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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64화 (64/111)

64화

압도적인 수치의 격차를 줄이다 못해 역전시킨 건 역시 신수라 불리는 알타의 힘이다.

그 힘 자체가 승현의 마력과 물리력 저항을 올려주는 건 아니었기에 전사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 보이는 것처럼 승현은 이들의 공격을 맥없이 받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공격이 모두 유효하게 작용했을 때나 격을 실감할 수 있는 거다.

한 명의 공격에는 그들이 쌓아올린 태산 같은 힘이 담겨 있었으나 상대는 모든 걸 집어 삼키는 바다와 같았다.

치명적인 상처들은 즉시 재생하며 무효로 돌아갔다.

흡사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것 같았다.

승현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공격을 퍼붓던 전사들은 일순 물러났다.

만신창이가 되었던 승현의 몸은 빠르게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면 승현이 몸에 난 상처에 대해선 통증을 그대로 느낀다는 거다.

전신이 꿰뚫리고 몸을 관통하며 뼈를 분쇄하는 그 통증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

그 고통에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몸을 굳힌 동안 예의 사내는 그런 승현을 깊은 눈으로 바라봤다.

“죽일 수 있는 방도를 찾긴 했지만 좀, 아니 상당히 위험하군. 골치 아픈 상대야.”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그가 간파한 승현의 약점은 바로 머리다.

저 머리가 몸과 떨어지거나 뇌의 대부분이 소실되는 타격을 받으면 승현은 죽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승현의 육체와 영혼에 깃들어 있는 신수의 힘이 그대로 터져 나올 거다.

이 고유결계는 주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질 테고 그러면 다시 증명의 장으로 이동하게 될 테고 그와 동시에 증명의 장 자체가 모두 사라져버릴 거다.

그만큼 신의 힘은 강력했다.

“내 임무를 위해 다른 도전자들의 자격과 가능성을 없앨 순 없지. 정말 난감한 상대야.”

사내가 차마 승현을 죽이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때문이다.

이곳, 증명의 장에는 승현 말고도 많은 도전자가 있다.

각 방은 모두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는 해도 승현이 품은 힘은 그런 제약을 가볍게 무시한다.

그저 신의 힘만 가지고 있다면 모른다.

승현에게는 다양한 힘들이 한데 뭉쳐 있다.

그것들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증명의 장 전체가 사라지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사내에게는 다른 방에 있는 도전자들의 생사에 관여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승현의 죽일 수 있음에도 쉽게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저 힘이 언제 멈출 줄 알고 그때까지 공격을 할 순 없으니 정말 난감해.”

이대로 승현을 다음 방으로 보내주면 되겠지만 그건 사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고 다음 방에 가도 저 상태면 그냥 폭탄 돌리기를 하며 승현만 좋은 꼴을 보는 일이다.

한쪽 눈썹을 찡긋 올린 사내는 짧은 시간에 깊은 고민 끝마치고 결정을 내렸다.

“하, 하아······.”

“자진해서 길을 내줄 순 없어. 하지만 널 죽일 수도 없으니 우리 모두가 네 손에 죽을 때까지 널 공격하겠다.”

“뭐라고? 커억!”

승현은 숨을 고르며 치를 떨던 중 들리는 사내의 말에 반문을 했다.

그와 함께 날아온 창이 승현의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고통을 과연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내의 말을 머리로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사내의 말뜻을 이해한 승현은 이 죽을 듯한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이들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승현은 정말 정신없이 맞아야 했다.

몸을 웅크리려 치면 주먹이 턱을 치며 강제로 몸을 일으켰고 다른 곳으로 도망쳐도 전사들은 바로 쫓아왔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은 계속해서 승현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쇼크로 사망하지 않은 건 단순히 시스템으로 높아진 정신력과 무극신공의 효능 때문이다.

그런 고통을 받으면서도 무의식은 계속해서 무극신공으로 알타의 힘을 전신에 퍼트렸다.

전사들의 눈에는 이제 백색으로 변해버린 승현의 몸을 보며 슬슬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화와 균형. 이걸 명심하라.”

사내는 검으로 승현의 심장을 찌르며 말했다.

그와 함께 소리 없는 폭발이 발생했다.

무극신공에 의해 응축되고 응축된 알타의 힘이 그 일격에 의해 폭발한 것이다.

순간 광장 안이 하얗게 물들었다. 이 폭발을 비유하면 초신성 폭발로 비유할 수 있을 테다.

고도로 압축된 힘은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었다.

그 에너지가 다시 한 점으로 압축되며 질량을 가질 정도가 되었고 이것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폭발하였다.

이 폭발로 인해 무려 법칙으로 생성된 고유결계가 파괴되었다.

거의 모든 충격을 고유결계가 받아냈지만 파장은 결계가 사라진 초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순식간에 초원의 풀은 소멸하고 방에 깔려 있던 흙도 소멸했다.

잠시간 방 안이 진공 상태가 되었다가 급격히 오만가지가 다시 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방 전체가 뒤집어졌다.

어느 정도 방 안의 대기가 안정을 되찾았을 때 승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몸을 뒤덮던 불꽃은 사라져 있었고 천지를 태울 기세로 뿜어지던 알타의 힘도 보이지 않았다.

한때 초원이었던 방 안에 서서 크게 숨을 들이마시었다.

“후읍, 하아.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잠시 머릿속에 남은 사내의 마지막 말을 떠올린 승현은 이내 크게 줄어든 알타의 힘을 감지했다.

마치 모든 힘을 다 쏟아냈다는 듯 잠잠해진 알타의 힘과 도도히 흐르는 무극신공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굴었지만 그는 알고 있다.

이 둘이 만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다는 걸 말이다.

실제로 둘이 합쳐져 만들어낸 폭발은 천문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 당시의 폭발을 재현하려면 최상급 마력석이 수만여 개는 있어야 가능할 정도였다.

최상급 마력석 한 개가 가진 힘만으로도 지구 정도의 행성을 흔적도 없이 날릴 수 있는 걸 감안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폭발은 그저 폭발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전에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모든 능력치가 대폭 상승한 것 같았다. 넘쳐흐르는 마력은 족히 800레벨 정도는 되는 것 같았고 다른 능력치도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상태 열람.”

정확히 올라간 수치를 확인하고자 시스템을 불렀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증명의 장에선 시스템 또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아쉽지만 이곳을 벗어난 다음 확인해보기로 했다.

폭발이 남긴 다른 것은 그저 능력의 상승만이 아니었다.

몸 상태를 꼼꼼히 살피던 중 승현은 문뜩 그림자에 보관해두었던 한 가지 아이템이 떠올랐다.

“여기서 진화의 결정을 먹으면 어떻게 되려나?”

또 다른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

종의 한계를 초월하게 만드는 그 아이템을 지금 상태에서 먹게 되면?

그 생각이 들자 불쑥 욕심이 났다. 지금 자신이라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 그러나 승현의 마음속에서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조화와 균형······.”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허나 지나침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다.

승현은 진화의 결정이 과연 지금의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인지 아니면 약이 될 건인지를 몰랐다. 지금이 그릇을 가득 채운 상태라면 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쑥 자신의 모자란 그릇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된 고민 끝에 승현은 지금의 것부터 소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무극신공의 참된 뜻도 깨우치지 못했고 알타의 힘도 완전히 조종할 수 없었다.

다른 건 또 어떠한가.

억지로 깨운 아우성치는 탐식도 아직 제 힘을 숨기는 것 같았다.

협조를 하고 자신을 주인이라 부르지만 그저 딱 협조를 해주는 수준이다.

아직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생체병기, 룬이나 꺼지지 않는 마의 불꽃도 문제였다.

꺼지지 않는 마의 불꽃의 경우 탄생 비화가 아주 비범한 놈이다.

마계를 태운 불과 마신이 잠든 도가 바로 그놈이다.

한 세계를 태운 불과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잠든 도.

룬은 한 문명의 총화라 한다.

어떤 문명인지는 몰라도 불가해 등급을 받은 아이템인 만큼 이것 또한 평범한 물건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도 채 소화하지 못하면서 다른 걸 탐내는 건 아둔한 짓이다.

결정을 내리고 나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승현은 그림자에서 다시 룬을 꺼냈다.

그림자에서 나온 룬은 다시 승현의 왼팔에 붙었다.

왼팔에 붙기 무섭게 바로 가는 바늘 같은 걸 왼팔에 박았다.

살을 관통하는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게 되었다.

처음처럼 승현의 마력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룬이었으나 기어에서처럼 승현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순 없었다.

무극신공이 룬이 빨아들이는 마력보다 더 많은 마력을 주위에서 끌어다 와 승현의 마력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승현은 룬이 마력을 취하는 동안 이 공간에서 벗어날 다른 입구를 찾았다.

저 멀리 문고리가 달린 벽이 눈에 들어왔다.

벽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벽이 열리며 긴 통로가 생겼다.

“이 방이 끝이 아닌가? 증명하라더니 뭘 증명하라는 거지? 이 정도면 충분히 증명한 것 같은데.”

천 명에 달하는 전사와 싸워 이겼다.

마지막엔 능력 이상의 전사들과도 싸워야 했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닌 것 같다.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곧 문이 하나 보였는데 잠시 망설이던 승현은 이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라, 나의, 꺄아악!!”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하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뒤돌고 있던 몸을 돌려 승현을 보며 뭔가를 소개하려던 그녀는 승현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승현은 급히 룬을 몸에 두르려고 했지만 아직도 식사 중인 룬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벼, 변태.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잠시만! 나도 벗고 싶어서 벗고 다닌 건 아니라고.”

“얼른 그 흉측한 모습을 치워!”

승현은 변명을 떠올리다가 그녀의 외침에 일단 뒤로 물러나 문을 닫았다.

“······흉측까진 아닌 것 같은데.”

잠시 자신의 몸에 자리 잡은 근육들을 바라보던 승현이었지만 보기에 따라선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며 룬이 활동하길 기다렸다.

조금 긴 시간이 흐르고 나자 드디어 만족을 한 건지 더 이상 룬이 마력을 빨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룬으로 얼굴을 뺀 전신을 감싸고 문을 열었다.

아직도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여인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 가린 거 맞지?”

“얼굴 빼고는 다 가렸으니까 안심해.”

“부탁인데 얼굴도 가릴 수 있으면 가려. 아까 봤던 게 다시 떠오를 것 같으니까.”

“······그러지.”

뭔가 굉장히 찝찝했지만 해달라는 대로 얼굴도 가린 승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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