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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50화 (50/111)

50화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수화를 사용해 능력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늘어난 마력을 잔뜩 사용해 정령을 불러냈다.

승현이 계약된 정령은 불의 정령이다.

상위의 정령을 부르는 대신 하급 정령을 여러 개 소환했는데 그렇게 소환된 정령들을 사방으로 퍼트려 마음껏 날뛰도록 했다.

그리고 탐식을 꺼내 불의 정령의 힘을 빌려 화염을 둘렀다.

거대한 대검이 불길에 휩싸이며 위용을 자랑했다.

“한 번 해보자고.”

사방에서 일어나는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크아아아!!”

서걱.

승현이 감염자 사이로 들어오자 사방에서 감염자들이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탐식을 휘둘러 그대로 몸뚱이를 양단해버리자 검에 둘러진 불길이 옮겨 붙었다.

한 번 부리 붙으니 무척 빠르게 불이 신체 전체로 번졌다.

마치 휘발유라도 뿌려둔 듯 활활 타올랐는데 한 번 불이 붙으니 그 끈질긴 생명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불에 아주 취약해. 생각보다 쉽게 막을 수 있겠어.’

지금도 열심히 승현의 마력을 받은 정령들이 사방에 불을 지르고 있다.

몰려드는 숫자는 상당했지만 사방에서 일어나는 화염에 대부분이 승현의 근처로도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감염자들을 썰어버린 다음 잠시 뒤로 물러나 상황을 지켜봤다.

곳곳에서 타오르는 감염자의 시체가 가득했는데 불길이 워낙 거세서 그런지 통로 쪽 감염자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승현은 상당히 오래 타오르는 감염자의 시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마력도 한계에 이르기에 정령들을 돌려보낸 다음 해저터널 쪽으로 달려갔다.

터널은 상당히 넓었다. 그런 터널 입구 부근에 쳐진 셔터 앞에 모인 사람들은 승현이 다가오자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잠깐 시간을 벌었으니 길을 뚫겠습니다.”

성큼성큼 셔터 앞으로 다가가 마력을 둘러 검으로 내리쳤다.

셔터의 경우 차단막과 딜리 얇아서 일검에 잘려나갔다.

몇 차례 더 검을 휘둘러 틈을 만들어낸 승현은 안으로 들어가 차단막으로 막힌 곳까지 달렸다. 얼마 안 있어 바로 두꺼운 차단막이 내려진 부근까지 도착했는데 승현은 들고 있던 탐식을 내려두고 마의 물꽃을 꺼냈다.

“먹혀야 할 텐데······.”

마의 불꽃에 불꽃을 일으킨 승현은 검 끝을 차단막에 가져다 대고 힘을 주며 눌렀다.

처음엔 멀쩡하던 차단막이었으나 서서히 속도를 내며 검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승현의 생각대로 마의 불꽃에 붙은 불길에 닿은 물체가 타오르면서 검이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2분 정도 시간을 들이자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만들어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생존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가장 먼저 차단막을 통과한 승현은 다음 차단막도 같은 방식으로 뚫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모든 차단막을 뚫을 동안 따라온 감염자는 없었다.

긴 해저터널을 통과한 승현과 생존자들은 계단을 통해 터널 밖으로 나왔다.

파티장으로 불리는 섬은 도시와 달리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살았다! 우린 살았어!”

“흑흑, 여길 오게 될 줄이야······.”

생존자들은 감격에 벅차올라 환호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수화를 풀고 켈그에게 다가간 승현은 그에게 다음 일을 맡겼다.

“남은 건 당신의 선택에 따랐습니다. 이곳에 있는 생존자들과 잘 이야기해보세요.”

“그러면, 그쪽은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오?”

켈그의 질문에 승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원인이 여기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그걸 제거한 다음 남은 감염자를 처리할 생각입니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빌겠소.”

켈그 손을 모아보이며 기도를 해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승현은 자리를 떠났다.

섬 옆의 섬이라고는 해도 그 크기가 상당했는데 높은 건물보다는 큰 저택들이 주를 이뤘다. 섬의 광경을 모두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동산 쪽으로 향했다.

해저터널 근처에는 화려한 간판의 카지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면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저택들만 자리하고 있었다.

동산 쪽으로 향하는 동안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대부분 저택 안쪽에서 느껴지는 것들이었는데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들리면 황급히 커튼을 치거나 모습을 감추는 걸 볼 수 있었다.

동산 위에는 오직 하나의 대저택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서니까 섬 전체가 다 보이는군.”

승현은 쭉 섬 안을 살폈다.

저 멀리 아직도 모여 있는 생존자들과 카지노들이 보였고 나머진 모두 화려하고 큰 저택들이었다.

섬의 지름은 대략 5킬로미터 정도.

시간만 충분하면 섬의 전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정도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탐색을 펼치자 서서히 섬 전체로 그의 마력이 퍼져나갔다.

마력만 충분하다면 보다 빠르고 세밀한 것까지 파악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무리가 따른다. 가만히 서서 섬 전체에 느껴지는 기척과 사물들을 파악한 승현은 눈을 떴다.

“생가보다 뒤져야 할 곳이 많은데?”

카지노 쪽의 생존자를 빼면 이 섬에 있는 사람은 채 100명이 안 된다.

하지만 각 저택마다 지상만큼의 큰 지하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수상한 곳은 다 수색해봐야 했다.

“특이 이쪽이 가장 수상하군.”

승현은 규모부터 다른 대저택을 힐끔 바라봤다.

이 저택에만 무려 20명이 모여 있다.

그중 지하에 10명이 모여 있는데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대저택의 문 앞에 선 승현은 힘으로 철문을 억지로 열어버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마당 한 쪽에 놓인 작은 미사일 발사대를 보고 자신에게 소형 미사일을 날린 인물이 이 대저택 안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저택 문을 발로 차 부순 승현은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총들을 바라봤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쏘겠다.”

“감염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여기 있나?”

“······.”

모여든 10명은 모두 침묵을 지킨 채 승현을 노려봤다.

말로는 통할 것 같지 않자 바로 행동을 시작한 승현이었다.

그들의 뒤로 이동하여 바로 한 명을 붙잡고 단검을 꺼내 목에 겨눴다.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 마지막으로 말하지. 여기에 감염자에 대해 알고 있는 자가 있나?”

“나, 나는 상관없으니 쏴버려!”

인질로 잡힌 사내가 다급히 외치자 잠시 눈빛을 교환하던 남은 이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당연한 거지만 룬을 두르고 있는 승현에게 총알은 먹히지 않았다.

인질과 함께 총알세례를 받은 승현은 그림자를 조종하여 그들이 들고 있는 소총의 총구를 우그러트렸다.

“무, 무슨······?!”

“지하로 가는 입구를 말하는 한 명만 살려두겠다.”

승현의 말에도 쉽사리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들을 모두 처리한 후 직접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만! 그만하시오.”

그때 문이 열리며 휠체어를 탄 노인이 등장했다.

노인의 등장에 사내들은 황급히 권총을 꺼내들고 노인 곁으로 달려가 노인을 호위했다.

그 모습에 승현은 직감적으로 노인이 이 대저택의 주인이고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있을 걸로 여겼다.

“내 물음에 답해줄 사람이 직접 나타났군요.”

“으음, 당신은 누구시오? 또 여긴 어떻게 왔소?”

“질문은 내가. 당신을 답만 하세요.”

사실 승현은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일단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썩 유쾌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현의 날카로운 말에 노인은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감염자와 연관이 있습니까?”

“연관이 없다고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연관이 있죠? 당신이 감염자를 만들어낸 주동자입니까?”

“어찌 보면 주동자일 수도. 그녀에게 돈을 후원하였으니까.”

노인은 순순히 답을 해주었다.

승현은 조금 누그러든 말투로 질문을 이어갔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군요. 아는 대로 모두 말하세요.”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겠군. 일단 내 소개부터. 나는 라이코 사의 회장인 벌체 라이코라고 하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나의 욕심이 크게 작용하였소.”

자신을 벌체라고 밝힌 노인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루하루 늙어가던 그는 불로불사의 약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서 노화를 극도로 늦추는 약을 개발해냈지만 영원한 삶을 보장하진 못했고 더욱 욕심을 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녀가 그에게 접근했다.

바로 옐 바르닌이란 붉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일부 공개하며 벌체에게 후원을 부탁했다고 한다.

공개한 기록을 자신의 연구소에 보내 진위여부를 판단하였고 사실로 판명되자 그는 바로 그녀에게 막대한 후원을 시작했다.

그녀가 요구하는 거라면 설령 불법적인 것이더라도 들어주었다.

모든 걸 그녀에게 맡기며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몇 개월 전 갑작스럽게 라이빈으로 연구소를 옮기고 싶다는 그녀의 요구에 벌체는 그를 수락해주었다.

라이빈의 실질적인 소유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벌체였기에 억지로 자리를 만들어 그녀의 연구실을 차려주었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

비가 몰아치던 날 갑작스럽게 이곳 섬과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가 폭파된다.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지목되었지만 악천후에 헬기나 배를 이용할 수 없었고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여전히 기상상황은 최악.

정부에선 육지로 향하는 다리로 몰려오는 감염자를 막았으나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결국 다리를 폭하였고 그 후에는 이상한 막이 둘러지며 고립되게 된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것이 지금.

“그런데 왜 소형 미사일이 당신의 집에 있는 거고 도시는 그렇게 무너진 겁니까?”

“그것도 옐의 계획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대량의 무기를 이곳에 배치했네. 주로 미사일 같은 거였는데 아마도 이쪽에서 발버둥치는 걸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추측되네.”

“결국 미사일은 그녀가 직접 둔 거란 소리군요."

“상황이 공교롭게도 가끔 연락이 되는 외부에는 내가 이번 사건을 모두 계획한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하더군. 그녀는 내 이름에 숨은 거야.”

“옐의 목표는 뭡니까?”

“인류의 멸망이라고 하더군. 그 시작점으로 이곳을 택했고 나를 이용한 거네. 이미 세계 언론엔 내가 주범으로 찍혀 있으니 반 정도는 그녀의 계획이 성공한 거지.”

“허나 결계 때문에 감염자를 육지로 퍼트리지 못했군요.”

승현은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듣자 이 모든 게 옐에게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결국 옐과 만나야 했다. 승현은 벌체에게서 원인에 대한 단서를 얻고자 질문을 던졌다.

“이 감염자는 바이러스 형식인 겁니까?”

“일단은 그렇다고 볼 수 있네. 하지만 여기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여성체가 중요하네. 신체를 감염시키는 미생물은 모두 남성체로 자가 번식이 불가능하다고 하네. 또 서로 유기적인 전자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군요.”

“이곳엔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몇 있네. 지금까지 감염자를 두고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네.”

“알아낸 걸 모두 말하세요.”

“······감염은 즉각적이지 않고 미생물이 뇌까지 도달하면 그때부터 빠르게 감염 증상이 나타나며 서서히 신체가 변형되네. 그렇게 한 개체가 완성되면 미생물은 다른 숙주에게 이동하지.”

“그 방법으론 빠른 전염이 어려울 텐데요.”

“아까 말했듯 여성체 미생물을 가진 숙주가 있네. 여성체 숙주는 배양이 아주 까다롭지만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도 많은 여성체 미생물을 가진 숙주가 있지 않나 싶네."

“그럼 원인은 결국 여성체 미생물이고 그걸 모두 제거하면 더 이상의 감염은 사라지겠군요.”

“그럴 거네. 아마도 개발자인 옐이라면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을 거네.”

“좋습니다. 우선은 옐을 잡아야 한단 말이군요. 마지막으로. 그녀의 연구실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습니까?”

“도시 중심가에 있는 두 번째로 큰 건물 지하에 있네.”

“협조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원하는 정보만 취한 승현은 대화할 틈을 주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최우선은 옐을 생포해 감염자의 약점 등을 알아내는 것.

차선책으로는 연구실이 있는 곳으로 가 직접 정보를 모은 방법이 있다.

옐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이상 차선책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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