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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헌터:암왕 강림-15화 (15/111)

15화

“모두 무사해?”

“일단은.”

얼마나 안으로 들어왔을까.

파티원의 숫자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늑대를 물리친 후 일행은 순조롭게 진행했다.

하지만 점차 안으로 들어갈수록 강력해지는 몬스터와 많은 숫자로 인해 한 명씩 죽으면서 이제 남은 인원은 5명이 되었다.

그나마 승현과 첸의 활약이 없었다면 남은 이들도 살아남았을 수 없었을 거다.

“후우, 지친다.”

“그러게. 몬스터가 너무 빡빡해.”

“레벨도 한 400대는 되는 것 같아.”

다들 의욕이 많이 죽었다.

고전의 연속에 지친 것이다.

첸이 그런 그들을 독려했지만 사기가 오르진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파티는 다시 앞으로 이동했다.

그런 일행 앞을 막는 거대한 문이 등장했다. 그 문을 본 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로 보스룸을 암시하고 있어서였다.

한 명의 파티원이 먼저 앞서가 문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서걱.

“켁······.”

“피터!”

파티원 피터의 팔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그와 함께 연이어 그어진 검에 의해 피터의 목이 떨어졌다.

피터를 죽인 의문의 사내는 검을 든 채로 등장했다.

“이곳까지 모험가가 들어오다니. 역시 때가 도래했다는 뜻인가.”

“젠장, 피터를 일격에······.”

“모험가여. 자격을 증명하라.”

사내는 오만한 자세로 서서 말했다.

모두 멈칫한 상태로 사내를 주시하고 있자 사내가 먼저 한 걸음 나서기 시작했다.

“안 오면. 내가 가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사내는 다른 파티원의 심장을 꿰뚫었다.

또 다시 한 명을 그대로 즉사시킨 사내의 검은 다시 다른 파티원에게 향했다.

챙!

사내의 검을 막은 건 첸이었다.

검에 한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실력의 소유자인 첸이었다.

이윽고 승현도 사내를 압박하는데 합류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제는 그런 두 사람에게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흡!”

카가가강!

검 하나로 두 명의 압박을 손쉽게 받아내는 사내는 첸과 승현의 공격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방심한 틈에 사제의 몸통을 가로로 베어버렸다.

그렇게 남은 사람은 첸과 승현 둘 뿐이었다.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승현은 사내의 레벨을 대략 700레벨 이상으로 잡았다.

절대 400레벨 대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당연히 승현과 첸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고 검을 휘둘렀다.

승현은 바로 가진 기술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물체 고정으로 고정된 다섯 개의 무기가 허공에 떠올라 사방에서 사내를 압박했고 승현은 주먹을 사용했다.

또 동화를 사용해 사내의 뒤를 점했다.

사악.

코끝을 살짝 베고 스쳐지나가는 검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미 첸 또한 자잘한 부상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 또한 전력을 다하는 듯 보였다.

‘하는 수 없군.’

승현은 이대로는 패배가 확실시되자 비장의 수인 신수화를 사용했다.

강력한 불길이 일어나며 사내를 멀리 밀쳤다.

“알타의 힘. 과연, 숨은 수가 있었군.”

사내는 승현의 기술을 알아봤다.

거친 숨을 몰아쉰 첸은 머리색이 붉게 변한 승현을 바라봤다.

“승현. 너 머리색이 변했어.”

“기술 효과야. 잠시 뒤로 물러나 있어.”

“응······.”

두 개의 단검을 쥔 승현은 앞으로 박차고 나갔다.

사내 또한 땅을 밟으며 승현과의 거리를 좁혔다.

순식간에 충돌한 두 사람은 가운데에서 힘겨루기를 했다.

그그극.

둘의 힘에 양쪽 검이 비명을 질렀다.

승현은 무의미한 힘겨루기를 끝내고자 도끼와 검을 조종해 사내의 등을 노렸다. 그에 사내는 몸을 회전하며 날아드는 검을 쳐냈다.

신수화와 동화를 쓴 승현의 민첩함은 사내를 능가했기에 그대로 사내를 베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사내의 상처부위는 빠르게 아물며 사라졌다.

아무래도 사내는 보통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회복된다면. 치명상을 노린다.’

승현은 더욱 속도를 냈다.

사방에서 승현은 사내의 그림자를 조종해 순식간에 사내의 옆으로 이동해 검을 꽂기 시작했다. 사내의 옆구리와 허벅지에 각각 단검을 꽂고 사내가 다시 반응하기 전에 그림자를 조종하여 움직임을 방해했다.

다섯 개의 무기에 이어서 그림자까지 조종하기 시작하니 계산이 복잡해졌지만 올라간 지력 덕분에 뇌에도 영향이 미치며 그걸 가능하게 했다.

“기억났다. 너는 암왕의 후인이로군. 아직 완전한 진전을 잇진 못한 건가.”

연신 공격을 받으면서도 사내는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승현은 문뜩 사내의 정체가 궁금해졌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창을 들고 사내가 멈춘 사이 그의 심장에 창을 꽂았다. 그대로 박힌 창에 확실히 느낌이 전해졌다.

“끝인가.”

“방심하긴 이르다.”촤악.

승현은 서늘한 직감에 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살짝 반응이 늦어 옅게 가슴을 베였다.

심장이 관통 당했음에도 살아있는 사내를 보며 승현은 혀를 찼다.

하지만 사내는 더 이상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너는 자격을 증명했다. 이 너머로 가는 걸 허락한다.”

창과 단검을 뽑아내며 사내가 말했다.

“날 보내주는 건가?”

“그렇다. 허나 저 여인과는 함께 갈 수 없다.”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맺어진 파티가 강제로 끊겼다.

이런 경우를 겪어본 적이 없어 승현은 살짝 당황했다.

“갔다 와. 갔다 와서 뭘 얻었는지 알려줘야 해.”

“알았어. 그럼 갔다 올게.”

승현은 문 앞에 섰다.

문은 큰 소리를 내며 서서히 위로 올라갔는데 경계선에 서자 문 너머로부터 어마어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서부터는 통증 완화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승현은 잠시 멈춰서 사내에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흠, 특별히 가르쳐주지. 나는 수호자다.”

“수호자라. 불가해 아이템을 수호하는 겁니까?”

“그렇다. 모든 불가해 등급의 것은 수호자가 존재한다.”

“혹시 시작의 돌에 대한 걸 알고 있습니까?”

“음? 하하하! 그렇군. 그걸 안다면 회귀자인가.”

“알고 있나 보군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시작의 돌은 존재합니까?”

가장 궁금했던 걸 질문했다.

자신을 과거로 보내준 불가해 등급 아이템.

그 아이템이 만약 다시 존재한다면 반드시 얻어야 할 테다.

여분의 목숨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니까.

“뭘 생각하는지 알겠지만 그 물건은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아. 네가 사용했다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거지.”

“역시 그런가. 알겠습니다. 그럼.”

“행운을 빌지.”

승현이 문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문이 닫혔다.

사내와 남은 첸은 가만히 선 사내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시간 괜찮으면 저랑 대련을 해주지 않을래요?”

“나와?”

“나갈 방법을 모르거든요.”

첸의 부탁에 사내는 유쾌하게 웃었다.

문이 닫히자 밖에서 들어오던 바람이 끊기며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따끔거리게 했다.

화염에 대한 저항과 친화력을 가졌음에도 이 정도면 두 가지가 없었을 때 느꼈을 열기가 감당이 안 됐다.

“후, 쪄 죽겠네.”

가볍게 손으로 부채질을 해보인 승현은 앞으로 걸었다.

조금씩 앞으로 걸을 때마다 불을 향해 다가가듯 열기가 강해졌다.

아직 신수화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해제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앞으로 향할 때였다.

[불의 신단에 입장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사방에서 불기둥이 일어났다.

승현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저 멀리 보이는 제단 같은 것을 확인했다.

그 위에는 검은색 불꽃이 타오르는 검붉은 도신을 가진 도가 하나 떠 있었다.

승현은 도를 잡기 전에 도를 확인했다.

[아이템]

꺼지지 않는 마의 불꽃

-등급: 불가해

-내구도: 0/0

-마계에서 피어오르는 전설의 불꽃이 깃든 도. 소유주로 인정받은 자의 마력으로 유지되며 마력에 비례해 불꽃을 일으킵니다. 불꽃은 오직 마력으로만 끌 수 있으며 또한 소유주의 명령에 따라 꺼집니다.

“흠, 꺼지지 않는 불이라. 마력으로만 끌 수 있다고?”

승현은 도의 설명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불가해 등급의 아이템이라기엔 뭔가 아쉬운 능력을 가진 도였다.

마력에 비례해서 내구도가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마력을 잔뜩 불어넣어 주위를 불길로 감싸는 등의 일은 해도 이 정도라면 전설적인 등급 아래의 능력이다.

아마 유일함 등급의 아이템 중에서도 비슷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승현은 ‘소유주로 인정받은’이란 부분에 집중했다.

아마 추측하는데 검에게 인정을 받으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좋아. 빨리 인정이란 걸 받고 여길 빠져나가자.”

승현은 바로 도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검은 불꽃이 승현을 덮쳤다.

불꽃에 뒤덮인 승현은 환상을 보게 되었다.

환상 속에서 그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어려진 그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늘 눈물을 달고 다니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리고 승현 그가 사람을 불신하게 된 계기인 그때가 재현되어 보였다.

‘그만······.’

그의 신고에 출동한 경찰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버지의 화를 돋울 뿐 경찰의 무관심하고 성의 없는 대처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웃주민의 멸시와 학교에서의 따돌림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끝내 어머니를 잃고 가출을 결심한다.

그러나 어린 그에게 세상은 차갑고 또 냉혹했다.

‘그만. 보기 싫어······.’

자상하게 다가온 어른들은 그를 이용하기만 하였고.

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버려졌다.

사람이 가진 일말의 양심?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승현은 살아오며 그런 생각을 가슴 깊이 받아들였다. 사람은 이기적이며 모두가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도 변해야 했다.

그래야. 한다. 웃는 가면을 쓰고 등 뒤로 비수를 숨겨야 한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사람을 속이고 빈틈을 보이면 숨겨둔 비수로 상대를 찔러야 한다.

그렇게 한 명씩 짓밟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

‘아니야.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진짜 그럴까? 넌 결국 나약해졌던 거야. 그래서 버려진 거지.’

‘틀려! 난 이제 편협한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은 이용당하고 버려진 소모품. 다시 기회가 주어졌어. 이젠 네가 이용할 차례야.’

‘이번엔 달라. 난 더 나 스스로 성장하고 내 가치를 증명할 거다. 남들을 속이며 살지 않겠어. 나 자신을 떳떳하게 내보일 거다!’

승현은 또 다른 자신의 속삭임에 반박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을 느꼈다.

새로이 시작한 상황이다. 미래를 알고 있고 전보다 상황은 매우 좋다.

이번에는 다르다. 다를 것이다.

어차피 인류는 열세였다.

다시 놈들과 손을 잡는다면······.

‘그래. 네가 아는 모든 걸 동원해 높이 올라가라. 그리고 모든 걸 취해라.’

승현은 점점 더 깊은 어둠에 빠져드는 걸 느꼈다.

그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승현은 어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깊은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이대로라면 이 깊은 수렁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승현은 머리를 굴려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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