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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58화 (58/111)

58화

서울 일대엔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잔뜩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가장 번화하면서 고층 건물이 밀집한 곳이다 보니 조금만 나가도 변화한 지형에 건물의 잔해들이 잔뜩 있었다.

“일단 가볍게 저것부터 복원해보겠네.”

알드리안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둘렀는데 그와 함께 마력이 요동치며 무너진 잔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궁.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간이 되감겨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건물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함께 온 공무원들과 군인들은 그 광경에 입을 벌렸다.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물은 5분도 되지 않아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후우, 안에 있던 세세한 물건은 망가졌겠지만 건물 자체는 무너지기 전의 모습으로 복원했네. 지하에 연결된 것들도 일부 복원했네만 땅 아래 깔린 것들을 모두 복원할 순 없었어.”

“······대단하군. 마법으로 이런 것도 가능할 줄은.”

“후후후. 위대한 마법사인 나, 알드리안만이 가능한 일이지. 일반 마법사는 이 정도 규모의 복원 마법을 엄두도 못 낼 거야.”

알드리안은 자랑스럽게 말하고는 다른 건물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서울 시청을 중심으로 하나씩 건물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여러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알드리안은 열 개의 건물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고 나선 손을 털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 정도 능력을 보여주었으면 내 가치를 증명한 셈 아닐까?”

“충분히 증명했어. 아마 이젠 정부에서도 당신을 결코 소홀히 대하지 않겠지.”

“좋구먼. 말 좀 잘 해주게.”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알드리안은 피곤하단 이유로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고 승현은 곧 의회에 출석해 알드리안의 대변인이 되어야 했다.

그가 일으킨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의회는 알드리안의 힘을 이용해 서울의 완전 복원을 원했다.

승현은 되도록 이계인인 알드리안이 인류 그리고 한국의 편에 서길 원했다.

그렇기에 의회에서 나온 안건들에 대해 알드리안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했고 대부분 그런 승현의 생각에 동조해주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몇몇 존재했지만.

가장 먼저 발전소나 상하수도 시설 등 시급한 것들 먼저 복원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잡고 복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시작했다. 초반을 빼곤 승현이 끼어들 안건은 없어서 그저 조용히 회의에 참여했다.

세부적인 계획은 막 다시 구색을 갖추기 시작한 행정자치부와 국토교통부 쪽에서 구성하기로 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 승현은 알드리안에게 회의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졸지에 알드리안의 비서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지만 굳이 이 일을 남들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알드리안과는 어느 정도 친분을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와 같은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을 아군으로 두는 건 중요한 일이다.

게이트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은 자들이다.

추정하길 최소한 천 레벨은 넘겨야지 게이트를 인식할 수 있었고 그런 게이트를 통과하려면 그보다 더한 능력을 가져야 했다.

즉, 알드리안은 최소 천 레벨을 상회하는 능력자라는 소리다.

“미안하군. 날 대신해서 고생을 해주고 말이야. 딱히 친절한 성격 같진 않은데 말이지. 하하하!”

“잘 알면 알드리안도 나중에 날 적극적으로 도와줘.”

“암, 내 능력이 되는 선에선 뭐든 도와주겠네.”

서울 복원을 시작한지 일주일.

중요 시설은 대부분 복원을 마치고 내부 수리에 들어갔다.

그밖에도 여러 건물들과 그 건물과 연결된 하수도 등을 복원했다.

알드리안은 엄청난 능력을 보유했음에도 소탈하고 욕심이 없었는데 종종 그가 해주는 말로는 이미 사치는 누릴 수 있을 만큼 누려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승현이 보기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언가 요구를 할 법도 한데 알드리안은 복원 중 발견한 책 같은 걸 더욱 좋아했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흘렀을 땐 알드리안은 이제 한국어를 능통하게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가끔 뜻 모를 단어만 물어볼 뿐 이젠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어졌다.

승현은 알드리안에게 자신이 속한 특수 대응 부대에 들어오길 권유했는데 알드리안은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했다.

분명 마법사라면 아주 고차원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일 텐데 바로 수락을 한 것을 두고 승현이 그에게 물어본 본 적이 있다.

“알드리안. 내가 아는 마법사는 대부분 아주 신중한 이들이야. 하지만 내가 지켜본 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승현. 나 정도 위치가 된다면 말이야. 어지간한 건 무시할 수 있어. 그게 사회가 만든 규칙 같은 거라도 말이야. 왜인지 아나? 바로 그런 걸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기 때문이네.”

“한낱 개인이 모든 걸 통제할 순 없어.”

“안타깝게도 그게 가능하더군.”

알드리안은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승현은 알드리안의 말에서 그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힘이 있기에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결코 무릎 굽히지 않는다는 것.

아마도 알드리안은 자신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든 자신이 있다는 뜻이리라. 알드리안이 지구에 오고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유저들은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었고 출몰하는 몬스터의 수준도 30레벨이 되었다.

30레벨의 몬스터가 출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마력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승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커뮤니티에 접속해 아이실과 같은 이들과 정보를 주고받았다. 커뮤니티에 있는 이들 중 50레벨을 넘긴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승현처럼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았던 게 아닌지라 다들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그래도 첸이나 아이실 등 직업 자체가 뛰어나거나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을 가진 이들은 그런 한계를 넘었다.

현재 100레벨을 넘은 이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

모르는 곳에서 100레벨을 넘은 이들이 있더라도 아마 세계적으로 열을 넘기진 않을 거다.

어느 정도 상황을 정리한 승현은 다시 레벨을 올리기 위해 게이트를 찾았다.

“이곳이 적당하겠지?”

시간이 흐른 만큼 여러 개의 게이트가 더 생겼지만 미확인 게이트를 탐색하는 대신 잠시 확인만 해두었던 게이트를 찾았다.

200레벨에 거의 근접한 자신의 레벨을 생각하면 적어도 200레벨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이어야 했는데 확인을 한 게이트 중 그나마 눈앞의 게이트가 가장 수준이 높았다.

‘아무래도 초기라서 그렇겠지. 빨리 500레벨을 만들어서 미궁 아래로 가야 해.’

승현은 초기에 찾아갔던 미궁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만난 문지기가 말하길 최소 500레벨은 찍어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아주 중요한 물건이 있는 건 확실했고 그걸 ‘놈들’보다 먼저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승현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건 새하얀 설경이었다.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쭉 감상하던 승현은 곧 떠오르는 임무를 바라봤다.

[임무 : 눈의 마녀]

-마녀를 처치하십시오.

이미 한 번 확인한 임무였기에 가볍게 넘긴 승현은 바로 사냥에 돌입했다.

원래라면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었겠지만 무극신공의 효능으로 추위에 저항을 하게 되면서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탐색을 발동한 승현은 바로 인근에 있는 몬스터를 찾아내 사냥을 시작했다.

사냥은 순조로웠다.

무리를 짓는 몬스터도 없었고 귀찮게 땅 속으로 숨거나 하늘을 나는 몬스터도 없었다.

수준도 적당해서 레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기도 했다. 승현은 이곳에 들어오고 승현은 오직 무극신공으로만 몬스터를 사냥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칠 만큼 손쉽게 몬스터를 사냥했다.

지금도 승현의 주먹에 복부를 맞은 몬스터는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트리며 주저앉았다.

“크르르······.”

입가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나왔지만 몬스터는 승현을 놀려봤다.

마력이 두꺼운 가죽을 통과해 장기를 뒤흔들었을 텐데도 투기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기 몬스터는 뭐랄까. 몬스터답지 않아.”

승현은 그대로 놈의 머리에 주먹을 꽂아 쓰러트리곤 말했다.

여태까지 이 게이트에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한 승현이지만 하나같이 몬스터가 가진 특유의 야생적인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게이트 안에서 한 달 정도를 보낸 승현은 이미 결계 안을 모두 파악했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이란 말이지.”

이 게이트 안의 몬스터는 대부분 200레벨 초중반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 그 이상의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때문에 슬슬 이곳을 벗어날까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이 게이트를 클리어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게이트 안의 몬스터는 리젠되지 않아. 대부분의 몬스터를 사냥한 지금 과연 이 게이트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굳이 불필요한 게이트를 남겨두어 관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젠 결계 안의 몬스터도 많이 줄어들어 나중에 몇몇 유저가 이용하고 나면 더 이상 사냥터로서의 가치는 사라질 테다. 그러니 이쯤에서 게이트의 숫자를 줄여두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녀가 있는 곳도 어딘지 짐작이 되고 말이야.”

승현은 저 멀리 우뚝 솟은 산을 바라봤다.

그리 크지 않은 산 중턱에는 유독 많은 몬스터가 몰려 있는데 그곳에는 동굴이 하나 있다. 그리고 아마 그 동굴 안에는 임무에서 지칭하는 마녀가 있을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한 승현은 곧 산을 올랐다.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를 제압하며 산을 오른 승현은 동굴 근처까지 도착했다.

동굴 앞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잔뜩 모여 있었다. 승현을 발견한 몬스터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는데 같은 레벨의 몬스터라면 이미 상대가 되지 않기에 쉽게 놈들을 처리했다.

“후, 그래도 조금 숨이 차는데?”

주위에 널린 수많은 몬스터의 시체들을 두고 잠시 숨을 골랐다.

이제 남은 건 동굴 안으로 들어가 안에 있을 마녀를 처치하는 것.

승현은 풀어진 마음을 조이고 은신을 사용해 동굴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게이트 자체가 쉽다고 해서 그 임무까지 쉽다고 보장할 순 없다.

모든 게이트의 임무는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고 그걸 깨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어떤 복병이 숨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추위에 저항을 가진 승현의 몸이 떨릴 정도의 냉기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냉기는 그 힘을 더해갔다.

하는 수 없이 승현은 불의 정령을 불러냈다.

“내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줘.”

사람의 형상을 한 불의 중급 정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승현의 몸에 스며들었다.

불의 정령의 힘을 받으니 급격히 떨어지던 체온이 정상을 되찾았다.

“이거 참. 얼마나 추운 건지 모르겠군.”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간 승현은 동굴의 끝에 도착했다.

동굴 끝 중심에는 커다란 얼음덩어리가 있었는데 그 안에 수수한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들어있었다.

냉기는 여인이 갇힌 얼음덩어리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잠시 주위를 둘러봤으나 딱히 몬스터는 없었다.

쩌저적.

“흠······.”

은신을 풀고 얼음덩어리에게 한 발짝 다가가려던 승현은 바로 발을 타고 올라오는 얼음에 급히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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