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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72화 (72/111)

72화

부산에서 벌어진 사건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시를 점거하는 불법 헌터의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사건이었으나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지형을 바꿔버리는 괴물의 등장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게이트와 던전 그리고 5대 미궁을 제외하면 그런 강력한 몬스터는 발견되지 않은 것에서 모든 이들이 이 사건을 주목했다.

더욱 한국의 공식적인 발표는 신용도 높은 한국 정부의 발언임에도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발생했다.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를 뒤흔들려고 합니다. 그것은 결코 좋지 못한 행동입니다. 국제 사회는 이를 명심하고 그들의 거짓에 속아선 안 됩니다.”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이런 공식 발표를 했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이, 정확히는 승현이 밝힌 정보가 가진 파급 효과는 무시할 수 없었다.

마력 상승 그래프와 갇힌 우리 이론은 대재앙이 일어나고 5년 동안의 연구로 밝혀낸 것으로.

마력의 수치와 변화 등으로 지구에 출현하는 모든 던전과 게이트 그리고 몬스터에 대한 모든 걸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 그래프가 제시되고 2년 동안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기에 이 그래프의 신뢰도는 절대적이었다.

또 갇힌 우리 이론이란 게이트, 던전, 미궁의 모든 몬스터는 절대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이론으로 이 이론의 경우 승현이 게이트에서 데려온 알드리안이 발표한 것이다.

한국의 영웅을 넘어서 이젠 지구의 수호자쯤으로 여겨지는 알드리안이기에 그 신뢰도는 절대란 단어를 넘어서 그냥 진리 혹은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승현이 넘긴 정보는 이 절대적이어야 할 마력 상승 그래프와 갇힌 우리 이론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곧 마력 측정이 불가능한 몬스터의 출몰.

게이트의 과부하로 인한 몬스터의 준동.

마력이 하락하면서 등장하는 레이드급 몬스터.

이 모두 위의 두 가지에 위배되는 것들이고 그런 건 있어선 안 될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세 가지 내용이 담긴 발표를 해버렸으니 당연히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하지만 저 셋은 모두 앞으로 다가올 미래다.

마력 측정이 불가능한 몬스터는 원을 일컫는 말이고.

게이트 과부하는 원에 의해 게이트가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으로 바뀌는 걸.

레이드급 몬스터는 앞으로 몇 개월 뒤에 주위 마력을 미친 듯이 잡아먹으며 등장할 예정이다.

일단 파장을 예상해 일부 정보만 공개했을 뿐 앞으로 더한 일이 벌어질 거다.

“그래서. 원이란 단체가 움직인다는 소리군?”

“맞아. 이미 굴림이 등장한 걸 보면 앞으로 더한 놈들이 속속 등장하겠지.”

“흥미롭군. 아주 흥미로워. 절대적인 지배라니. 그런데 그런 능력을 보유한 존재가 하나도 아닐 뿐더러 그보다 더한 이들이 있다니.”

알드리안은 승현의 말에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세계에 어느 정도 경각심을 심어주어야 해.”

“그거라면 내게 맡기게. 내 이름값이 상당히 높아졌거든.”

승현이 없던 4년이란 시간 동안 알드리안은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그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영향력은 그 누구의 말보다 무겁고 컸다.

이번에 한국에서 한 발표에 모두가 부정하지 않는 이유도 알드리안이 속한 국가라는 점이 컸다.

당장만 해도 승현은 정부 발표를 이끌기 위해 알드리안의 이름을 슬쩍 팔았다.

만약 그의 이름을 팔지 않았다면 자신이 한 말 자체를 믿지 않았을 거다.

“원이라. 나도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지. 그나저나. 격을 넘어섰군?”

알드리안은 승현을 보며 느릿하게 물었다.

확실히 그 정도 되는 사람은 승현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것 같다.

그건 승현도 마찬가지로 알드리안의 숨은 힘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알드리안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도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처음 만났을 땐 죽음을 극복했다고 해서 단순히 빙의 같은 개념인 줄 알았다.

새로운 몸에 자신의 영혼을 옮긴 것이니 언데드가 되는 리치보다 상위의 마법인 줄 알았던 거다.

그러나 직접 보게 된 알드리안은 그런 단순한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죽음이란 절대적 명제에서 벗어났다.

그 또한 세계에 적용된 법칙이었고 알드리안은 그 법칙을 스스로의 힘으로 깼다.

자신처럼 누군가의 힘을 계승한 것도 아니고 불가해 아이템을 사용한 것도 아닐 뿐더러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아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바꾸고 인과율에서 벗어나며 죽음이란 법칙을 깼다.

그러니까 더 이상 알드리안에게 죽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 거다.

법칙에 얽매인 그 어떤 것도 알드리안을 죽일 수 없다.

그를 죽이기 위해선 그를 위한 법칙을 적용시키거나 법칙에서 유리된 힘으로만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격이란 것.

격을 넘어서면 더 이상 상식과 사실에서 제외된다.

흔히들 신이라 불리는 그런 존재가 된다.

알드리안은 죽음의 신 정도로 봐도 되고 자신은 뭐, 그림자의 신이 되는 거다.

신이란 단어가 정의하는 쪽보다는 한 분야에 있어서 그만한 힘을 가진다는 의미다.

승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적어도 그림자에 한해선 더 이상 법칙과 무관해졌지.”

“원이라는 단체는 어떤가? 격을 넘은 것 같나?”

“부산에 출현한 원의 경우 판단하기 어려워. 아무런 리스크 없이 무한히 마력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법칙을 벗어나긴 했지만 내 눈으로 봤을 땐 격을 넘진 못했거든.”

“자네처럼 특별한 법칙을 적용받거나 혹은 특별한 도구를 가졌을 확률은?”

“놈의 본체는 순수하게 마력으로 이루어졌어. 도구를 지닐 순 없고 특별한 법칙은 아직은 잘 모르겠군.”

“그럼 원은 모두 특별한 법칙을 적용받고 있다는 추측을 하는 게 좋겠군.”

알드리안은 잠시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

승현은 그런 알드리안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느꼈다.

근원적인 마력을 움직이는 게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 같은데 뭔지 알 수 없었다.

이내 눈을 뜬 그는 턱을 쓸었다.

“이 차원에 적용된 법칙 중에서 특이한 게 몇 개 있군. 이것이 원의 것인지는 모르겠어.”

“법칙을 확인할 수 있어?”

“물론이지. 법칙을 벗어나는 건 어렵지만 비틀거나 확인하는 건 생각보다 쉽거든.”

씩 웃으며 하는 말에 승현은 알드리안이 자신의 편이 된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아마 전생에서 알드리안은 발견되지 않은 것 같다.

이 정도 인물이 전생에 등장했다면 모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승현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게이트에 들어가 알드리안 정도의 아군을 포섭하기로 마음먹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법칙으로 조금 특별하긴 한데 이걸 건드리면 아마 저쪽에서도 바로 눈치를 챌 수 있으니 지켜보도록 하지. 그럼 자네가 알려준 것들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서 발표하면 되는 건가?”

“맞아. 네가 가지는 힘은 현 인류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알았네. 그럼 이제부터 자네는 뭘 할 생각인가?”

“게이트에서 너 같은 이들을 더 데려올 거야. 든든한 아군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흐음, 자네의 최종 목표가 법칙을 만든 창조자들의 소멸이었지. 확실히 그 뜻에 함께 할 아군이 많으면 좋은 일이지.”

“이런 법칙을 만든 창조자가 사라지고 그들이 만든 법칙이 소멸하면. 평화가 찾아오겠지.”

“아마도 그러겠지. 자자, 그럼 나는 그만 가보겠네. 무운을 빌지.”

“알드리안도 고생해.”

대화를 마친 승현과 알드리안은 서로의 업무를 위해 헤어졌다.

며칠 뒤 알드리안은 공식적으로 한국의 발표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며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연히 그의 그 발언으로 한국을 비난하던 여론은 싹 사라졌다.

이미 원이 활동을 시작한 이상 인류는 몬스터와의 전쟁에 들어간 거다.

외부적인 것들은 모두 알드리안에게 넘긴 승현은 곧 게이트를 물색하기로 했다.

며칠 동안 분석이 끝난 곳의 게이트를 살피던 승현은 정부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을 받고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국제 헌터 협회라. 귀찮게 구는군.”

“어쩔 수 없습니다. 유저 중에서도 높은 전투력을 가진 헌터이니 확실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사회가 유지되니까요.”

“그건 그렇고 왜 굳이 비행기로 가야 하는 거지? 그것도 미국으로 말이야.”

승현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대재앙 이후로 한국의 위상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알드리안의 존재를 제외하고서라도 가장 먼저 국가 기반을 재건했고 마력에 대한 수많은 기술을 선점하면서 한국은 예전이라면 결코 얻을 수 없었을 최강국이란 칭호를 얻었다.

당연히 국제 헌터 협회의 건물도 한국에 있다.

그런데 왜 자신에 대한 심사와 정규 회의를 미국에서 여는 건지.

또 워프를 이용하지도 않고 다소 시간이 걸리는 비행기를 통해서 이동하는지.

그 대답은 수행원으로 온 3소대 소대장인 오성진이 알려주었다.

“초기엔 한국에서 열렸습니다만 시시때때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통에 땅이 넓은 곳에서 회의를 가지는 게 관행이 되었습니다.”

“그럼 워프는 왜 막았지?”

“한 번은 워프를 통해 넘어오던 대표자가 좌표 불안정으로 토막이 난 채로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회의장의 그 누구도 마력을 통해 좌표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워프 이동의 약점을 이용해서 대표자를 살해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다들 비행기가 폭발해도 멀쩡히 살아남을 능력이 있지만 워프 도중 일어나는 힘은 아직까지 막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어서요.”

승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밖에도 몇몇 이야기를 들으며 이번 회의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가는 회의는 회의라는 말을 빙자한 무력과시다.

한국이 최강국이라 불리긴 하나 미국과 중국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

중국은 검제라 불리는 링첸과 그녀의 길드가 있었고 미국에는 마도사로 통하는 아이실 트라이센이 그녀의 길드와 기업을 통해 굳건히 미국을 지탱하고 있다.

다들 국토가 넓어 완전히 통제를 할 순 없지만 이렇듯 각국은 헌터를 통한 무력 경쟁을 하고 있다.

복잡한 외교전이 아니라 단순무식한 힘의 충돌인 것.

그런 점에서 한국은 많이 소외된 국가이기도 하다.

가장 강한 인물인 승현이 증명의 장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대표되는 길드도 없는 탓에 기술과 외교력에선 가장 높지만 직접적인 무력은 좀 낮은 편이다.

그나마 원래 게임 강국이어서 유저와 헌터의 평균 레벨이 높다는 게 무시 받지 않는 이유다.

가끔 체면을 챙겨야 할 땐 알드리안이 참석하긴 했는데 그땐 다들 그의 힘을 알고 있어서 비교적 조용히 넘어간다나?

“이번 대표자는 무척이나 화려합니다.”

“누가 오는데?”

“일단 미국은 대군주 게일 프리스가 미국 대표로 참석하고 중국은 검제 링첸이 참석합니다. 그밖에도 각국을 대표하는 헌터들이 모두 참석하는데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런가. 먼저 받은 자료를 보면 그리 대단한 내용은 없는 것 같던데.”

“예.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대한 대책 회의라고는 하지만 아마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닐 겁니다.”

“3소대장은 진짜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지?”

오성진은 승현의 물음에 살짝 망설이다가 답했다.

“아마 랭킹 1위였던 대장님의 힘을 확인하고자 모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그러겠지?”

“예. 우선 대장님에 대한 정보는 심사를 위해 공개된 상태이지만 솔직히 믿을 수 없는 수치이니까요.”

오성진은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승현의 레벨은 이제 400레벨에 겨우 도달한 정도이다.

하지만 그 외의 스텟은 이미 레벨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강함의 척도라 불리는 마력 스텟만 하더라도 천 레벨 마법사에 근접한 수치였으니.

그렇다고 근력이나 체력 등이 낮으면 그것도 아닌 게 현존하는 가장 강한 전사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이가 그런 수치를 적어냈다면 거들떠보지 않을 허무맹랑한 수치들.

하지만 최승현이기에.

매번 상식을 깬 인물이었기에 설마 하는 심정으로 모여든 것.

실제로 증명의 장에서 돌아온 이들은 모두 레벨을 넘어선 능력을 얻었으니까.

“확실히 밟아둬야 그 후가 편한 법이지.”

승현의 혼잣말을 들은 오성진은 첫 대면 때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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