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나무가 완전히 불에 휩싸여 타오르는 동안.
승현은 가장 먼저 팔찌를 확인했다.
[아이템]
마력을 먹는 팔찌
-등급: 전설적인
-내구도: 10,000/10,000
-모든 마력을 빨아들이는 팔찌. 막대한 마력을 품고 있으며 주위의 마력을 빨아들인다. 한 번 마력을 방출하면 파괴될 때까지 마력을 내뿜는다.
팔찌는 막대한 마력을 품은 것치고는 그리 큰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려 전설적인 등급이나 그 효과는 그저 주위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한 차례 빨아들인 마력을 방출하는 것.
이런 막대한 양의 마력이 일순간 방출하면 그 일대는 초토화될 거다.
“적어도 최상급 마력석 수십 개는 합친 것보다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전에도 말했지만 최상급 마력석이면 지구를 소멸시킬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최상급 마력석을 수십 개 합친 것보다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 이 팔찌는 정말 특수한 상황을 빼면 사용할 수 없을 거다.
확실한 건 이 정도 마력이 어떤 형태로든 방출되면 그 일대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 위력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다.
“한 손에 들어오는 핵폭탄 같은 걸 얻은 셈인가.”
잘만 사용한다면 정말 엄청난 역할을 하겠지만 적어도 이게 쓰일 일이 없길 비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구에서 쓰이면 말 그대로 지구 자체가 사라질 것 같으니까.’
조심히 팔찌를 보관하고는 다음으로 게이트 하나를 해결하고 받은 보상을 살폈다.
보상은 철제 상자 안에 들어있었는데 뚜껑 중앙에는 레버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아마도 이 상자 안에 보상이 들어있는 것 같은데 뭔가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 것 같이 생겼다.
“상자의 크기로 봐선 방어구나 무기 쪽은 아닌 것 같은데.”
상자의 크기는 작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크다고도 말하기 어려웠다.
무게는 상당히 무거워서 도통 뭐가 들어있는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다리 위에 올려두고 레버를 돌리자 진공 상태였던 건지 바람 소리가 나며 뚜껑이 열렸다.
열린 틈사이로 냉기가 새어나왔는데 뚜껑을 들어 올려 안을 들여다본 승현은 안에 들어있는 삼각플라스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또 소모품 같은 건가? 전에 얻은 열매도 그렇고 먹을 복만 있군.”
안에 들어있는 삼각플라스크에는 발광하는 녹색액체가 담겨있었다.
일단은 이 액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감정을 시도했다.
[아이템]
진화의 결정
-등급: 불가해
-종의 한계를 초월하게 만드는 비약입니다. 섭취 시 직업과 기술 등에 영향을 받아 진화하며 능력이 상승합니다. 단, 상당한 고통이 따르니 주의.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승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또 한 번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불가해는 모두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승현을 회귀하게 만든 시작의 돌부터 여러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들은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용하기에 따라서 평범함 등급과 같이 별 볼일 없는 아이템으로 전락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이걸 지금 마셔야 하나?”
뒤에 달린 마지막 설명이 걸렸지만 이건 그를 한 단계 더 강하게 만들어줄 거다.
하지만 지금 바로 먹는 건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
설명에 따르면 직업과 기술에 영향을 받는다고 쓰여 있고 그밖에도 다른 것들의 영향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소리다.
가령 일전에 얻은 금단의 과실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
만약 나중에 다른 기술을 익히고 특별한 아이템을 얻으면 더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말이고 그것 모두 승현 본인의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거란 사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묵혀두는 것도 잘 생각해봐야 해.”
종의 한계를 초월한 진화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
나중에 영향을 주는 걸 언제 얻을지도 모르고 지금 가진 것도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 마시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만은 아닌 것 같다.
뭘 선택하던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신중해야 했다.
“일단은 금단의 과실을 먹은 다음 생각하는 게 좋겠군.”
조금 더 안정적일 때 먹으려고 했지만 이런 걸 얻었으니 지금 먹어 변화를 확인한 후 다시 결정을 내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일단 진화의 결정을 보관하고 금단의 과실을 꺼냈다.
황금색 열매를 손에 들고 입가에 가져갔다.
크게 한입 베어 물자 달콤한 과즙이 흘러나왔다.
열매는 무척이나 맛있었다.
달콤하면서 아삭거리는 식감은 사과를 먹는 것 같았지만 꼭 사과와 맛이 같다고 볼 수 없었고 다양한 과일의 맛이 두루두루 났다.
금단의 과실을 모두 먹었지만 딱히 몸에 이상은 없었다.
“뭔가 변화가 없는 건가?”
정말 놀랍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분명 설명에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뭔가 마력이 움직인다거나 활력이 돋는다거나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굳이 변화를 찾자면 정말 맛있는 과일 하나를 먹어서 기분이 좋은 정도?
“이건 좀 실망인데.”
굉장히 허탈한 마음으로 열심히 불타고 있는 나무를 본 승현은 그래도 어떤 변화가 생기길 기대하며 시간을 죽였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놀라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반나절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어 긴 한숨을 뱉었다.
“반나절이나 기다려도 반응이 없군. 시스템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는데.”
뭔가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고는 해도 시스템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분명 놀라운 일은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디에선 그 열매를 먹는 게 금기로 여겨질 정도일 테고.
왜 금기로 정해졌는지 이유가 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도대체 뭔 일이 있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니 오히려 불안했다.
승현은 가만히 앉아서 무극심법을 사용했다.
마력이 몸 안을 활발히 이동하며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무극심법 또한 불가해 등급의 기술인만큼 그 효능은 무척 뛰어나다.
마력 회복은 물론이고 신체 강화와 같은 많은 효능을 지니고 있다.
무극심법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이러한 효과가 있지만 이렇게 직접 사용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무극심법을 사용하고 있자 심신이 안정되며 몸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승현은 점차 몸 깊숙한 곳까지 관조하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잡념을 지우며 최대한 변화를 살폈다.
몇 시간이고 몸을 관조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잡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관조를 마치려던 때였다.
[신비한 힘에 의해 기술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무극심법이 초월합니다]
[무극검법이 초월합니다]
[무극권법이 초월합니다]
[무극보법이 초월합니다]
[이면 지배가 초월······]
[하위 기술이 상위 기술과 조합됩니다]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몸 안에 있는 마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도도하게 흐르던 마력은 몸 전체로 퍼지며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체되어 있던 기술들 중 상당수의 레벨이 오르면서 기술을 초월하게 되었다.
그중 무극이 붙은 네 개의 기술이 합쳐지며 무극신공이란 통합된 초월 기술이 생겼다. 그러면서 무극신공에 대한 것이 빠르게 머릿속에 흐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바로 잡히지 않았던 무공에 대한 이해가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왜 그런 식으로 마력을 움직여야 하는지 다르게 움직이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등 지식이 쌓여갔다.
변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몸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불꽃으로 변해 주위의 모든 걸 태웠다.
걸치고 있는 옷이 모두 타버리며 오직 왼팔에 둘러진 룬만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엄청난 열을 내뿜었다.
그와 함께 승현의 몸도 격변을 맞이했다.
승현은 감지하지 못했지만 그의 몸은 진화에 가까운 변화를 겪고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재구성되었고 골격은 물론 근육이나 피부 또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런 육체적 변화에 따라 승현의 상태에 적힌 스텟의 숫자도 빠르게 올라갔다.
이러한 변화에도 승현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머리 안을 가득 채우는 정보를 담았다.
불가해 등급의 기술을 초월한 만큼 전해지는 정보는 정말 엄청났다.
단순하게 지식만이 늘어난 것이 아니고 무에 대한 경험적인 부분까지 각인이 되고 있었다.
하루가 흐르고 승현의 몸에 붙은 불꽃이 잦아들었다. 그와 함께 무공에 대한 지식을 모두 습득한 승현은 다음으로 초월한 다른 기술들도 빠르게 받아들였다.
웨폰 마스터리부터 시작해 몇몇 암왕의 기술도 초월하였다.
다들 9레벨의 벽에서 막혀 있던 것들인데 이렇게 한꺼번에 초월을 하게 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초월을 하게 되면서 기술에 달린 여러 제약들이 사라졌다.
가령 물체 고정에 경우 고정할 수 있는 사물의 숫자가 정해져 있었지만 초월을 하게 되면서 그런 것이 사라졌다.
많은 변화를 겪은 승현은 눈을 떴다.
“하아, 엄청나군.”
그저 눈을 떴을 뿐인데 시야가 달라졌다.
원래도 높은 시력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거의 망원경처럼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력에 변화를 감지하자 오감 자체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마치 물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일단은 조합된 기술부터 확인하자.”
확인해볼 건 많지만 가장 먼저 네 개의 기술이 조합된 무극신공부터 확인했다.
[기술]
무극신공
-등급: 불가해
-무에 한계는 없습니다.
덕지덕지 붙어있던 여러 효과에 대한 설명은 모두 사라지고 짧은 문장만 하나 적혀 있었다. 그것도 무슨 효과라는 설명이라고 볼 수 없는 글이었다.
그러나 승현은 이미 머릿속으로 무극신공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저 설명 하나가 이 기술을 모두 말하고 있다는 것도.
“그럼 다음으로 상태를 살펴보자.”
[상태]
이름: 최승현.
레벨: 197.
직업: 암왕.
근력: 286. 체력: 297. 지력: 275. 정신력: 275. 마력: 275.
추가 능력: 0.
동화율: 98.77%
-신수, 알타의 힘을 받아들여 화염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화상을 입지 않습니다.
-신수, 알타의 힘을 받아들여 화염에 대한 친화력이 생깁니다.
-어둠을 받아들여 어둠과 친숙해집니다.
-그림자가 깃들며 항상 그림자와 동화되어 있습니다.
-계약을 통해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무극신공에 의해 더위, 추위, 독성, 출혈과 같은 물리적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무극신공에 의해 환상, 분노, 슬픔과 같은 정신적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두 개의 상태 메시지가 추가되었고 스텟도 몰라보게 올라갔다.
이젠 거의 300레벨에 근접한 스텟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레벨보다 약 100레벨 정도 높은 스텟을 가지게 된 셈이다.
“엄청나군. 여기에 동화율이란 것도 거의 백에 가까워지고 있어.”
승현은 상태를 확인하고는 놀라운 얼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