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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39화 (39/111)

39화

승현은 다른 텐트를 들르며 유저들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빛을 봤고 눈이 살아있는 이들 중에서는 장비를 확인했다. 그리고 마력을 통해 상대의 역량을 본 후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 사람을 살폈다.

물론 말을 건 이들은 손에 꼽았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차는 인물은 없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소혜와 다연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으로 이동하자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걸 볼 수 있었다. 승현은 그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아, 오빠. 어서 와요.”

“이 분들은?”

“흠, 반갑습니다. 최강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유동주라고 합니다.”

“예. 제 파티원들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렇습니다. 저희 길드로 영입하고 싶어서요.”

“그러시군요. 너희 생각은?”

“일단 거절했는데 계속 권유하시네요.”

소혜의 말에 승현은 잠시 유동주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에 유동주는 픽하니 웃으며 자신의 길드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서울 안에서 가장 세력이 큰 곳이 바로 우리 최강 길드입니다. 정부와도 손을 잡고 있고 여러 가지 공공사업도 펼치고 있죠. 말씀은 못 드려도 나중에 가면 엄청난 대우를 받을 겁니다.”

“당사자가 싫다는데 굳이 계속 권유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파티장 같아 보이는데 파티원 생각도 해주세요. 이기적인 생각이나 하지 마시고.”

“흐음, 이기적이라. 그쪽이야말로 자신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사람이 여러 차례 거절하면 말귀를 알아들으셔야죠.”

승현의 말에 유동주가 승현을 노려봤다.

“말귀는 그쪽이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여자 앞에서 강한 척을 하고 싶은 거라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경고하는데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소혜 씨랑 그쪽 아가씨도 잘 생각해요.”

말을 마친 유동주는 길드원들을 데리고 떠났다.

떠나는 유동주의 뒷모습을 보며 승현은 턱을 쓸었다.

확실히 썩어도 사자가 없으니 여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최강 길드는 얼추 국내 커뮤니티에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3강이라 불리는 세 개의 길드와는 견줄 수 없지만 나름 이름 있는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이름이 있으나 없으나 승현에게는 고만고만했기 때문이다.

“다연아. 괜찮은 사람은 찾아봤어?”

“다들 어디 길드 소속이나 이미 파티가 있더라고요.”

“그런가. 내 쪽도 딱히 수확이 없어서 말이야.”

“여기를 기점으로 활동하다 보면 언젠가 괜찮은 사람이 생기겠죠.”

아쉽게도 다른 파티를 구할 수 없어 당분간 셋이서 다니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게이트나 던전도 없고 몬스터의 레벨은 낮아서 따로 레벨을 올리긴 힘들 것 같았다. 대화를 나눈 셋은 다시 각자의 텐트로 향했다.

승현은 텐트로 가는 대신 군이 지키고 있는 한 텐트촌으로 갔다.

“정지! 여긴 민간인 출입 금지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수고하십니다. 정부에 제안을 하고자 찾아온 유저 최승현입니다. 현 정국을 빠르게 타개할 중요한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만 전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여기서 대기해주십시오.”

장교로 보이는 한 군인이 말을 마치고는 텐트 쪽으로 향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야 그 장교가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장교의 안내를 받으며 텐트촌 깊숙이 이동했다.

향한 곳은 무너진 서울 시청 쪽이었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전구에 불이 밝혀진 통로가 나왔다.

“아직 발전기가 살아 있나 보군요.”

“비상 발전기입니다. 여기가 한국의 컨트롤 타워죠.”

“전산 시스템도 어느 정도는 살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승현은 어느 방 안으로 안내를 받았다.

작은 밀실이었는데 승현은 한쪽 유리벽 너머로 느껴지는 기척을 감지하고는 어느 정도 상황을 알아차렸다.

책상과 의자가 있는 방 안에 앉은 승현은 곳 들어온 여인을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소속 특별팀의 팀장인 강하늘입니다.”

“특별팀도 있나 보군요. 마력을 가지고 계신 걸 보니 아마 유저이신가?”

“마력을 감지하실 수 있으신가요?”

강하늘은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력을 감지한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저와 일반인을 구분하는 건 복장 밖에 없는데 이 마력을 감지하는 것도 나름 마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재앙 초반인 지금에서 마력에 대한 이해를 가진 이는 전무하다시피 한다.

“마력은 인간의 근원된 힘입니다. 유저가 아니더라도 마력을 보유한 이들도 있기도 하죠. 뭐, 아주 극소수입니다만.”

“그렇군요. 흠흠,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승현은 일전에 얻었던 최하급 마력석을 꺼냈다.

강하늘도 유저이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마력석? 어디서 나신 겁니까?”

“일단 보시죠.”

승현은 마력석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두 마력을 충돌시키면서 마력석을 자극했다.

그와 함께 마력석에 담긴 마력이 반발하면서 빛을 내었다.

방안을 가득 채우는 빛에 눈을 질끈 감은 강하늘은 곧 사라진 빛에 겨우 눈을 떴다.

“방금 그건?”

“마력의 반발입니다. 반발로 인해 빛이 일어난 거죠.”

“이게 말씀하실 것과 어떤 상관이 있는 거죠?”

“기어에서 마력석은 연금술이나 장비 강화 등에만 쓰였죠. 사실 큰 의미가 있는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입니다. 마력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죠.”

“흐음, 아직 제대로 이해가 안 되네요.”

“간단합니다. 이 마력석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최하급이긴 해도 이 마력석만 해도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죠. 이런 방법으로 조금만 다루면.”

파지직!

승현은 마력석에 담긴 마력을 이용해 전기를 일으켰다.

아주 간단한 마법적 원리로서 마법이랄 것도 없는 단순한 방법이다.

마법에 대해선 잘 모르는 승현이라도 이런 기초적인 건 할 수 있었다.

당연히 마법도 아닌 이것이 기술로 등록될 일은 없다.

하지만 승현이 보인 장면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엔 충분했다.

“바, 방금 전기가 일어난 건가요?”

“아주 기초적인 마법 지식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 말고도 마력석은 다양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기어 안에서 연금술 중에는 참 쓸데없는 게 많았죠. 가령 왜 있는지 모를 식물 성장 촉진제나 불필요한 마법 이론 같은 것 말입니다.”

“······.”

“아직 유저 중에서 연금술사는 없나 봅니다?”

“최승현 씨. 마력석을 어디서 얻으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승현의 말에 모든 걸 알아차린 강하늘은 승현에게 마력석의 출처를 물었다.

마력석이 가진 엄청난 가능성을 드디어 알아본 거다.

연금술과 현대 과학이 만나면 이 마력석은 엄청난 가치를 드러낼 거다. 지금 당장 연금술사와 공학자들이 있다면 간당간당한 전력 공급을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마력석은 당장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승현은 웃으며 최하급 마력석을 그녀에게 넘겼다.

“이건 귀한 시간을 내준 것에 대한 선물입니다. 이걸 가지고 여러 연구를 해보십시오.”

“최승현 씨. 부디 가르쳐주세요. 이 마력석. 어디서 얻으신 겁니까? 역시 몬스터입니까?”

“예상하시는 대로입니다. 하지만 쉽게 나오진 않을 겁니다. 이건 30레벨의 스켈레톤에게서 나온 것이죠.”

“네? 30레벨이요?”

“아마 앞으로 몬스터의 수준이 올라갈 겁니다. 그때가 되면 수급하기가 수월해지겠죠.”

“그렇군요. 귀중한 정보와 귀한 물건을 주신 것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를 드립니다. 혹시 마력석이 추가로 더 있는지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부터는 대가가 있어야겠지요?”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 저 너머에 보고 계신 분들 중에선 결정권을 가지신 분이 안 계십니까?”

“······계십니다.”

“저기 있는 스피커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승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피커를 통해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꽤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었던 이강령이란 국회의원의 목소리였다.

이강령이란 국회의원은 현재 임시 통수권자로 자리하고 있을 거다.

나중엔 대통령으로 뽑히는데 상당히 정의로운 인물이다.

“최승현 씨. 국가를 위해주실 순 없습니까?”

“국가를 위하는 것도 좋지요. 그렇기에 이리 정보를 알려드리는 겁니다.”

“그 점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떠한 것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물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국가의 모든 기능은 거의 상실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제가 원하는 건 몇 가지 없습니다. 들어주실 수 있을 겁니다.”

“말씀해보세요.”

승현은 씩 웃으며 원하는 것을 말했다.

쭉 이야기를 듣던 강하늘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편했다.

그만큼 승현이 원하는 건 약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침묵이 이어지고.

“······만약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었다면 최승현 씨의 요구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아시고 있습니까?”

“예.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죠.”

“그런 권리를 고작 몇 개의 마력석으로 넘기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사실이죠. 나중엔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도 지금 마력석의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단지 몇 개가지고 이런 요구를 하는 건 아닙니다.”승현은 손바닥을 책상 위에 펼쳤다.

아래에 손바닥의 그림자가 지고 그곳에서부터 최하급 마정석이 우수수 떨어졌다.

족히 수십 개는 넘어보였는데 이 정도면 연구는 물론이고 연구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연금술의 필수 재료는 이 마력석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제 요구를 들어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잠시 회의를 소집하죠.”

스피커의 목소리가 끊기고 승현은 다시 마력석을 그림자 안에 넣었다.

강하늘은 그런 승현을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최승현 씨는 비범하신 분이네요. 방칼 대전 때도 알았지만 그런 요구를 하실 줄은.”

“후후, 상당히 유용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확실히 지금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네요.”

“그렇다고 말도 안 되는 건 아니지요. 참, 혹시 정부와 손잡은 길드 중에 최강 길드가 있습니까?”“예. 현재 서울 방어와 통제를 위해 최강 길드 말고도 네 개의 길드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포인트는 다들 굵직한 길드가 있어서 그들에게 일임했습니다만 서울은 그렇지 않네요.”

“최강 길드는 거르시죠.”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글쎄요. 개인을 협박하는 길드장이 있는 곳이 과연 잘 돌아갈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조언이니 너무 신경 쓰진 마세요. 바로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면 충분한 거리를 두는 편이 좋겠네요.”

승현은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그가 랭킹 1위였다는 것을 떠나서 승현은 이제 정부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또 승현은 일반인이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마력석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런 사람의 말이니 그 무게가 달랐다.

“참고하겠습니다.”

“후후, 참고만 하세요. 정부가 유저를 잘 통제해야지 않겠습니까.”

의미심장한 말에 강하늘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승현은 대략 두 시간 동안 그녀와 대화를 나눴는데 현재 한국의 실정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곧 문을 열고 이강령이 들어왔다.

“회의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최승현 씨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최승현 씨는 대한민국에 하나뿐인 특수부대의 대장입니다.”

“좋습니다. 부수적인 것들도 물론 통과되었겠죠?”

“예. 이제부터 경범죄 등에 대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부여됩니다. 또한 독립적인 수사권도 부여되며 선조치후보고를 기본으로 합니다.”

“제 상급자는 의회뿐인 것도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지간하면 터치하지 않습니다만 공무원이 되었으니 큰 문제는 일으키지 말아주십시오. 또 사건이나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보고를 해주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약속이 잘 이행되길 바랍니다. 언제부터 직책이 부여됩니까?”

“지금 유저와 길드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있으니 특별법이 완성되는 대로 직책이 부여될 겁니다. 그때까진 임시로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증서를 발급해드리죠.”

“믿고 마력석은 먼저 드리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죠.”

승현은 책상에 마력석을 쏟아내곤 자리를 벗어났다.

지하를 나와서 정부 텐트촌을 벗어난 승현은 미소를 지었다.

“권력? 명성? 그건 다 만들면 그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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