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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34화 (34/111)

34화

갑자기 멈춰선 승현에 소혜와 다연은 바로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가 멈출 때마다 늘 전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승현은 머스킷을 들어 한 방향을 겨눴다.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 그만 나와.”

승현의 말에도 수풀은 조용하기만 했다.

“꼭 피를 봐야지 나올 거야?”

“나, 나갈게요.”

앳된 목소리와 함께 수풀에서 소년이 걸어 나왔다.

상당한 수준의 은신이었지만 승현의 감각은 속일 수 없었다. 양손을 들고 나온 그는 승현과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건 내려놓고 이야기하는 게 어때요?”

“글쎄. 왜 따라다녔는지 들어보고.”

“그거야 안전하니까요.”

“그러기엔 몬스터를 몰아오던 게 떠오르는데.”

“어, 그건······. 그러니까, 약간의 시험?”

설마 승현이 몬스터를 일부러 끌고 온 것까지 알지는 몰랐던 소년은 당황하며 말했다.

승현은 쓱 소년을 살폈는데 일단 좀 커 보이는 장비를 봤을 때 지금 입고 있는 장비가 그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장검이며 허리에 달린 크기가 다른 단검 그리고 등에 멘 활까지.

정확히 어떤 직업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각 장비 모두가 고레벨 이상의 장비들이었다. 특히 상의에 걸친 갑옷은 천 레벨의 장비였다.

이걸 종합해 본다면 저 소년은 둘 중 하나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나는 기어에서 일명 잡캐라 불리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이건 가능성이 좀 낮다.

승현도 기술만 보면 잡캐라 분류된다.

하지만 저렇게 방어구까지 다양하게 입을 이유는 별로 없다. 각 직업마다 고유 마스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특성이라는 게 있다. 직업 기술은 잡캐라도 중심적으로 쓴다.

그러다 보니 근접 딜러가 주력이면 금속 갑옷을 입고 원거리 딜러가 주력이면 가죽 갑옷을 입는다.

저렇게 둘을 혼합해서 입는 건 정말 초보자나 하는 짓이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의 결론이 나오는데.

바로 유저를 상대로 장비를 얻어내 입었다는 거다.

그 방법이야 몬스터를 붙이거나 직접 공격하는 등 다양할 것이다.

모두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순 없었다.

승현이 머스킷을 내려놓지 않자 소년은 과장되게 말했다.

“폭력 반대! 이러지 말고 우리 대화를 해요.”

“대화는 이 상태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에이, 이렇게 험악해서 어디 제대로 대화가 되겠어요?”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넉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딱히 도망치거나 공격할 것 같지 않아 승현은 순순히 머스킷을 거뒀다.

그러자 들었던 손을 내려놓으며 소년이 슬쩍 다가왔다.

“우와, 쭉 지켜봤는데 형 실력이 대단하던데요? 진짜 놀란 거 있죠?”

“칭찬은 됐고. 며칠 전부터 쫓아온 이유가 뭐야?”

“아, 그거요? 보시다시피 제가 혼자에요. 나름 잘 헤쳐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좀 힘들더라고요. 레벨도 안 오르고. 그래서 동료를 얻을까하고 나선 거죠. 그런데 그때 형이랑 누나들이 딱! 들어왔다 이겁니다.”

“흐음, 별로 못 믿겠지만 일단은 믿어주지.”

“제가 나이는 어려도 한 몫을 합니다. 데려가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승현은 소혜와 다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의 합류에 동의를 표했다.

둘이 동의하자 승현도 소년의 합류를 받아들였다.

“어려도 한 사람 분은 해야 할 거다.”

“히히, 걱정하지 마세요!”

정식으로 합류하게 된 소년의 이름은 김병후이고 나이는 17살이라고 한다.

직업은 궁수이지만 여러 가지 기술을 잡다하게 배워서 그의 말로는 올라운더라고 한다.

병후는 합류하고 나서부터 끝없이 입을 열었다.

어찌나 할 말이 많은 건지 쉬지 않고 입을 열었는데 소혜와 다연은 크게 싫지 않은 분위기였다.

“전에 승현이 형이 잔뜩 몰려온 몬스터를 총으로 싹 쓸어버리는 게 어찌나 인상 깊던지. 그러고 보니 승현이 형은 직업이 뭐에요? 입은 복장만 보면 도적인데.”

“도적 클래스야. 나도 너처럼 잡다한 기술을 모두 배웠지.”

“오, 그러면 형도 웨폰 마스터리인거에요?”

“그래.”

“다들 웨폰 마스터리는 올리기 까다로워서 싫어하는데 형은 다른가 봐요,”

“나야 주로 검을 쓰긴 하지만 이것저것 가리지 않거든.”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그 그림자 조종하는 건 직업 스킬?”

참 호기심 많은 모습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북으로 갈수록 인적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몬스터의 출현 빈도가 높아졌다.

대부분 승현의 선에서 정리가 되었지만 가끔 승현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몬스터가 세 사람에게 흘러갈 때가 있었다.

탱커인 다연과 힐러인 소혜는 공격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대부분 병후가 처리했다.

말은 많지만 확실히 실력은 좋았다. 깔끔한 동작이나 군더더기 없는 행동이 승현의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몇 주를 걸어가자 슬슬 목적으로 한 곳에 다다랐다.

“저게 뭐야?”

“구멍? 아니, 그러기엔 끝도 안 보여······.”

대략 휴전선 너머로 며칠 거리에 등장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끝도 안 보이는 구덩이였다.

규모가 너무 커서 구덩이라고 부르기엔 그 규모가 너무나 방대했다.

알려진 바로는 지름만 수십 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동화된 미궁. 이곳에 또 오게 됐군.’

승현은 구덩이 안을 보며 생각했다.

이 구덩이의 바닥은 무려 6킬로미터나 된다.

기어에 있던 미궁과는 그 규모부터가 다른 미궁이라 할 수 있겠다.

승현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몇 가지 확인해 볼 것과 빠른 레벨 업을 위해서였다.

“우와, 저기에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리겠다.”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오빠?”

승현은 잠시 눈을 감고 탐지 기술을 발동했다.

미약한 마력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수백 미터를 훑은 마력으로 승현은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쉽게 찾았다.

“저건 아마 미궁일 거야. 저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으니 안으로 들어가자.”

“네에?! 미궁이요? 그보다 안은 위험하지 않을까요? 미궁이라면 분명 레벨이 높을 텐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리 위험하진 않을 거야. 다 10레벨 이하의 몬스터만 등장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승현은 걱정하는 다연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사실 정말 안전할 지는 승현도 잘 모른다.

그러나 미궁에서 꼭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었다.

‘놈들은 세 개의 미궁을 우선적으로 차지했어. 분명 초반에 미궁을 탐사한 이들이 놓친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승현은 마음을 굳게 먹고 일행을 안내했다.

그 와중에 병후는 승현이 어떻게 입구를 찾았는지 궁금해 했다.

“유일함 등급의 기술이야. 조합은 뭔지 기억이 안 나네.”

“유일함 등급이요? 대단하네요. 그거 조합하는데 만만한 게 아닐 텐데. 아, 승현이 형은 랭킹 1위였으니까 가능했으려나.”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이동한 끝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 통로가 나타났다.

승현이 먼저 앞장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이 어둡다 보니 승현은 잘 사용하지 않던 정령을 소환했다.

틈틈이 사용하곤 했지만 정령까지 쓸 정도로 여유가 없던 적은 없어서 사용 횟수가 적은 편이다.

불의 정령이 소환되자 어두운 통로가 환하게 밝아졌다.

그걸 본 세 사람은 놀란 눈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오빠, 정령술도 배웠어요?”

“어. 우연히 얻었어.”

“그거 얻기 진짜 어렵다던데. 경매장 가격이 수천만 원이나 하지 않아요?”

“나도 초반에 우연히 얻은 거라서 그냥 바로 익혔지.”

“뭔가 아까우면서도 좋아 보이네요.”

“나중에 마력이 천이 넘어가면 되면 최상위 정령도 부를 수 있어. 그런 정령은 어지간한 광역 마법보다 위력이 좋더라.”

“허, 마력 천이요? 그게 어느 나라 얘기에요?”

병후는 놀란 기색이지만 다연이나 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천 레벨을 넘겼으니 당연히 한 능력을 천씩 올려봤을 거다.

승현의 말을 들은 병후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정령왕 같은 것도 소환 가능해요?”

“글쎄. 있다면 가능하겠지.”

“대단하다······.”

미래에는 정령왕을 부른 이가 존재하긴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불가해 등급처럼 초월적인 존재라서 다루는 게 불가능하고 거의 부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 부탁도 들어줄 지는 정령왕의 마음이라나.

빛을 확보한 일행은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따라 쭉 내려가니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북한 지역에 생성된 미궁은 주로 언데드가 등장한다.

1층에 도착하기 무섭게 저 멀리서 하얀 뼈대를 드러낸 해골이 보였다. 딱히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걸 보면 10레벨의 기본적인 스켈레톤인 것 같다.

“언데드네요.”

“소혜가 나설 때지.”

“맡겨만 주세요!”

소혜는 씩씩하게 답했다.

언데드는 힐러에게 취약한 건 정설이다.

힐러들이 사용하는 여러 기술들 모두 신과 관련되어서 신의 섭리를 거스른 언데드에겐 축복 주문마저 치명적인 독이 된다.

다연의 보호를 받으며 앞으로 나선 소혜는 바로 가벼운 회복 주문을 스켈레톤에게 날렸다.

하얀 빛이 스켈레톤에게서 일어나자 고통을 모를 스켈레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몸을 떨던 놈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럼 계속 안으로 들어가자.”

승현은 빠르게 세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로 등장하는 언데드는 소혜가 담당했다. 레벨은 낮지만 기술 레벨이 높아서 언데드들은 낮은 치료 기술에도 쉽게 쓰러졌다.

승현은 그러는 동안 가볍게 몸을 풀었다.

레벨을 올리는 방법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바로 직업과 기술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응용해 사용하는 것이다.

기어에선 시스템이란 기능에 의해 보정을 받아 기술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지금은 무의식중에 바로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레벨을 올릴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술을 모두 의식하고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

또 직업에 맞게 행동하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고 나서 몬스터를 수없이 사냥하다 보면 그제야 레벨이 오른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경험치가 말도 안 되게 높아서 그렇다.

경험치를 빠르게 쌓는 방법이 있다면 자신보다 격이 높은 그러니까 레벨이 높은 몬스터와 싸우면 된다.

또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다.

사라진 파티나 길드 시스템이 은연중 남아 있다는 거다.

승현이 길드 효과를 적용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사람끼리 동료라는 인식이 있다면 그건 파티로 인정받아 경험치를 공유한다.

또 기어에서 길드원이었던 이들은 무의식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는데 이게 무시할 정도가 아니라고 어떤 심리학자가 밝혔다.

길드끼리의 소속감과 유대감이 무의식에 있어서 결속된다고 한다.

기어에서 길드였던 이들이 자연히 뭉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그러니 아마 세 사람이 승현을 진짜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파티로 인정받을 것이다.

미궁의 1층은 과연 그 규모만큼이나 방대했다.

아직은 처음이라 등장하는 몬스터의 레벨은 낮기만 했다.

열심히 길을 나서던 일행은 어느 시점에서 휴식을 취했다.

“후우, 승현이 형. 혹시 음료수도 있어요?”

“있긴 하지. 하지만 갈증이 있을 때 마시면 그리 좋진 않을 텐데.”

“그냥 지금은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서요. 저 전에는 콜라 없인 못 살았었거든요. 크으, 그 톡 쏘는 탄산은 제 영혼까지 청량하게 만들어준다니까요.”

잔뜩 과장하며 표현하는 것에 승현은 픽 웃으며 그의 옆에 진 그림자에서 콜라를 꺼냈다.

그러자 반색을 한 병후는 바로 콜라를 잡고는 단숨에 콜라를 비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물과 식량을 먹던 소혜와 다연이 슬쩍 승현의 눈치를 봤다.

“너흰 맥주라도 마실래?”

“아, 있어요?”

“편의점이나 상점을 털 때 잔뜩 얻어놨어. 자."

승현은 둘에게 맥주를 꺼내주었다.

한층 밝아진 얼굴의 두 사람을 보던 승현은 기어에서 얻었던 선인의 호리병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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