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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57화 (57/111)

57화

게이트 밖으로 나온 승현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알드리안을 두고 헬기를 불렀다.

헬기를 기다리던 중 알드리안은 승현에게 말을 걸었는데 게이트 밖으로 나온 상태라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알드리안은 승현의 손을 잡았다.

“자, 이제 말이 들리나?”

“······어떻게 한 거지?”

“응? 하하하, 이 위대한 마법사는 못하는 게 없지. 자네에게 적용되었던 시스템이란 법칙을 잠시 끌어다 왔네. 혹시나 했는데 잘 되는군.”

“그게 가능하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법칙이란 모두 이치에 따른 것들이고 이걸 임의로 창조할 순 없어. 그저 이미 존재하는 법칙을 조건에 한해서 불러온 것에 지나지 않아.”

승현은 잠시 소년의 모습을 한 그를 보며 말도 안 되는 인물을 깨운 게 아닌지 고민했다.

그런 승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드리안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승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이곳도 마법이 존재하나? 문명 수준은?”

“일단은 이동수단을 불렀으니 그걸 타고 사람이 모인 곳으로 가자. 가면서 천천히 설명해 줄게.”

“그러게. 참, 대화를 하려면 나랑 접촉을 해야 하네. 이곳의 언어를 빨리 배우고 싶군.”

알드리안은 무척이나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입을 열었는데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열심히 입을 열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헬기가 도착하자 알드리안은 무척 놀랍다는 듯 감탄사를 터트렸다.

“호오! 이건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 그럼에도 하늘을 날 수 있다니. 어떤 원리인 거지?”

승현은 잠시 알드리안과 떨어져 헬기에서 내린 최 보좌관과 대화를 나눴다.

“나오셨군요, 대장님. 그런데 옆에 있는 소년은?”

“이계인 정도로 설명하면 편하겠군요. 이 게이트 너머의 사람입니다.”

“그렇습니까? 이 사실을 빠르게 알려야겠군요. 게이트를 통해 다른 세계의 사람이 넘어올 수 있다니. 중대한 일입니다.”

“그리 걱정하진 마세요. 저 소년은 아주 특별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각 게이트에 의무적으로 인력을 배치시킬 구실은 되겠군요. 갑시다.”

승현은 헬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최 보좌관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들을 수 있었다.

참혹한 실패로 끝이 난 이번 원정은 큰 이슈로 떠올랐다고 한다.

특히 생환해온 일곱 길드의 길드장들은 바로 승현의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로는 공인 유저 센터와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위험요소를 두고서 제대로 알리지 않고 정보 또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서 다시 센터의 대표였던 서동욱의 비리가 밝혀졌는데 내부적으로는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처리가 되어 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얼마나 더 해먹으려고 했던 건지 정부에서 제공한 공금과 물자를 빼돌린 것까지 밝혀지면서 원정에 참여한 모든 유저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사람을 불러다가 벌을 줄 순 없었고 이번 일을 계기로 공인 유저 센터 자체가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자율적인 운영을 보장하며 길드와 비슷한 역할을 하던 것에서 완전히 기능이 변하게 되었다.

정부 차원에서 유저를 관리하고 서포트하는 단체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변하게 된 데에는 역시 유저들과 길드들의 뜻이 많이 들어갔다.

명칭도 공인 유저 센터가 아닌 헌터 협회로 바뀌었는데 서구권에서는 유저란 명칭 보단 헌터라는 명칭을 더 자주 사용해 그를 따온 거다.

또 그냥 유저와 사냥을 하는 유저를 나누기 위해 헌터란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생산직 유저나 유저이지만 평범한 생활을 원하는 이들과 선을 그어둔 건데 회귀 전에도 이유는 다르지만 같은 뜻으로 그렇게 나눠졌었다.

“그러면 센터에 소속된 유저는 모두 해고된 거군요?”

“원하는 이들에 한해선 헌터 협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부분이 떠났습니다. 앞으로 뒤에서 관리만 하게 되는 자리에 있고 싶어 하는 유저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렇겠지요.”

“그보다 저 소년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고 관리해야겠죠. 저 소년은 보기와 달리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되도록 적으로 돌리는 건 지양하는 편이 좋습니다.”

“위험요소군요. 알겠습니다. 아, 이번에 불똥이 저희 쪽으로도 좀 튀었습니다.”

“불똥?”

“예. 유저들 중 저희 특수 대응 부대의 존재를 알고는 폐지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대원을 선발해서 구색을 갖추셔야 될 것 같습니다. 상부에서도 센터의 빈자리를 저희가 대신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 같고요.”

“귀찮은 일을 맡게 되었군. 어중이떠중이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혼자가 편합니다.”

“대장님께서 부재중이셔서 저 선에서 급한 불을 껐습니다만 조만간 면접을 보셔야 할 듯 싶습니다. 최소 열 명은 맞춰놔야······.”

“하아, 생각해보죠.”

승현은 딱 잘라 말을 마치고는 저 멀리 보이는 서울을 바라봤다.

아직은 편의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손을 잡고 있을 필요가 있었기에 참기로 했다.

헬기장에 착륙하고 승현은 알드리안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알드리안은 주위를 살피다가 승현의 손을 잡았다.

“이보게. 오면서 쭉 지켜봤는데 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설명하면 길어.”

“그래도 말해주게. 일단 이곳에 왔으니 나는 나도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겠는가?”

승현은 손을 놓지 않고 거듭 부탁을 하는 그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 세계와 어떤 힘의 작용, 그리고 벌어진 격변과 등장하기 시작한 몬스터와 게이트 등등.

쭉 설명을 듣던 알드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곳에서 법칙이 뒤죽박죽에 흐름이 날뛰고 있던 거였군.”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어?”

“흠흠, 약간은. 이런 변화는 우주적인 존재가 나서야지 설명이 가능한 일이야. 이 세계의 법칙은 여러 법칙들과 뒤섞여있어. 가령 존재하지 않던 몬스터의 출현 같은 경우가 그렇지.”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알드리안의 말에 승현은 가만히 그의 말을 들었다.

“생명은 갑자기 나타날 수 없어. 이건 일종의 소환이야. 그리고 이 세계에 적용된 법칙 중 하나가 그것인데 원래는 없던 법칙이 난입을 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어. 엉킨 실타래처럼.”

“그게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문제는 없어. 정말 놀랍게도 각 법칙이 충돌하지 않고 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잠재적인 위험이 하나 있군.”

알드리안의 말에 눈을 빛냈다.

그가 알아낸 건 아마 승현도 모르는 정보일 터.

어쩌면 모든 것을 해결할 단서가 될 수 있다.

“정확한 건 나로서도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야. 이 세계에 펼쳐진 수많은 법칙과 인과율에 의해 무언가가 이끌리고 있어. 이것이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는 몰라. 그저 엄청난 게 이 세계에 접근하고 있어.”

“흐음, 그래.”

“후후, 실망하지 말게. 분위기 전황을 위해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겠네. 자네에겐 놀랍게도 법칙을 어그러트리는 무언가가 있네. 때문에 자네에겐 몇몇 법칙이 어그러지거나 적용되지 않고 있어. 뭔가 짚이는 게 있나?”

그에 승현은 그림자에서 아우성치는 탐식을 꺼냈다.

오랜만에 그림자에서 나온 탐식은 승현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주인. 기껏 주인으로 인정해주었더니 이렇게 방치할 거야?’

탐식을 꺼내보이자 알드리안은 작게 감탄을 터트리면서 탐식에게 손을 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탐식이 자신의 힘을 발동하며 주위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큭······!”

쿠직.

막대한 중력에 숙소로 쓰이고 있는 가건물의 바닥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주인인 승현조차도 그 중력의 영향을 받아 무릎을 꿇었는데 유일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알드리안은 탐식을 쓰다듬다가 손을 뗐다.

그가 손을 뗐기 무섭기 바로 주위를 압도하던 중력이 사라졌다.

“이런이런. 나도 모르게. 일단 복구하겠네.”

알드리안은 가볍게 웃었는데 승현이 뭐라 화를 내기도 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꺼진 바닥이 다시 위로 올라오며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좋은 구경을 했네. 그렇군. 자네가 입고 있는 그 은색 갑옷 또한 이 검과 비슷한 것 같아. 비록 지금은 잠들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알드리안의 말에 승현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검은 사실 법칙에 위배되는 물건이야. 존재해선 안 된다고 할 수 있지. 그 검 자체만으로 이미 신성을 이룬 하나의 신이네.”

“좀 더 제대로 된 설명을 해봐.”

“어렵군. 그 검을 잠시 읽어보았네. 확실히 법칙과 유리되어 있어. 이걸 이용하면 아주 놀라운 일을 벌일 수 있을 거야. 자네에게 이런 게 더 있는 것 같은데 맞지?”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해 등급은 승현에게 총 여섯 개.

기술과 보유한 아이템을 모두 합한 건데 상당한 숫자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이 정도로 불가해 등급을 보유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거다.

“조심하게. 이런 물건은 소유자를 잡아먹을 수 있는 힘이 있어. 힘에 취해 잡아먹히지 말게.”

이번에도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탐식의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칫, 주인은 약하고 맛도 없다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 검 뿐이란 말씀.’

탐식의 말에 승현은 잠시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약하고 맛이 없다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뒤의 말에도 생각해보면 먹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기호를 말한 거다.

절로 경각심이 드는 말이었다.

“어쨌든 좋은 구경을 했어. 참, 그 갑옷도 깨어나면 아주 위험할 테니까 대비를 잘 해두게. 이참에 자네에게 많은 신세를 질 것 같은데 내가 도와줄 게 있나?”

“아직은 없어. 하지만 필요하다면 바로 요청하지.”

“그러게. 아, 이렇게 된 거 바로 언어 공부를 하고 싶네.”

승현은 알드리안의 요청에 그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모든 곳에 알드리안을 데리고 갈 순 없으니 빠르게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그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승현은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의 이해력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알드리안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승현의 당부가 전해진 것 때문인지 조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조사원은 유저가 아니기에 승현이 옆에서 대신 통역을 해주어야 했다.

알드리안은 이계의 존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생겼다.

반드시 정부에서 파견된 인물과 동행해야 하고 서울을 벗어날 수 없었다. 승현이 곁에서 중재를 한 덕에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가 끝나고 알드리안에 대한 신분이 주어졌다.

그러다 문뜩 승현은 알드리안이 했던 일이 하나 떠올랐다.

“알드리안. 너 혹시 무너진 건물도 복원할 수 있어?”

“가능하네. 하지만 너무 넓은 범위는 나도 힘들어서. 혹 이곳에 무너진 건물을 복원해주길 원하는 건가?”

“가능하다면. 되겠어?”

“좋네. 하지만 잔해가 온전한 곳이어야 하는데 이 근방은 다 치워진 것 같아.”

“내가 말해두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가자.”

승현은 바로 동행중인 정부 측 인사와 대화를 하고 바로 서울 인근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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