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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84화 (84/111)

84화

모든 아이템이 합성기 안에 들어갔다.

꾸준히 무극신공으로 끌어들인 마력도 모자라 내공화 된 알타의 힘까지 일정 부분 잡아먹은 합성기는 그 모든 걸 집어삼켰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긴장된 얼굴로 열린 뚜껑을 덮자 갑자기 카운트가 떠올랐다.

[71시간 59분 59초]

“후우, 삼일이나 기다려야 하는 건가.”

혹시나 하고 합성기를 그림자 안에 넣자 카운트가 멈췄다.

때문에 승현은 특실 대금을 더 치르고 하루 종일 합성기 옆을 지켜야 했다.

선인의 호리병에서 무한히 나오는 화주를 홀짝이면서도 승현은 세심히 주위를 살폈다.

지나가는 행인, 자신을 감시하는 개방의 방원, 손님을 위해 발끝을 세워 조심히 걸어 다니는 하인까지.

한숨도 자지 않고 삼일을 보낸 승현은 카운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00시간 00분 13초]

“드디어인가. 과연 뭐가 나오려나.”

마치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잘 포장된 커다란 선물상자를 받은 기분이다.

당장에라도 포장지를 뜯고 자신이 원하던 장난감이나 게임기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기분 좋은 흥분과 기대감.

승현은 그 두근거리는 기대감에 손을 접었다 펴며 10초란 시간을 입으로 셌다.

“······넷, 셋, 둘, 하나. 뭐가 나왔냐.”

모든 카운트가 사라지고 겉에서 은은한 빛이 나던 합성기가 빛을 잃었다.

위로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자 오븐이 열리는 것처럼 뜨끈한 열기가 빠져나오며 흰 연기가 풀풀 풍겼다.

그리고 안에 든 건······.

“타투? 부착식인가. 일단 무기나 먹는 건 아니군.”

승현은 손바닥 크기의 투명한 판에 있는 타투를 지그시 바라봤다.

자신이 바란 건 무구 종류는 아니었다.

마의 불꽃은 무기라기 보단 무구나 몸에 두를 수 있는 무형의 무기가 됐으니 넘어가도,

자신과 비례해 강해지는 암검 타르샤가 있고 룬도 있으며 탐식도 있다.

소모성 아이템도 승현에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소모 아이템이 하나 있다.

무려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인 진화의 결정이 그것이다.

이제 막 알타의 힘을 조절할 수 있고 그림자를 의지로 조종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주력인 무극신공은 기술의 도움이 아니면 그 심오함을 깨달을 수 없다.

만약 그것을 먹는 날이 온다면 세 힘을 고루 통제할 수 있을 때일 거다.

그 전에 자신의 몸에 사용하는 소모 아이템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도 있지만 가까스로 맞춘 화합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승현의 의지가 반영된 게 바로 이 타투인가 보다.

“뜻밖이긴 하지만 우선 능력부터 확인해보자.”

승현은 타투를 들고 감정을 시도했다.

[아이템]

반신의 성표

-등급: 불가해

-반신에게 주어지는 성표이다. 신에 도달하는 자들 중에서 극히 드문 경우로 생기며 시련을 겪던 중이라 할지라도 신성을 얻는다

-모든 해악한 것에 저항하며 신체 및 영혼을 반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아이템이 진화합니다.

-법칙의 비호를 받으며 마력을 사용해 법칙을 비틀거나 어길 수 있다

-필중의 법칙, 불사의 법칙, 가속의 법칙, 시간의 법칙, 공간의 법칙, 행운의 법칙.

타투의 성능을 살핀 승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엄청난 물건이긴 한데 실감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무려 불가해 등급이지만 기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설명이 이해가 안 되었다.

“시련 중 신성이라. 신성은 권능과 비슷한 거라고 알고 있긴 한데. 나는 이미 그림자 권능을 얻었으니 다른 신성을 얻는 건 불가능할 텐데?”

신성이란 그 하나의 법칙을 완전히 발아래 둔 것을 말한다.

태양의 신이라 치면 모든 차원에 태양이라 명명된 별에 대한 통제권을 쥔 것이다.

신성이란 이름이 가진 힘은 그만큼 높고 대단한 것인데 종종 신화를 보면 다양한 신성을 가진 신이 등장하긴 한다.

그러나 그들조차 하나의 큰 틀에서 하위 권능을 나열한 것뿐이다.

그러니까 승현이 만약 신성을 얻는다고 하면 그림자 하위를 얻거나······.

“상위 개념을 얻는다는 소리겠네? 그림자의 상위 개념이라면.”

퍼뜩 생각이 정리된 승현은 바로 오른쪽 손등에 조심히 타투를 붙였다.

투명한 판을 잘 맞춰 손등에 가져다 대자 바로 타투가 피부로 옮겨갔다.

그와 동시에 승현은 억눌렸던 그림자의 힘이 다시 돌아오는 걸 느꼈다.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지만 분명 그림자의 힘이 어느 정도 돌아왔음을 체감했다.

그리고 좀 더 또렷하게 그림자, 정확히는 어둠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확실해. 내가 얻을 신성은 그림자를 포함한 어둠이야.”

승현은 전율스러운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존재한다.

어둠은 빛이 없을 때 존재한다.

빛이 없으면 그곳은 어둠이 자리를 채운다.

그런 어둠에는 그림자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공간을 어둠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얻은 성표로 인해 승현은 신성을 얻어 기존의 그림자란 권능이 신성을 얻게 되었다.

그 결과, 승현은 이제 그림자를 넘어서서 어둠이란 더 상위 범주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차차 얻어낸 신성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아직 힘이 마약한 건 아마 성표의 설명 두 번째로 설명이 된다.

지금 자신의 영혼과 육체는 반신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성표를 얻었다고 해서 바로 반신의 몸이 된 게 아니었고 성표는 그걸 돕고 가속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아마도 권능이 없는 다른 이들이 부착했다면 권능을 얻는 것부터 시작했을 거다.

거기에 더해 총 여섯 개의 법칙을 비틀거나 어길 수 있는 반영구 프리패스 티켓 같은 걸 얻었다.

따로 법칙을 정리해둔 걸 보면 다른 법칙도 깨닫는다면 충분히 비틀거나 어길 수 있다는 말이 되니 이 반신의 성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부착하고 나서야 실감이 왔다.

“확실히 전설적인 아이템과 각종 아이템을 갈아 넣으니 엄청난 게 튀어나왔군.”

손등에 있는 붉은색 성표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은 승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더 이상 백채현에 볼 일은 없다.

“천외천의 무인들과 만나고 설득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겠어.”

2성 5제 7왕 12군이라 불리는 절대고수들도 충분히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긴 하지만 자신을 대신할 무력을 담당할 인물이니 이왕이면 천외천의 무인을 섭외할 생각이다.

천기자와 같은 생사경 이상의 무인들을 말이다.

임무는 정말 부수적인 거다.

아니, 임무를 깰 수 있을 지나 의문이다.

천하제일인에 거론되는 건 다 그 천외천에 속해 있으니까.

그래도 다른 열아홉 개의 게이트가 있으니 섭외에 실패해도 언제든 다시 중원에 올 수 있다.

작동을 완전히 멈춘 아이템 합성기를 그림자 안에 수납한 승현은 밖으로 나왔다.

“소면과 만두 하나.”

“오늘은 싱싱한 소고기가 들어왔는데 어떠십니까, 대협?”

“음, 만두 대신 그럼 소고기 요리로 하나.”

“예이! 주문 받았습니다.”

점소이의 익살스러운 말에 작게 웃은 승현은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점심시간 때라 그런지 객잔 아래 식당은 무척이나 붐볐다.

원랜 객실에서 음식을 받아먹었겠지만 막 방을 빼서 승현도 막 자리가 난 식탁에 앉아 주문을 받은 거였다.

점소이에게 술잔을 받아 선인의 호리병에 든 화주를 따랐다.

호리병의 뚜껑이 열리자 향긋한 꽃내음이 풍겼다.

그 진한 향기는 금세 왁자지껄한 객잔 안을 채우기 충분했다.

근처 식탁에 앉은 이들부터 좀 멀리 떨어진 입구 쪽 손님까지 승현을 힐끔 쳐다봤다.

어중간하게 긴 장발을 단정히 묶고 값비싸 보이는 청색 무복을 입은 약간은 달리 생긴 단정한 청년은 비록 무복을 입고 있고 옷이 비싸다 해도 말 정돈 걸어볼 법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단정한 얼굴에 약간이지만 웃는 상이라 그런 걸 수도 있다.

“소협. 그 술은 어떤 술이오?”

“이름 없는 화주일 뿐이다.”

“그렇소? 혹여 내게 한 잔 정도 따라줄 수 있소?”

“못할 건 없지.”

승현은 가장 먼저 용기를 낸 중년인에게 잔을 가져오라 손짓했다.

그러자 함박웃음을 지은 중년인이 사발그릇 같이 큰 그릇을 들고 왔다.

안에는 탁주가 출렁이고 있었는데 중년인은 탁주를 쭉 들이키곤 잔을 내밀었다.

승현은 그대로 그릇 가득 화주를 채워주었다.

“어이쿠! 이거 이리 많이 따라주어도 되오?”

“나 먹을 정돈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하하! 이거 인상이 좋다 싶었는데 소협이 아닌 대협이였구려. 술은 잘 마시겠소!”

조심히 술잔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가는 중년인이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손님도 자기 잔을 바라봤지만 그리 크지 않은 호리병엔 술이 얼마 없을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차마 말을 걸지 못했다.

그래도 한 입만 맛을 보고 싶어 하는 애주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애주가가 무림인이라면 족히 힘이나 명성으로 한 잔 정도는 억지로 주인장의 술잔을 받을 수 있을 거다.

더욱이 호고성으로 가는 길목 중 가장 성세가 큰 마을인 백채현에 가장 큰 객잔이라면 현에서 나름 끗발 있는 무인이 식사를 하는 것도 이상할 건 전혀 없다.

“하하, 소협. 보아하니 권법을 익힌 무인 같은데 무림은 초행인가 보오.”

“아아, 초행은 아니다.”

굉장한 선물을 받은 승현은 무례하게 허락 없이 합석을 하며 은연중 깔보는 대도를 짊어진 사내를 가볍게 용서해주었다.

또 막 도수가 높은 화주에 맞추어 매콤한 소고기 요리와 소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무인의 얼굴은 빨간 고기 요리보다 더 빨개졌다.

“강호의 선배를 뵈면 인사를 하는 게 예의다. 어디 저잣거리에서 푼돈 좀 쥐어주고 육합권이나 배운 것 같은데 주제를 알아야 할 거야.”

“으음, 점소이. 주방장에게 고기 요리가 아주 잘 익었다고 전해주게.”

“예? 아, 예예. 꼭 그리 전하겠습니다.”

“큭, 이 어린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내는 그대로 등에 멘 대도를 꺼내 승현을 반으로 쪼갤 듯 내리쳤다.

그쯤 되자 승현은 슬슬 사내에게 짜증이 났다.

머리를 쪼갤 기세로 내려오는 대도를 손가락으로 잡은 승현은 대도를 잡고 있는 손을 천천히 내려 대도가 땅 아래에 향하도록 했다.

그때까지 거력을 담은 자신의 대도가 허무하게 잡혀 땅에 내려가는 걸 안간힘을 쓰며 막으려던 사내는 상대가 굉장한 고수임을 깨달았다.

“사람을 죽이는 취미는 없지만 시비를 걸거나 살기를 품는 자를 죽이지 않는 것도 아니야. 너는 정중함이란 걸 배워야 할 것 같군.”

“······결례를 저질렀소이다. 대협.”

“됐으니 여기서 꺼져. 밥 먹는데 얼쩡거리지 말고.”

“실례가 많았소. 그럼.”

승현이 사과를 받아주자 사내는 황급히 포권을 하곤 객잔을 떠났다.

싸늘한 침묵이 감돌던 객잔은 사내가 나가자 곧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들 잘 안 들리게 한다고 했지만 승현이 손가락으로 대도를 잡을 걸 두고 말을 주고받았다. 특히 대도를 든 사내는 백채현의 유명 사파 고수였으니 이야깃거리로 이보다 좋은 게 없었다.

“봤어? 그냥 무심하게 보지도 않고 그 대도를 손가락으로 딱!”

“그 백정도 호강일의 도를 손가락으로 잡아서 바닥에 내리게 하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

그렇게 승현에 대해 소곤대며 떠들었지만 승현이 묵묵히 한 대접이나 되는 고기 요리를 술과 함께 즐기고만 있자 서서히 목소리가 커져 종국에 시장판처럼 시끌시끌해졌다.

그동안 중세 중화요리의 진수를 맞보던 승현은 값을 지불하고 호고성으로 가는 관도로 향했다.

“거기, 소협. 잠시 나와 대화 좀 나누지 않겠나?”

막 백채현을 벗어날 때 걸쭉한 목소리가 승현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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