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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40화 (40/111)

40화

승현이 마력석을 통해 얻은 건 바로 정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뿌리는 여러 특혜를 바로 받는 것. 승현이 노린 것이다.

나중이 되면 최하급 마력석은 몇백만 원에 팔린다.

승현은 고작 수천만 원에 수많은 특혜를 얻어낸 셈이다.

물론 현재 마력석의 가치는 돈으로 측정할 수 없다.

초기에 최하급 마력석은 엄청난 가격으로 팔렸으니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국가에서 인정하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그리고 독립적인 수사권 보장까지 쥘 순 없을 거다.

그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니까.

과거 경찰이나 검찰 이상의 권력을 쥔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은 모두 직급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었다.

모든 일에 상급자의 허가가 떨어져야 하고 여러 단체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승현은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싶었고 때문에 오직 의회의 명령만 듣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모든 일에 먼저 조치하고 후에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하며 행동의 제약을 벗어났다.

지금 상황에서 마력석을 처분할 수 없으니 이렇게 권력을 쥐기로 했다.

나름 인류 재건에 도움을 주면서도 취할 건 취하는 것이다.

배정받은 텐트로 돌아가자 승현에게 이지원이 다가왔다.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승현에게 말했다.

“당신이 마음에 안 듭니다. 내가 어렵게 구한 검을 망가트린 건 솔직히 지금도 화가 납니다. 하지만 그 레벨을 지금 상황에 찍었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죠. 당신의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아, 혹시 아는 마법사나 궁수는 없습니까?”

“기어에서라면 몇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에선 소식을 알 수 없군요.”

“흐음, 아쉽군요. 술은 좋아하시는지요?”

“술이요? 좋아하죠. 하지만 세상이 이 지경이 되고나선 마시지 못했네요.”

“그럼 잠시 저랑 한 잔 하시죠. 숨겨둔 술이 있거든요.”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승현에 지원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텐트 밖으로 나온 승현은 잠시 여성 유저용 텐트로 가 소혜와 다연을 찾았다. 그때 소혜를 본 지원의 눈이 커졌다.

“미, 민소혜 씨?!”

“아, 네. 안녕하세요.”

“이쪽은 우리 파티의 힐러인 민소혜이고 이쪽은 탱커인 이다연입니다. 둘 다 인사해. 이쪽은 근접딜러인 이지원 씨. 한때 랭킹 3위도 했던 사람이야.”

“정말 팬입니다! 여기서 민소혜 씨를 보게 될 줄이야. 저 전에 팬미팅이랑 사인회도 갔었는데 혹시 기억하세요? 그, 하얀색 곰인형을 선물로 드렸었는데.”

“으음,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기억 못하실 수도 있죠. 그, 악수 한 번 해도 될까요?”

지원은 소혜의 상당한 팬인 것 같다. 소혜를 보고나서 어느 정도 가지고 있던 무게감이 확 사라졌다.

악수를 나누면서 헤벌쭉하게 웃는 지원이었다.

옆에 있던 다연이 승현에게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분. 믿을 만한 사람 맞죠?”

“일단은. 인성은 차차 확인해봐야지.”

소혜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지원은 다연과 승현의 시선에 정신을 차리고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 반갑습니다. 이지원입니다. 직업은 기사입니다.”

“네. 이다연이라고 해요. 직업은 가드입니다.”

“가드라면 육성하기 무척 힘드셨겠네요.”

“네에. 기어 때는 함께하는 파티가 있어서요. 덕분에 다른 가드랑은 다르게 좀 편하게 레벨을 올렸죠.”

“그럼 인사도 나눴으니 친목이나 다지러 갑시다.”

승현은 포인트를 벗어나 약간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적당히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승현은 의자며 식탁 등을 꺼냈다.

그 광경에 놀란 지원이 뭐라 질문을 하기 전에 승현이 먼저 물었다.

“주로 마시는 술이 뭡니까?”

“예? 아, 전 와인입니다만. 방금 그건······.”

“와인은 전에 잔뜩 챙겨둔 게 있죠. 안주는 치즈인가요?”

“무슨 와인이냐에 따라서 갈립니다만 간단하게 먹는 거라면.”

“그쪽은 잘 몰라서요. 일단 꺼내보죠.”

승현은 식탁에 진 그림자를 이용해 와인과 치즈 등을 꺼냈다. 소혜와 다연은 익숙하다는 듯이 꺼내진 와인과 안주를 배치했다.

대형 마트 쪽에 있던 와인들이라 비싼 건 없지만 지금 당장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의자에 앉은 세 사람은 아직도 서 있는 지원을 불렀다.

“여기 앉으세요.”

그가 자리에 앉고 본격적인 파티가 벌어졌다.

잔뜩 술을 마시면서 주로 이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지원의 나이는 23살로 소혜와 다연보다 1살이 어렸다.

꽤 잘사는 집안을 둬서 고생 하나 모르고 자랐다고 하며 민소혜의 열성적인 팬이고 서울에서 알아주는 대학의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승현이 날린 그의 검은 정말 어렵게 얻은 거라고 하는데 그 사연을 들은 승현이 다 미안해질 정도였다.

눈물과 통한의 아이템을 승현이 날려먹었으니 악감정이 생기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그에 승현은 조금 미안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검 중 유일함 등급의 장검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대부분은 탐식에게 먹이긴 했지만 언제든 탐식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예비용 검들을 잔뜩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검을 주면서 나중엔 꼭 전설적인 검을 얻게 해주겠다고 위로해주었다.

술이 들어가자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는데 사람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약간 허세가 있고 자기애가 좀 넘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막 이기적이라거나 주제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술병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지원의 이미지는 망가져만 갔다.

“진짜, 정말로 사랑합니다. 소혜 누님.”

“아하하. 고마워.”

“진짜입니다? 누님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날 좋아해주는 것도 좋지만 널 조금 더 챙기도록 해.”

“와, 진짜. 이렇게 누님을 가까이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거 있죠?”

소혜는 끝없이 자신에게 고백하는 지원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할 얘기는 다들 한 상태였고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중이라서 승현과 다연은 잔뜩 취한 지원의 주사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오빠. 지원이는 좀 허당 같아 보이죠?”

“처음 봤을 땐 안 그랬는데 말이야. 그래도 사람은 좋아 보이네.”

“그러게요.”

“두 사람 다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아줄래요?”

“왜? 치근덕대는 것도 아닌데.”

확실히 지원이 소혜에게 달려든다거나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

그저 정말 열심히 입으로 자신의 애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뿐이다.

술이 더 들어가서 소혜와 다연도 어느 정도 취했을 때 자리를 파했다.

두 사람을 텐트 앞까지 데려다주고 승현은 잔뜩 취한 지원과 함께 텐트로 돌아갔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온 두 사람에게 관심이 쏠렸지만 승현은 술에 취한 지원은 그의 자리에 눕혀주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한 유저가 슬쩍 말을 걸어왔다.

“저기. 술은 어디서 먹은 겁니까?”

“아아, 오면서 챙겨둔 게 좀 남아서요. 저 친구랑 풀 게 있어서 좀 마셨습니다.”

“그렇습니까? 혹시 조금 남은 거라도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없네요.”

“쩝, 그거 아쉽네요. 언제쯤 입에 술을 적셔볼지.”

가볍게 웃어준 승현은 눈을 감고 무극심법을 사용했다.

무극심법은 수많은 전승인들과 과학자들이 달려들어 만든 최고의 기술이다.

그 안에 담긴 심오한 뜻을 떠나서 그 효율은 어떤 무공도 넘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워낙에 복잡한 기술이라 익히기가 퍽 까다로운데.

승현은 동화가 되고 나서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명상을 동반해 무극심법을 활용했다. 전신에 들어오는 마력으로 인해 취기가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머리 또한 맑아졌으며 마음은 안정을 찾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또 다른 자신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오직 무극심법과 관련 기술로만 당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자신과 싸웠다.

어떨 땐 암왕의 기술만 사용하는 자신과 싸웠고 어떨 땐 철저히 원거리 기술만 사용하는 자신과 싸웠다.

그렇게 수십 차례 전투를 치르자 슬슬 머리가 아파왔다.

시간도 상당히 많이 흘러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다.

“후우······.”

아무래도 1레벨의 벽이 너무 높았다.

전설적인 기술은 전에도 배워본 적이 없던 터라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여기에 무극심법의 경우엔 무려 불가해 등급을 받았다. 과연 무극심법을 초월할 수나 있을까?

심상수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아직까진 할 일이 없는 관계로 이곳에서 대기를 할 생각이다.

물론 그냥 시간을 죽이는 건 아니고 최대한 기술의 레벨을 올릴 생각이다.

익히고 있는 기술이 워낙 많아서 다들 레벨을 올리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았다.

현재로선 남는 게 시간이라 지금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게이트나 던전이 생길 때가 돼야 제대로 된 활동이 가능하다.

‘지금 수준의 몬스터는 너무 약해. 물론 유저의 수준도 그만큼 낮지만.’

기억이 맞으면 이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거다.

서울에 도착하고 한 달이 흘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렸고 정부와 손잡은 길드와 군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색 범위를 넓혔다.

이젠 늦더위도 가시고 확실히 추위가 느껴지는 시기였다.

아직까지도 주위에 돌아다니는 몬스터의 레벨은 10레벨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가 되자 드디어 승현이 기다리던 소식이 속속 들어왔다.

소식을 접한 승현은 곧 파티원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제 우리가 활동할 시간이다.”

“아직 저희 수준에 맞는 몬스터는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그렇지. 하지만 괜찮아. 몬스터가 안 나오면 우리가 가면 되니까.”

“저, 형님. 뭘 하던 이 구성으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딜러가 부족하긴 해. 하지만 괜찮은 인물이 없으니까 문제지. 그렇다고 큰 문제는 없어.”

“너무 자신하는 건 아닌지······.”

지원은 슬쩍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한 달 동안 서로 어울리면서 감정을 풀고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지원의 의견에도 리더인 승현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텐트촌에서 벗어난 네 사람은 조금 멀리 떨어진 평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정부가 파견한 소대 하나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은 통제구역입니다.”

“상급자에게 최승현이 왔다고 알리십시오.”

“······?”

앞을 가로막은 군인에게 말을 던진 승현은 곧 높은 계급장을 단 군인과 만났다.

“충성. 사전에 보고 받았습니다. 이 이상 현상을 파악하러 오셨다고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테니 주위를 잘 살펴주십시오.”

말을 마친 승현은 세 사람과 함께 이상 현상의 중심인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형상의 게이트를 통해 마력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흐름을 읽은 승현은 셋에게 경고했다.

“모두 조심해. 앞으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저거 진짜 위험해 보이는데요.”

“단순한 통로일 뿐이야. 위험한 건 저 안에 있지. 그럼 날 따라와.”

말을 마친 승현은 바로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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