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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31화 (31/111)

31화

손도 안 대고 고블린을 처리한 승현은 잠시 상태를 열람했다.

[상태]

이름: 최승현.

레벨: 14.

직업: 암왕.

근력: 22. 체력: 22. 지력: 20. 정신력: 20. 마력: 11.

추가 능력: 36.

동화율: 67.59%

-신수, 알타의 힘을 받아들여 화염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화상을 입지 않습니다.

-신수 알타의 힘을 받아들여 화염에 대한 친화력이 생깁니다.

-어둠을 받아들여 어둠과 친숙해집니다.

-그림자가 깃들며 항상 그림자와 동화되어 있습니다.

-계약을 통해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변화된 상태를 보며 승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능력치와 레벨이 100뿐의 1로 줄어들었다.

능력치의 경우 첫 시작 때 마력에 1이 주어지고 남은 능력치는 모두 10으로 고정된다. 그리고 여기에 천에 육박하던 능력치가 100분의 1로 축소되며 각각 10과 9 등으로 주어졌는데 다행히 아이실과 계약을 통해 얻은 효과로 각각 2와 1씩 추가로 능력치가 올랐다.

승현은 바로 마력에 10을 주고 남은 26을 각 능력에 고루 분배했다.

지력은 머리를 맑게 해주고 판단력 등 전투에 이로운 능력에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많은 기술을 쓰고 수많은 물체 고정 무기를 사용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정신력은 정신 계열 마법 등의 저항과 의지 등 감정에 영향을 주고 육체 계열 기술에 영향을 준다.

근력과 체력이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거다.

그래서 근력과 체력에 7을 주고 지력과 정신력에 6을 분배했다.

그러자 바로 체감이 될 정도로 몸에 힘이 들어왔다.

“아직 기술을 남발할 정도로 마력이 많은 건 아니니 최대한 몸을 지키는 쪽으로 가자.”

승현은 그림자에서 마탄의 사수와 헤이리아를 꺼내 허리에 달았다.

14레벨로 떨어져 기술을 남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만일을 대비해 꺼내두었다.

아마 지금 세상은 혼돈에 휩싸여 있을 거다.

대재앙과 함께 찾아온 지형의 변화와 몬스터의 출현은 재앙으로 인해 벌어진 참사에 채 감정이 소모되기 전에 사람들에게 극한의 생존을 요구하였다.

그나마 기어를 잠깐이라도 했던 이들이라면 모습이 바뀌고 시스템이 적용됐을 터다.

기어를 하지 않았던 이들이라면?

안타깝지만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하다.

물론 전승인과 같은 이들이라면 다르겠지만.

“일단은 시내 쪽으로 가보자. 살아남은 생존자라도 구하는 것이 맞겠지.”

결정을 내린 승현은 바로 보법을 밟으며 쾌속하게 이동했다.

이런 대재앙이 올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 혼자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승현이 엄청난 권력자도 아니고 세상에 경고를 해봤자 돌아오는 건 싸늘한 시선과 무관심뿐일 걸 잘 안다.

누가 이런 상황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대로 믿어주겠는가.

그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할 뿐이다.

몸을 피하고 남은 생존자를 구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력은 물론 군과 정부조차 힘을 쓰지 못한다.

주요 시설은 물론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고 실종자와 사망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여기에 대해서 곳곳을 활보하는 몬스터까지.

국가가 정비를 마치고 힘을 쓰기까지는 못해도 1년이란 시간이 걸린다.

이건 이미 겪어봤던 일이니 확실하다.

시내로 가자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가스 시설 등에 남은 가스로 인해 맹렬히 불길이 타올랐고 곳곳에는 비명과 신음성이 가득했다. 모든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제대로 된 생각과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하군. 이거 세 길드가 해낼 수 있을까?”

수호 길드가 사라진 한국 대표 길드 자리를 세 개의 길드가 각각 자처했다.

그 길드의 수장들 모두 영웅이라 불리는 100인의 랭커였고 통솔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물론 그들이 뭉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구심점은 될 수 있다.

수호 길드가 그랬듯 길드 단위로 뭉친 유저들의 힘은 대단했으니까.

“후우, 내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승현은 일단 인근 유저들을 모으기로 했다.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지형의 변화로 안전한 곳은 없지만 그래도 유저를 모으고 일반인을 보호하는 자경 단체를 꾸려보기로 했다.

가장 근저에 있는 복장이 다른 유저에게 다가갔다.

멍하니 서서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장비로 추측하는데 레벨은 500레렙 중후반.

처음부터 나름 쓸 만한 사람이 걸렸다.

“이봐. 정신 차려!”

“아, 아······.”

“미안하지만 이게 가장 빨라.”

쩌억!

승현은 그대로 멍하니 서 있는 유저의 뺨을 때렸다.

한 대 가지고는 정신을 못 차려서 멈추라고 할 때까지 때려주었다.

“그, 그만!”

“정신이 좀 들어?”

“미쳤어?! 갑자기 사람을······.”

“그보다 곧 있으면 냄새를 맡고 몬스터가 몰려올 거야, 이러고 있지 말고 얼른 살아남은 사람을 모아야 해.”

“그게 무슨 소리야, 몬스터라니?”

“지금 상황에 몬스터가 대수야? 최대한 빨리 유저로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서 다른 사람을 구하자. 그럼 조금 있다가 저기서 보자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 승현은 할 말만 하고 다른 유저에게 향했다.

어떤 유저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었고 어떤 유저는 알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기도 했다.

슬픔을 애도해주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분노를 잠재우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승현은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최대한 도와주는 선에서 유저들을 모았다.

승현이 사는 은평구였던 지역만 돌아다녔지만 상당히 많은 유저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승현의 통제에 따르려는 이들에 한해서 유저들을 한 곳에 모았다.

그 숫자가 대략 70여 명이나 되었다.

“모두 모여주어서 고맙습니다. 다들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일단은 저 멀리 몰려올 몬스터를 처리한 후 대화를 나누죠.”

“정말로 몬스터가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전 이미 고블린을 상대했습니다. 마침, 저기 오는 것 같군요.”

승현은 감지 기술을 통해 느껴지는 수십의 기척에 저 멀리 숲으로 변한 곳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자 곧 숲에서부터 무리를 형성한 코볼트 무리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코, 코볼트?!”

“진짜 몬스터잖아!”

경악하는 유저들을 보며 승현이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여러분의 레벨은 대폭 낮아졌습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싸우도록 하세요!”

게임 강국답게 다들 100레벨은 넘겨서 그런지 장비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레벨이 낮은 관계로 기어 안에서의 자신을 떠올려선 안 된다.

그걸 인지시켜준 승현은 헤이리아를 들어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신성력이 담긴 빛의 화살이 생겨나고 활시위를 놨다.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은 그대로 코볼트의 머리에 박혔다.

웨폰 마스터리 9레벨의 힘은 활의 정확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었다. 승현은 다들 머뭇거릴 때 계속 활을 쏘며 사람들에게 외쳤다.

“머뭇거리지 마세요! 싸우세요! 앞으로 여러분은 몬스터와 싸워야 합니다!”

승현의 빠르고 정확한 사격에 수십 마리 중 몇 마리의 코볼트가 쓰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볼트의 숫자는 상당했다.

그렇지만 이쪽의 숫자가 더 많다.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으려나.’

랭킹 1위였던 그가 고작 14레벨로 떨어졌다.

다른 200레벨 이하의 유저는 모두가 1레벨일 테니 평균 5레벨 이상인 코볼트를 혼자서 상대하기엔 까다로울 거다.

이윽고 유저들과 코볼트 무리가 격돌했다.

승현은 최대한 참견하지 않는 선에서 엄호했다.

헤이리아의 화살은 아군에겐 회복을 시켜주는 기능이 있어서 제약 없이 활을 쐈다.

“크아악!”

“사, 살려줘!”

기어의 용맹했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모인 이들 중 절반이 도망쳤고 나머지도 두려움에 움츠려들어 다치거나 죽었다.

30마리의 코볼트를 배가 넘은 70명의 유저가 상대해 큰 피해가 일어났다.

절반 이상의 코볼트가 승현의 화살에 맞아 죽었으니 그가 없었다면 참혹한 결과가 나왔을 거다.

“으으, 아파······.”

“피, 피가······.”

여긴 게임이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당연히 상처가 나면 피가 나고 심하면 죽는다.

지금쯤이면 사방에서 몬스터가 쳐들어올 것이다.

이쪽 한 부분을 막았다고 해서 안전한 곳이 된 건 아니다.

이 일대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이들에게 당장 사둔 포션을 주어도 되겠지만 승현은 그러지 않았다.

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포션은 아주 귀중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이걸 가지고 장사를 하진 않겠지만 중요한 자원이면 중요한 곳에 써야 했다.

가령 중요 인물이나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이들을 살리는데 쓰는 거다.

‘냉정해지자. 저들을 당장 돕는다고 해서 완전한 내 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저들을 돕는데 시간을 끌 순 없어.’

대신에 자원이 들지 않는 헤이리아의 화살을 쏴 치료를 해주었다.

그리 큰 효과는 없었지만 찢어진 상처가 봉합되는 정도는 되어서 퍽 쓸 만했다.

그렇게 치료를 해준 승현은 싸우면서 눈여겨 본 이들을 몇 명 모았다.

“모이라고 한 이유는 대충 아시겠습니까?”

“어느 정도는요.”

“여러분은 도망치거나 겁을 먹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지금 세상은 혼란에 빠졌겠죠. 우리가 큰 걸 할 순 없겠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살아남아야죠.”

한 유저의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주 모두를 잃은 지금 생존은 최우선 과제다.

승현 혼자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지금은 뭉쳐야 한다.

“다들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지금은 이타적인 영웅이 되기보단 이기적인 실리주의자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물론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게 맞겠죠. 하지만 타인을 돕는데 전력을 쓰지 말라는 말을 드리는 겁니다. 자, 일단은 제가 리더로서 여러분 같은 사람을 모을 생각입니다.”

승현은 딱 잘라 이야기했다.

승현의 말에 불만을 표하는 이는 없었다.

처한 상황 때문일까. 유저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줄 사람을 필요로 했다.

승현은 선별한 이들 말고도 자신을 따를 사람들을 모았다.

그렇다고 몸집만 불린 순 없는 게 식량이 문제였다.

승현이 보유한 식량이며 소모품의 양이 상당하긴 하지만 수백 명을 몇 달이고 먹일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명 정도를 모아 주변 지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은평구 곳곳은 숲으로 변해 있었다.

승현이 처음 있던 곳처럼 크게 변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빽빽한 나무가 주를 이뤘다.

이런 지형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는 주로 코볼트와 고블린인데 초기에는 배려인지 순차적으로 높은 레벨의 몬스터가 등장했다.

‘게이트나 던전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아직 위험한 몬스터는 없어.’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옥석을 가릴 때이고 유망주를 최대한 모아두는 것이 좋다.

하루 종일 걸으며 사람을 모은 승현은 대부분 고레벨이었던 유저들로 20명 정도를 모을 수 있었다.

인근 무너진 편의점 근처에서 둘러앉아 불을 피웠다.

“······.”

“······.”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어느 사람은 가족이나 연인을 잃거나 생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다.

또 살던 집은 무너졌고 식량은 제한적이며 몬스터가 사방에서 날뛰고 있었다.

다들 생존을 위해 뭉쳤다지만 막막한 것이다.

승현은 무너진 편의점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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