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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30화 (30/111)

30화

두 사람은 말없이 그저 서로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치부라 할 수 있는 과거사를 낱낱이 보여주다 보니 서로가 가진 콤플렉스나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깊은 신뢰가 둘 사이에서 싹텄다.

또 신뢰를 바탕으로 강한 호감도 느낄 수 있었다.

“······저어, 우리 친구하지 않을래요?”

“좋습니다. 또 다시 친구가 늘었네요. 하하.”

“저도 첫 친구가 생겨서 기뻐요.”

승현의 품에서 일어난 아이실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는 환하게 웃었다.

아이실은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를 얻게 된 것이 마냥 기뻤다.

그 기쁨이 그대로 전달되어 승현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좋습니까?”

“네. 정말 좋네요.”

“자자, 그러면 우선 여길 나갑시다.”

승현은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처음 이곳에 들어왔던 산 정상에 섰다. 아이실은 미소가 어린 얼굴로 승현에게 물었다.

“승현 님.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아이템도 얻었고 또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편하게 말해요. 나도 편하게 대할 테니까.”

“그럼, 승현. 이제 뭘 할 건가요?”

“글쎄요. 레벨이나 올리려고요. 아이실은?”

“길드 일 때문에 조금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일을 겪고 승현과 대화로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건 절대 게임이 아니라는 걸.”

아이실의 의지는 확고해보였다.

그녀의 뜻에 의해 또 세상이 어찌 변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미국은 아이실과 파라곤 길드에게 큰 의지를 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아주 큰 혼란이 지구에 찾아오니 군집된 유저들의 힘이라면 빠르게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언제든 연락해. 그럼 가볼게.”

“네에. 그럼 승현. 나중에 봐요.”

아쉬워하는 아이실의 어깨를 톡톡 두들겨준 승현은 그녀를 뒤로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아이실과 헤어진 승현은 곧 다시 레벨 업을 위해 움직였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사냥터로 가느라 며칠을 소모해 사냥터에 도착했다.

추정 레벨 900대의 사냥터인데 아마 기어 내에서 가장 위험한 사냥터 중 한 곳일 거다.

승현은 그곳에 와서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2년 남짓.

천 레벨은 확정이나 다름없고 최고 레벨을 찍을 수 있을 지가 관심사였다.

500레벨부터 정체 구간이지만 진짜 정체 구간은 천 레벨이라고들 하니까.

2년.

시간은 늘 상대적으로 흐른다지만 2년이란 시간은 모두에게 꽤 긴 시간이다.

남은 시간 동안 승현은 오직 레벨 업에만 집중했다.

그 성과가 나와서일까.

승현은 천 레벨을 달성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400레벨 정도를 더 올렸는데 예전 최고 레벨을 넘어선 기록이다.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된 첸이나 맥스 그리고 아이실과는 지속적인 교류를 가졌다.

가끔가다가 게일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예전의 승현은 잘 몰랐었는데 랭커들 사이에서는 이미 기어가 게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었다.

다들 게임을 초월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저 랭커들 사이에서만 떠도는 도시괴담 정도이고 그런 허황된 이야기를 믿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이들끼리는 소규모 비밀 커뮤니티가 있을 정도였다.

재밌는 건 그 커뮤니티를 만든 게 바로 아이실이고 그 안에는 게일도 있다는 거다.

승현도 아이실의 권유로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이 커뮤니티는 무려 트라이센 사가 소유한 개인 인공위성으로 연락을 한다.

확실히 초기엔 인터넷이고 뭐고 싹 다 통제가 되어서 연락을 취하기 어렵긴 했다.

승현은 나중을 위해 첸에게도 이 커뮤니티를 소개해주었다.

이젠 중국 대표 길드가 된 검림 길드를 운영하는 첸이었는데 승현의 말에 바로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그밖에도 이 커뮤니티엔 미래에 영웅으로 불리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그들과는 친분이 없었지만 공통점은 하나 있는데 바로 불가해 아이템을 얻었다는 거다.

확실히 수호자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질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룬을 얻을 땐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고.

사냥을 하면서 승현은 자신이 가진 무기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아무래도 가진 무기를 활용하지 못하는 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특히 전설적인 등급의 활과 머스킷은 더욱 그랬다.

원거리 무기 특성상 도적 계열인 승현이 쓰기엔 상당한 부조화를 이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장거리 저격이었는데 활과 머스킷 관련 기술을 잔뜩 배우고 조합도 하면서 장거리 저격 관련 기술로 발전시켰다.

머스킷은 특히 초장거리 저격에 적합해서 종종 애용하곤 했다.

희소식이 있는데 승현이 주력으로 쓰는 기술 레벨들도 모두 9레벨이 되었다는 점이다.

워낙에 많은 기술을 배우고 있어서 남들은 초월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제 9레벨이 되었다.

초월 가능 레벨인 10레벨까지는 앞으로 1레벨만 남겨두었지만 어째서인지 도통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유일함 등급 이상의 기술들이라 그런지 특히 오르지 않았다.

가파르게 오르던 무극심법 등도 9레벨에서 1년이 넘게 발목을 잡히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다.

2년 동안 아이템 운은 따라주지 않아서 유일함 등급 아이템을 넘어선 건 얻어 보지 못했다.

하긴 초반에 아이템만 노리고 움직였지만 2년 동안은 레벨만 집중했으니 말이다.

검의 경우 대부분 탐식에게 먹였고 몇몇 쓸만한 건 물체 고정을 하고 그림자 안에 보관했다.

현재 물체 고정으로 그에게 고정된 무기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다들 유일함 등급의 아이템들로 주로 맥스에게 주문 제작한 단검이다.

부피가 작고 조종이 쉽다는 점 때문에 단검을 주로 고정시켰다.

요 2년 동안의 성과라면 레벨과 다양한 기술 정도다.

또 하나가 있다면 천 레벨 때 맞춘 랭커 전용 교복이다.

진짜 교복은 아니고 각 클래스에 맞는 특별함 등급의 방어구 세트를 칭하는 말이다.

[아이템]

특급 암살자의 어둠 세트

-등급: 특별함

-대륙에 존재하던 암살 단체의 특급 암살자가 갖춰 입는 전투복입니다.

-세트를 모두 착용할 경우 기척이 줄어듭니다.

-세트를 모두 착용할 경우에 살기 방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별함 등급이고 천 레벨 유저라면 교복처럼 맞추는 방어구라서 그리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괜히 교복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일단 구하기가 쉽고 천 레벨에 입는 만큼 하나하나에 마력과 물리력 방어가 뛰어나다.

일단은 천 레벨 대의 랭커 전용 방어구이니까 말이다.

신발부터 모자까지 모두 검은색 일체의 세트 아이템은 나름 멋도 있다.

룬이야 방어구이면서 무기인 놈이니 제외시키면 방어구 운은 별로 없는 승현에게 이 세트 아이템은 상당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곧 시작될 것 같은데 말이야.”

승현은 집 안에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얼마 안 있으면 세상이 개벽한다.

그 시간이 적확히 언제인지 알진 못하지만 대충 이맘때 여름이라는 건 안다.

그때는 유독 햇빛이 뜨거웠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기어 안에서 창고를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은 모두 그림자에 보관했다.

아무래도 현실과 동화되는 순간 시스템은 오직 상태와 기술만 사용할 수 있어서다.

그림자를 수납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행운이었다.

승현은 수많은 소모품을 그림자에 보관했고 무한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그림자 안 공간은 그것들을 모두 품었다.

요 며칠 기어에 접속하지 않은 승현은 명상과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받은 아이실과 첸 그리고 맥스하고 통화를 나눴다.

따로 게일의 전화번호도 받긴 했지만 친구라 부를 정도로 친한 건 위의 셋이기에 약간의 언질을 주었다.

요즘 뭔가 심상치 않다고 말이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시간이 더 흐른 때였다.

[보호 기간이 끝났습니다. 세상과 동화됩니다. 충격에 주의하세요]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 목소리에 승현은 급히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내진 설계를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라서 금방 무너질 걸 알고 있다.

미리 챙겨둔 가방만 들고서 밖으로 나가 고층 건물이 없는 평지로 나왔다.

그리고.

때가 도래했다.

“시작된다.”

드드드―!!

엄청난 진동이 승현이 선 땅으로부터 전해졌다.

진도 7은 우습게 넘길 엄청난 지진이었다.

이런 지진이라면 어지간한 건물은 모두 무너질 것이다.

승현이 아무것도 없는 평지로 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이런 강한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바로 태평양 중심에 거대한 섬이 생겨나면서 원래 지각판을 모두 밀어냈기 때문이다.

개벽이 시작되고 지진과 해일 등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어마어마한 지진에 승현은 몸을 바닥에 붙이고 기다렸다.

수십 초 동안 이어진 지진에 의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아파트는 모조리 무너졌다.

검은 연기와 거센 불길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지진이 끝이 나고 다음으로 변하는 건 세상이었다.

사방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없던 숲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속도로 자라나는 식물들이 아스팔트를 뚫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밀어냈으며 없던 산이 생겨나고 있던 산이 사라지기도 했다.

이 변화에도 약간의 진동이 일어났는데 첫 지진보단 크진 않았다.

지형이 변하고 다음으로는 유저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승현은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의 중심으로 밝은 빛이 일어나며 승현의 복장이 변하기 시작했다.

원래 입고 있던 옷이 사라지고 대신에 기어에서 착용한 옷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기어에서 익혔던 수많은 기술들이 떠올랐고 다음은 몸에 그것들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없던 근육도 생겨났으며 오감이 몰라보게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몸 속에 넘쳐흐르는 마력이었다.

마력이 몸에서 생겨나자 모든 세상이 달라보였다.

신변의 변화가 생기고 승현은 잠시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검은색 일체의 복장과 왼팔에 둘러진 룬 그리고 여태까지 잘 써왔던 반가면까지.

마지막으로 그림자를 일으켜서 안에다 손을 넣어 무기를 꺼냈다.

손에 잡히는 아무 물건이나 잡고 꺼내본 승현은 손에 들린 포션 병을 바라보다가 다시 안에 넣었다.

“좋아. 몸 상태는 최상이다.”

잠시 몸을 움직여 본 승현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 고블린들이 서 있었다.

“키익!”

“일단 가볍게 너희부터.”

승현은 그림자를 움직였다.

고블린의 그림자가 불쑥 일어나며 그대로 고블린을 덮쳤다.

9레벨이 되면서 가능해진 공격 형태였다.

그림자에 의해 목이 졸려지자 고블린이 켁켁거렸다.

한편 다른 고블린들이 승현에게 달려들었다.

승현은 그 자리에 선 채로 그림자를 조종해 놈들을 공격했다.

그림자가 솟아나 몸을 관통한다거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단검에 꿰뚫리기도 했다.

열 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은 승현의 근처도 오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순식간에 고블린 무리를 처리한 승현의 머릿속에서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동화가 끝이 났습니다]

아무래도 몬스터가 소환되는 걸 끝으로 완전히 동화가 끝이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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