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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21화 (21/111)

21화

미궁 안으로 들어간 승현은 그대로 뚫린 길을 따라 안으로 쭉 전진했다.

아마도 통제를 한 덕에 게일의 파티 말고는 아무도 들어온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간 승현은 30층까지 텅텅 빈 곳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렇게 32층에 도착했을 때.

“흐음, 환영인사인가?”

승현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과 만났다.

“저 놈인가?”

“배짱도 좋군.”

“조심해. 듣기론 희귀함 등급의 도끼를 맨손으로 부쉈다고 해.”

“그래봤자야. 이쪽도 상위 랭커들뿐이라고.”

잔뜩 모인 엠페러 길드원들을 둘러본 승현은 양손을 허리에 올리며 수를 헤아렸다.

네 파티, 40명이 모여 있었다. 뒤에 선 열 명도 보였지만 그들은 아마 짐꾼일 거다.

보급을 위해 드나들 수 없으니 열 명의 짐꾼을 둔 것이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봐주라는 길마의 지시가 있었다.”

“허, 저 놈을 그냥 돌려보내라고? 우리 위신 이 안 서지.”

“맞아. 난 개인적으로 덤볐으면 좋겠군.”

두 주먹을 맞부딪친 한 유저는 강렬한 시선으로 승현을 노려봤다.

엠페러 길드는 참 이상적인 길드이다.

모범 길드라고 불릴 정도로 매너가 있고 규율이 잘 선 길드인데 그들의 이권을 침해하면 무섭게 돌변하기도 한다.

그런 엠페러 길드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일반 길드원이라도 그들 앞에서 길드 마스터인 게일을 욕하거나 엠페러 길드를 욕하면 바로 살기를 뿌리며 달려들 정도다.

승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곤 손가락을 까딱여보였다.

그것을 신호로 길드원들이 달려들었다.

“따끔하게 혼만 내주지.”

승현은 순수한 육체만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무극권법을 이용해 한 명씩 착실하게 주먹을 날렸다.

“커헉!”

주먹에 맞은 한 유저의 몸이 반으로 접히는 걸 시작으로 승현은 엠페러 길드원들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한 명에 한 방씩.

그 이상은 필요가 없었다.

이들 중 승현도 얼굴을 익히 아는 영웅이나 상위 랭커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이야기고 지금은 그저 승현의 발아래 있는 하위권 유저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쌓이는 디버프와 마법 세례에도 승현은 끄떡없었다.

날아든 마법은 모두 기어스로 막거나 튕겨버리고 달려드는 이들은 복부에 주먹을 꽂아주었다. 그 주먹 한 방에 다들 그대로 침묵했다.

“젠장, 뭐하는 놈이야?!”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검을 잡아채서 부러트린 승현을 보며 다들 경악했다.

승현은 여유롭게 웃으며 그들을 상대했다. 검이든 창이든 자신에게 들어오는 무기는 부숴버렸고 달려드는 이들은 모두 한 방으로 정리했다.

순식간에 근접 딜러와 탱커를 모두 정리한 승현은 남은 사제와 마법사들을 쓱 바라봤다.

“으으······.”

“지나가도 되려나?”

“프리스 님께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다.”

“글쎄. 그건 만나봐야 알 것 같은데.”

웃음을 보인 승현은 그들을 지나쳐 위로 올라갔다.

역시 뻥 뚫린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간 승현은 47층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두 개의 파티를 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영웅이었고 그에 준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호화 파티였다.

다들 승현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지만 우선 사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500대 초반의 몬스터는 금방 그들의 손에 정리되었다.

그걸 기다려준 승현은 바로 자신을 경계하는 그들을 보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반갑습니다. 엠페러 길드 여러분.”

“······.”

“살기는 접어두고 대화를 하지 않겠습니까?”

승현의 말에 저 뒤에 서 있던 엠페러 길드의 지주인 게일 프리스가 등장했다.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훨칠한 키의 호감 가는 인상의 게일은 앞으로 나와 승현을 바라봤다.

“대화를 원한다고요?”

“그렇습니다. 그쪽이 게일 프리스?”

“맞습니다. 그러는 그쪽은 신원을 알 수 없군요.”

부드러운 어투였지만 단호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저 기세만 그런 게 아니라 그의 목소리에는 실제로도 마력이 실려 있었다.

승현은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최승현이라고 하면 아시겠습니까?”

“아! 랭킹 1위의······.”

게일은 승현의 이름을 듣고 바로 승현을 알아봤다.

사실 승현은 여러모로 유명하다. 프로게이머로서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알렸고 베타테스터들에게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테스트 서버를 통과한 걸로 이름을 각인했다.

그리고 최근엔 압도적인 레벨 차이를 보이며 유저들 사이에서 이름을 떨쳤다.

과연 판타지아의 최승현이라며 모두가 치켜세웠다.

랭킹이 공개되고 한동안 세계의 인터넷 검색 기록 순위에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다.

“테스트 서버는 잘 깨셨는지요?”

“덕분에요. 그런데 랭킹 1위가 이리 난입을 한 이유는 뭡니까?”

게일과는 약간의 인연이 있다.

테스트 서버 당시에 그의 이메일을 찾아 질문을 해온 이들 중 한 사람이 바로 게일이다.

승현은 게일의 질문에 간단하게 답했다.

“전설적인 아이템을 얻으려고 왔습니다.”

“그 말은 이 끝에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이 있다고 확신하시는 모양입니다.”

“예. 이미 한 차례 미궁을 공략하고 나와서요.”

“허, 벌써 말입니까? 대단하군요. 그것도 혼자서 클리어 한 것이겠죠?”

“뭐, 그렇죠. 혼자 다니는 게 좋아서 말입니다.”

게일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승현에게 물었다.

“제가 전설적인 아이템을 넘겨드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전직 임무를 받으셨다고 하는데 그걸 깨면 아이템은 못 받아요.”

“하지만 제 길드원들은 받을 수 있죠.”

“그러지 말고 넘겨주세요.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하하, 도움은 괜찮습니다. 정중히 사절하지요.”

“전직 임무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장담하지요.”

“······잠시 길드원끼리 대화를 나누죠.”

게일은 같은 길드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승현은 그때까지 땅을 툭툭 차면서 기다렸다.

미궁의 클리어 보상은 바로 전설적인 아이템이다. 이걸 놓치기엔 조금 아깝기 때문에 승현은 무리하면서 이렇게 미궁에 들어온 것이다.

상의를 마친 것인지 게일이 다시 앞으로 나왔다.

“조건이 있습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실 거라면 물러나주세요.”

“말씀해보십시오.”

“도움을 받습니다만 큰 역할이 안 된다면 아이템은 드릴 수 없습니다. 또 마법사 클래스 아이템이라면 필요도가 떨어지실 테니 그것도 양보하세요. 전사 클래스 아이템만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 조건, 받아들이죠.”

“좋습니다. 그럼 어디 1위의 실력을 감상해도 좋겠습니까?”

승현은 바로 파티 신청을 걸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아직 50층까지 오지 않았으므로 앞에는 몬스터가 막고 있었다.

승현은 암왕의 기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그림자 뒤로 이동한 후 그대로 몬스터의 목을 그어 처리하고는 다시 한 번 몬스터의 뒤를 점하며 급소를 찔렀다.

이리저리 이동하며 급소만을 찌르는 승현의 움직임에 몬스터들이 픽픽 쓰러졌다.

500레벨 초반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아주 쉬웠다. 마력 저항도 낮고 물리력 저항도 한참 낮기 때문에 그저 무극심법으로 마력을 두룬 채 급소에 검을 찌르면 바로 절명했다.

순식간에 열 마리의 몬스터를 정리한 승현은 다시 원래 자리로 이동했다.

“자 가시죠.”

“······전율스럽군요. 도적 클래스 같은데.”

“암살이 특기이긴 합니다만 전면전도 잘 합니다.”

“저희 길드에 들어오실 생각은 없으시겠죠?”

“말했다시피 혼자가 편해서요. 그러면 길을 뚫을 테니 천천히 오세요.”

승현은 도와주기로 했으니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내기로 작정했다.그대로 그림자를 통해 앞으로 쭉쭉 나아가 길을 막고 있는 몬스터를 하나씩 암살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쓰러졌다.

그렇게 싹 정리된 곳을 엠페러 길드원들은 천천히 걸어갔다.

“정말 괴물 같은 능력입니다.”

“여기 쓰러진 놈들 모두 우리가 합심해야 쓰러트릴 수 있는 놈들입니다. 최승현은 그냥 600레벨이 아닙니다.”

길드원들의 말에 게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는 나와 같이 특별한 직업을 얻은 사내일 겁니다. 아마 트라이센 양과 같이 미궁에서 특별한 전직을 마친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미궁에서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을 얻은 거겠죠.”

“정말 그에게 아이템을 넘기실 생각입니까?”

“우리 길드는 신용을 중요시합니다. 규율은 지켜져야 합니다. 또 그와 척을 지는 건 그리 좋은 생각 같진 않군요.”

게일은 서서히 사라지는 몬스터 시체를 보며 말했다.

암살을 주로 삼자 승현은 금세 50층까지 오를 수 있었다.

50층 끝에 다다르자 보스 몬스터와 조우할 수 있었다.

역시 거대한 석상이 승현을 반겼는데 이곳의 석상은 딱 하나였다.

승현은 팔콘을 꺼내들고 석상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꽝!

“크오오!!”

팔콘이 머리에 긴 금을 만들어냈다.

석상의 어깨를 밟고 가볍게 뛰어 멀리 착지한 후 팔콘을 석상에게 날렸다.

팔콘이 석상의 몸통에 부딪치고 다시 승현의 손으로 돌아왔다.

몇 차례 팔콘의 손잡이 아래 달린 줄을 돌려 회전력을 더해 전진 승현은 곳곳에 금이 각고 부서진 석상에게 돌진했다.

“크어어.”

“쉽게 안 부서지는군.”

그대로 돌진해 발로 가슴 부위를 차 넘어트린 승현은 아직까지 멀쩡한 석상을 보며 기어스의 크기를 키워 내리 찍기 시작했다.

상당한 무게의 기어스로 있는 힘껏 내리치니 조금씩 석상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석상도 반격을 가하긴 했으나 역시 기어스로 막아버리고 몸통을 쪼개는데 열중했다.

퍼석!

“휴, 드디어 깨졌네.”

게일 파티가 오기 전에 석상을 부수는데 성공한 승현은 곧 상자가 생겨나며 보상이 나타나는 걸 지켜봤다.

대부분 보상은 공적치가 높은 이의 물건이 나오기 마련이다.

승현이 기를 쓰고 보스를 혼자 때려잡은 것도 그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 미궁 전체를 놓고 보면 보스 처치도 큰 공적이지만 미궁을 올라오면서 상당 부분 마법사가 많은 공을 세운 건지 지팡이가 나왔다.

“칫, 남 좋은 일 했군.”

먹고 입을 싹 닦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자신이 궁하진 않기 때문에 시원하게 넘겨주기로 했다.

“이거 완전 도움만 주고 끝나겠는데?”

승현은 지팡이를 들고 둘로 부서진 석상에 걸터앉아 게일 일행을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서 게일과 일행이 도착했다. 승현은 그런 그들에게 지팡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쉽게도 지팡이네요.”

“보스 몬스터도 미리 정리하신 겁니까?”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단하군요. 정말 탐이 나는 인재입니다.”

“약속대로 이 지팡이는 드리도록 하죠.”

지팡이를 받아든 게일은 바로 지팡이를 뒤에 있던 한 마법사에게 넘기며 말했다.

“카일. 받으세요.”

“마스터.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카일은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지팡이를 한 마법사에게 넘긴 게일이었다.

훈훈한 광경을 지켜보던 승현은 이내 박수를 치며 주위를 집중시켰다.

“자자, 이제 바로 임무를 깨봅시다. 프리스 님은 저 문을 열어보세요. 어쩌면 파티 단위로 입장이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그러죠. 모두 전투 준비를 하라.”

게일의 명령에 파티원들 모두가 전투준비를 시작했다.

무기를 정비하고 주문을 미리 외워두는 둥 분주히 준비를 마친 일행을 확인한 후 게일은 문 앞으로 다가가 힘을 주어 열었다.

[특수 던전, 대군주의 영광에 입장합니다]

다행인지 던전은 파티 입장이 가능했다.

게일의 특수 직업은 대군주라는 건가 보다. 그의 역할과 아주 잘 어울렸다.

던전에 입장하니 화려한 연회장이 펼쳐져 있었다.

펄럭이는 깃발들과 화려한 장식들 그리고 그 연회장에 도열한 기사들.

연회장 끝에 있는 높은 단상에는 왕좌에 앉아있는 한 중년인이 있었다.

“나의 공간에 온 걸 환영하노라.”

“그대가 대군주 팔라이드입니까?”

“그렇다. 그대는 시공을 초월해 나와 인연이 닿은 자. 허나 나의 힘을 잇기 위해선 너의 능력을 보여야 한다.”

“준비되었습니다.”

“좋다. 나와 간단한 게임을 하자.”

중년인은 눈을 빛내며 게임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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