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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8화 (18/111)

18화

쿠스카스가 지키고 있던 물건은 생각과 달리 유일함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김이 푹 빠졌지만 그 성능을 읽고 나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이템]

간절한 기도의 나침반

-등급: 유일함

-내구도: 5/5

-기도를 들어주는 나침반. 1의 내구도를 소모해 기도에 알맞은 해법이 담긴 장소 혹은 물건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런 건 거의 전설적인 아이템 다섯 개의 값어치를 하지.”

황금색의 나침반을 창고에 넣은 후 동굴 밖으로 나가 설인 부족에게로 돌아갔다.

설인들은 살아 돌아온 승현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족장도 웃으며 승현의 어깨를 두들겼다.

“정말 쿠스카스를 쓰러트렸군. 대단한 모험가야.”

“이제 얼음성에 가는 길을 알려주겠어?”

“급할 건 없지 않나. 이리 기쁜 날엔 영웅을 위한 축제를 열어야지.”

족장은 곧장 축제 준비를 시켰다.

설인들이 축제를 위해 사냥을 떠나고 귀한 산열매를 꺼냈다.

조금은 초라한 축제였으나 승현은 기꺼운 마음으로 설인들과 함께 그들이 사냥해온 고기와 산열매를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이 되고.

승현은 족장의 안내를 받아 어느 호숫가로 안내 받았다.

“길을 열 테니 호수에서 빛이 일어나면 안으로 들어가라.”

족장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어나며 빛이 나기 시작했다.

빛나는 호수를 잠시 바라본 승현은 그대로 호숫가에 발을 들였다.

그러자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어느새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여기가 얼음성인가.”

다리 너머에는 아름다운 조각을 보는 것 같은 성이 있었다.

승현은 다리를 건너 얼음성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한 얼음성 안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와 장관을 이루었다.

천천히 빛과 얼음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을 감상하던 승현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여신의 별장에 입장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승현은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봤다.

“당신이 수호자입니까?”

“맞아요. 저는 이곳을 관리하는 수호자입니다. 욕심 많은 모험가님.”

“후후, 욕심이 많은 건가요?”

“암왕의 후예이고 마의 불꽃을 소유했으며 알타의 힘까지 받았으면서 이곳에 오셨으니 욕심이 많다고 할 수도 있지요.”

“모든 건 인연과 운명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이것도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겠네요.”

“어떤 시험을 하실 겁니까?”

“딱히. 그저 외로운 저의 말동무가 잠시 되어주시겠어요?”

수호자의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불가해 아이템을 말동무를 해주는 걸로 얻을 수 있다면 백 번이라도 하겠다.

여인을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간 승현은 역시 얼음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았다.

“모험가님은 이 세계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기어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

“역시. 괜히 불가해 등급의 기술을 보유한 것이 아니군요.”

수호자는 가볍게 웃었다.

승현은 일전에 불의 신단을 지키던 수호자에게서 들었던 법칙에 대해 물어보았다.

“법칙이란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후훗, 법칙은 말 그대로 법칙이랍니다. 법칙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요. 예외가 있다면 이 불가해 등급으로 규정된 것들이겠죠?”

“불가해 등급은 법칙이란 걸 무시하는 성향이 있나 보군요.”

“예. 그것들은 모두가 인지를 초월한 것들이니까요. 모험가님은 그런 점에서 모두의 예상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설마하니 불가해의 것을 두 개 이상 가진 이가 있을 줄은 모를 테니까요.”

“기어는 왜 생겨난 겁니까. 그것도 법칙 때문입니까?”

“뭐,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제 생각을 말해보죠. 기어는 누군가 만든 무엇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규칙이란 게 적용되고 지구에 닥치는 위기를 위해 혹은 기어 그 자체가 지구의 위기를 초래하는 겁니다.”

“재밌는 생각이네요. 정답을 알려드리고 싶지만 아무리 법칙이 희미한 이곳이라도 규칙은 적용되니까요.”

“기어는 또 다른 세계인 것. 맞지요?”

“맞아요. 이곳도 현실이에요. 다만 조금은 유리된 세계죠. 많은 모험가가 도전했고 끝내 실패하고 말았지만 이번 차원은 조금 다를 것 같네요.”

승현은 은근히 돌려서 하는 말을 잡아채고 물었다.

“많은 모험가라. 우리 말고도 또 다른 차원 혹은 행성에도 기어가 존재했나 보군요?”

“답 할 수 없는 점 이해하죠?”

여유롭게 웃은 수호자의 몸이 갑자기 불투명해졌다.

그에 여인은 가볍게 혀를 찼다.

“하여간. 더 이상의 대화는 힘들 것 같네요. 그럼 저 문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여인이 가리키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에는 커다란 얼음조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승현은 그 얼음조각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조각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슬라임 같은 건가”

[아이템]

생체병기 : 룬

-등급: 불가해

-내구도: 30,000/30,000

-레벨: 100

-어느 문명의 총화인 살아있는 병기. 의지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고 강한 마력 저항력과 물리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한 자아를 보유하며 소유주와 레벨을 공유합니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저항력과 내구도가 상승하며 자체 수복 기능을 가지고 있다.

레벨이 붙은 신기한 아이템이었다.

생체병기라서 그런 것 같은데 형태가 변화한다는 걸 보면 검이나 창 등으로 모양이 변하는 것 같았다. 자체 수복 기능이 달려 있어서 험하게 다뤄도 좋을 것 같다.

승현은 조심히 얼음조각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얼음조각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안에 들어 있는 은색의 반고체 형태의 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쩌적.

갈라진 틈 사이로 룬이 꾸물꾸물 흘러나왔다.

완전히 조각에서 빠져나온 그것은 승현에게 다가왔다.

발치에 닿은 룬은 조금 더 빨라진 속도로 다리를 타고 몸 위로 올라왔다.

딱히 헤칠 의사는 없어 보여 그대로 놔두고 상황을 지켜본 승현은 왼쪽 팔에 착 감긴 채 점차 모습을 바꾸기 시작하는 룬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마치 은색으로 된 긴 장갑 혹은 갑옷을 입은 듯이 변하였다.

이음새가 없는 걸 보면 면장갑이지만 재질이나 보이는 모습은 영락없이 갑옷이었다.

잠시 긴장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승현은 아무 변화도 없는 상황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건 따로 시험이 없는 건가.”

알타의 심장 때에는 고통이 있었고 마의 불꽃은 환각을 봤다.

그렇지만 이 룬은 소유하는데 어떤 조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윽?!”

순간 룬이 감싸진 팔 전체에 수만 개의 바늘로 찌른 듯한 통증이 일어났다.

그리고 무언가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감각이 생생하게 들기 시작했다.

마력은 물론 혈액까지도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승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윽고 승현의 몸은 방어를 위해 강제로 알타의 힘을 일깨웠다.

원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마력과 흐르는 힘으로 인해 머리색과 눈동자색이 변하겠지만 반 정도 색이 변했다가 이내 서서히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갔다.

승현은 다급히 창고에서 상위 포션들을 마시기도 하고 성수를 뿌리기도 하면서 대처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젠장, 어쩐지 너무 순탄하다 했어.”

승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극심법을 사용하여 주변의 마력을 빠르게 끌어들였다.

7레벨에 달하는 무극심법은 순식간에 고갈된 마력을 채워주지만 룬이 빨아들이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그나마 룬이 피를 갈취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그래봤자 일시적이지만 말이다.

‘이대로 있다간 결국 모든 게 빨리고 죽을 거야. 방법이 필요해.’

승현은 마의 불꽃 때처럼 자신을 구해준 시작의 팔찌를 사용해봤다.

아귀처럼 마력을 빨아들이던 룬의 행동이 멈췄다.

역시 이것도 디버프로 치는 건지 팔찌의 내구도가 달면서 놈의 식사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팔 곳곳에 꽂힌 룬의 바늘은 체내에서 빠지지 않았다. 불안감이 올라왔다.

어느새 다시 붉게 변한 눈동자를 굴리며 승현은 밖으로 나갔다.

여인은 아직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승현과 승현의 팔을 감싼 룬을 보고는 상황을 바로 이해했다.

“아직 죽지 않으셨군요?”

“마치 제가 죽어야 했다는 듯이 들립니다.”

“하긴 알타의 힘이라면 어쩌면 버틸 수도 있었겠네요. 그래도 아직 레벨과 능력이 부족할 텐데 놀라워요.”

“끙, 잠시 멈춘 것 같지만 다시 마력을 갈취할 것 같습니다. 뭔가 방법이 없습니까?”

아쉬운 건 승현 쪽인지라 승현은 그녀에게 방법을 물었다.

수호자인 그녀라면 룬에 대해 잘 알소 있을 테니 말이다.

“간단해요. 그것이 만족할 때까지 마력을 주입하면 됩니다.”

“그게 어려울 것 같아서 드리는 말입니다.”

“이미 한 번 멈추게 했잖아요? 그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 방법이 원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없어서 문제죠.”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죽으세요. 계속해서 죽으시다 보면 언젠가는 조건이 충족될 겁니다. 제 예상인데 알타의 힘까지 있으니 한 스무 번이면 끝나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계속 죽으라고요?”

“원래 룬을 얻는 최소 레벨은 1,000레벨입니다. 그 차이가 있으니 아무리 알타의 힘을 써서 능력이 상승한다고 해도 무리가 따르죠. 우리 모험가님은 600레벨이잖아요?”

“······.”

“그리 보지 마세요. 그만큼 룬은 아주 뛰어난 병기랍니다?”

“하아, 죽으면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욕심 많은 모험가님. 욕심의 대가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한 가지 알려드리죠. 룬도 계속해서 마력을 빨아들이진 않아요. 어느 정도 흡수하면 그 후에는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살아보세요.”

“그나마 희소식이군요.”

승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늘이 무너졌지만 솟아날 구멍 하나가 생겼다.

승현은 이것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부디 자신의 마력이 다하기 전에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아이템을 얻었으니까 만일의 사태를 태비해서 마을로 돌아가야 했다.

“절 돌려보내주세요.”

“짧은 대화 즐거웠어요.”

수호자는 승현을 돌려보내주었다.

순식간에 호숫가로 돌아온 승현은 설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장 빠른 속도로 인근 마을로 복귀했다.

그 후에 여관 하나를 잡고 그 안에서 룬이 활동하기를 기다렸다.

사망 시에는 레벨이 떨어지고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부활한다.

다만 사망 시에는 유일함 등급 이하의 아이템 대거 드랍되거나 소멸한다.

그나마 전설적인 등급부터는 드랍이 되지 않지만 승현이 가진 대부분의 장비가 유일함 등급 이하의 것이어서 수차례 사망할 경우 많은 물건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마을에서 사망할 경우에는 그 페널티가 많이 줄어든다.

아이템이 소멸하는 건 사라지고 레벨도 덜 떨어진다.

이래서 빠르게 마을로 돌아온 이유다.

여관에 머물면 드랍된 아이템도 회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준비를 마친 후 승현은 무극심법을 사용하며 마력과 감응하기 시작했다.

무극심법.

이것은 기술이면서도 무도이고 하나의 공부이다.

과학적으로 해부된 무공은 최대 효율로 짜였고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묘리를 담고 있다.

과거부터 무공을 익힌 전승인들은 세상에 마력이 생겨나고 자신들의 무공을 가르쳤는데 그렇게 무공을 익힌 전승인들도 어지간한 유저 못지않은 힘을 냈다.

그러니 유저라고 해도 전승인들 밑에서 무공을 배웠다.

시간이 흘러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전승인들이 모여 고안해낸 최고의 무공.

최고의 마력 회복력과 최고의 육체 강화 등 모든 이점을 조합해 가장 성능을 저하하지 않으면서도 고효율을 내는 심법이다.

승현은 무극심법을 사용하면서도 전승인들이 말한 무극심법의 오의를 깨닫고자 했다.

여러 무공이 결합되어 있어 그 오의를 깨닫는 게 무척이나 어렵지만 다행이도 유저들에겐 기술 시스템이 있다.

최고 레벨인 10레벨을 찍으면 기술 초월을 할 수 있다.

기술 초월은 해당 기술의 레벨이 사라지는 것으로 10레벨을 찍으면 바로 초월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마스터리 류 기술을 초월하게 되면 해당 무기에 달인이 된다.

시스템의 효과로 인해서 인공적으로 사용하던 것이 초월 후부터는 숨쉬는 것처럼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승현은 과거에 활 마스터리를 초월하였다.

그 덕에 승현의 활쏘기 솜씨는 수십 년을 활만 만진 이들만큼 뛰어나졌다.

기어에서부터 현실에까지 포함해 단 6년 만에 말이다.

‘지금 무극심법의 레벨은 7레벨. 3레벨만 올리면 초월이 가능하다.’

승현은 룬에게 마력을 주입하기 위해 무극심법으로 마력을 모아 룬에게로 흘려보냈다.

아직까지 룬에게 꿰뚫린 왼팔은 승현이 보내는 마력을 게걸스럽게 삼켰다.

하루 종일 앉아서 무극심법만 사용하던 차에 다시 룬이 활동을 시작했다.

‘신수화의 유지 시간은 대략 두 시간이고 다시 사용하려면 10시간은 걸리니 승부를 봐야지.’

승현은 빠른 속도로 마력을 잡아먹기 시작하는 룬을 느끼며 신수화를 사용하며 무극심법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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