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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51화 (51/111)

51화

섬 가장자리에는 요트들이 잔뜩 정박해 있지만 운전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다시 해저터널로 이동하기로 했다.

길이 난 해정터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감염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령을 불러 가볍게 태워버린 후 빠르게 밖으로 나가는 도로를 찾았다.

해저터널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올라온 승현은 도시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큰 건물을 찾았다.

연구실이 있다는 건물 위에 도착한 승현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은 없는 건가.”

1층에 도착하니 더 이상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없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곳을 찾다 보니 안쪽에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작동을 하지 않아 억지로 문을 열었다.

상당히 깊어 보였지만 나래까지 내려가 있는 줄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대충 3층 정도 내려온 후 안에 들어가자 의외로 지하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여기는 왜 전기가 들어와 있는 거지?”

승현은 바로 탐색을 사용해 연구실의 지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여러 개의 방이 있었는데 기척이 느껴졌다.

‘두 개. 누군가 있군. 옐인가?’

숨을 죽이고 가장 기척이 있는 방을 살폈다.

문에 달린 작은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본 승현은 누군가 서서 큰 화면을 보고 있는 걸 확인했다. 다른 한 명도 저 안에 있는데 보이지 않았다.

‘한 명은 어디에 있지?’

한 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시 한 번 탐색을 사용했다.

좁은 지역에 한정된 탐색이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 방 안에 또 다른 방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안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눈에 확 들어오는 룬을 두른 모습에서 검은색 일체의 전투복으로 돌아온 승현은 그대로 서 있는 사람의 등 뒤로 이동했다.

“가만히.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면 죽는다.”

이동과 함께 단검을 목에 가져다 댄 승현은 작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잠시 몸이 굳혔다가 이내 어깨를 늘어트린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 너머로 그가 보고 있던 화면을 바라본 승현은 분할된 화면을 바라봤다.

한쪽은 도시의 각 구역을 보여주고 있었고 한 쪽은 몇 개의 차트와 그래프가 가득 차 있었다. 차트와 그래프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뭘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방 너머에 누가 있지? 옐인가?”

“보스는 아니오. 실험체가 있소.”

“실험체? 너흰 미생물을 만들어낸 게 아니었나?”

“설마 현대 과학으로 저런 괴물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오?”

“······흥미롭군. 저 의자에 앉고 손을 머리 위로 해. 정보를 말하면 살려주지.”

그는 너무 순순히 승현의 말에 따랐다.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한 남자는 가만히 승현의 복장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어디 다른 차원에서 왔나 보군.”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 복장은 자체가 현대의 복장이 아닌 것부터 시작해서 며칠 전 주시하던 특수한 에너지 파장이 사라진 것. 무엇보다 이미 비현실적인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 그 정도 추측이 가능하오.”

“좋아. 그럼 이제 감염자에 대한 모든 걸 말해.”

승현의 말에 남자는 입을 열었다.

“감염자를 설명하기 위해선 저 안에 있는 실험체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이야기가 좀 길어질 거요.”

남자는 감염자에 대해 모든 걸 이야기했다.

그들은 국제적인 테러 단체이고 한 사막에서 실험체를 확보한다.

처음엔 존재한 적 없는 생명체를 연구하던 중 불멸 유전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 불멸 유전자를 연구하던 중 탄생한 게 바로 감염자를 탄생시키는 미생물이었고 암수를 가진 미생물이었고 이 미생물들은 놀랍게도 전자신호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한 결과 여성체가 남성체를 조종하는 형태이고 그런 여성체는 또 다시 실험체에게 연결됨을 알게 된다.

감염자가 불에 약한 건 급격한 유전자의 변화 때문인데 초기엔 햇빛에도 타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량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끝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감염자에 심어져 있는 미생물들은 한 번 숙주를 정하면 숙주 자체를 자신의 신체로 바꾸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토막을 내도 움직일 수 있소.”

“아까 전에 모든 미생물이 실험체에 연결되었다고 했지? 그러면 조작도 가능한가?”

“가능하오. 하지만 보스만이 그 권한을 가지고 있소.”

“미생물을 배양하는 방법은 뭐지?”

“오직 실험체로만 가능하오.”

“그러면 저 실험체가 없으면 더 이상 미생물을 만들 수 없단 말인가?”

“여성체 미생물도 생성할 수 있지만 빠른 속도로 만들 순 없소.”

“정말 조작이 불가능한가?”

“······간단한 명령이라면 가능하긴 하오.”

잠시 뜸을 들인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모든 감염자를 이 건물 앞으로 불러 모아. 그리고 나랑 잠시 밖으로 나간다.”

“나는 여길 나갈 수 없소. 대신에 약속하겠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나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잠시 묶여 있어.”

아직 죽이기엔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어 묶어두는 걸로 타협했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괜히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검을 등에 겨눈 채 남자가 화면 앞에 있는 기기를 조종하는 걸 지켜봤다.

뭔가를 열심히 조작하자 화면 속 감염자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더니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현은 남자에게 연구실의 자료를 하나씩 파기하도록 했다.

감염자가 모이는 동안 자료를 파기하기 시작하자 곧 화면에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닥터 쥴!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보스. 미안하지만 더 이상 보스와 뜻을 같이하고 싶지 않소. 보스의 꿈은 끝났소. 포기하시오.”

“빌어먹을! 당장 당신을 죽이러 가겠어.”

“좋을 대로. 하지만 보스가 왔을 땐 이미 상황은 끝이 날 거요.”

남자의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이 났다.

잠시 카메라가 잡히지 않는 곳에 피해 있던 승현은 왜 그가 마음을 바뀌었는지 궁금해졌다.

“왜 갑자기 변심을 했지?”

“예전부터 이러고 싶었소. 그리고 이미 하고 싶은 건 모두 했기 때문에 여한이 없소.”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따로 물어보진 않았다.

모든 감염자가 건물 앞에 모였다는 그의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날 묶는다고 하지 않았소?”

“됐어. 자료나 모두 파기하고 있어.”

말을 마친 승현은 다시 위로 올라갔다.

건물의 로비 밖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감염자가 모여 있었다.

2층으로 가 창문을 깬 다음 정령을 불러낸 승현은 정령들에게 모든 감염자를 불태울 것을 명령했다.

잔뜩 모여 있으니 조금만 불을 붙이면 아마 금방 불이 옮겨 붙을 것이다.

명령에 따라 불을 지르기 시작하는 정령들을 확인하던 승현은 감염자가 타며 일어나는 검은 연기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연구실 쪽으로 돌아왔다.

그쯤 위에서 약간의 진동이 일어났는데 아마도 파티장 쪽에서 배치되어 있던 미사일이 날아온 게 아닐까 싶다.

연구실로 돌아온 승현은 빠르게 줄어드는 그래프의 수치를 바라봤다.

남자는 줄어드는 그래프를 보며 승현에게 나직이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등장해서 다행이라 생각하오.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아니 이 도시가 고립된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그런가.”

“자료는 모두 파기했소. 이제 각 방에 있는 컴퓨터를 파기하면 복원도 불가능할 거요. 마지막으로 실험체가 죽게 되면 모든 게 끝이오.”

“실험체는 걱정하지 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앨 수 있으니. 감염자는 얼마나 남았지?”

“얼마 남지 않았소. 아마 몇 분 뒤면 끝이 날 거요.”

“그러면 저 문을 열어. 실험체를 없애도록 하지.”

승현은 연구실 안에 있는 철문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무슨 지방덩어리를 보는 것 같은 하얀 살덩이가 있었는데 조금씩 움직이는 걸 봐선 저것이 그 실험체인 것 같았다.

마의 불꽃을 꺼내든 승현은 바로 불꽃을 일으켜 실험체를 태웠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령을 불러내 방 안의 공기 자체를 모두 태워버렸다.

밖으로 나와 실험체가 있던 방이 불길에 휩싸인 걸 카메라를 통해 지켜본 승현은 곧 화면 안에 있는 그래프가 사라진 걸 확인했다.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메시지와 함께 연구실 앞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당연한 거지만 남자는 게이트를 보거나 들어갈 수 없다. 그저 무언가가 생겨났다는 것만 느꼈을 뿐.

“뭔가 저곳에 생겨났군.”

“내 세계로 돌아가는 입구가 생겼어. 이걸로 완전히 감염자가 사라진 거지.”

“돌아가는 거요?”

“아직 아니야.”

승현은 차갑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일단 남자에게 다른 연구실로 가 모든 걸 완전히 파기하도록 지식했다.

그리고는 룬을 몸에 두르고 유일한 통로인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모든 게 끝났으니 옐이 올 곳은 여기뿐이다.

뒤통수를 맞고도 가만히 넘어가면 그건 성인군자가 아니라 호구다. 승현은 그리 생각하기 때문에 확실히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남자가 모든 컴퓨터를 파기하고 돌아왔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하는 걸 본 승현은 그에게 말했다.

“쥴이라고 했나? 내가 들어갈 때까지 방 안에 있어.”

고개를 끄덕인 그가 방 안으로 들어가고 곧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승현의 모습에 안에 타고 있던 옐의 수하들은 헛숨을 들이켜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투두두두!

승현은 그림자를 조종해 그들의 다리를 찔렀다.

수십 개의 그림자로 된 창이 솟아나고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이들 모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쓰러진 그들을 지그시 밟으며 안에 탄 승현은 엘리베이터를 작동시켰다.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곧 1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승현을 반겨준 건 수백여 발의 총알이었다.

장대비 같이 쏟아지는 총알들을 뚫고 앞으로 걸어간 승현은 자신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 옐의 수하들에게 검을 하나씩 박아주었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검이 그들의 몸에 박히자 총성도 모두 멈췄다.

그 뒤에서 악귀처럼 일그러진 옐과 마주한 승현은 그녀 앞으로 걸어갔다.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나?”

“······.”

“말이 없군. 그러면 강제로 입을 열게 해야지.”

승현의 눈에 살기가 어리고 순간 옐의 팔 하나가 잘려갔다.

“아아악!!”

“뭐, 크게 널 믿은 건 아니지만 뒤통수를 맞는 건 정말 싫어. 특히 아군인 척 다가와서 돌아서는 건 아주 진절머리가 나.”

“으으······.”

옐은 허리춤을 더듬더니 권총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급히 자신의 머리로 가져가는 것에 다시 한 번 그림자에서 검을 뽑아 권총을 든 손목을 절단했다.

“주, 죽여. 죽이라고!”

“안 그래도 그럴 거야,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 전에 죽는 걸 허락 못해.”

“나, 날 비웃고 싶나?”

“아니. 그저 이 말을 해주고 싶어. 배신을 할 거면 적어도 상대를 잘 알고 하라고. 다음이 있다면 말이야.”

말을 마친 승현은 단검 하나를 꺼내 그녀의 이마에 날렸다.

옐이 쓰러지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승현은 게이트가 열린 방 안으로 돌아왔다.

“자, 이제 내가 돌아가면 결계는 사라질 거야. 그럼 잘 있으라고.”

인사를 한 승현은 미련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게이트를 통해 돌아온 승현은 아직 하늘에 떠 있는 헬기를 바라봤다.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확인하니 처음 게이트를 들어갔던 날이었다.

시간도 1분도 흐르지 않았는데 그래서 아직 헬기가 떠 있는 것 같았다.

손으로 내려올 것을 지시한 승현은 헬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하루 정도는 좀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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