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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56화 (56/111)

56화

사실 이 동화율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저 알타의 심장을 먹은 후부터 생긴 것으로 추측하면 신수인 알타와 동화되는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동화율이 모두 차면 뭐가 어떻게 될 지는 역시 모른다.

그래도 역시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이었던 만큼 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진화의 결정은 이 수치를 모두 채운 후에 먹으면 되겠군.”계획을 모두 세운 승현은 잠시 몸을 점검했다.

사실 아직도 약간의 의문이 남아있다.

금단의 과실의 효과가 기술의 레벨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면 그렇다고 써두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금단의 과실에는 그저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고만 적혀 있었다.

확실히 다양한 기술이 열매 하나를 먹었다고 레벨이 오르는 건 놀라운 일이다.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닐 거란 사실이 승현의 직감에 강하게 남았다.

“흐음, 여분의 장비는 따로 챙겨두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기어 안에선 장비가 해당 유저의 체형에 맞게 줄어들고 늘어나다 보니 각 아이템의 크기가 들쑥날쑥했다.

그래서 따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어 안에서처럼 몸에 딱 맞지 않는다.

기어 안에서 대장장이에게 맞춤 장비를 의뢰해야 하는데 고레벨로 갈수록 레벨에 맞는 장비를 만드는 대장장이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그렇게 천 레벨 정도가 되면 기어 안에서 장비를 제작하는 대장장이가 없다.

이런 이유로 승현은 따로 장비 아이템을 구해두지 않았는데 천 레벨 때 착용하는 교복이라 지칭되는 장비인 특급 암살자의 어둠 세트의 높은 내구도만 믿고 있었다.

‘끄응, 큰일만 없으면 적어도 3년은 입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번 손질도 열심히 해주며 관리를 철저히 해주었지만 이렇게 보낼 줄은 몰랐다.

“저쪽도 슬슬 끝나가는 것 같으니 일단 룬으로 대신해야겠군.”

승현은 룬을 전신에 두르는 걸로 벌거벗은 몸을 가리고 대부분 불타 사라진 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무의 영향권에 있는 땅은 모두 갈아엎어졌다.

땅 아래 있던 나무의 뿌리가 요동을 친 덕분이다.

중심부로 가자 거대한 구덩이가 있었는데 나무가 있던 자리에 나무만 쏙 사라져서 생긴 구덩이다.

그 구덩이 아래를 본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구덩이 중심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하나 있었다.

아래로 내려간 승현은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밟았다.

[던전, 이름 없는 마법사의 안식처에 입장합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던전으로 인정되는 것 같다.

게이트 안에 던전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 경우는 아니다. 가끔씩 게이트 안에 있는 특수한 곳은 대부분 던전으로 인정받는다.

가끔 일전에 들어갔던 황금의 신전처럼 던전으로 인정을 안 받는 곳도 있어 던전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말이 종종 오가곤 했다.

일단 유저의 입장으로 보면 던전으로 인정받는 게 이득이다.

던전은 보스룸과 던전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과 던전은 클리어 시 보상이 확실하게 주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보장된 보상과 안정적인 사냥이 동반되니 당연히 유저 입장에선 던전으로 취급받는 곳을 더 선호한다.

승현은 천천히 계단을 밝고 내려갔다.

“안식처를 만들 정도면 뭔가 있겠지. 무엇보다 그런 팔찌와 연관이 있는 마법사라면 더더욱.”

예상하는데 회귀 전 이 게이트는 주목을 받지 못했을 거다.

때문에 나무에게서 전설전인 등급의 팔찌도 못 얻었고 나무를 완전히 치우지 않으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이런 던전도 발견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그가 얻은 팔찌를 가졌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까.

솔직히 전설적인 등급이라고 해도 그런 물건을 어디에 쓰겠느냐만.

“그나저나 계단이 기네.”

승현은 끝도 없이 이어진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계단의 경사를 생각하면 지하로 몇십 미터는 들어온 것 같은데 아직도 끝이 안 보인다.

불의 정령을 불러 주위를 밝힌 승현은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계단을 내려간 승현은 드디어 통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냉기가 흐르는 공간에 발을 내딛자 양 벽에 걸려 있는 양초에 불이 붙었다.

수백 개의 양초에 하나씩 불이 붙으면서 저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었다.

“던전이지만 몬스터는 보이지 않군. 바로 보스전인가?”

이런 종류의 던전도 있다.

기어에서 던전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가장 일반적인 던전으로 던전 안에 함정과 몬스터가 있고 마지막에 보스가 있는 그런 던전이다.

다른 하나는 시나리오 던전이라 불리며 주로 임무와 연관 있어 임무에 맞춰진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임무가 물건을 찾는 거라면 마지막에 보스 대신에 물건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일반 몬스터들이 아주 강력하거나 함정 등이 수수께끼 등으로 꾸며져 있어 다들 싫어하지만 임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클리어한다.

마지막으로 특수 던전이 있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이 던전에는 뭐가 있을지 모른다.

입장할 때 특수 던전이라고 알려주는 때도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위의 두 사항에 해당되지 않아 그리 불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바로 보스룸만 있거나 몬스터 대신 수수께끼를 풀어 클리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헤이리아를 얻은 웰로드 성소도 특수 던전으로 칠 수 있다.

“부디 수수께끼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이왕이면 보상도 따로 주는 그런 친절함도 있으면 더 좋고.”

승현은 탐색을 사용했다.

탐색 기술도 초월을 한 덕분에 거리의 제약부터 인식 가능한 사물도 다양해져 이전엔 모르는 것들을 보다 빠르고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순식간에 이 던전 안의 공간을 모두 파악한 승현은 앞으로 걸었다.

탐색의 결과로는 던전 끝에 있는 보스룸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이럴 거면 왜 그리 긴 계단과 이런 쓸데없이 넓은 공간을 마련해두었는지 모르겠다.

지하 깊숙한 곳에 마련된 곳이지만 천장부터 벽과 바닥까지 모두 반듯하고 반질반질하고 이음새가 없었다.

아마 마법적인 처리가 된 것 같다.

‘이 곳을 만든 마법사는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다. 방심하지 말자.’

안식처란 이름을 했으니 보스로 이곳에서 안식에 든 마법사나 혹은 그 마법사를 지키는 하수인이 있을 수 있다.

보스룸 앞에 도착하자 마치 반겨주기라도 하는 듯 좌우로 벽이 갈라졌다.

안은 밖에 걸린 촛불의 불빛을 먹어치우고도 어둡기 그지없었다.

즉, 마법적인 방법으로 임의로 어둡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런 마법은 암살자의 결의를 껴도 보이지 않을 테고. 오직 감각으로만 의존해야겠군.’

매번 어둠 속에서 시야를 확보해두던 애착의 아이템인 하얀 반가면은 저 어둠에선 효과가 없다.

마법적으로 조성된 어둠이라 그런데 그런 곳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오감을 어그러트리는 기능도 함께 하기에 주의해야 한다.

“진입하자.”

심호흡을 한 승현은 그대로 보스룸 안으로 들어갔다.

보스룸 안으로 발을 들인 승현은 갑작스럽게 환해지는 내부에 주위를 살폈다.

“······?”

안은 깔끔했다.

그런데 너무 깔끔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있는 거라고는 방 중앙에 천으로 뭔가가 덮여져있었다.

승현은 가까이로 다가갔다. 천 아래에는 어린아이 하나가 있었는데 왜 이런 곳에 어린아이의 시체가 잘 보존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살피기 위해 마력을 주입한 승현은 순간 아이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에 당황했다.

한 번 이동하기 시작한 마력은 끝도 없이 아이의 몸으로 들어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승현의 마력 회복 속도보다는 느려서 마력이 고갈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한다.”

일단 마력을 내주고 있긴 하지만 그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마력을 주입해주며 알아낸 걸로는 이 아이는 놀랍게도 살아있다.

정확히는 살아나고 있다.

승현은 이 아이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 마력 공급을 끊기로 결정하고 아이를 주의 깊게 살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아이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이가 정신을 차렸지만 보스 등장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눈을 뜬 아이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더니 나직이 중얼거렸다.

“성공인가.”

“뭐가 성공인지 알려 줄 수 있어?”

승현은 정신을 차린 아이에게 바로 질문을 던졌다.

잠시 천장을 보던 아이의 시선이 승현에게 돌아가고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흠, 고맙네. 이 모든 게 그대 덕이야. 내 보상은 섭섭하지 않게 챙겨주지.”

“보상도 좋지만 일단 이 상황을 이해하고 싶은데?”

“인간에게 있어서 호기심이란 중요한 감정이지. 무엇이 궁금한가?”

“하나는 네 존재. 다른 건 지금의 상황.”

아이는 승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자네와 나는 놀랍게도 대화가 통하고 있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는데 말이야. 너무 자연스러워서 하마터면 그냥 넘어갈 뻔했군.”

“내 질문에 답해주면 나도 답해주지.”

“좋네. 일단 내 소개부터. 나는 위대한 마법사, 알드리안 페더 드릭시오. 이번에 죽음을 극복한 최초의 인간이지.”

씩 웃으며 하는 말에 승현은 가만히 그의 말을 들었다.

자신을 소개한 아이는 이어서 자신의 업적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말이네.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죽음을 극복했다네. 물론 자네의 도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극복을 해낸 거지. 일단 이 몸은 내가 인공적으로 만든 육신으로 내 영혼이 이곳으로 이동을 한 거야.”

“이동?”

“그렇다네. 본신의 나는 죽었지. 내 기억이 없지만 분명 죽었고 많은 시간이 흘러 자네의 마력을 매개체로 이 육신에 다시 영혼을 불러낸 거네. 환생 정도로 표현하면 편하겠군. 이제 내 차례네.”

승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아이에게 사실을 들려주었다.

지구와 게이트 그리고 시스템의 존재 등을 쭉 설명해주자 아이는 잔뜩 흥분했다.

“오오오! 과연! 타 차원이 존재한단 말인가! 놀라워. 아주 놀라워!”

“하지만 당신은 넘어갈 수 없을 거야. 특수한 방법을 쓰지 않으면 그 차원의 존재는 게이트를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어. 근처로 가도 뭐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지.”

“응? 하하하! 내 소개를 제대로 듣지 않았군. 나는 위대한 마법사라네.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야. 이렇게 온전히 죽음을 극복하지 않았나.”

“뭐,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고. 나는 그만 이 세계를 벗어날 생각인데 따라오겠어?”

“나도 함께 하겠네. 그 전에 몸을 좀 가려야겠군.”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에 손짓을 했다.

그러자 유저들의 창고와 같이 허공에서 옷이 생겨났다.

그는 가만히 팔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러자 옷이 알아서 움직이며 그의 몸에 둘러졌다. 완전히 옷을 갖춰 입은 그는 마지막으로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소년의 키를 훌쩍 넘는 지팡이 하나가 등장했다.

“범상치 않은 물건이군.”

“바로 알아봤네. 나와 연결된 세계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지. 자, 그럼 일단 위로 올라가세.”

아이는 지팡이를 바닥에 콕 찍었다.

그러자 순간 마법진이 생겨나면서 승현과 아이를 집어삼켰다.

눈을 깜빡인 승현은 어느새 둘이 하늘 위에 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저기 있군.”

아이의 말과 함께 다시 번쩍이더니 이번에 게이트 앞으로 이동했다. 게이트 앞에 도착한 승현은 잠시 아이를 바라봤다.

“후후, 이제 이 위대한 알드리안 님이 달라 보이는가?”

“확실히. 이 게이트가 보이는 거지?”

“그렇다네. 아주 잘 보여. 확실히 뭔지 모를 어떠한 힘이 공간을 찢어놓았군.”

그러면서 그는 지팡이 끝을 게이트에 가져다 댔다.

그와 함께 마력이 강하게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마치 힘으로 찍어 누르는 듯해 보였다.

“들어갈 수 있겠어. 그럼 가세.”

그는 먼저 게이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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