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상한 이질감이 껴 방해를 했다.

그녀에게만 빠르게 시간이 적용된 듯이 이젠 노인이 된 여인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당신은 우리 계획에 방해됩니다. 우리의 낙원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멍청하긴. 모든 것이 재시작 될 뿐이다.”

“리더는 그 또한 예측하였고 이제 곧 우린 격리된 세계를 얻을 것입니다. 그건 당신의 방해가 아니면 벌써 이루어졌겠죠.”

“설마, 모든 것과 격리된 새로운 공간을 만들려는 건가?”

“이미 일부는 만들어졌고 몇몇 창조자들의 힘을 빌려 완성률이 절반을 넘겼습니다. 우린 창조주의 법칙을 무시하고 우리의 세계를 만들며 우리가 그 세계를 지배할 겁니다. 그럼.”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던 여인은 마지막 말을 마치고 풀썩 쓰러졌다.

승현에게 족쇄를 채운 이상 더는 방해할 자가 없었다.

그나마 방해할 수 있는 이들은 승현이 모은 두 명의 초월자 정도.

하지만 그들로는 원 모두를 막을 수 없었고 정상에 있는 헌터의 대부분은 원과 손을 잡은 상태이다.

이제 승현의 힘이 약해졌으니 원의 활동도 원활히 진행되리라.

승현은 이제 미라가 되어버린 여인의 시신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서히 승현의 강인한 세포들도 하나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승현은 그걸 막기 위해 룬을 치료 및 유지 기능으로 모두 돌렸다.

‘조만간 관리자를 만나야겠군.’

어지간하면 아이템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런 상황이면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룬을 만든 관리자라면 분명 신일 테니 방도가 있을 거다.

그보다 설마하니 창조자도 아니면서 법칙을 만들어서 적용시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법칙은 세상의 이치이고 진리이고 사실이며 근본이다.

그러한 것을 인위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걸지 누구나 알 수 있을 거다.

그런 걸 비록 한 명에 한하더라도 만들어내 적용시킨 건 엄청난 일이다.

안색을 회복한 승현은 심장 때문에 여전히 알타의 힘을 깨운 상태로 롱레게 말했다.

“롱 씨. 이제 결정을 말해주시죠. 방금 그들은 원에서도 그리 강한 이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자들이 백 명이나 있고 그들은 세상을 파괴하려고 하죠.”

“충분히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었는데 안 따를 수 없지요. 좋습니다. 함께하죠.”

“분명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승현은 롱이 결정하자 롱에게서 이민자 명단을 듣곤 조커에게 부탁했다.

전승인 중 둘을 포섭하고 한 명과 협상을 벌이게 된 승현은 한국에 열린 게이트 중 아무 곳이나 들어가 바로 룬에 있는 관리자 호출을 사용했다.

펑.

“짜잔, 반갑습니다! 관리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제게 걸린 법칙을 삭제하거나 무시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으흠? 아! 저런. 지독한 저주에 걸리셨군요.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한 일이지만 저는 사용자의 불편을 최대한 해결해주는 착한 관리자랍니다!”

승현은 말하는 토끼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정장을 입은 토끼는 무척이나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솔직히 조금 듣기 거북한 말투였다.

“으흠, 으흠. 로그를 살핀 결과 지금의 해결책은 생사경에 도달하는 것, 불가해 아이템인 진화의 결정이 대표적인 방법이네요.”

“그건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룬이 보고 듣고 느끼는 건 모두 로그에 적혀 있어요. 착용을 하실 때부터 사용자님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려면 그 정도 정보 제공 동의는 암묵적으로 이뤄진 거죠.”

“······하아, 아주 대단하군요.”

절로 나오는 한숨을 뱉은 승현이었다.

“그밖에 빠른 방법은 없습니까?”

“몇 가지 있는데 확실하진 않아요. 조커와 알드리안 페더 드릭시오의 도움을 받아 법칙을 코드화하고 해킹을 하여 법칙을 어기는 거죠. 그런데 그건 조금 희박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려 추천 드리지 않아요.”

“투자한 마력으로 상쇄는 불가능합니까?”

“어휴, 법칙을 삭제하는 건 이쪽도 힘들어요. 보니까 창조자가 직접 관여한 것 같은데 신이 된지 이제 1만년 정도 된 제가 손쓰긴 좀 어렵죠.”

“그럼 지금의 당신을 딱 한 대만 때려도 되겠습니까?”

“아하하, 안 됩니다. 다른 방법들도 확률은 1%미만이니까 추천 항목에서 결정하시죠?”

승현은 두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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