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다음으로 궁수 길드에서 활 마스터리와 매의 눈, 저격, 탐색이란 기술을 익혔다.
탐색과 저격은 각자 일정 범위를 알아내는 기술과 쏘는 화살에 힘을 실어주고 정확도를 높여주는 기술이다.
앞의 두 가지는 버프 기술이다.
그리고 머스킷 길드로 가 총기 마스터리, 치명적 일격, 관통, 헤드샷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들른 전사 길드에선 조금 특별한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웨폰 마스터리?”
“예. 활과 총기, 단검 마스터리는 미리 배웠습니다.”
“큼, 웨폰 마스터리의 조건을 잘 알고 있군.”
“각 마스터리를 기술서로 주시겠습니까?”
“좋네. 잠시만 기다리게.”
전사 길드 안에 들어간 승현은 바로 한 가지 기술을 배우길 요청했다.
바로 웨폰 마스터리인데 마법사 클래스를 제외하고 남은 세 직업의 마스터리와 창, 검, 둔기, 특수 무기의 마스터리를 각각 익히게 되면 기술 조합사에게서 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마스터리 류 기술의 통합 기술로 어떤 무기든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잠시 설명하자면 기술을 습득하면 자연스럽게 기술의 사용법이 머릿속에 각인된다.
마스터리 류 기술도 마찬가지다.
그 무기를 생전 다뤄보지 않아도 자유로이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웨폰 마스터리는 그런 면에서 특별함 등급이 딱 맞는 기술이다.
그저 기술서를 몰아서 읽는 걸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얻기 쉬운 특별함 등급 기술인데 잘 익히려는 이는 없다.
기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무기를 고루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웨폰 마스터리를 얻으려는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상당히 유용한 기술이지.’
다양한 직업의 기술을 고루 익힐 생각인 승현에게는 알맞은 기술이다.
“자, 여기 있네. 총 4금화야. 기술 조합사를 찾아가면 웨폰 마스터리로 조합이 가능할 거야.”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강타랑 굳건한 의지 그리고 치명상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것도 기술서로 줄까?”
“아니요. 직접 배우겠습니다.”
“따라오게.”
승현은 각 기술을 전사 길드 지부장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기술을 모두 배우고나서 기술서를 통해 네 가지 마스터리 기술을 익히고 헤이프에 있는 기술 조합사를 찾았다.
머리 크기의 수정구를 앞에 둔 기술 조합사는 승현을 반겼다.
“어서 오게나.”
“기술 조합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자, 수정구에 손을 올리게. 조합 가능한 기술을 확인해주겠네.”
승현은 노파의 말에 따라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노파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수정구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흐음, 조합 가능한 기술이 두 개가 있군.”
“두 개요?”
“웨폰 마스터리란 기술과 일격필살이란 기술이네.”
“일격필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그러지. 평범함 등급의 기술인 치명적 일격, 저격, 치명상, 관통과 희귀함 등급인 헤드샷, 암살, 강타를 모두 조합해서 유일함 등급인 일격필살이 조합되네. 조건인 정신 고양과 육감을 습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합이지.”
“그렇군요. 두 개 다 조합해주시겠습니까?”
“비용은 총 250금화네. 또한 조합을 하면 기술 레벨을 일정 부분만 인정되고 모든 기술은 사라지네. 참고로 선불이야.”
“받으세요.”
노파는 돈을 하나씩 세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수정구에 손을 올리게.”
노파의 말에 따른 승현은 곧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다양한 정보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수십 가지의 무기 사용법과 일격필살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자, 되었네. 그럼 다음에 또 오게나.”
“음, 네. 안녕히 계세요.”
정신을 차린 승현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선 돈으로 배울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은 모두 익혔다.
또 운 좋게 유일함 등급의 상당히 좋은 기술도 하나 건졌다.
일격필살은 여러 버프 기술들이 들어간 만큼 버프 형태를 띠는 기술이다.
무기에 폭발 형태의 강력한 마력이 깃들며 첫 일격에 한해 강한 마력 폭발을 일으킨다.
그 후부터는 출혈을 일으키는 톱날 형태의 마력이 무기에 유지된다.
한 번 사용하면 마력을 끊을 때까지 유지되며 한 번의 마력 사용으로 지속된다.
유일함 등급다운 좋은 기술이다.
특히 일 회에 한해 폭발하는 건 총알과 화살에도 적용되었고 상처 부위로부터 폭발이 일어나는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경매장에 물건 좀 등록하고 가야지.”
승현은 경매장을 들렀다.
헤이프에서 레벨을 올리면서 얻은 여러 장비와 과거에 얻었던 고블린 장비들을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기어가 정식 오픈하고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가 흘렀다.
이제 막 폭발적으로 신규 유저들이 유입될 시기라서 고블린 장비는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헤이프에서 획득한 장비는 글쎄.
“나와 있진 않아도 착용 제한이 있으니 사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이 생기겠네.”
모든 아이템은 보이지 않는 착용 제한이 있다.
물론 유일함부터는 그런 제한이 사라지지만 특별함 이하는 모두 알게 모르게 제한이 있는데 착용하면 힘이 빠진다거나 원래 무게보다 더욱 무거워진다거나 하는 제한이다.
일단 착용은 가능한데 그런 제한이 걸려서 착용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경매장 안으로 들어온 승현은 경매인에게 물건을 맡기고 올라온 매물을 살폈다.
“기술서는 올라온 게 없네.”
매물을 쭉 확인해 봤지만 역시 승현에게 필요한 건 없었다.
앞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풀리려면 반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헤이프에도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이 있던가. 확인해봐야겠네.”
승현은 발길을 도서관으로 돌렸다.
각 도시의 도서관에는 마을과 도시에 얽힌 전설이나 신화에 대한 것이 적힌 책이 숨겨져 있는데 그 책들을 모두 읽어보면 아이템이나 기술, 직업에 대한 힌트가 조금씩 숨어 있다.
물론 모든 도서관에 그런 책이 있는 건 아니고 전설이나 신화가 있는 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승현이 기어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라서 이렇게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유일한 지하도시인 만큼 아마 전설이나 신화가 하나쯤은 숨어 있을 거다.
도서관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2층으로 이루어진 넓은 도서관 안에 설치된 책장에는 빽빽하게 책이 꽂혀 있었다.
“음, 시간 좀 걸리겠어.”
승현은 가장 첫 책장부터 하나씩 책을 꺼내 내용을 훑었다.
결론적으로 헤이프에는 전설이 있긴 했다.
다만 그것이 마법사 클래스라는 점이 문제였다.
약간은 예상했던 건데 바로 네크로맨서의 상위 직업으로 추정되었다.
마법까지는 배울 시간도 없고 기술 간에 합일점도 없어서 바로 포기하고 가까운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파앗―!
“돈이 있으니 편하네.”
승현은 대륙 동부에 있는 대도시인 동부 끝자락, 올리빈에 도착했다.
각 대도시마다 포탈이 연결되어 있는데 포탈 이용료 100금화를 내면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다. 대도시로 불리는 곳은 대륙을 통틀어 30곳뿐이라 그 일대로 이동을 할 때 유용하다.
“그리고 대도시엔 모두 전설과 신화가 존재하지.”
씩 웃은 승현이었다.
올리빈은 승현이 잘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대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전설적인 등급의 검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적정 레벨이 아마 200레벨 초반이었으니까 지금의 내겐 딱 적당하지.”
올리빈 안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승현은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와, 저 사람 베타테스터인가 봐.”
“갑옷 멋있다.”
“베타테스터면 유명인이겠네? 누구지? 가면 때문에 못 알아보겠어.”
생각하고 보니 지금 승현은 은빛 기사단의 갑옷 세트를 입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허리춤에는 녹색 기운이 일렁이는 페른의 독니를 차고 있으니 누가 봐도 베타테스터라는 걸 광고하는 꼴이었다.
그나마 암살자의 결의를 착용하고 있어서 얼굴을 가렸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서서히 자신을 주변으로 몰려드는 유저들을 지나치며 필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은 레벨의 몬스터가 출몰하면서 유저들이 떨어져나갔다.
“후, 이제야 다 떨어졌네.”
끝까지 쫓아오며 구걸을 하던 유저 몇 명이 몬스터를 만나고 도망간 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어는 100% 본인의 모습으로 캐릭터가 적용되는데 얼굴도 두꺼운 이들이다.
승현은 출몰한 몬스터를 향해 일격필살을 건 페른의 독니를 던졌다.
빠르게 날아간 독니가 몬스터의 어깨에 박히자 작은 폭음과 함께 조금 징그러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크르륵······.”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한쪽 어깨와 목 일부가 날아간 몬스터는 그대로 쓰러졌다. 기타 아이템을 남기고 사라지는 몬스터였다.
“흠, 위력은 좋은데 보기는 영 아니다.”
아무래도 폭발의 여파로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튀어서 보기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적어도 100레벨 이상의 몬스터를 일격에 끝내는 걸 보면 확실히 좋은 기술임은 맞다.
단검을 회수하며 앞으로 걸어간 승현은 전설적인 검이 잠든 숲으로 향했다.
올리빈에 얽힌 전설은 드래곤과 관련된 전설이다.
한 무명의 검사가 올리빈을 위협하던 탐욕스러운 드래곤을 물리쳤다는 다소 진부한 전설이지만 그 전설에 따라서 저 멀리 보이는 숲 중심에는 전설적인 등급의 검 한 자루가 잠들어 있다.
원래 주인은 그 유명한 링첸이다.
그녀는 상당히 초기에 이 검을 얻었다고 한다.
검의 이름은 용을 살해한 검. 줄여서 용살검이라 불렸다.
능력은 알려진바 없지만 링첸은 불가해 등급의 검을 얻은 후에도 이 검을 꼭 가지고 다니며 종종 사용했던 걸 생각하면 효과도 기가 막힐 것이다.
“이거 링첸에게 좀 미안한데?”
그녀의 애검을 빼앗는 입장이라서 조금은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숲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여기서부터는 150레벨 이상의 몬스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조금 긴장감을 가지며 탐색 기술을 썼다.
마력을 투자한 만큼의 범위를 탐색한다.
간단하게 생명체의 위치를 알려주는 정도이지만 희귀함 등급 치고는 아주 유용한 기술이다.
“100미터 범위에 열여섯이라. 이상하게 몰려 있네.”
100미터 범위 안에 열 마리만 있어도 상당히 밀집된 거다.
그런데 열여섯 마리라면 무언가가 몬스터의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것.
특히 이 숲의 주요 몬스터인 리자드맨은 독립 개체라서 더욱 그렇다.
“앞으로 가보면 알겠지.”
승현은 단검을 허공에 띄우고 손에는 장검을 든 채로 이동했다.
마주치는 리자드맨에게는 단검을 날려주며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물체 고정 기술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해주었는데 허공에서 움직이는 단검에 난자당한 리자드맨은 페른의 독니 효과와 일격필살이 적용되어 출혈과 중독이 일어나 승현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쓰러졌다.
한참을 앞으로 걸어갔을까.
저 멀리 리자드맨이 잔뜩 뭉쳐진 곳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막아!”
“법사는 빨리 딜을 넣어!”
“거기 조심해!”
사람의 목소리였다.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분명 베타테스터 무리일 터.
아마도 합을 맞추고 동시에 올리빈에서 시작한 것 같다.
승현은 바로 은신을 사용해서 조심히 근처로 다가가 유저들을 살폈다.
“탱커는 법사와 힐러를 중심으로 방어해. 근딜러는 모두 날 따라서 앞으로 나선다.”
한 명의 진두지휘 하에 열 명의 유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승현은 지휘를 내리는 인물이 아주 익숙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링첸이잖아?”
바로 검제 링첸이었다.
그녀는 카리스마를 보이며 지휘를 했다.
그러면서도 검을 휘두르며 착실히 리자드맨에게 상처를 입혔다.
독립 개체인 리자드맨의 특성을 이용해 어그로가 끌리는 마법사 클래스와 사제 클래스를 보호하는 한편 하나씩 중상을 입혔다.
다들 그녀의 지휘에 익숙한 건지 손발이 척척 맞았다.
“하지만 리자드맨의 숫자가 너무 많은데.”
대략 서른 마리 정도가 둘러싸고 있는데 열 명이서 상대하기엔 너무 많은 숫자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 소란을 듣고 몰려들 리자드맨을 생각하면 파티가 전멸할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걸 나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승현은 잠시 고민했다.
링첸과 인연을 만들어두는 것도 좋지만 이 근처에 가면 필드 보스인 리자드맨 킹과 용살검이 있다.
즉, 도와주면 용살검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없다는 거다.
승현은 전설적인 등급의 검과 링첸과의 인연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거기 유저분. 우리 좀 도와줘요!”
그때 링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깊게 고민한 나머지 은신에 신경을 덜 써서 들킨 것이다.
승현은 하는 수 없이 나서기로 했다.
‘이왕 나서는 거 화끈하게. 그리고 확실히 각인되도록.’
마음을 굳힌 승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