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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42화 (42/111)

42화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며 승현은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일단은 레벨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게이트 안의 임무는 그 난이도가 높기에 지금으로선 해결이 힘들다.

지금은 레벨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

마침 운이 좋게도 이곳의 평균 레벨이 아슬아슬하게 사냥 가능한 정도였다.

촌장에게 분포한 몬스터에 대해 듣고 사냥 계획을 짰다.

사실 파티에서 승현이 없으면 무력은 한없이 낮아진다.

힐러인 소혜와 탱커인 다연 그리고 탱커와 딜러 사이에 있는 지원까지.

거의 승현 혼자서 모든 데미지를 넣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 정도면 거의 승현이 세 사람을 키워주는 격이다.

그럼에도 승현이 이들과 함께 하는 건 단순히 정 때문은 아니다.

이들의 빠른 성장은 후일 있을 ‘그 사건’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때 당시에 동등한 레벨의 한 파티만 있었어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국가에는 게일이나 첸과 같은 유명한 영웅들이 있지만 유독 한국에는 그런 영웅이 없었다.

때문에 그 사건이 벌어지자 손을 쓸 이들이 없었다.

그나마 수호 길드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했지만 피해는 막심했다.

승현은 자신이 키운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영웅이 되길 원했다.

자신이야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기에 한국을 대표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비단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고 자신을 따를 수족이 필요한 것도 있다.

혼자서 모든 곳에 영향을 발휘할 수 없듯이 이들이 성장하고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되면 아마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 키워줄 순 없지.’

승현이 손을 뗄 시점은 파티가 완성되고 안정화될 때다.

그때까지 자신에 맞춰서 빠르게 성장을 시킬 생각이다.

사냥 계획을 짜고 다음 날 승현은 파티를 이끌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미궁 때처럼 언데드라서 신체적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만 요령을 터득하면 쉽게 사냥이 가능했다. 주로 승현이 장거리에서 공격을 해 아닌 게 아니라 다들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범위를 넓혀가며 사냥을 나서니 다들 빠른 속도로 레벨이 올랐다.

하루는 야영을 하던 중이었다.

“형님. 저희와 왜 파티를 맺고 계신 겁니까?”

지원의 물음에 소혜와 다연도 승현을 바라봤다.

다들 강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이미 충분히 승현의 강함을 겪었다.

지금만 해도 그들이 한 일이라곤 가만히 지켜보는 것 뿐.

특히나 레벨이 낮은 지원의 경우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승현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건 다른 두 사람도 비슷할 것이다.

그 질문에 승현은 웃으며 답했다.

“확실히 나 혼자라면 빠르게 치고 갈 수 있어. 그 편이 내게 좋겠지. 그냥 투자를 한다고 생각해. 난 너희에게 투자를 하는 거야. 나중이 되면 투자한 만큼 받아낼 생각이고.”

“그렇습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은 무겁네요.”

“아마 조만간 너희와 떨어지게 될 거야. 지금 레벨이면 너희는 남들보다 훨씬 앞서 있어. 그러니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해서 나중에 날 도와. 길드를 만들어도 되고 나처럼 가능성 있는 이들을 키워도 좋겠지.”

“······전 순전히 오빠 편이에요.”

“저도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오빠만은 믿을 거예요.”

“아, 저도 그렇습니다. 비록 겪은 날은 많지 않지만 형님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세 사람의 말에 승현은 조금 머쓱해진 기분을 느꼈다.

이런 강한 신뢰와 믿음을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 마음이 전해져 승현의 기분도 절로 좋아졌다.

황금의 신전을 찾아나선지 이주 째가 되었을 땐 승현은 5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아마 어느 누구보다 빠른 레벨 업인 건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아직까지 황금의 신전에 대한 작은 힌트 하나도 얻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 벨름 사막 어딘가에 있을 거란 확신이 있기에 수색 범위를 넓혔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

드디어 승현의 탐색에 이상한 점이 잡혔다.

“여기서부터 탐색이 먹히지 않고 있어.”

“그렇다면 이 일대에 뭔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러겠지. 이 일대는 탐색이 안 되니까 다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승현은 탐색 대신에 오감을 끌어올려 주위를 살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무언가를 감지했다.

느낌상 몬스터로 느낀 승현은 머스킷을 꺼내 그 방향에 발사했다.

“쿠와아아!!”

머스킷이 적중한 곳에서부터 거대한 형체의 몬스터가 올라왔다. 그 크기가 2층 집 정도의 크기였는데 아무래도 보스 몬스터 같아 보였다.

“다들 물러나. 저 놈은 내가 상대한다.”

승현은 머스킷의 내장 기술을 활성화하고는 놈에게 연속해서 마탄을 쐈다.

놈의 몸 곳곳에 마탄이 박혔지만 달려드는 기세는 변하지 않았다.

자신 쪽으로 달려오는 거대한 몸체에 승현은 놈의 몸 위쪽으로 검 하나를 던졌다. 그와 함께 햇빛을 받은 검이 놈의 몸에 그림자를 남기는 것에 그 그림자로 이동했다.

순식간에 놈의 등 위로 올라온 승현은 멸마의 창을 꺼내 마력을 한껏 주입해 찔렀다.

그에 따라 멸마의 창에서 강한 마력 폭발이 일어나고 몬스터의 등 부분에 크고 깊은 상처가 생겼다.

“크아아아!!”

고통에 울부짖는 몬스터는 그래도 몸을 뒤틀었다.

상당히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 기세가 가시지 않는 것에 승현은 마의 불꽃을 꺼내들었다.

“이건 좀 아플 거다.”

역시 마력을 통해 불꽃을 일으켜 깊게 파인 상처부위 안으로 날렸다.

마의 불꽃이 꽂히고 서서히 불길이 몬스터를 삼키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날뛰는 놈의 위에 선 승현은 순간 몸이 아래로 훅하고 내려가는 걸 느꼈다.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쿠웅!

육중한 소리를 내며 몬스터가 바닥에 부딪쳤다.

적어도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지하에 들어온 승현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아무래도 여기가 황금의 신전 같지?”

딱히 황금으로 도배되어 있진 않았지만 느낌상 맞는 것 같다.

그가 밟고 있는 몬스터의 충격으로 천장이 무너진 것 같은데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다.

아직도 살아 있는 놈의 머리 쪽으로 가 망치인 팔콘을 꺼내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상당히 단단한 껍질로 보호되어 있어 몇 차례 더 때린 끝에 완전히 끝을 내버린 후 놈의 시체가 모두 탈 동안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다.

“확실히 신전 같긴 하네. 서 있는 석상들이······. 눈이 빛나네?”

10미터 크기의 거대한 석상들이 쭉 늘어선 광경을 바라보던 승현은 그 석상들의 눈이 빛나는 걸 보고 바로 팔콘을 들었다.

예상대로 석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입자인 그를 보며 달려드는 석상에 승현은 빠르게 한쪽을 보며 뛰었다.

‘임무는 신전을 파괴하는 것. 아마 이 신전 끝에 무언가를 파괴하면 끝일 거다. 저 석상들도 그러면 움직임을 멈추겠지.’

생각을 마치고 내부를 빠르게 달렸다.

일단은 이 공간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뒤에서부터 큰 소리를 내며 따라오는 석상의 수가 20여 개를 넘어섰을 때.

커다란 문이 앞을 가로막은 걸 본 승현은 석상들과 승부를 봐야함을 깨달았다.

방향을 틀어 달려오는 석상들을 마주하고 손에 든 팔콘을 힘껏 던졌다.

날아간 팔콘이 한 석상의 머리에 부딪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승현은 정령을 소환해 그림자를 만들어 석상의 어깨 위로 올라가며 석상들이 서로를 공격하도록 유도했다.

콰앙!

한 석상의 강한 주먹에 방금까지 승현이 올라타 있던 석상의 머리가 반쯤 부서졌다.

석상 하나하나의 공격력은 무척 높지만 움직임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팔콘을 이리저리 날리며 틈틈이 데미지를 주었지만 주로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도록 유도해 하나씩 쓰러트렸다.

최대한 마력을 아끼면서 상대한 끝에 모든 석상을 쓰러트렸다.“후우, 마력이 아슬아슬했어.”

모든 석상을 물리치자 뒤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석상을 모두 쓰러트리는 것이 문을 여는 조건인 듯싶다.

문 안으로 들어간 승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왜 황금이 붙은 지 이제야 알겠네.”

문 안에는 정말 황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사방이 번쩍이는 황금들이었는데 상당히 넓은 공간임에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금이 덮여 있었다.

쭉 안으로 걷자 중앙에 황금으로 된 관이 하나 있었다.

이곳을 어떻게 파괴해야 할까 고민하던 승현은 불길한 예감에 바로 무기를 들었다.

그그긍.

역시나 관이 서서히 열리면서 황금으로 된 장신구를 치렁치렁 단 미라 하나가 일어났다.

“피. 피를······, 다오······.”

말을 구사하는 것부터 범상치 않다는 증거다.

승현은 육감이 경고하는 강한 느낌에 얼른 신수화를 활용했다.

그러는 사이 관에서 완전히 일어난 미라는 화려한 황금색 검을 들었다.

순간 미라의 움직임을 놓친 승현은 옆쪽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감각에 그대로 몸을 뒤로 눕혔다.

스아악!

자신의 목이 있던 자리를 지나간 검을 보며 얼른 거리를 두었다.

사방에 빛을 내고 있는 조명 덕분에 멀리 있는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이동하다니.”

아까 석상을 상대할 때 평균 레벨을 너무 낮게 잡은 것 같다.

아무리 능력이 낮아졌어도 저 정도면 못해도 100레벨은 넘어 보인다.

‘상대할 수 있을까.’

신수화를 사용했다고 해도 상대가 힘들 것 같다.

기술로 증폭된 눈으로도 움직임을 놓쳤으니까.

‘이런 불확실한 건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말이야.’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승현은 가만히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미라의 등 뒤로 이동했다.

바로 시야가 변하며 눈앞에 텅 빈 미라의 등이 보이자 꺼내두었던 마의 불꽃을 찔렀다.

후웅.

하지만 마의 불꽃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내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인 미라는 승현의 복부를 발로 차 날렸다.

발차기에 맞은 승현의 몸이 살짝 공중에 뜨며 뒤로 날아갔다.

“큭! 힘도 장난 아니군.”

그저 검만 사용할 줄 아는 게 아닌 것 같다.

승현은 룬을 이용해 전신을 보호하고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미라의 움직임에 제약을 걸었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무기를 뱉어내며 미라를 압박했다.

수차례 연습하긴 했지만 무기를 조종하면서 복잡한 행동을 하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그렇지만 저 미라를 상대하려면 실수 없이 해내야만 했다.

곳곳에 드리워진 그림자에서 단검 따위가 날아오는 미라의 행동에 상당한 제약이 걸렸다.

승현은 그런 미라를 향해 달려들어 마의 불꽃을 휘둘렀다. 마력을 통해 일어난 검은 불길이 궤적을 따라 흩날렸다.

미라는 마의 불꽃이 더 위험하다 판단했는지 단검에 찔리더라도 마의 불꽃을 피했다.

카앙!

두 검이 부딪치는 순간 불길이 검에 붙었는데 미라는 서서히 검신을 타고 내려오는 불꽃에 즉시 검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과감한 판단이었지만 옳은 판단이기도 했다.

미라의 몸에 약 열 개의 검이 꽂히자 승현은 미라의 몸에 박힌 검을 조종했다.

천천히 힘을 받은 검들이 날이 선 쪽을 따라 그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미라는 몸에 박힌 검을 잡고 던지려고 했는데 물체고정을 통해 조종되는 검은 어지간한 힘으로 빼낼 수 없었다.

잠시 멈칫하는 미라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승현은 마의 불꽃을 미라의 심장에 박았다.

“······!”

“후우, 해치웠나?”

승현은 심장 부근에서부터 퍼지는 불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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