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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67화 (67/111)

67화

사실 다른 시공간으로 다녀올 수 없다면 그리 필요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은 정보다. 원하는 정보만 얻는다면 굳이 다른 시공간으로 갈 필요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정보야.”

“좋아. 원하는 정보를 말해봐.”

“그전에. 얼마만큼의 정보를 알려줄 수 있지?”

“어지간한 건 다 알려줄 수 있어. 이 공간 자체가 워낙 괴상한 곳이라서 말이야. 제한이란 게 별로 없어. 그래도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 딱 5가지. 뭐든 물어봐.”

파를은 인심을 쓴다는 듯 말했다.

명확한 제한을 확인한 승현은 가장 중요한 것부터 질문을 던졌다.

“지구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고 그건 지구에 적용된 많은 법칙 때문이라고 들었어. 그렇다면 법칙을 제거한다면 다가오는 그것을 막을 수 있어? 그리고 법칙을 제거하는 방법은?”

“처음 건 좀 멍청한 질문이네. 너는 떨어지는 빗물이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

파를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확인을 받고 싶어서 했던 질문이었다.

이어서 파를은 다음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법칙을 제거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그 법칙을 만든 자를 죽이면 법칙은 소멸해. 하지만 지금의 네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우선 법칙을 만든 창조자들이 있는 공간으로 갈 수조차 없어.”

파를은 이어서 설명했다.

“창조자를 죽이는 방법은 죽이려는 창조자의 공간에 가 싸워 이기는 것. 하지만 그 공간 자체가 그 창조자의 법칙대로 움직이다 보니 같은 창조자라도 서로를 죽이는 게 어려워. 자, 이제 세 가지.”

다음 질문도 사실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그 창조자란 놈들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그들은 모든 생명들의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사념체야. 언제부터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어. 이번 질문에는 명확한 정보를 줄 수 없으니 다른 걸 물어봐.”

이번에도 역시 알 수 없다는 대답을 듣자 승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세 가지 질문이 남았다.

승현은 생각해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지구는 어떻게 되지?”

“소멸하겠지. 꽤 높은 확률로 운명은 소멸을 예고하고 있어. 그러나 어떠한 운명에선 여전히 지속하고 있지. 지속되는 운명도 몇 가지로 갈려. 이것도 좀 부실하니 다른 질문으로 대체해도 좋아.”

“그럼 지구에 등장할 원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그들은 차원을 넘나들며 희귀한 것을 모으는 이들이야. 원의 수장은 그렇게 수집한 걸로 우주적 존재들과 거래를 하곤 하지. 숫자는 백 명 정도.”

“정확한 숫자가 아니군?”

“늘 그렇지만 조직이란 게 상황에 따라 인원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니까. 이번에는 수집이 목적이 아닌 것 같긴 하던데. 여태까지 모아온 걸로 일을 꾸미고 있어. 이제 두 가지.”

남은 두 개의 정보는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내가 가진 물건 중에는 아직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물건이 있어. 이것들을 제대로 발휘하는 방법은 뭐가 있어?”

“네가 가진 물건 거의 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 말이야. 정확하게 어떤 건지 말해줘.”

“지금 내가 두르고 있는 거나 이것.”

승현은 그림자에서 마의 불꽃을 꺼내보였다.

마의 불꽃을 본 파를은 콧소리를 내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한 차원의 신이 잠든 검이라. 재밌네. 한 가지만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도 지금의 네게는 과분할 정도의 물건인데 말이야. 그런 물건을 잘도 여러 개나 가지고 있어.”

“내 물음에 답을 해주는 게 어때?”

“그래. 우선 네가 몸에 두른 물건부터 설명해줄게.”

파를은 승현이 모르는 룬에 대한 걸 알려주기 시작했다.

“일단 그 물건은 지금 널 조금씩 잡아먹는 중이야. 사탕을 녹여 먹는 것과 같아. 어느 정도 널 잠식하면 알아서 깨어나겠지. 그걸 제대로 사용하려면 코드를 입력해야만 해. 사용자로 인식을 하면 완전한 힘을 사용할 수 있어.”

“코드?”

“몰랐나본데 그 물건도 결국은 만들어진 거란 말이지? 그래서 제작자는 함부로 그걸 사용할 수 없게 기능을 잠가놨어. 그래서 그걸 해금해야 온전히 기능을 쓸 수 있지.”

“그러면 그 코드는 뭐고 어떻게 입력해야 하는 건데?”

“다행이도 제작자가 친절해서 말이야. 그 모든 해답은 그 안에 들어 있어. 잘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어.”

나머진 자신이 알아보란 말이었지만 작은 단서라도 얻었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마의 불꽃을 바라보자 파를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사실 네가 가진 물건 중에선 그게 가장 대단할 거야. 아주 까다로운 물건인데 다행이도 넌 불의 신수와 연결되어 있지. 나중에 그 힘을 완벽히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물건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야.”

“그 전까진 사용할 수 없는 건가.”

“사용하면 아무리 신수와 이어졌어도 불타 죽을 걸?”

설명을 들은 승현은 다시 마의 불꽃을 넣었다.

다른 물건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지만 바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전에도 창조자들은 다른 차원에서 비슷한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그 차원들은 어떻게 됐는지 알려줘.”

“마지막 질문인데 그걸로 되겠어?”

“가장 중요한 의문점은 해결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야. 이전 차원들은 모두 존속하고 있어. 그렇지만 어느 차원은 고등생명체가 모두 사라졌고 어느 차원은 시간이 되돌아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기도 했어.”

“공통적인 부분은 없어?”

“하나 있지. 바로 신이 사라졌다는 거야.”

“신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데?”

“특별히 알려주자면 신이 사라진 차원은 서서히 소멸의 과정을 밟아. 지구의 시간으로는 수백억 년이 걸리기도 하고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라져버려.”

모든 질문을 마친 승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여기서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파를은 그런 승현에게 문을 가리켰다.

“저 문으로 나가면 마지막 방이 나올 거야. 그럼 잘 가.”

파를의 말에 승현은 그녀가 가리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긴 복도가 이어지고 복도를 따라 걸어간 승현은 곧 다른 문에 섰다.

심호흡을 한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당히 익숙한 공간이 나왔다.

“여긴, 내 고유결계 안인 것 같은데?”

그곳은 광장 안이었다.

벽에는 수만 개의 촛불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왜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승현은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그러자 저 멀리 중앙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정확히는 앞으로 걷고 있지만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승현은 자리에서 멈춰서 뒤를 바라봤는데 자신이 들어왔던 문은 사라져 있었고 꽤 멀리 걸어온 걸 알 수 있었다.

중앙에 서 있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없자 승현은 질문을 하기로 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자신의 질문에도 그는 대답이 없었다.

승현은 그의 그림자로 이동하기로 하고 평소대로 의식을 전개했다.

“······?”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승현은 그 자리에 있었고 그는 등을 돌린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승현은 다른 기술을 사용해보았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암왕의 기술은 사용할 수 없었다.

이 공간에 있는 사람을 두고서 승현은 하나의 추측을 했다.

“당신은 선대 암왕입니까?”

이 공간에서 왜 직업 기술을 쓸 수 없는 건지는 몰라도 상대가 선대 암왕이라는 추측은 아마 들어맞을 거다.

말을 마치자 등을 보이고 있던 그가 뒤로 돌았다.

멋들어진 수염을 기른 중년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당신은 제게 어떤 걸 원하십니까?”

“건방진 아이로구나.”

처음으로 입을 연 의 말에 순간 승현은 어마어마한 힘이 자신을 짓누르는 걸 느꼈다.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그 힘에 저항하고 있자 사내가 다가왔다.

“역대 후계자 중 가장 형편없어. 그림자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가지지 못한 자가 암왕이라니. 한숨만 나오는군.”

승현은 무극신공을 극도로 일으키며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사내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보아라. 결국 다른 힘을 이용해 겨우 고개를 드는구나.”

사내의 말이 끝나자 승현을 압박하던 힘이 사라졌다.

몸을 바라게 편 승현은 사내와 눈을 마주했다.

“자질을 갖춰라. 최소한의 자질을 내게 보인다면 널 보내주마.”

말을 마친 사내는 그대로 사라졌다.

어디에도 사내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승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에서 너무 추상적인 과제를 받아버렸다.

어떤 기준으로 암왕의 자질을 갖추라는 건지 설명도 없다. 그저 자질을 갖출 것.

“일단 뭐라도 해봐야겠지만······.”

암왕의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저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암왕의 힘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겠다.

승현은 자리에 주저앉아 생각에 잠겼다.

꽤 긴 시간 동안 대책을 떠올려봤지만 여전히 뚜렷한 방법은 없었다.

결국 전에 사용하던 느낌을 떠올리며 최대한 그림자를 조종해보려 노력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마 날짜로 따지면 몇 달은 족히 흘렀을 거다.

그 시간 동안 승현은 여전히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림자는 그저 그림자였고 승현의 뜻에 움직이지 않았다.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이 공간은 모든 것이 완전히 차단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시스템의 보정을 받던 모든 걸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기술을 초월함으로써 얻게 된 감각이 모두 사라졌다.

아마 지금 활을 주고 쏘라고 한다면 실력이 반으로 줄어들었을 거다.

이번을 계기로 알게 모르게 시스템의 힘에 의존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암왕의 힘은 정말 많이 시스템에 의존했다는 거다.

그런 시스템의 힘이 사라지자 암왕의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

승현은 자리에 앉은 상태로 명상에 잠겼다.

아무것도 모르던 이전과 달리 그림자와 암왕에 대해 조금이지만 이해하기 시작했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해를 하라고 했다면 영원히 불가능했겠지만 승현은 이미 암왕의 힘을 사용했었다.

경험이 있으니 전혀 모르는 것에 도전하는 건 아니다.

산수도 모르고 고등수학 문제에 달려드는 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나 저명한 수학자라도 풀지 못하는 난제가 있듯 승현에게 암왕의 힘을 사용하는 건 해답 없는 난제에 매달리는 것과 같았다.

이리저리 문제를 들춰봐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뜬 승현은 자신의 앞에 진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의식을 집중했는데 하나씩 승현의 머릿속에서 지워지며 오직 그림자만 바라봤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게 되었을 때.

승현이 바라보고 있는 그림자가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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