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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23화 (23/111)

23화

게일이 준 돈은 생각보다 많았다.

아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5천 금화.

요즘 거래되는 시세로 따지면 약 1억에 해당하는 돈이다.

물론 그 정도 돈 이상의 것을 승현이 해주긴 했다지만 성의 표시로는 많은 돈이다.

승현은 그 돈을 반으로 나눴다. 그리고 반은 현금화해 생활비에 충당했다.

“보조 기술로 대장 기술이나 연금술을 익혀볼까.”

승현은 잠시 실없는 생각을 했다.

두 기술 모두 장인이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결코 돈이 되는 직업은 아니었다. 그래도 승현이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이들이 후일 가장 안정적으로 막대한 돈을 쓸어 담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유저 중에서도 생산직이라 불리는 이들은 현실에서도 그 능력을 톡톡히 발휘했다.

그들이 만드는 소모품과 장비는 필수품이 아닐 수 없었고 당연히 부르는 게 값이었다.

기어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게시물을 확인하며 요즘 들어 돈이 궁해진 자신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가면 돈이야 쓸어 담는다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앞으로 3년이나 지나야하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생활비가 문제였다.

모아둔 돈도 슬슬 떨어져가고 기어에서 쓸 돈도 필요했다.

이대로라면 레벨 업과 장비를 맞추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아이템 파밍이나 하고 있을 판이다.

“전설적인 아이템 하나를 먹어서 팔아볼까.”

안 쓰는 무구라면 충분히 생각해볼 법도 하다.

게시판에도 속속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했단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역시 생각대로 대도시에 존재한 아이템이 가장 먼저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여러 검색어를 넣고 게시물을 둘러보던 중 눈에 띄는 게시물 하나가 있었다.

돈을 내고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을 보고 싶다는 글이었는데 그저 보기만 하는데 100금화를 준다고 한다.

또 직접 수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천 금화를 주겠다고 쓰여 있었다.

돈이 궁한 승현에게는 무척이나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보자. 포탈을 타고 이동하면 되겠네.”

위치를 확인한 승현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기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인근 대도시로 이동해 포탈을 타고 개시물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어가 오픈하고 1년이 흐른 지금. 금화 거래는 무척이나 활성화되었다.

덕분에 대장장이나 연금술사 같은 직업은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이들도 생겨났는데 그런 이들은 주로 돈이 많거나 길드의 지원을 받는 이들이다.

아마도 지금 만나는 이도 두 부류 중 하나일 것이다.

무려 대도시에 개인 공방을 낸 인물이니 말이다.

쿵쿵.

“계십니까?”

닫혀있는 대장간의 문을 두들긴 승현은 사람이 나오길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 파리한 인상의 마른 체격을 가진 사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승현은 그 얼굴을 보자마자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전설적인 아이템을 왜 찾나 했더니 신의 손이잖아.’

신의 손이라 불리는 남자, 맥스 타일러.

그는 최초로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한 인물이다.

떠도는 말로는 그는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까지도 제작했다고 하는데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전설 시리즈는 아주 유명하고 옥션에서도 천억 원에 거래된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다소 까칠한 말투를 보아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런 맥스를 보며 승현은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게시물을 보고 찾아왔습니다.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을 보고 싶다고요?”

“오, 진짜로 오신 겁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맥스는 승현은 대장간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과연 숙련된 장인이라서 그런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음에도 대장간 안은 화로의 열기로 후끈후끈했다.

“안이 좀 덥죠? 이해해주세요.”

“이해합니다. 게시물을 보니 수리를 맡기면 천 금화를 주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내구도 하락 없이 말끔하게 수리해드립니다. 제가 이 근방에선 상당히 유명한 대장장이랍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금화는 얼마나 가지고 계십니까?”

“금화야 사면 됩니다만. 왜 물으시는 건지?”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이 한 개가 아니거든요.”

승현의 말에 맥스는 놀란 눈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한 개가 아니라고요?”

“예. 몇 개 있습니다. 맡겨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이죠!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잠시 보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안 될 건 없죠.”

승현은 우선 착용하고 있는 기어스를 벗고는 그림자에서 멸마의 창과 팔콘 그리고 헤이리아를 꺼냈다.

네 개의 아이템을 하나씩 확인한 맥스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하하하! 이거 이렇게 쉽게 임무를 달성할 줄이야.”

“어떤 임무이기에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이 필요합니까?”

“말씀드리기 곤란하긴 한데 덕분에 쉽게 임무를 깨니 시원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성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전 맥스 타일러라고 합니다.”

“최승현입니다.”

“그 이름은 랭킹 1위의.”

맥스는 그제야 이 많은 전설적인 아이템의 출처를 이해했다.

독보적인 랭킹 1위, 천재 게이머 등으로 불리는 승현이다.

비록 얼굴이 크게 알려진 건 아니지만 이름만은 확실히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 아이템들과 이름만으로 승현의 정체를 유추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 통성명도 나눴으니 어떤 임무인지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예. 물론이죠. 바로 명장으로 전직하는 임무입니다.”

맥스는 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제가 대장장이가 되고 1년이 되고 제작 기술을 10레벨로 만들자 임무 하나가 뜨더군요. 바로 명장이라는 직업으로 전직하는 임무였는데 임무 내용이 좀 어려웠습니다.”

“10레벨이면 벌써 한 가지 기술을 마스터하신 겁니까?”

“하하하, 오픈하고 처음부터 대장장이를 선택했죠. 현금도 상당히 많이 투자했습니다.”

“그래도 대단하군요.”

“어쨌든 몇 가지 제작 임무를 마치고 남은 보조 기술도 10레벨을 찍으니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임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게 바로 전설적인 아이템 3개를 직접 수리하는 것입니다.”

“특수 직업은 늘 그렇지만 한 명이 얻으면 더 이상 얻지 못하지요. 그러니 그 정도 난이도는 이해가 갑니다.”

“그렇습니까? 어쨌든 이 임무가 뜨고 엄청 난감했습니다. 속속 아이템은 얻었다고 글이 올라오는데 그걸 누가 쉽게 맡기겠습니까?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맥스는 잠시 승현이 올려둔 장비를 바라봤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만드는 건 자신 있습니다. 수리 기술도 10레벨을 찍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살펴보니 수리할 것도 거의 없지만서도요. 하하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금화를 드리기로 했는데. 총 4천 금화네요. 시간을 좀 주세요.”

“여유가 있으시다면 금화 대신 현금으로 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게 오히려 더 편하죠. 계좌를 불러주세요. 지금 바로 나가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승현은 그 자리에서 계좌번호를 불러주었다.

잠시 사라진 맥스는 곧 돌아왔다.

“감사의 의미로 조금 더해서 7만 5천 달러를 보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시고. 어떻게 수리가 될 동안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수리는 금방 끝나거든요.”

맥스는 장비를 들고 모루로 향했다.

수리는 떨어진 내구도를 올리는 작업이다.

망치로 아이템을 두들기고 날이 있는 무기는 날을 세우고 방어구는 뚫리거나 찌그러진 부위를 고친다.

이 작업도 상당한 집중을 요구하는데 설렁설렁했다간 내구도가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

맥스는 망치를 들고 장비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경쾌한 망치질 소리가 대장간 안을 울렸다.

승현은 의자에 앉아 가만히 그 작업을 지켜봤다.

중간에 맥스의 주위에 밝은 빛이 일어났는데 세 번째 장비를 모두 수리했을 때였다.

대략 4시간이 흐르고 모든 수리를 마친 맥스는 구슬땀을 훔친 후 장비를 돌려주었다.

“자, 됐습니다. 그리고 제 전직도 무사히 마쳤네요.”

“축하합니다. 명장이란 직업은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은 다양한 제작 기술이 생기고 능력 부여라는 것도 생겼네요. 이걸로 최고의 아이템을 만들겠단 목표에 한발자국 더 다가갔습니다.”

“그렇군요. 아, 타일러 님. 우리 친구 맺는 건 어떻습니까?”

“이거 영광입니다. 사실 친구 등록을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맥스와 승현은 웃으며 친구 등록을 했다.

이로서 승현의 친구는 맥스를 포함해 게일과 첸 그리고 아이실까지.

미래에선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이들이 등록되었다.

맥스와 친구가 된 기념으로 맥스는 주점으로 가 술을 마실 것을 권유했다.

기어에서는 취할 순 없어도 맛은 그대로 구현했기 때문에 느낌은 확실히 낼 수 있다.

그렇게 바로 주점으로 가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

“맥스. 내가 재밌는 걸 보여줄까?”

“재밌는 거?”

“공방으로 가자. 여기선 보여주기 힘드네.”

주점에서 다시 대장간으로 자리를 옮기고 승현은 맥스에게 마의 불꽃을 보여주었다.

“불가해? 이런 등급도 있어?”

“후후, 얻는 게 좀 어렵긴 한데 능력은 발군이야.”

맥스는 무엇에 홀린 듯 마의 불꽃에 손을 댔다.

그러자 마의 불꽃은 거칠게 불길을 일으키며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깜짝 놀라 손을 땐 맥스는 유심히 마의 불꽃을 관찰했다.

“이런 것도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하지만 아주 힘들 거야.”

“덕분에 눈을 높일 수 있게 됐네. 전설적인 등급이 아니라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 이런 걸 만들어 보이겠어.”

“열심히 노력해봐. 대신에 처음 만들면 나한테 알려줘야 한다?”

“당연하지. 이거 보답을 해야겠는 걸. 잠시만.”맥스는 창고를 열어 안에서 장검 하나를 꺼냈다.

“이건 내가 만든 최고 등급의 아이템이야. 유일함 등급이고 기능은 단순히 날카로운 것 그리고 높은 내구도 뿐이지만 쓸 만은 할 거야.”

“고마워. 잘 쓸게.”

승현은 받아든 검을 바로 연결한 후 그림자에 넣었다.

그걸 또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맥스는 슬쩍 승현의 그림자를 밟아봤다.

“내 기술이야. 나도 좀 특별한 직업이라고 말해줬지?”

“음, 엄청 특이한 직업인가 봐.”

“생각보다 복잡한 직업이긴 해.”

승현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 다음 날 맥스가 있는 도시를 떠났다.

다른 미궁에 들를까 했지만 이미 공략되거나 사람이 너무 몰려서 바로 포기했다.

대신 일전에 얻은 ‘간절한 기도의 나침반’을 꺼냈다.

“검. 검 중에서 최강의 검. 그런 검이 있는 위치.”

승현은 나침반을 들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그 기도에 나침반에서 은은한 빛이 일어나더니 꿈쩍도 않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쪽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확인한 승현은 무작정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느 지점에 있는지 모른다.

그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갈 뿐이었다.

다행인 점은 승현이 있던 대도시가 서쪽에 있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륙을 가로지는 수고는 덜었다.

무극보법으로 질풍처럼 달리는 승현은 어떤 장해물을 만나도 거침이 없었다.

그게 산이나 강 혹은 절벽이어도 승현은 뛰어넘었다.

그렇게 약 보름 정도 달렸을까.

거침없던 승현의 발걸음이 멈췄다.

“여긴 안개 지옥이잖아?”

그의 발을 멈추게 한 건 바로 기어 안에서 금지라 불리는 장소였다.

기어 안에는 몇 곳의 금지가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기 때문에 NPC는 물론 그 누구도 접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유저들이야 이 안에 무언가 있을 거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수많은 시도를 하지만 어느 순간 금지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어도 무엇 때문에 사라졌는지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금지 중 하나인 안개 지옥은 지옥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장소다.

끝없이 이어진 안개와 안에 있을수록 느껴지는 중압감 그리고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까지.

불가해 아이템과 그를 지키는 수호자의 존재를 아는 승현으로서는 진입하기 꺼려지는 장소임은 분명했다.

“그래도 어쩐지 나침반이 안개 지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안개 지옥 주변을 살짝 돌아보니 확실히 나침반은 안개 지옥 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망설인 승현은 심호흡을 하고서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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