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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6화 (16/111)

16화

또 다른 자신은 끝없이 말했다.

‘어둠을 받아들여라 최승현.’

자력으로 빠져나가긴 힘들 것 같았다.

그런 승현의 머릿속에 자신이 차고 있는 팔찌가 떠올랐다.

다름 아닌 시작의 팔찌.

특별함 등급이나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팔찌였다.

그를 떠올리자 승현은 바로 팔찌에 마력을 불어넣어 효과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팔찌에서 빛이 일어나면서 빠르게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난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 명심하라······.’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가 아련히 들리며 사라졌다.

빠르게 정신을 차린 승현은 눈을 떴다.

“허억, 헉. 젠장, 아주 더러운 기분이군.”

승현은 도를 든 채로 서 있었는데 검붉은 도신에서 거칠게 불꽃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이 도와 자신이 연결된 느낌이 확연히 느껴졌다. 마치 거친 야생마를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 것 같네.”

승현은 도에게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불길이 일어나며 도를 감싸더니 훌륭한 검집이 되었다.

도를 허리춤에 걸고 물체 고정을 하자 도가 불쾌하다는 듯이 웅웅 울었다.

승현은 그런 도를 한 번 쓸어내리고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이템]

꺼지지 않는 마의 불꽃

-등급: 불가해

-내구도: 0/0

-마계에서 피어오르는 전설의 불꽃이 깃든 도. 소유주로 인정받은 자의 마력으로 유지되며 마력에 비례해 불꽃을 일으킵니다. 불꽃은 오직 마력으로만 끌 수 있으며 또한 소유주의 명령에 따라 꺼집니다.

-소유주의 정신력에 비례해 마의 불꽃도 성장합니다. 주의하세요. 불꽃은 양날의 검입니다.

한 줄의 설명이 더 추가되었다.

역시 불가해 등급이라기엔 뭔가 모자라 보였지만 승현은 이 도가 가진 불꽃의 위력을 모르기에 속단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한 번 사용해보고 결정하자. 지금은 꽤 마음에 드니까.”

승현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문 앞에 도착하니 저절로 문이 열렸다.

거기엔 잔뜩 지쳐 보이는 첸과 여유로운 모습의 수호자가 있었다.

“왔군. 아직 정신력이 약해 잡아먹힐 줄 알았더니. 운이 좋아.”

“마의 불꽃을 알고 계셨군요.”

“내가 지키는 물건인데 당연히.”

“악취미군요.”

“도전자를 시험하고 막지 않는 것. 수호자가 할 일이지.”

“설명을 좀 듣고 싶은데 해주실 수 있습니까?”

“못 할 건 없지. 무엇이 궁금한가?”

“마의 불꽃 그 자체요.”

승현은 마의 불꽃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수호자에게 불꽃의 정체를 물었다.

수호자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마의 불꽃은 마계를 정화하는 불꽃이다. 신이 마계의 끝자락에 그 불을 지폈다고 전해지지. 마계의 존재는 그 불똥이 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상처를 입어. 한때 마계를 통째로 태워버렸었다.”

“마계 전체가요?”

“그래. 그에 마신은 자신의 힘을 사용해 마의 불꽃을 한곳에 집약시켜 이 신단을 만들어 봉인하였다. 원래라면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지만 법칙에 의해 모험가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어.”

“마신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리고 법칙은 뭐죠?”

“힘을 모두 소진한 마신도 그 불꽃과 함께 잠들었다. 법칙은 내가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니 나중에 한 번 알아봐라.”

“으음, 어쨌든 이 마의 불꽃은 마족에게 치명적이라는 거군요.”

“그래. 그리고 그 일부 힘을 이은 몬스터에게도 당연히 치명적이야. 하지만 다루기가 무척 까다로울 거다. 그것은 불 그 자체이니까.”

“잘 알겠습니다.”

충분히 유용한 정보를 들었다.

마족과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불꽃이란 점만으로도 도는 등급의 가치를 한다.

더욱 마족이라면 말이다.

승현은 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많이 지쳐 보여.”

“응. 힘 좀 썼더니 힘드네.”

“그래? 그럼 이제 여길 나가자. 우릴 여기서 내보내줄 수 있죠?”

“그것 또한 내가 할 일. 이로서 수호자의 역할도 끝이군. 잘 가라.”

수호자는 승현과 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둘의 발 아래로 마법진이 생기며 두 사람을 예의 작은 마을로 이동시켜주었다.

돌아온 첸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승현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승현은 슬쩍 도를 바라봤다.

“그게 이번에 얻은 아이템이야?”

“등급은 불가해라고 하고 능력은 마력으로만 끌 수 있는 불꽃을 일으키는 거야.”

“흠, 전설적인 등급보다 높은 것 같긴 한데 능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화륵.

첸의 말에 발끈한 듯 도에서 작은 불씨가 일어났다 사라졌다.

그걸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 첸은 승현에게 말했다.

“한 번 능력을 실험해보자. 이 근처에 마침 적당한 사냥터가 있어.”

“그래. 한 번 성능을 확인해보자.”

승현은 첸을 따라 반나절 정도 떨어진 초원으로 나갔다.

300레벨 대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필드에 도착하고 승현은 걸어둔 도를 빼들었다.

도가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불길이 일어났다.

두 사람을 발견한 몬스터 한 마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승현은 의지를 일으켜 도에 실어 휘둘렀다.

도에서부터 날아간 불꽃은 몬스터의 몸에 붙었다.

“케에에!!”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몬스터는 금세 몸이 타들어가 사라졌다.

승현은 잠시 비틀거리며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승현.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아니, 어지러워서. 이거 무식하게 마력을 잡아먹는데.”

승현은 순식간에 절반 정도 사라진 마력의 공백에 어지러움을 느낀 것이다. 몬스터를 태운 검은 불꽃은 그 자리에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확산되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타오르는 불길이었지만 위력은 대단했다.

300대 몬스터를 단 몇 초 만에 태워죽였으니까.

“능력은 상당하지만 많이 사용할 순 없겠어. 딱 보스나 대인 전용 무기 같다.”

“그래도 저 정도면 대단한 것 같아. 동 레벨 몬스터를 몇 초 만에 소멸시켰잖아.”

첸의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을 괴물 같이 잡아먹긴 해도 효과는 뛰어났다.

성능을 실험한 후 승현은 첸과 함께 파티 사냥을 했다.

며칠 동안 그녀와 함께 사냥을 나선 후 승현은 다시 전설적인 아이템 사냥에 돌입했다. 첸을 만나기 전 얻기로 한 악마를 꿰뚫는 창과 심판하는 자 팔콘을 얻기로 한 거다.

악마를 꿰뚫는 창은 짧게 멸마의 창이라고도 불린다.

심판하는 자 팔콘은 전투망치인데 뒤쪽 부분은 뾰족하게 되어 있어 한 손에 들리는 망치이면서도 살상력이 뛰어난 편이다.

둘 다 아직 레벨이 안 되는 상태라 승현은 과거에 이미 잘 알려진 레벨 업 루트를 따라 던전과 필드로 향했다.

그렇게 기어가 오픈하고 10개월이 지났다.

[아이템]

악마를 꿰뚫는 창

-등급: 전설적인

-내구도: 20,000/20,000

-악마를 꿰뚫었다 전해지는 창. 투척 시 물체에 닿을 때까지 무한히 가속하며 물체와 부딪치는 순간 주입한 마력에 비례한 마력폭발을 광범위하게 일으킨다.

심판하는 자 : 팔콘

-등급: 전설적인

-내구도: 40,000/40,000

-난쟁이들의 왕 팔콘의 망치. 망치에 적중당한 대상에게 강한 전류를 흘려보냅니다. 투척 시 의지에 따라 손으로 돌아옵니다.

-기술, 왕의 분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아이템을 얻었다.

어느덧 승현의 레벨은 500레벨 후반이 되었다.

남들이 이제 400레벨을 찍고 랭커들도 500레벨 초반인 걸 감안하면 승현의 레벨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레벨 업 루트는 일전에 언급했던 1,300레벨의 주인공인 제이미 윤이 만든 루트였는데 레벨 업의 효율을 따지는 그가 구상한 루트인 만큼 충분히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레벨을 올리는 루트였다.

승현은 그렇게 레벨을 올리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경매장에 올라온 수많은 기술서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평범함 혹은 희귀함 등급이었지만 가끔은 몇 백 금화짜리의 특별함 등급의 기술서도 올라와 있었다.

약 4억 명이 플레이한다고 전해지는 기어인 만큼 여러 기술 조합이 알려져 있다.

승현은 그런 조합식에 맞는 기술을 사들여 기술을 익히고 조합했다.

그렇게 기존에 가진 기술을 제외하고 유일함 등급의 기술만 9개가 생겼다.

특별함 등급의 기술은 총 31개나 되었다.

한편 500레벨을 달성하자 드디어 직업 기술이 하나 추가되었다.

[기술]

배신

-등급: 유일함. 4레벨

-‘동화’ 사용 중일 때 발동 가능하며 상대방의 그림자가 상대방을 방해합니다.

이 기술은 마력을 아주 적게 소모하면서도 효과적인 디버프 기술이다.

방해한다는 정도가 기술 레벨이 오를 때마다 확실히 차이가 났는데 처음엔 미약하게 움직임을 방해했다면 4레벨인 지금은 일시적인 경직을 일으켰다.

잠깐의 경직은 큰 빈틈으로 작용한다.

덕분에 쉽게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었다.

“앞으로 두 달인가.”

승현은 날짜를 꼽았다.

두 달 뒤, 미궁이 열린다.

그곳에서 암왕의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승현은 남은 두 달 동안 뭘 할지를 고민했다.

이제 그가 자세히 아는 전설적인 아이템은 없다. 30곳의 대도시 중 6곳을 이미 방문하거나 수거했다. 그 결과가 네 개의 전설적인 아이템이다.

10개월이 흐르고 유저들의 레벨도 상당히 올랐다.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500레벨에 진입한 그들이 지루한 레벨 업 대신에 스펙을 올릴 방법은 바로 기술과 아이템이다.

즉, 이제부터 각 지역에 잠들어있는 전설적인 혹은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이 발견될 것이다.

승현이 아는 모든 아이템은 수거했으니 이제는 그들과 경쟁해 아이템을 취해야 했다.

승현은 대도시와 관련된 전설적인 아이템을 과감히 포기했다.

“단서가 너무 공개적이야. 그런 건 이미 발견됐거나 금방 발견되겠지.”

대부분 획득 레벨이 500레벨에서 600레벨이고 헤이리아처럼 특수 조건만 충족하면 100레벨 때에도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기어스는 물론 승현이 앞서 얻은 창과 망치도 원래는 여러 임무를 통해 단서를 얻고 추적을 해야 했다.

그걸 미리 위치만 알고 던전만 찾아가 아이템만 쏙 빼먹은 거다.

그러나 이제는 일일이 단서를 얻고 그를 따라가야 하니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전설적인 아이템은 경쟁도 치열하고 그만큼 얻을 확률도 불투명하다.

그러니 그 외에 있는, 사람의 인적이 별로 없는 곳에 있는 것을 노려야 한다.

“그래도 맨땅에 헤딩할 순 없지.”

승현은 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의 어두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미로처럼 꼬인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NPC들을 하나둘 만났다.

“여기 정보 상인이 어디 있습니까?”

“글쎄. 어디 있을까?”

“가르쳐주시죠.”

승현은 금화 한 닢을 건네며 말했다.

금화를 받은 NPC는 길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리로 가도 정보 상인을 바로 만날 순 없었다.

몇 차례 더 NPC들에게 돈을 바치고 나서야 겨우 정보 상인이 있는 골목 안 상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범한 가정집 뒷문의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정보를 사고자 왔습니다.”

“흠, 입장료를 내.”

또 다시 돈을 요구하는 NPC였다.

승현은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그렇게 정보 상인의 상점에 입장하고 승현은 정보 상인을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시오. 뭘 원하시오?”

“이 일대의 전설 혹은 이상 현상을 대략적이게 알고 싶습니다.”

“그걸 들으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오.”

“500금화. 딱 그 정도 선에서 알려주세요.”

승현은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최대치를 불렀다.

그에 정보 상인도 흥정하길 그만두고 술술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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