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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28화 (28/111)

28화

길드전이 벌어지고 4일이 지났다.

방칼에 모인 유저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남아 있었다.

승현은 잠시 길드전을 통해 임의의 공간에 모인 전리품을 확인했다.

“음, 앞으로 돈 걱정은 없어졌군.”

수천 개의 특별함 혹은 유일함 등급의 아이템들이 잔뜩 있었다.

평범함과 희귀함 등급까지 합치면 아이템만 2만여 개에 달하고 금화만 8만 금화가 모였다.

아이템을 모두 처분한다면 예상하는데 20만 금화는 모일 것이고 이걸 현금으로 환산하면 40억이나 되는 돈이 모인다.

“소멸한 아이템도 상당하니까 진짜 세간에 떠도는 100억 원이 비현실적인 금액은 아니겠어.”

이번 길드전으로 승현에게만 떨어지는 게 저 정도이다.

여기에 소멸한 아이템이나 하락한 레벨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100억이 더 넘을 수 있다.

승현이 이번 길드전으로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때였다.

[수호 길드가 해산되었습니다]

[대상이 사라졌으므로 결투의 승자는 천살 길드로 결정됩니다]

[전리품이 자동으로 창고에 수납됩니다]

[임의로 창고의 수량이 증가합니다]

[270,513의 길드 점수가 추가됩니다]

결국 김수호는 길드를 해산시켰다.

이미 간부들도 대거 이탈하고 기업과 관련된 이들까지 탈퇴한 후였기에 수호 길드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수호 길드가 해산되자 방칼 외벽 쪽에 설치된 그들의 길드 하우스도 평범한 건물로 변하였다.

길드전 승리 보상으로 대량의 길드 점수와 전리품이 들어왔다.

곧 세 길드의 마스터가 모여서 승현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세 분 덕에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11만 명이 모였다고 했을 땐 좀 막막했거든요.”

암왕의 능력과 가진 모든 걸 활용했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렇다고 하나 승리를 장담할 정도인 것은 아니었기에 세 사람의 지원은 결정적인 수가 되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죠.”

“나도 가볼게.”

“따로 연락드릴게요.”

세 사람이 말을 남기고 떠나자 승현은 전신을 덮은 룬을 다시 되돌리고 유유히 방칼 안으로 들어갔다. 승현을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가면을 쓰고 한쪽 팔만 은색 갑주를 입은 게 특이하긴 해도 워낙 개성 넘치는 이들이 많아서 쉽게 잊혀졌다.

승현은 여관으로 들어가 방 하나를 잡고 미어터지는 창고를 열어 검을 하나씩 꺼냈다.

“어디까지 먹나 한 번 보자.”

승현은 탐식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창고에서 검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평범함 등급부터 유일함 등급까지 여러 등급의 검이 하나씩 나왔다.

단검, 소검, 도와 같이 그 종류도 다양했다.

하나씩 검을 먹어치우는 탐식을 보며 과연 탐식의 자아가 언제 깨어날까 생각했다.

전설적인 등급의 검만 세 개를 먹어치운 놈이다. 전설적인 등급이 흔한 것이 아닌 만큼 그런 등급의 검 세 개를 먹어치운 녀석은 아직까지 잠잠했다.

그래도 이번에 얻은 검만 해도 천여 개가 넘어가니 상관없다.

‘검······. 더 많은 검.’

한참 검을 먹일 때였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년의 목소리에 승현은 잠시 멈칫했다.

아무래도 탐식의 자아가 깨어난 것 같아 보였다.

“말을 걸면 대답할 수 있나?”

‘검을 줘. 어서.’

“대충 말은 알아듣나 보네.”

승현은 검을 꺼내 탐식 위에 올려두었다.

전보다 더욱 빠르게 검을 먹어치우는 탐식은 그 이름처럼 끊임없이 검을 요구했다.

가진 검의 절반 이상을 먹이자 원활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검을 줘. 아직 배가 고파.’

“날 소유주로 인정한다면 좋은 검을 줄게.”

‘인정? 넌 약한데. 정말 맛있는 검을 줄 거야?’

“아직 네게 줄 수 있는 검이 몇 백 자루는 남았다.”

‘좋아. 널 나의 소유주로 인정할게.’

탐식의 말이 끝나자 승현은 몸에 변화가 찾아오는 게 느껴졌다.

아우성치는 탐식이 가진 수많은 능력이 순식간에 몸에 각인되듯 떠올랐다.

그리고 탐식과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승현은 불가해 아이템의 진짜 소유주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승현은 탐식이 가진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된 승현은 작게 몸을 떨었다.

“이게 진짜 소유주가 가지는 힘······.”

마치 아우성치는 탐식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승현은 이런 비슷한 감각을 알고 있다.

바로 기술을 초월할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너무 쉽게 인정받은 것 같았지만 먹인 검만 해도 천 자루가 넘어간다.

대부분이 값이 나가는 중고렙의 검이고 전설적인 등급의 검도 세 자루나 먹었다. 길드전이 아니었다면 승현도 이 정도의 검을 단시간에 먹일 순 없었을 거다.

잠시 감각에 잠시 취해있자니 탐식이 말을 걸어왔다.

‘주인. 이제 약속한 검을 줘.’

“아아, 그래.”

승현은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검을 먹이기 시작했다.

우선 약속을 지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일함 등급의 검을 먼저 먹였다.

그럴 때마다 탐식은 상당히 기뻐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음, 이거야! 이 달콤한 맛. 주인. 이것보다 더 맛있는 검은 없어?’

“네가 먹을 수 없는 검이 하나 있긴 하지.”

‘윽, 그 뜨거운 거? 그건 먹으면 탈 나. 먹는 거 아니야.’

“그렇겠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먹여줄게.”

‘흐응, 하나 있는 것 같던데. 그걸 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

“그건 안 돼. 나도 평상시에 편하게 쓸 검이 하나쯤은 있어야지.”

‘날 평상시에 써. 주인을 인정했으니까 이제 주인은 괴롭히지 않아.’

“조금 생각해 볼게. 지금은 이것들로 참아.”

승현은 탐식과 대화를 하며 열심히 검을 먹였다.

워낙 많은 검이 들어 있어서 그것들을 먹이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렸다.

그렇게 모든 검을 먹인 다음 다시 탐식을 그림자 안에 수납했다.

탐식에게 소유주로 인정을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녀석을 평상시에 쓰기엔 그 크기가 상당히 커서 부담스러웠다.

승현은 잠시 꺼지지 않는 마의 불꽃과 룬에게 어떻게 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아직까지는 그 방법을 알 순 없었다.

탐식에게 검을 먹인 다음 한 일은 길드 점수를 쓰는 일이었다.

한 번 만들어진 길드나 파티는 기어가 현실이 되어서도 유지된다.

동화 된 후 상태와 기술 말고는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길드만은 예외적으로 길드 버프 같은 게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기에 동화 이후에도 길드 단위로 뭉치는 일이 많았다. 길드원끼리 모이면 저절로 경험치를 나눠 받기도 하고 함께 있으면 적용되는 버프 등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승현도 이왕 길드를 만들고 대량의 길드 점수를 얻은 김에 그에게 맞는 버프를 물색했다.

“버프 중에서 나중에 도움이 될 법한 걸 골라야겠다.”

경험치 보너스, 아이템 드랍 확률 증가 등등 여러 효과가 있었다.

승현은 그중에서 차후 도움이 될 버프와 효과를 선택했다.

27만의 길드 점수는 상당히 많았는데 어지간한 중형 길드가 모은 것과 맞먹는 수치였다.

그걸 온전히 혼자를 위해서만 사용하니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렇게 두 가지 일을 처리하고 나자 하루가 지나 있었다.

레벨이 오르거나 수련을 한 건 아니지만 승현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

그건 탐식의 진짜 소유주가 되어서기도 하고 길드 효과가 적용되어서이기도 하다.

탐식과 이어진 게 주요했지만 길드 효과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승현은 경매장에 가서 아이템들을 처분했다.

워낙 많은 아이템을 등록해야 해서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또 자리를 이동해 대량의 금화를 팔았다.

전리품으로 얻은 8만 금화 전액을 팔아치웠는데 그럼에도 아이템이 경매장에서 팔리면서 돈이 쌓였다.

“그나저나 한국의 미래가 완전히 바뀌겠는 걸?”

동화 이후로 한국은 수호 길드와 가온 그룹의 세상이었다.

수호 길드의 경제력을 가온 그룹이 책임지고 무력은 수호 길드가 책임졌다.

정부조차도 이 두 조직의 눈치를 볼 정도였으니 그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몬스터의 출몰로 기존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많은 회사가 도산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력을 갖춘 가온 그룹은 승승장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버팀목이던 수호 길드가 사라졌다.

가온 그룹과 같은 대기업도 차례로 쓰러지던 때였으니 이제 가온 그룹도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을 손에 쥐었던 단체가 사라졌다.

유저들을 양분하며 한국을 음적으로 지배하던 수호 길드도 일찌감치 해산되었다.

또 달라진 건 첸의 검림 길드의 탄생이다.

미래의 첸은 다른 길드에 소속되었지 직접 길드를 만들지 않았다.

신 춘추전국이라 불리던 미래의 중국이 이로서 어떻게 바뀔지.

미래에 크게 개입한 것이나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이번에 미궁이 다섯 개가 생긴 것부터 미래가 변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여기서 더 변해도 상관없다.

변화한 세상에서도 적응할 힘을 얻었으니까.

그때 아이실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디 계신가요?”

“중부의 대도시에 있습니다.”

“혹시 여기로 와주실 수 있나요?”

“기꺼이 가겠습니다.”

이번엔 승현이 그녀를 도울 차례라서 기꺼이 이동하기로 했다.

남부 대도시로 포탈을 타고 이동한 승현은 거기서 반나절 정도를 더 달려 아이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걸요.”

승현은 연한 미소를 짓는 아이실과 인사를 나눴다.

그녀가 왜 자신을 찾은 건지 이유가 궁금한 승현은 그녀와 함께 어느 산 아래 있는 작은 천막 안에 들어갔다.

“임시 캠프에요. 저 산에 중요한 게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그보다 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어디입니까?”

“그전에······.”

아이실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다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이 게임이 정말 게임일까요? 승현 님은 그런 의심을 해보신 적이 없습니까?”

“흠,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는지요?”

승현은 뜻밖의 말을 꺼내는 아이실에 승현은 내심 놀랐다.

기어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의문을 가지다니.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몇 달 전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그 아이템을 지키는 수호자란 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말을 하더군요. 저는 그의 말이 결코 프로그래밍 된 말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도 기어가 단순한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가요. 정말 다행이네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저도 불가해 아이템을 얻었고 수호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제게 때를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그 때가 곧 다가온다면서.”

승현은 슬쩍 운을 뗐다.

그러자 아이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술술 이야기했다.

“그런가요. 제가 수호자에게서 들은 것과 비슷하군요. 사실 이번에 강력한 랭커들을 섭외하고 현실에서도 길드 정예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전 이것이 게임에서 그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습니다.”

“단지 NPC의 말 때문에 그런 겁니까?”

“아닙니다. 가끔씩 느껴지는 이 이질감. 그리고 저번 미궁 이벤트에서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이 게임이 현실의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망상처럼 들리겠지만 극단적인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도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이해합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어떤 말을 듣고 무엇을 경험했는지는 몰라도 좋은 징조다.

돌아오기 전에도 가장 먼저 구색을 갖췄던 건 아이실의 파라곤 길드였다.

나중에는 결국 엠페러 길드에게 기수를 넘기지만 아이실과 파라곤 길드의 전력은 국가 전력으로 보호받았다.

아마 그런 내막이 그녀의 이런 의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서론이 길었네요. 승현 님이라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해서 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생각이 일치한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저도 그냥 랭킹 1위를 찍은 건 아니어서요. 다들 단순히 게임인 줄 아는데 절대 그냥 게임은 아닙니다.”

승현의 말에 아이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제가 도울 건 뭡니까?”

승현은 주제를 바꿨다.

그러자 그녀도 승현을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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