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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68화 (68/111)

68화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을 비추는 빛이 조금 흔들려서 생겼을 수도 있을 그런 미미한 움직임.

그렇지만 그런 움직임과는 달리 확실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원래 없던 신체가 새로이 생겨난 것 같은 감각이었다.

기존엔 없던 신체라서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도 힘들지만 한 번 감각을 느끼자 처음보다 쉽게 조종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승현은 조금씩 그림자를 움직였다.

이리저리 꿈틀대는 그림자는 곧 승현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 성공인가.”

멈췄던 숨을 내쉬자 길게 늘어났던 그림자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몇 달에 걸쳐 겨우 성공했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아직 그림자를 타고 이동할 수도 없고 그림자 안에 있던 물건을 꺼낼 수도 없으며 그림자에 물리력을 부여할 수도 없었다.

한 번 그림자라는 본질을 알게 된 승현은 그것들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꼈다.

“그리고 법칙이라는 것도 뭔지 조금은 실감할 것 같아.”

그가 느낀 법칙은 당연한 것이다.

사물에 빛이 가해지면 그 반대에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는 빛이 비치지 않아 생긴 것이기에 빛이 있는 곳엔 생길 수 없다.

하지만 암왕은 그런 당연한 것을 어기는 힘을 가졌다.

힘을 가졌다는 말보다는 정해진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는 게 맞는 말이겠다.

승현은 다시 한 번 그림자를 움직였다.

몰입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생각을 하자 어설프지만 뜻에 따라 움직였다.

며칠 동안 그림자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연습했는데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원래 그림자를 조종하려면 조금의 마력이 필요했다.

그림자로 이동하거나 물건을 꺼내는 일에는 모두 1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회복될 정도의 미약한 마력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그림자를 움직이게 되자 그러한 마력까지도 사용되지 않았다.

승현은 그때 사용되던 마력이 바로 시스템을 이용한 하나의 대가라고 추정했다.

여기서 승현은 하나의 생각이 문뜩 들었다.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마력이 필요하고 모든 기술은 내가 모르는 미약한 마력을 더 쓰고 있다. 그러면 무극신공 또한 그런 게 아닐까?”

모든 시스템에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마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사소한 것에 왜 주목했느냐 하면 바로 그 사소한 것이 너무나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주 적은 마력이었지만 승현은 그것만으로도 그림자를 마음껏 조종할 수 있었다.

일종의 대가를 지불한 셈인데 직접 그림자를 조종해본 결과 그 느낌부터가 확연히 달랐다.

게임 속에서 총을 쏘는 거나 실제로 총을 쏘는 것만큼 차이가 있다.

시스템이 상당한 보정을 해준다는 말이다.

그러면 무극신공이나 기타 여러 기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허나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다.

이 공간은 오직 암왕의 기술만 시스템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짜 무극신공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법칙. 이걸 무시할 수 있어야지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적어도 창조자란 놈들이 만들어 지구에 적용한 법칙들이라도 무시할 수 있어야 그들과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승현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림자를 조종할 수 있게 된 다음엔 물리력을 발휘하는 법을 익혔다.

모두가 잘 알지만 그림자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빛처럼 광자가 있어서 파동을 일으키거나 에너지를 가지지 않았다.

그런 것에 물리력을 불어넣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 승현은 그림자를 바닥에서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게 물리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건 아니다.

그렇지만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그림자를 꺼내올 수 있게 된 거다.

그림자를 일으킨 승현은 더욱 다양한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형태를 만들어내는 건 물론 그림자를 분리하여 멀리 날릴 수도 있었다. 그쯤 되자 처음 과거 선대 암왕이 무수히 많은 단검을 날렸던 게 떠올랐다.

그땐 그저 세기도 힘든 숫자의 단검을 조종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림자 자체를 날릴 수 있다면 정말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실험을 거듭하며 승현은 뜻하지 않게 그림자로 이동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러고도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승현은 그림자에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그림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제 승현은 그림자를 조종할 수 있으며 질량을 부여하고 또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그림자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기본적인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 거니 자질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승현은 그림자 위에 손을 올리고 안으로 들어가고자 갖은 노력을 해봤다.

이 광장 안에선 허기짐이나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기에 모든 시간을 온전히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는데 사용했다.

누가 그런 승현은 지켜봤다면 그냥 바닥에 손을 올리고 가만히 있는 걸로 보일 거다.

실제로도 그러고 있고 말이다.

그러나 승현은 누구보다 집중을 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그가 한 일은 모두 법칙에 위배되는 것들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초월적인 집중은 법칙을 무시하는데 기본적인 조건이다.

지루하고 긴 시간이 흘렀다.

이미 시간을 헤아리는 건 포기했다.

그저 꽤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알 뿐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 승현의 손이 그림자 안으로 쑥 빠졌다.

승현은 그대로 그림자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 안으로 들어오자 무척이나 신기한 일이 생겼다.

광장에 있는 모든 그림자가 느껴졌다. 그뿐이 아니라 그 그림자에서 보이는 광경이 승현에게도 보였다.

촛불의 수만큼 수만 개의 그림자가 진 광장인데 수많은 방향에서 광장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승현은 원하는 곳에 손을 뻗어보았다.

그러자 그 그림자에서 손이 빠져나왔다.

예전과 달리 모든 그림자와 시야를 공유하면서 원하는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몸의 일부만 뺄 수도 있었다. 이로서 알 수 있는 또 한 가지.

‘시스템은 기술을 능력을 보정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제약도 걸고 있다.’

다시 그림자 밖으로 나온 승현은 문뜩 눈앞에 서 있는 중년인과 마주했다.

“3년 7개월 12일 19시간. 특혜를 받아 이미 힘을 인지했으면서도 너무 긴 시간이 걸렸군.”

“이곳에서 흐른 시간이 3년이나 됩니까?”

“이제 기본을 익혔으니 다음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어.”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이후 사내는 승현을 보며 말했다.

“자질을 갖췄으니 이제 널 보내주마. 다시 만날 날까지 살아있길 빌지.”

그가 말을 마치자 승현은 어디로 빨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아득해진 정신에 눈을 깜빡이자 승현은 어느 번화한 길거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와 곳곳에 달린 간판을 보면 한국인 건 맞는데······.

“떠나기 전과는 모습이 완전 다른데.”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승현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니까 4년이 지났단 말이지.”

승현은 어느 공원 벤츠에 앉아 가만히 중얼거렸다.

결론만 말하면 승현이 증명의 장으로 넘어가고 4년 정도가 흘렀다.

그렇기에 서울은 예전의 번화한 모습을 되찾았던 것이다.

세상은 많은 게 변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4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는 안정되었고 질서를 정립했다.

증명의 장에서 얻은 걸 생각하면 손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건 부정할 수 없다.

과연 아직까진 자신에게 주어진 직책이 유지되었을지 모르겠다.

“일단 특수 대응 부대로 복귀하는 게 맞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승현은 우선 자신에게 주어졌던 아파트로 향했다.

룬을 두르고 있는 승현의 모습은 뭔가 동떨어져 보였지만 거리에는 그런 승현처럼 현대적인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한 이들이 더러 있었다.

천천히 걸어서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아파트 앞에 경비원이 서서 길을 막았다.

“무슨 용무로 찾아오셨습니까?”

“음, 여기가 제 집입니다만.”

“죄송하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헌터님과 같은 얼굴은 없습니다.”

“4년 정도 오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그러면 성함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최승현이라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젊은 경비원은 사무실 같은 곳에 들어가 뭔가를 찾더니 이내 어디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끝마친 경비원은 다시 나오지 않았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낀 승현이지만 잘못한 것이 없으므로 당당히 서서 기다렸다.

“마법인가······.”

곧 승현의 뒤쪽에서 마력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공간 이동 마법 같아 보였는데 경비원의 전화를 받고 오는 사람 같았다.

요동치던 마력이 끝나자 그 자리에 세 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거기. 말로 할 때 얌전히 우릴 따라오지?”

등장한 남녀 중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고압적인 자세로 말했다.

느껴지는 마력으론 400레벨 정도? 4년이 지났다고 하니 회귀 전과 비교하면 평균에서 조금 높은 수준이다.

승현은 팔짱을 낀 채 사내에게 말했다.

“내가 내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쪽은 어디 사람이지?”

“허, 이봐. 미등록 유저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칭인지 모르겠는데 여긴 고위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곳이다. 너 같은 게 여기에 집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야.”

“흐음, 그래서 그쪽 소속은?”

승현은 여유롭게 그들의 소속을 물었다.

그런 승현의 말에 사내는 자부심과 동시에 승현을 깔보는 눈빛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특수 대응 부대 소속 3소대 소대장인 오성진이다. 알았으면 조용히 따라오자.”

“그래? 그거 참 유감이군. 나는 너 같은 소대장을 아래에 둔 적이 없는데.”

“야, 저 자식 머리가 살짝 돈 것 같은데?”

사내는 좌우에 있는 두 사람에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귀찮아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유저특별법에 의거해 체포하겠다.”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우에 있던 이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진 않지만 자신에게는 어떤 죄도 없으므로 승현은 저들을 제압해놓기로 했다.

가장 먼저 오성진이란 사내가 승현에게 달려들었다.

이참에 완전히 터득한 암왕의 힘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사내 아래 생긴 그림자를 조종해 그대로 사내의 손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우드득!

“크아아!!”

“이런, 힘 조절을 잘못 했군.”

손을 묶어 끌어내린다고 생각했는데 손을 묶은 그림자에 많은 힘이 들어가 그대로 손의 뼈를 으스러트렸다.

손뼈가 모두 으스러진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멈췄다.

다른 둘도 그런 사내를 도우려고 하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 중 여인의 경우 마법사로 보였는데 어디로 급히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도움을 요청하는 거겠지만 승현은 여유롭게 자리에 서서 그녀가 연락을 취하는 걸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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