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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82화 (82/111)

82화

뒤에서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던 채주는 경악에 찬 얼굴로 땅 위에 서 있었다.

그런 채주를 신경 쓰지 않고 승현은 이번에 새롭게 얻은 룬의 성능을 살폈다.

“과연 신이 세계를 압축해놓은 병기라더니 허언이 아니군.”

승현은 기본 성능이 펼친 광경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템]

생체병기 : 룬

-등급: 불가해

-한 차원이 압축된 살아있는 병기. 의지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고 흡수한 마력에 따른 마력 저항력과 물리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한 자아를 보유하며 소유주를 자동으로 보호하고 서포트합니다. 서포트 범위는 기본적인 법칙에 한합니다.

-제작자이자 관리자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언제든 관리자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호출된 관리자는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하며 대가로 흡수한 마력을 사용합니다.

-관리자에 의해 병기의 성능 강화 및 수복이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전에 있던 내구도와 레벨이 사라지고 안의 설명도 바뀌었다.

사실 룬은 여타 불가해 등급이 그렇듯 이제 아이템의 범주를 벗어났다.

하나의 차원이 압축되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룬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에 근접했다.

마력만 받쳐주면 작더라도 차원을 구현할 수 있다.

차원이란 게 행성이 아닌 행성과 태양계가 있는 하나의 은하를 뜻하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물건인지 감이 좀 올 거다.

녹림채를 썰어버린 것도 룬의 자아가 적의를 감지하고 연결된 승현의 무의식을 통해 판단을 내려 채주를 제외하고 모두 제거한 거다.

레벨로 치면 1,500레벨에 달하던 조커보다 높으며 마력과 전투력은 그녀의 몇 배나 뛰어넘는 물건이다.

만약 룬이 몬스터라면 알타의 힘을 깨운 승현과 호각을 이룰 거다.

그런 물건을 승현이 착용했으니.

사용자에 따라 성능이 올라가는 룬의 특성을 생각하면 지금 룬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이봐, 너. 이리로 와봐.”

“아이고, 대협! 저, 저희가 몰라 뵙습니다!”

“그런 아부는 됐고. 지도가 있나?”

“지, 지도 말씀입니까? 그게 지도는 군부에서만 제작하는 아주 중요한······.”

“됐고. 지도!”

“아휴! 대협. 당연히 있지요. 예,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산채에 있는데 어쩔깝쇼?”

“안내해. 산채로 간다.”

“예예.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승현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채주를 보며 픽하니 웃었다.

이 중원 게이트는 확실히 수많은 것들을 억누른다.

하지만 아이템까진 억누르지 않았는데 덕분에 과거에도 중원 게이트에서 마법 등이 담겨진 스크롤이나 아이템으로 임무를 깨거나 전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런 이기를 사용하면 임무가 변질되거나 사라지기도 해서 나중엔 다들 쓰지 않았지만.

그런 점을 생각하면 이제부턴 룬의 자동 방어 기능을 해제하는 편이 좋을 거다.

승현은 룬을 몸 내부로 침투시켜 심장과 뇌 등의 중요 장기만을 보호했다.

그리고 자동 방어 및 공격 보조와 기타 여러 기능을 일시정지 시켰다.

대신 수분 섭취와 해독, 열량 흡수 등의 생존에 따른 보조 능력만 유지시켰다.

아마 이대로 수천 년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도 멀쩡히 살 수 있으리라.

모든 세팅을 맞추며 채주를 따라 걷던 승현은 열심히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는 채주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몇 명 정도 오나?”

“휘이이익, 네, 예?! 무, 뭐가 말입니까?”

“지금 그거. 아군을 부르는 거 아니었나?”

“아하하하. 아닙니다. 절대로요.”

“상관은 없는데 대가는 그쪽에서 치러야 할 거야.”

“예······.”

“그보다 녹림십팔채면 녹림이지 왜 앞에 강남이 붙는 거지?”

“그, 그건 말 그대로 강남 아래에 있는 녹림채만을 칭한는 명칭입니다. 중원의 녹림채를 모두 합하면 백이 넘습니다.”

“그럼 십팔채란 말을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십팔 개의 대표를 뽑은 겁니다. 단체의 상징입지요.”

어느 정도 중원 게이트의 정보를 알고는 있지만 세세한 건 승현도 모른다.

중원 게이트는 한 곳만 있는 게 아니고 같은 중원 게이트임에도 회귀 전 파악된 거만 스무 개가 넘었다.

다들 다른 임무를 부여했고 임무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곳에 중원 게이트가 열렸다.

중원 차원의 신은 아무래도 그런 이방인들의 유입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깊은 산을 타며 은밀한 곳에 숨겨진 산채에 도착했다.

“확실히 녹림이란 말을 붙여도 되겠어.”

산채는 튼튼하고 높은 목책과 상당히 깔끔한 기와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채주와 입구에 도착하자 꽉 닫힌 목책의 입구가 열렸다.

“채주님. 가시던 일은 어쩌시고 혼자 오셨습니까?”

“으으! 됐다. 너는 내 방으로 가서 지도를 가져와라.”

“지도 말씀입니까? 알겠습니다.”

산채 안에는 채원들의 가족들로 보이는 아낙과 아이들도 보였다.

채주는 무척이나 착잡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아낙 중에선 그 모습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건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광경에 기분이 내려가지 않으면 이상하겠지만 승현은 태연한 얼굴을 해보였다.

가족이 있더라도 그들은 산적이었고 결국 누군가의 가정을 파탄을 냈을 거다.

그런 그들의 사정이 딱하다고 죽인 것을 후회하는 건 조삼모사에 지나지 않는다.

곧 채주의 명을 받은 수하가 상체 정도 되는 지도를 가지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상당히 자세하군.”

“군부에 있던 걸 그대로 베낀 겁니다. 5년 전 것이니 크게 변한 건 없을 겁니다.”

“좋아. 그럼 너흰 살려주도록 하겠다. 어지간하면 산적질은 그만 둬.”

“······명심하겠습니다. 대협.”

“아, 혹여 나에 대한 소문을 내고 싶거든 암왕이라 소개해라. 나는 권법에도 일가견 있지만 두 개의 소검을 주로 사용하니까.”

“그 또한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암왕 대협.”

채주는 굴욕적인 인사를 하며 승현을 보냈다.

채주 또한 초일류에 달하는 고수였다.

초일류라면 작지만 한 문파를 열 정도의 실력이었다.

작은 지역에선 왕처럼 지낼 수 있는 무인으로서 이리 저자세로 나가는 건 굴욕 중에 굴욕이었지만 채주는 가슴보단 머리의 말을 들었다.

가족 같은 채원의 복수를 위해선 여기서 죽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승현을 알리고 더 높은 고수를 불러들여야 한다.

강남녹림십팔채란 지역 군소 산채 전력으론 그저 개죽음뿐이니까.

승현 또한 채주의 눈에 떠 있는 공포와 슬픔, 분노와 증오를 읽었다.

그리고 채주가 암중으로 손을 쓸 거란 사실도 잘 안다.

중원 게이트 안 무인들의 자존심은 이류만 되어도 하늘을 찌른다.

정말로 군자의 복수는 십년도 늦지 않다는 말을 실천하는 족속들이니까.

‘놈의 행동은 임무를 가속시켜 줄 거다.’

지도를 그림자 안에 넣은 승현은 지도에서 봤던 성도로 향했다.

관도를 따라 가볍게 러닝을 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알타의 힘이나 레벨에 따른 스텟까지 모두 제한이 걸렸지만 그럼에도 승현의 걸음은 마치 축지법이라도 쓴 듯 쾌속했다.

기술 중 거의 유일하게 원래 능력을 쓸 수 있는 무극신공 덕분이다.

무극신공은 무극심법, 검법, 권법, 보법이 합쳐진 기술이다.

중원의 무공과 하등 차이가 없기에 중원 차원의 신이 이를 허용한 거다.

승현의 무극신공은 각 무공이 초월하여 합쳐진 종합 기술인데.

무극신공의 레벨은 표기상 7레벨에 정도 된다.

아직 초월은 하지 못했지만 최상위 기술을 7레벨이나 성장시켰기에 상당한 마력, 중원 표현으론 내공이 쌓였다.

무극신공으로 쌓은 마력의 양만 내공으로 따지면 10갑자가 넘어간다.

여기에 내공처럼 변환된 알타의 힘을 더하면 수십 갑자가 훌쩍 넘어가버린다.

“내공으로 날 이길 무인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지.”

물론 승현이 알기론 중원 게이트는 천외천이자 괴물들이 잔뜩 모인 게이트이다.

회귀 전 천기자라 불리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중원을 돌며 게이트를 강제로 닫아버리고 차원의 막을 찢어버리는 등 신과 창조자가 만든 법칙을 가볍게 구겨버리는 기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방인에 대해 그리 좋게 보지 않아서 그를 만나면 상당한 고생을 해야 했다.

“호고성으로 가는 길에 백채현에 잠시 들러야겠군.”

참고로 중원 게이트이긴 해도 무협지의 지명을 온전히 쓰이진 않는다.

물론 아주 익숙한 감숙이나 사천 등 지명도 쓰이고 있다.

쑥쑥 앞으로 나아가던 승현은 반나절 만에 백채현이란 성세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승현의 복장이 워낙에 튀어서 시선을 잔뜩 모았지만 포목점에 가 무복 하나를 맞추는 걸로 시선을 털어낼 수 있었다.

기능성 신발도 복장에 맞게 바꾸고 나자 완전히 중원 게이트에 동화될 수 있었다.

“머리가 자란 게 이때 도움이 되네.”

승현은 어깨 아래로 내려가는 머리카락을 묶으며 중얼거렸다.

알타의 힘을 깨우면 체모의 색이 변하면서 머리카락이 짧은 시간 급속도로 자라났다.

한 번 힘을 발현할 때 거의 4센티미터 정도 자라는데 전 게이트에서 마더 브레인을 상대할 때 수차례 힘을 발현에 머리가 상당히 자랐다.

깔끔하게 복장을 갖춘 승현은 본격적으로 정보 수집을 위해 돌아다녔다.

“음, 여기도 정보 단체가 분명 있을 텐데.”

승현은 백채현의 골목 안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정보상을 찾았다.

하오문 혹은 개방과 같이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여기에도 존재한다.

개방에 경우 정보를 구하면 정보를 얻어간 인물에 대한 것까지 전 개방에 알려진다.

적당한 가격에 정보를 사지만 쉽게 노출이 된다.

반면 하오문은 가격이 비싸지만 구매자의 정보는 노출이 잘 되지 않는다.

승현이라면 첫 번째도 좋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하오문을 찾는 중이었다.

“흐음, 내공을 가진 자들이 더러 있긴 한데······.”

승현은 자리에 멈춰서 턱을 쓸었다.

저 멀리 앉아있는 거지부터 술 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취객까지.

다들 일전에 만난 채주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승현은 그들이 각각 개방과 하오문의 정보요원이란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바로 접선을 하진 않았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그들이 있는 길목을 걸어 그들을 지나쳤다.

그렇지만 그냥 지나치진 않았다.

“······!!”

“······!!”

“흠, 하오문은 너무 꽁꽁 숨겨져 있어서 탈이야.”

승현은 평소 드러내지 않던 기세를 그대로 풀어버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위를 짓누르는 패도적인 기세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현재 승현의 실력을 중원 기준에 대입하면 화경 후반이나 현경 초입이었다.

알타의 힘까지 쓰면 현경의 경지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 단계 낮은 화경의 경지다.

화경 아래로 탈경과 초절정, 절정이란 단계가 있고 그 아래에 또 초일류부터 시작한 경지가 있다.

당연히 현경 위의 경지도 있는데 승현이 알고 있길 천기자가 현경의 윗줄인 생사경이라고 알고 있다.

하오문과 개방의 두 정보요원은 그런 승현의 기세를 간접적으로 겪은 거다.

‘신진 고수! 빨리 이 사실을 본타에 알려야 한다.’

‘갑작스럽게 거물이 떨어졌군. 오랜만에 강호에 파문이 일겠어.’

두 정보원이 생각을 정리할 때 승현은 그들을 지나쳐 골목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승현의 패도적인 기세에 반응한 건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

왈패짓을 하는 삼류 무사들도 승현의 기세에 짓눌려 얼른 자리를 비켰고 골목 안에 자리한 흑도문파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승현이 찾는 하오문도 손님맞이를 위해 만전의 준비를 시작했다.

몇 분을 산책하듯 돌아다니니 하오문 측에서 먼저 사람을 보내왔다.

“반갑습니다. 대협. 혹시 정보를 찾으십니까?”

“그렇다. 넌 하오문의 사람인가?”

“예. 그렇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승현은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놓고 나타난 하오문도를 따라 골목을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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