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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37화 (37/111)

37화

승현은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에게 돌아왔다.

“이제 위로 올라가자.”

“보스 몬스터는 있었어요?”

“아니, 대신 비슷한 게 있더라고. 지금으로선 절대 이길 수 없겠더라.”

“그렇군요. 그럼 빨리 위로 올라가요!”

위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족히 걸릴 정도로 길기에 발길을 빨리했다.

승현은 문지기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일단 이 미궁에 대한 것.

승현도 회귀 전 미궁에 간 적이 몇 번 있다.

하지만 그땐 문지기도 없었고 몬스터도 없었다.

그냥 길고 긴 통로만이 이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 미궁은 그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입장 레벨이 최소 500레벨인 것.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높은 레벨을 요구할 거다.

그렇다면 ‘놈’들에 의해 이미 미궁이 한 차례 돌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궁 아래에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사람을 짓누를 그런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다.

아마도 놈들은 그걸 노리고 미궁을 클리어한 게 아닌가 싶다.

‘존재감만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물건.’

뭔지는 몰라도 엄청난 것인 건 맞을 거다.

그 물건을 놈들이 얻었다면 분명 회귀 전 자신도 알았을 거다. 그렇다면 놈들이 그 물건을 얻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얻었다고 해도 쉽게 통제할 수 없다거나 했겠지.

이 미궁이 단순히 미궁이 아닌 그것을 지키기 위 것이란 것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놈들이 등장하고 미궁을 공략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

놈들이 강해지는 건 복수에 한 발자국 멀어지는 일이니까.

무엇보다 이 상황의 원인에 대해서 알 수 있을 수 있다.

어찌됐든 꼭 미궁을 공략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빠르게 돌파해 하루가 지나기 전에 미궁 위로 올라온 세 사람은 바라던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시간이 오후라서 햇빛은 쨍쨍했다.

“으아, 살짝 덥다. 날짜는 초가을인데도 무척 뜨겁네요.”

“이제 10월이니까 아직은 더위가 가시진 않았지.”

“저희가 미궁 안에 오래 있긴 했나 봐요. 벌써 10월이라니.”

“두 달은 넘게 있었으니.”소혜와 다연은 말을 마치고 승현을 바라봤다.

지시를 내려달라는 표정에 승현은 일단 그림자에서 챙겨둔 라디오를 꺼냈다.

혹시 정부의 방송이 있진 않을까 해서 먼저 틀어보기로 한 것이다.

“······이로서 대한민국 정부의 뜻을 전합니다. 요약하여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새로이 구성된 대한민국 신정부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연락을 취했으며 재앙에 따른 사태 수습에 적극 개입할 것입니다.”

“어머, 진짜 정부가 구성됐나 보네.”

“또한 기존의 법의 질서를 유지하며 법을 어긴 이들에게 강한 처벌을 가할 것입니다. 특수한 상황으로 범죄의 경중을 막론하고 사형에 처할 수 있음을 엄숙히 경고합니다.”

꽤나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듯하다.

사형이라는 카드를 꺼낸 걸 보면 말이다.

“국민 여러분은 각 지역에 따른 포인트로 집결해주시길 바랍니다. 포인트는 서울, 부산, 세종, 안동, 평창입니다.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이동을 부탁드리며 포인트에 파견된 군의 보호를 받으십시오.”

회귀 전에는 서울과 부산을 빼곤 포인트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연유에선지 세종, 안동, 평창이 포인트로 선정되었다.

승현이 알기론 세 개의 포인트를 더 둘 정도로 여유가 있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호 길드가 부산에 자리를 잡고 정부가 서울에 자리를 잡았었다.

수호 길드가 없는 지금 부산은 누가 지휘하며 다른 세 포인트엔 누가 있는가?

“특수 능력자 및 특수 무력 단체 이하 유저 및 길드는 적극적으로 정부에 협력하시길 바라며 의무적으로 정부에 신상을 등록해야 합니다. 또 범죄를 저지른 유저의 경우 일반인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해집니다. 현재 무단 점거 및 비인도적인 행위를 하는 유저 및 길드는 즉시 중단하십시오.”

이건 반발하는 유저들에 대한 경고인 것 같다.

국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유저들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모습인데 이것도 회귀 전과는 좀 다른 행보다.

그때는 적극적으로 회유하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상당히 단호한 태도였다.

“국가 재건을 위해 당분간 대한민국 국민은 신정부의 통제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10월 17일자 발표를 마칩니다. 본 방송은 1시간을 주기로 반복 재생됨을 알립니다.”

라디오에서 소리가 끊기고 침묵이 흘렀다.

소혜와 다연은 라디오의 내용을 듣고는 앞으로의 행보를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서울행이네.”

“서울로 가서 신상을 등록하고 정부 방침에 따라 움직여야겠네요.”

승현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방송에 언제부터 나왔는지 몰라도 방송을 들은 이라면 아마 포인트로 이동하고 있을 거다. 재앙이 워낙에 갑자기 일어나서 라디오를 보유한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이 라디오만이 아니라 군에서도 구조에 나섰을 거다.

아마 포인트 인근의 대부분 사람들은 모두 모였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면 정보도 모이는 법. 서울로 가면 괜찮은 파티원을 모을 수 있을 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서울로 가야 해서 목적지를 서울로 잡았다.

여기서 서울까지는 걸어서 사일 정도 걸린다.

올 때는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기억을 더듬어 찾아와서 몇 주가 걸린 거지 바로 서울로 가는 건 그리 멀지 않았다.

그렇게 길을 나서던 중 다연이 물었다.

“오빠. 우린 길드 같은 거 안 만들어요?”

“길드?”

“네. 아무래도 혼자보다 파티가 낫고 파티 보단 길드가 낫잖아요. 특히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욱이.”

“뒷부분이 상당히 의미심장한데?”

“현실적으로 생각했어요. 정부가 만들어지고 군대가 있어도 결국은 유저의 힘이 많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유저가 권력의 중심이 되지 않겠어요?”

“다연인 권력에 관심이 있어?”

“구, 굳이 권력 때문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도 개인보단 집단이 더 받을 거고 제가 정부라도 길드에 많은 혜택을 줄 걸요.”

“맞는 말이야. 유저 중심이라도 길드에게 먼저 혜택이 가겠지. 국가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유저보단 길드가 더 클 거야. 집단이니까.”

“승현 오빠의 명성이라면 충분히 큰 길드를 만들 수 있 걸요.”

확실히 승현의 명성이라면 충분할 거다.

압도적 랭킹 1위에 방칼 대전으로 인지도를 얻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만약 승현이 길드를 만들고자 했다면 기어에서부터 길드를 키웠을 거다.

승현은 고개를 저어보였다.

“분명 그렇겠지. 하지만 난 길드를 만들 생각이 없어.”

“왜요? 그건 너무 손해 같아요. 분명 길드를 만들면 엄청난 이점이 생길 거라고요.”

“내가 길드를 안 만드는 데엔 이유가 있어.”

“그 이유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약간은 따지는 듯한 말투였으나 승현은 웃었다.

“일단 내 행동에 제약이 걸리는 다는 거야. 길드 운영이야 간부들에게 맡긴다고 해도 어느 지위에 오르면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야. 힘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건 잘 알지?”

“그것만으로는 납득이 안 돼요.”

“음,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길드는 사실 짐밖에 되지 않아. 분명 물질적인 이득을 얻을 순 있어도 그건 나중에 가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야. 권력이나 명성은 지금 단계에선 필요가 없어.”

“그래도, 그래도······.”

“후후, 굳이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어.”

아직까지 납득을 못하는 다연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앞으로 나갔다.

길드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만약 마지막 1년만 투자했어도 국내 최대 길드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수호 길드의 자리를 승현이 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선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할 거다.

아마 그랬다면 더 많은 인명을 살리고 또 더 빨리 인재를 모았을 테다.

그럼에도 승현이 길드를 만들지 않은 건 그의 목표에 길드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복수. 나아가 격변의 원인을 찾기 위해선 높은 권력과 큰 세력보단 본신의 강함이 필요하다.

놈들을 상대하려면 여러 명의 초인보단 한 명의 영웅이 있어야 한다.

모든 초인을 능가하는 그런 영웅이 말이다. 그렇기에 승현은 자신의 강함을 키웠다.

그게 아이템이나 기술 그리고 레벨로 나타났다.

세력과 권력에 따른 양질의 정보도 무시할 건 아니다.

그러나 승현에겐 이미 세계 권력의 축에 있는 초인들과 깊은 인연이 있다.

세계 최강 엠페러 길드와 이젠 전과는 달라진 파라곤 길드 그리고 기존에 없던 검림 길드의 수장과 모두 친분이 있었고 그중 둘과는 긴밀한 관계이다.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력과는 차원이 다른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거다.

‘빠르게 치고 빠지면서 놈들을 유린해야지. 무엇보다 놈들이 출현하기까진 앞으로 2년이나 시간이 있어. 그때까지 과연 내가 평범한 유저로 남을까?’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미래의 일과 정보를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할 거란 것을.

놈들이 등장할 2년 뒤면 아마 자신은 높이 비상했을 거다.

이미 혼자 삼 만에 달하는 유저를 상대로 이겨봤다.

그것도 전력을 모두 보이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웅크렸던 몸을 폈을 때 과연 몇 개의 단체가 자신을 막아설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내가 사는 땅을 지키고 이변의 원인을 알아야 해. 그러나 우선순위는 역시 복수지.’

아마 복수를 이루다 보면 이변의 원인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에 자신의 편이 하나쯤은 있는 편이 좋다고 판단해 소혜와 다연을 키우는 중이다. 지금 향하는 서울에서 완전한 파티를 갖추고 그들의 성장을 어느 정도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다.

그들이 길드로 발전해도 되고 인정받는 유저가 되어도 좋다.

그저 어떤 상황에도 자신을 믿어줄 자신의 편을 만드는 게 현재 목표다.

그렇게 세 사람은 목적지인 서울로 향했다.

아직까지도 돌아다니는 몬스터의 레벨은 5레벨을 오갔다.

40레벨과 30레벨에 달하는 세 사람에게 그런 몬스터는 이제 눈에 들오지 않았다.

오죽하면 지팡이를 든 소혜의 근력만으로 놈들을 제압할 수 있을까.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능력치가 오르니 추가 능력치를 온전히 원하는 능력에 부여할 수 있었다.

승현은 오랜만에 전화기를 꺼내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현재 국제 정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단 동남아 지역과 중동, 아프리카는 거의 전멸했다시피 했고 그나마 유럽과 아시아 일부, 아메리카의 국가들만 정부를 구성하고 조금씩 국가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넓은 땅만큼이나 아주 혼란하지만 검림 길드를 주축으로 한 신정부가 서서히 안정화를 나서는 중이고.

미국은 서부에 파라곤, 동부의 엠페러가 양분하여 영향력을 떨치는 중이다.

뜻밖에도 한국에 대한 정보도 커뮤니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왜 포인트가 세 곳이 더 늘었는지 알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한국의 대표 자리를 두고 싸우던 세 개의 대형 길드가 정부의 편에 섰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의 길드장이 있는 지역에 각각 포인트를 지정했고 말이다.

아침 오픈 채팅이 열려 있어 승현도 채팅에 참가했다.

가벼운 생존신고와 함께 대화를 나눴다.

“오빠. 아까부터 뭘 보시는 거예요?”

“응? 후후, 랭커끼리 만든 비상 연락망.”

“진짜요? 랭커끼리 그런 것도 가지고 있어요?”

“원랜 없었는데 아이실 트라이센이라고 알아? 파라곤 길드의 수장인.”

“네에. 트라이센이면 외국 기업이긴 해도 한국에도 유명하죠. 그 회사 회장의 손녀라고.”

“맞아. 그녀가 만든 커뮤니티야.”

“돈이 많으면 그런 것도 가능하군요.”

답을 해준 승현은 이내 전화기를 다시 넣었다.

승현은 자리에 멈춰서 잠시 뒤를 쭉 살폈다.

“포위되었군.”잠시 채팅에 한눈을 판 사이 누군가에게 포위되었다.

너무 방심을 한 것 같아 속으로 자신을 질책한 승현은 소혜와 다연에게 말했다.

“둘 다 조심해. 특히 다연인 소혜를 잘 지켜.”

경고를 날린 승현은 한쪽에서 부스럭거리며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거기엔 아주 익숙한 얼굴도 하나 있었다.

“와, 그걸 살았어요? 과연 랭킹 1위인가? 대단하네요.”

“김병후.”

“에에, 정 떨어지게 성은 왜 붙여요. 전처럼 편하게 병후라고 불러요.”

익숙한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김병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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