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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7화 (17/111)

17화

정보 상인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북부 일대에 퍼진 소문을 접할 수 있었다.

자세하지도 않고 너무 추상적인 정보들이었지만 승현은 만족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 일단 가장 처음 시작 단서만으로도 충분히 남들보다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엔 편하게 쓸 검이나 단검이었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방어구라도.”

아무래도 유일함 등급은 내구도가 낮아서 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단검인 페른의 독니의 경우에도 수차례 수리를 한 탓에 영구적으로 내구도가 깎였다.

이러다 보니 아무래도 주로 사용하는 검이나 단검이 필요한 실정이다.

승현이 얻은 전설적인 아이템을 둘러보면 활, 창, 방패, 망치였으니 주 무기는 없는 거다.

마의 불꽃이 있긴 하나 워낙에 많은 마력을 잡아먹어서 쉽사리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자자, 힘내서 움직여 보자.”

승현은 가장 먼저 북부 설산에 있다는 전설을 알아보기 위해 움직였다.

전설이 얽힌 설산 인근 마을에 도착한 승현은 탐문수사를 진행했다.

마을 촌장에게 전설에 대해 물어보고 마을 주민들에게 평소 변한 게 무엇인지를 물었다.

쓸 만한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설산 위에 사는 사냥꾼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했던가.”

승현은 주민으로부터 얻은 소식을 가지고 사냥꾼을 찾기 시작했다.

사냥꾼을 찾는데 꽤 많은 시일을 소모해야 했다.

아무도 사냥꾼의 집을 아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름 정도 설산을 헤맨 끝에 승현은 유일한 사냥꾼과 만날 수 있었다.

“날 찾아온 손님이라. 허, 그래. 뭣 때문에 모험가가 날 찾아왔나?”

“이 설산과 얽힌 전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흠, 전설이라. 그거라면 조금 알고 있는 게 있긴 하지. 하지만 맨입으론 알려줄 수 없어.”

“무엇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뭘 주는 것보단 내 부탁을 들어줘.”

“말씀하세요.”

“시원시원하군. 요즘 설산에 너무 몬스터가 기승을 부려서 난리야. 몬스터를 토벌해주면 그때 알려주지.”

“얼마나 잡으면 됩니까?”

“적어도 천 마리는 잡아야지 토벌이라 부르지 않겠나?”

사냥꾼으로부터 임무를 받은 승현은 그 길로 바로 설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설산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레벨은 약 400레벨 중후반이라 사냥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나 뿔뿔이 흩어진 몬스터를 천 마리나 잡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며칠을 소모해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고 나자 사냥꾼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 산 너머에 있는 봉우리가 높은 설산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사는 설인들은 무언가에 산 제물을 바친다고 해. 멀리서 봐도 자의로 바치는 것 같진 않더라고.”

“설인들과 대화는 통합니까?”

“그들이야 반은 몬스터이니 대화는 힘들 거야. 대신에 족장은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니 어쩌면 족장에게서 뭔가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정보를 획득한 승현은 바로 산을 넘어 설인 부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마을이 있는 방향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나 모험가 최승현은 설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이 말을 몇 번 더 반복하자 마을에서 온몸이 하얀 털로 뒤덮인 설인들이 몰려나왔다.

승현은 모든 무기를 창고에 집어넣고 양손을 머리 근처까지 들어 보여 공격 의사가 없음을 표현했다.

금방 설인들에게 포위된 승현은 그들의 적의어린 시선을 받으며 서서히 마을 쪽으로 이동했다. 마을 입구쯤에 도착하자 포위한 설인들 사이에서 동물 가죽을 뒤집어 쓴 설인이 등장했다.

“모험가. 우리와 무슨 대화를 하고 싶나?”

“그대들의 곤란한 상황을 내가 해결해주겠다.”

“곤란한 상황? 네가 우리에 대해 뭘 안다는 거지?”

“산 제물을 바친다고 들었다. 내가 더 이상 제물을 바치지 않게 해주겠다.”

“모험가. 네가 얼마나 강한지 몰라도 쿠스카스에게는 안 된다.”

설인 족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승현은 그런 족장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날 못 믿겠다면 어차피 산 제물을 바치는 것, 날 바치는 건 어떤가?”

“모험가 너를?”

“그래. 산 제물이 저항한다고 해서 너희에게 불이익이 가진 않을 것 아닌가. 그리고 내가 놈을 물리치면 너희는 자유를 얻는 것이고.”

“흠······.”

족장은 깊게 생각는가 싶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설인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나고 나자 족장은 승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침 내일이 산 제물을 바치는 날이다. 만약 네가 쿠스카스를 쓰러트린다면 얼음성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지.”

“얼음성?”

“안으로 들어와라.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승현은 설인들의 마을에 발을 붙였다.

야만적인 모습처럼 설인들은 동굴에서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누린내가 났지만 꾹 참고 족장을 따라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앉아라. 우선은 쿠스카스에 대해 알려주는 게 먼저일 것 같군.”

족장은 가장 먼저 쿠스카스란 존재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우리 부족은 몇 백년 동안 쿠스카스에게 제물을 바쳤다. 놈은 어떤 물건을 지키는 마물이다. 놈이 무엇을 지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놈의 생김새는 전해져 내려온다.”

철갑 같이 단단한 외피와 여섯 개의 다리, 커다란 집게손과 긴 몸통, 꼬리에 달린 독침까지.

대체적으로 전갈을 닮은 모양새였다.

“놈은 공간을 자유로이 이동한다. 선대로부터 놈은 차원의 마물이라 불렸다.”

“차원의 마물이라.”

승현은 빠르게 발견된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들을 떠올렸다.

차원과 공간에 관련된 아이템 몇 개가 떠올랐는데 하나는 ‘공간을 지배하는 반지’이고 하나는 ‘차원을 가른 검 : 아탈리트’였다.

반지는 모든 걸 일정 크기의 공간에 보관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나중에 현실에서는 상태와 기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원거리 공격을 그대로 공간에 담았다가 다시 상대에게 날리는 반격기로서의 사용도 가능하다.

검은 아주 날카로운 소검이다.

내장 기술로 ‘차원 가르기’란 기술이 들어 있는데 차원을 갈라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

범위는 마력이 받쳐주는 한 무한하고 잠시 차원의 틈으로 몸을 피하는 것도 가능한 기술이다.

검 자체의 성능도 뛰어난 편.

‘이왕이면 후자였으면 좋겠는데.’

반지는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나 아이템이 있는 반면에 검은 그 자체로도 좋고 내장 기술은 무적의 회피기이면서 기습을 가능하게 해주는 아주 쓸모 있는 검이었기 때문이다.

뭐 둘 중 뭐가 나와도 유용한 건 마찬가지이니 큰 상관은 없다.

족장은 이어서 처음 호기심을 자극했던 얼음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족의 전설로 내려져오는 이야기다. 얼음성에는 여왕이 한 명 살고 있는데 그녀는 무언가를 지키는 수호자라고 한다. 그녀는 늘 지키는 것의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린다고 하지.”

“······수호자라. 이거 참.”

승현은 옅게 웃음을 지었다.

“우리 부족을 구할 누군가에게 얼음성으로 가는 길을 열을 알려주라고 선대 족장께서 말씀하셨지. 그리고 만약 쿠스카스를 쓰러트린다면 난 기꺼이 그 길을 알려줄 생각이다.”

“좋아. 내가 놈을 쓰러트려야 할 이유가 또 생겼군.”

전설적인 아이템에 이어서 불가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다음 날이 되고 승현은 설인들의 안내를 받아 거대한 동굴 앞에 섰다.

승현이 동굴 앞에 서고 몸소 마중을 나온 족장이 큰 목소리로 뭐라고 외쳤다.

그 후 설인들은 다급히 자리를 피했다.

승현은 침착하게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꺼냈다.

총 30여 종의 각양각색의 무기들.

단검부터 시작해 여러 종류의 검까지 모두 물체 고정을 통해 승현의 주위에 떠 있었다.

승현은 조용히 마의 불꽃을 집어 들었다.

무지막지한 마력을 잡아먹는 만큼 기술에 들어갈 마력 분배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첫 인사는 이걸로 시작하자고.”

준비를 마친 후 바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동굴이지만 가면의 효과 덕분에 어둡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부서진 유골들이 보였는데 아마 제물로 바쳐진 이들의 유골이 아닐까 싶다.

[던전, 쿠스카스의 둥지에 입장합니다]

[보스가 등장합니다]

친절한 메시지가 뜨기 무섭게 승현은 서 있던 자리를 박차며 벗어났다.

그와 함께 승현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집게가 불쑥 올라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가 사라졌다.

“공간을 이동하는 건가.”

설명을 들었던 대로 쿠스카스는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는 공간 속에 숨어서 커다란 집게발을 이용해 공격을 하는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공격 타이밍이 딱 방어와 회피에 맞춰져 있어 파티사냥이 기본이 되었다.

승현은 다시금 느껴지는 미묘한 마력의 변화를 잡아채고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이거나 먹어라!”

바닥에서 불쑥 올라온 집게발을 향해 마의 불꽃을 날려주었다.

빠르게 날아간 검은 색 불꽃은 서서히 사라지는 집게발에 붙었다.

“카아아아악!”

고막을 찢을 듯한 괴성이 동굴 안을 울렸다.

승현은 마의 불꽃을 허공에 고정시키고 다른 무기를 들었다.

‘놈에게 불이 붙은 이상 그림자가 생기겠지.’

승현은 동화를 사용하여 쿠스카스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괴로운 비명을 지르는 쿠스카스의 거대한 몸이 저 앞에서 드러났는데 승현의 예상대로 전신으로 옮겨 붙은 불꽃에 의해 놈의 근처에 그림자가 생겨났다.

바로 그림자로 이동한 승현은 망치인 팔콘의 뾰족한 뒷면으로 놈의 딱딱한 외피를 찍었다.

파지직.

강한 스파크가 이리저리 튀며 전류를 흘려보냈다.

승현의 자리를 향해 독침이 달린 꼬리를 찍으려는 쿠스카스에 승현은 팔에 찬 방패, 기어스의 크기를 키워 전면을 보호했다.

쿠웅―.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충격이 전해져왔다.

다시 기어스를 축소한 후 멀리 떨어져서 활, 헤이리아를 들고 연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키에에엑!!”

한껏 비명을 지르며 놈이 다시 몸을 공간 너머로 숨겼다.

그래봤자 마의 불꽃에 의해 지속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을 테니 시간이 끌리면 이쪽이 더 유리했다.

감각을 날카롭게 일깨운 승현은 마력의 변화를 감지했다.

“사방에 불을 밝혀.”

이젠 자신의 몸집만큼 커진 불의 정령을 불러 명령을 내린 승현은 어느 순간 흐트러지는 마력을 감지하고서 얼른 그림자밟기를 이용해 자리를 벗어났다.

콰앙!

허공에서 나온 꼬리가 승현이 있던 자리에 박혔다.

사라진 놈의 꼬리는 몇 초 만에 다시 승현이 서 있는 자리를 노렸다.

그런 꼬리를 향해 검을 들고 무극검법을 사용해 꼬리를 베었다.

서걱.

딱딱한 외피를 가지고 있으나 하얀색 마력이 유형화되어 검에 감싸진 검은 너무나 쉽게 놈의 꼬리를 반 정도 잘라냈다.

다시 동굴이 떠나가라 들리는 비명.

보스 몬스터 중에서 무척이나 까다롭고 강력한 회피 기술과 공격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승현이었다.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과 기술을 가졌으며 높은 능력치를 보유했다.

승현에게 쿠스카스는 그저 조금 귀찮은 몬스터에 불과하다.

다시 모습을 보인 쿠스카스의 외피는 아직도 이글거리며 맹렬히 타오르는 마의 불꽃에 의해 대부분 사라졌다.

“크륵, 크르륵······.”

“슬슬 끝내자고.”

승현은 전설전인 등급의 창을 들고 남은 마력을 잔뜩 주입해 날렸다.

손에서 떠난 창은 빠르게 가속하여 외피가 사라진 놈의 몸에 깊숙이 박혔다.

동시에 강한 마력폭발이 일어났다.

무스카스의 몸 절반을 날려 보낸 창에 의해 쿠스카스의 커다란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쿠스카스의 레벨이 상당한 모양인지 레벨이 하나 올랐다.

“이로서 딱 600레벨이 되었군.”

승현은 사라지는 쿠스카스의 시체를 보곤 무기를 회수했다. 그리고 쿠스카스가 떨어트린 아이템을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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