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44화 (44/111)

44화

막상 열매의 효과를 확인했지만 바로 먹진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될 줄 알고 먹겠는가.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후에 먹기로 하고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상황도 마쳤으니 슬슬 빠져나가자.”

승현은 파티를 이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게이트의 위치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게이트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난 건 물론이고 강한 마력 파장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현 파티가 빠져나가면 이 게이트는 영원히 닫힐 것이다.

잠시 사막의 풍경을 눈에 담다가 이내 빛을 내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바로 싸늘하게 변했다.

승현이 게이트에서 나오자 마침 게이트 주변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이들의 시선이 승현에게 모였다.

“나오셨습니까?”

“예. 이상현 대령님이었죠?”

승현은 이 게이트를 지키는 상급자인 이상현과 인사를 나눴다.

곧 소혜와 다연 그리고 지원이 나오고 마력이 요동을 치더니 게이트가 소멸했다.

그 광경을 놀란 눈으로 보는 이상현 대령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멸된 겁니다. 다른 곳에 저런 게 생기겠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다시 생길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보고는 제가 올릴 테니 철수 준비를 하시죠.”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부의 다음 명령 없인 철수는 힘들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저 준비를 해두시는 편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 거란 말이죠. 그보다 방금까지 소란스럽던데.”

“아, 한 길드가 출입을 요구해서 그걸 막느라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승현은 그의 말에 잠시 소란이 벌어진 쪽을 봤는데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바로 최강 길드를 이끄는 유동주가 서 있던 것이다.

뭔가 분한 기색으로 드러내며 승현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유동주가 큰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저 놈들은 출입하고 우린 왜 안 되는 겁니까?! 우린 정부와 정식 계약을 맺은 길드입니다. 길드! 저딴 유저 파티와는 다르단 말입니다. 당신들 돈이라도 받았습니까?”

“젊은 친구가 말이 심하군. 그쪽과 달리 이쪽은 공무를 수행하러 온 겁니다. 이 일대의 통제가 이뤄진 상황에서 정부의 허가가 아닌 이상 출입은 불가능합니다.”

“이 일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할 테니 그리 아십시오.”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상현 대령은 말을 마치고는 승현에게 고개로 살짝 인사를 하곤 막사로 들어갔다.

유동주와 그의 길드원들 그리고 승현의 파티만이 자리에 남게 되자 유동주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너, 무슨 수를 쓴 건진 몰라도 진짜 조심해라.”

“지금 그거 협박하는 건가?”

“요즘은 말이야. 사람 하나가 죽어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서울 밖으로 나오면 그냥 무법지대거든?”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승현은 그들의 협박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그들이 가진 마력은 20레벨을 넘기지 못했다.

이제 50레벨을 찍은 승현에게 그들의 협박은 귀엽게 들릴 뿐이다.

그들과는 레벨의 격차도, 아이템의 격차도 존재하기에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

승현은 역으로 경고를 해주었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해주는 말인데 계속 눈에 거슬리게 행동하다간 정말 목숨이 위험할 수가 있어.”

친절하게 경고를 해준 승현은 세 사람과 함께 거점으로 향했다.

게이트가 있던 지점에서 벗어나 텐트가 밀집한 거점으로 온 네 사람은 이내 각자의 텐트로 향했다.

승현은 지원과 떨어져 정부 측 텐트로 향했다.

임시 출입증을 제시하고 안으로 들어간 승현은 보고를 위해 강하늘을 찾았다.

강하늘은 새로이 출범한 정부에서 신설된 유저 특별팀의 팀장이다.

승현의 상급자는 의회의 의원들뿐이지만 직접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강하늘에게 보고를 해 그녀가 대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텐트 안에 들어온 승현은 곧 텐트 끝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뭔가를 보고 있는 강하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군요.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대체로 잘 마무리되었죠. 그래서 보고를 올릴 겸 들렀습니다.”

“네. 일단 여기 앉으세요.”

그녀가 가리킨 의자에 앉은 승현은 게이트와 그 안에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아직 게이트의 정식 명칭도 없는 상황이라 공식 보고서에 게이트란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일 테다.

게이트, 임무, 타 차원 등등.

과거라면 믿을 수 없는 말들이 나열되었다.

그 말을 진지하게 들으며 자판을 두들기던 강하늘은 보고서에 쓸 내용을 모두 적은 건지 노트북에 고정된 시선을 승현에게 돌렸다.

“말씀대로라면 그 게이트란 곳 안과 지구와 시간 차이가 발생하네요. 그곳에서 몇 주를 보냈지만 여기선 불과 3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죠. 아, 그리고 게이트는 어지간하면 유저와 길드의 출입을 통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안에 있던 몬스터의 레벨도 있고 미지의 문명도 존재하니 정부와 합동했을 때만 출입을 허용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보고서에 넣을 게요.”

“앞으로 얼마나 이런 게이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성과 소멸에선 모두 강한 마력을 파장으로 내뿜습니다. 마력의 파장은 라이오파와 같으니 생성 위치는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최승현 씨는 그런 걸 상당히 잘 알고 계시네요.”

“후후, 머리가 좋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승현 씨가 게이트로 들어가고 몇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강하늘은 노트북으로 몇 가지 파일을 열어 화면을 보여주었다.

“이건 세계에서 보내온 분석 자료입니다. 보시다시피 북부와 남부 끝을 시작으로 서서히 출몰하는 몬스터의 레벨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석대로라면 앞으로 몇 주 뒤면 한국도 10레벨 정도 수준이 올라가겠군요.”

“예. 그리고 아직까지 마력석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한데 아무래도 인력이나 기술이 이쪽으로선 부족해 국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흐음, 그걸 제게 알려주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마도 이번 게이트에 대한 보고가 올라가면 승현 씨에게 마력석과 관련된 임무가 주어질 거예요. 지금도 마력석 수급을 위해 길드를 움직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거든요.”

“게이트 너머로 가 마력석을 수급하는 거도 가능은 하겠죠.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예. 몬스터의 레벨이 다르니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한계가 다를 테니까요.”

강하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문서를 보여주었다.

빽빽하게 쓰인 문서 위에는 유저 특별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달 사이 드디어 특별법이 뼈대를 갖췄나 보다.

“이건 여태까지 분석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유저에 대한 특별법 초안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장장 100페이지에 달하는 긴 문서를 빠르게 읽어 내렸다.

역시나 유저에 대한 여러 가지 특권이 주어져 있었다.

무기 소지와 같은 기본적인 건 물론이고 면세 혜택이라든지 특별한 상황, 몬스터의 출현 등으로 인해 전투 시 벌어지는 모든 피해에 대해서 면책을 부여해주었다.

대신에 제약도 상당했다.

우선 원래는 없던 마력석 판매에 대해서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과 이민이나 출국 심사가 강화되는 등의 제약이었다.

수정해야 할 점도 여럿 보였고 추가해야할 것도 눈에 들어왔다.

“어떠세요? 아직 초안이니 얼마든 수정을 가할 수 있다고 해요. 의회에선 길드나 여타 유저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전에 승현 씨에게 보여주어서 의견을 구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거든요.”

“그래요? 그거 의외군요. 왜 저란 개인의 의견을 더 중요시한 거죠?”

“임시 통수권자이신 이강령 국회의장님의 의견이 적극 수렴된 결과입니다.”

“그 분도 참. 별나군요.”

승현은 새로이 문서를 열어 추가할 부분과 수정할 부분을 작성해주었다.

아무래도 미래를 겪은 그로서는 뭐가 필요하고 뭐가 불필요한지 잘 알기에 막힘이 없었다.

특히 길드의 패악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는데 비록 수호 길드는 없을지라도 길드들이 하는 행동은 비슷할 것이기에 그에 대한 제한을 걸 것을 제시했다.

그밖에도 유저보다는 국가의 입장에 서서 내용을 작성해주었다.

예전엔 수호 길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건지 특히 한국은 길드와 유저에 대한 제한이 많이 풀려 있었고 그로 인한 범죄가 상당했다.

미래에 있던 여러 사건을 사례로 들어 자세히 수정안을 작성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머릿속에 있던 거의 모든 걸 쏟아낸 승현은 노트북에서 손을 뗐다.

“이 정도면 될 것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이걸 정리해서 상부로 올릴게요.”

“그래주세요. 그럼 게이트가 열리는 대로 제게 알려주세요.”

텐트를 벗어난 승현은 잠시 어느 방향을 힐끗 바라보고는 머무는 텐트 대신 거점 밖으로 나갔다.

“길드장님. 저 놈 뒷배가 있는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저 새끼 뒤에 대통령이 있어도 상관없어.”

유동주는 쌍안경으로 멀어지는 승현을 주시했다.

사실 유저 한 명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자존심을 두 번이나 짓밟혔지만 그것도 어찌어찌 참아줄 순 있다.

실리를 더 따지는 유동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건 이야기가 달랐다.

분명 최강 길드는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길드 중 가장 규모가 컸다.

하지만 승현과 얽히고 며칠 뒤부터 정부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던 걸 기점으로 오늘은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친분을 쌓은 공무원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의회의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뜻밖에도 최승현의 이름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론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선 계약 해지를 의논하는 자리에 최승현의 이름이 나올 리가 없었다.

공무를 수행한다고 했으니 정부에 소속된 것 같았고 의회에 그의 의견이 첨언될 정도면 어느 정도 힘도 있다는 소리다.

서울 전체를 통틀어 권력을 손에 쥘 유동주의 원대한 꿈이 망가졌다.

정부와 연계된 공공사업에서도 빠지게 됐고 우선적으로 나오던 보급도 밀렸다.

“저 새끼가 멀쩡히 살아있으면 앞으로 우리 길드는 다른 놈들에게 밀리게 될 거야. 그러니 빨리 저 목을 따야만 해.”

“들리는 말로는 레벨이 좀 된다는 소리가 있던데요.”

“상관없어. 저 새끼도 시작하면서 레벨 다운이 됐을 테고 그러면 한 14레벨부터 시작했을 거 아니야. 그런데 나오는 몬스터는 죄다 10레벨 이하니까 끽해봤자 20레벨이야.”

“듣자하니 40레벨인가 30레벨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간부를 보며 유동주는 혀를 찼다.

“그걸 믿냐? 조금만 생각해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든지 알겠다.”

“솔직히 그 말은 저도 못 믿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자는 뜻이죠.”

“우리가 지금 200명이 넘어가. 지금 애들 싹 다 풀어서 포위망을 구성하게 하고 우린 저 새끼 뒤를 밟는다.”

“그래도 조심하죠. 방칼 대전을 보면 우리가 템빨이나 레벨에서 밀리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니까 길드원들이 먼저 공격해서 힘을 빼놔야지. 놓치겠다. 이동해.”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유동주는 최승현이란 존재를 세상에서 지우면 충분히 자신의 무너진 꿈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명색이 랭킹 1위이다.

사냥에 있어서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이니 어느 정도 희생은 따르더라도 결국 웃는 건 자신이 되리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