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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61화 (61/111)

61화

잠시간 눈을 마주한 여인에게선 무언가 깊은 고민을 해결한 듯한 가벼움이 보였다.

싱긋 웃어 보인 여인은 승현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다른 세계는 어떤지 물어오거나 재밌는 이야기 등을 물었다.

딱히 말주변이 없는 승현이지만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별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그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 여인은 해가 뜨고 다시 질 때까지 그와 함께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승현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걸 그녀에게 털어놓아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녀와의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삼일 째가 되는 날.

“승현아. 이름 하나 지어줄 수 있어?”

대화를 하던 그녀는 승현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녀의 부탁에 승현은 잠시 하던 말을 멈췄다.

“스스로가 생각해본 이름이 있지 않아?”

“내 스스로가 지은 이름 말고. 남에게 받는 이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이름을 네가 준다면 난 무척 기쁠 거야. 우린 친구잖아?”

“······그래. 내가 이름을 지어줄게.”

잠시 생각에 잠긴 승현은 곧 이름을 결정했다.

“내가 태어난 나라의 형식으로 이름을 지어줄게. 일단 성은 나랑 같은 최로 하고 이름은 도화. 그림 같은 꽃이란 뜻이야.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정말 마음에 들어. 내게 이름을 지어주어서 고마워.”

그녀, 도화는 활짝 웃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승현. 부디 모든 역경을 무사히 헤쳐 나가길 기원할게.”

도화는 승현에게 다가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것이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인사라는 걸 안 승현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도화를 지켜봤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도화에게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빛 가운데에 선 도화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승현에게 말했다.

“정말 즐거웠어. 그럼 안녕!”

인사를 마치자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방으로 퍼지는 대신 하늘로 솟구치는 빛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결계와 부딪쳤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결계였지만 그녀에게서 나오는 막대한 빛에 의해 결국은 길을 비켜주어야 했다.

결계가 뚫리고 그대로 하늘 위로 계속 올라가는 빛은 그 끝을 알 수 없이 올라갔다.

고독한 삶을 살아왔던 한 명의 여인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비록 며칠 정도만 시간을 보냈을 뿐이지만 아주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솟구친 빛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무언가가 하나 남아 있긴 했다.

승현은 조심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도화가 사라진 자리.

그곳에는 반짝이는 구슬이 하나 놓여 있었다.

어떤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절대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

조심히 구슬을 손에 든 승현은 구슬을 자세히 살폈다. 구슬은 무척 투명했는데 손에 들고 있음에도 감촉이 아니면 구슬을 들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승현은 구슬을 감정해보았다.

[아이템]

무언가의 결정

-등급: 신화

-무엇이 되었든 신중하길 바란다.

감정을 한 승현은 난생 처음 보는 물건의 등장에 승현은 다시 한 번 메시지를 읽었다.

“등급이 신화? 이런 등급은 없었는데. 뭐지? 거기다 설명도 심상치 않아.”

처음 등장하는 등급에 승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회귀 전까지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신화라는 등급의 아이템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거기다가 아이템의 이름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았고 그저 무언가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시스템에 따른 감정은 절대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런 감정에서 정확한 명칭이 나오지 않고 설명 또한 명확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효과와 알 수 없는 이름으로는 이 구슬의 용도를 알 수 없어서 일단은 그림자 안에 보관하기로 했다.

“응?”

하지만 구슬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림자가 구슬을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구슬이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는 걸 거부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창고를 열어 그 안에 보관하기로 하고 이 공간을 벗어나기로 했다.

그녀 스스로 소멸한 것이기 때문에 임무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진 않았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게이트가 소멸했다.

그 후 승현은 다른 게이트로 향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다른 게이트를 찾았다. 그동안 무너졌던 서울은 많이 복원되었다.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와 여러 공공시설 등 번화하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원래 어느 정도 도시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건 2년 정도가 지난 후다.

그러나 반년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도시 기능이 정상화되었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비록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했고 생산 시설은 서울보단 다른 지역에 분포해있어 재앙 전처럼 풍족한 생활을 할 순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한 집에서 수도로 나오는 깨끗한 물과 전선을 통해 들어오는 전기만으로도 충분했다. 여전히 음식이나 생필품은 배급으로 해결하더라도 말이다.

한국에선 이미 서울을 복구한 알드리안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덕분에 특수대응부대에 대한 인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에는 왜 있는지 모를 의미 불명의 불필요한 단체였지만 지금은 그저 알드리안으로 대표되는 중요한 단체가 되었다.

승현은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얻어둔 마력석을 넘기고 다른 게이트에서 레벨을 올렸다.

승현의 레벨이 300레벨이 되었을 때였다.

재앙이 일어나고 이제 10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세 가지 계급으로 나뉘어졌다.

일반인을 비롯해서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유저 그리고 전투에 참여하는 헌터로 나누어졌다.

헌터들은 주거지 주변에 등장하는 몬스터를 사냥했고 유저들은 그런 헌터를 도왔다.

사실 유저와 일반인 사이에서는 생산직 유저를 제외하면 그리 큰 격차가 없다.

생산직 유저야 처음엔 재료가 없으니 성장 자체를 할 수 없었지만 조금씩 몬스터의 레벨이 오르면서 낮은 등급이나 장비 등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한 명의 초인에 의해 매우 빠르게 회복을 했다지만 타국은 아직도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많은 국가가 수습을 끝마치고 국가 재건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재건에는 많은 자원이 들었지만 그래도 맨땅에서 시작하는 건 아닌 만큼 빠르게 복구될 수 있을 테다.

지구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인류는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노력했다.

그동안 승현은 생겨나는 여러 게이트를 탐사하고 기록했다.

그렇게 열심히 성장을 이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특수 대응 부대에게 주어진 본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승현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지그시 바라봤다.

[증명의 장에 초대되었습니다. 응하시겠습니까?]

지구에서는 떠오르지 않는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등장했다.

“이런 건 기억에 없어. 그리고 내게 한정된 것도 아니야.”

승현은 잠시 핸드폰 화면에 떠있는 채팅을 읽었다.

이 메시지는 자신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 있는 헌터들에게도 떴다. 하지만 모든 헌터에게 뜬 건 아니라고 한다.

1레벨인 유저에게도 뜨기도 했고 생산직 유저에게도 뜨기도 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이 무작위로 보내진 것 같은 이 메시지.

‘시스템으로 뜬 것이니 신뢰할 수 있겠지만 어째서 회귀 전엔 없었던 이런 메시지가 떴는지가 의문이야.’

승현이 고민하는 부분은 그것이다.

회귀 전엔 한 번도 지구에선 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그저 상태와 기술만을 열람할 수 있었고 나머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지구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고 거기다가 이런 규모라면 회귀 전에도 이런 사실이 알려져야 했을 텐데 알려지지 않은 걸 보면 회귀 후에 생긴 새로운 변수라는 것,

이 변수가 과연 어떻게 작용할지 미리 알아둬야 했다.

“흐음, 좋아. 결국은 초대에 응할 수밖에 없겠군.”

승현은 초대에 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빛이 일어나며 서서히 어디로 이동되기 시작했다.

빛이 사라지고 승현은 초원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냥 초원이라기엔 뭔가 이질감이 잔뜩 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하늘과 지평선은 돔 형태로 막힌 벽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즉, 이곳은 광활한 초원이 아닌 돔으로 된 갇힌 공간이라는 소리다.

[증명하십시오. 그리고 획득하세요]

메시지가 떠오르고 곧 땅 아래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인가. 골렘은 아닌 것 같은데.”

땅에서 일어난 건 갑옷을 걸친 사람이었다.

족히 수천 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제각기 무기들 들고 일어났는데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이 상당했다.

“저들이 나랑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등장한 건 아닐 테니······.”

승현은 조용히 탐식을 꺼내들었다.

그와 함께 땅에서 일어난 이들 중 일부가 승현에게 달려들었다.

느껴지는 마력만큼이나 그들의 이동속도는 기민했다. 또한 합을 맞추기라도 한 듯 산개하여 승현의 시선을 분산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승현이라고 해서 가만히 공격을 받아줄 필요는 없다.

그대로 한 명의 그림자로 이동한 승현은 그대로 검을 그었다.

그러자 놀라운 반응속도를 보인 남자는 들고 있던 방패로 승현의 검을 막았다.

방패와 검이 부딪치기 무섭게 남자는 방패로 승현의 검을 위로 올려 빈틈을 만들고는 검을 찔렀다.

그에 급히 다시 한 번 남자의 뒤로 이동해 공격을 피한 승현은 이어서 자신에게 다가온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았다.

“큭······!”

룬의 탁월한 방어력 덕분에 관통을 당하진 않았지만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잠깐의 멈칫거림 때문에 몇 차례 더 몸으로 공격을 받아야 했다.

승현은 그대로 탐식에 능력 중 디버프 능력을 모두 발동시켰다.

사방을 둘러싸고 공격을 가하던 그들은 갑자기 몸에 이상이 오자 바로 뒤로 물러나며 승현과 거리를 벌렸다.

“크으, 쉽지 않겠어.”

인상을 찡그린 승현은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달려든 이들은 단 네 명.

하지만 초원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은 대략 천여 명에 달한다.

저기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 모두 지금 상대들과 비슷하다면 상당히 곤란할 것 같다.

승현은 빠르게 이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다시 한 번 상대의 그림자로 이동한 승현은 상대에게 캄식의 능력을 집중시키고는 그대로 검을 내리찍었다.

카앙!

내려찍은 검은 막혔지만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창은 막지 못했다.

그대로 창에 심장이 관통당한 상대는 울컥 피를 뱉어내다가 쓰러졌다.

한 명을 기습적인 공격으로 처리한 승현은 바로 자신의 뒤를 노리고 찌르기를 한 상대의 검을 쳐냈다.

검을 튕겨내기 무섭게 다른 상대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승현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승현은 포위된다 싶으면 바로 그림자로 이동해 벗어났고 기회가 된다면 그림자를 조종하거나 안에서 무기를 꺼내 상대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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