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파앗.
“크음. 여긴······.”
베타테스트는 처음이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접속했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니 마을 같은 곳이 아니라 숲 한가운데였다.
[임무 : 투쟁]
-끝까지 살아남으십시오.
접속하자마자 주어지는 임무.
짧은 글귀를 읽은 승현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편하게 레벨만 올리게 두진 않는다는 소리군.”
처음 시작 지형이 마을 같은 안전지대가 아니고 숲이었고 이런 임무가 주어진 걸 보면 결코 편하게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수집하게 둘 것 같진 않았다.
상황을 이해하니 다음 메시지가 떠올랐다.
[총 네 개의 특전이 주어집니다]
[특전으로 스타팅 부스터가 적용됩니다]
[특전으로 스타팅 부스터의 효과가 증폭됩니다]
[특전이 제공됩니다. 창고를 확인하세요]
메시지를 확인한 승현은 우선 스타팅 부스터를 먼저 확인했다.
[상태]
이름: 최승현.
레벨: 10.
직업: 초보 모험가.
근력: 23. 체력: 27. 지력: 16. 정신력: 17. 마력: 10
추가 능력: 0
-스타팅 부스터로 인해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이 효과는 한 달 동안 유지됩니다.
-스타팅 부스터로 인해 아이템 드랍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 효과는 한 달 동안 유지됩니다.
상당히 좋은 효과였다.
아이템 드랍과 추가 경험치가 무려 베타테스트 종료 기간 때까지 유지되니 말이다.
다음으로 창고를 열어 남은 두 가지 특전을 확인하기로 했다.
창고를 열자테스트 서버에서 얻은 전리품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복장과 레벨을 봤을 때 습득한 모든 게 저장된다는 메시지가 이걸 뜻하는 거였나 보다.
‘나로선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베타테스터 중에서도 더욱 앞서간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렇게 손바닥 크기의 나무상자 하나와 목걸이 하나를 찾았다.
[아이템]
능력 향상의 영약
-전설적인
-섭취 시 능력이 상승합니다. 단, 고통이 따르니 주의.
시작의 목걸이
-등급: 특별함
-200/200
-시작하는 자의 목걸이입니다. 하루의 한 번 치명적인 공격을 보호해줍니다. 단, 효과를 사용하면 내구도가 영구적으로 10이 떨어집니다.
처음 보는 소모성 아이템 하나와 시작의 팔찌와 같은 이름의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치명적인 공격을 하루에 한 번 막아주는 목걸이는 팔찌와 마찬가지로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빛을 볼 것이다.
또한 능력치를 올려주는 저 아이템의 경우 무려 전설적인 등급을 가지고 있다.
“하긴 먹으면 능력이 올라가는 건 엘릭서나 현자의 돌뿐이지.”
언급한 두 아이템 모두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으로 연금술사의 최고의 비기로만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들어가는 재료도 무지막지하지만 만들어지는 확률도 극악하다.
천운이 따라주어야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인 만큼 효과는 굉장하다.
“과연 이 영약도 그 정도로 효과가 나오려나.”
잠시 목함을 열어 안에 든 엄지 한 마디 크기의 환을 살폈다.
일단 냄새는 한약방에서나 맡을 그런 약초 향기가 났다.
승현은 일단 안전한 장소를 찾기로 했다.
앉은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런 소모성 아이템은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갈리기도 한다.
무극심법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그 효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숲 주변을 살피며 동굴 같은 곳을 찾아 나섰다.
인근에 곰이 사는 동굴 하나를 발견한 승현은 잠자고 있는 곰을 쓰러트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윽, 냄새 하곤.”
지독한 냄새가 났지만 꾹 참고 창고에서 영약을 꺼냈다.
손에 잡힌 영약을 보며 잠시 망설인 끝에 입에 집어넣었다.
혀를 마비시킬 듯한 쓴 맛과 함께 갑자기 몸에 불을 지른 듯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큭, 으아아!’
승현은 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통증에 이를 악물었다.
심호흡을 하며 최대한 무극심법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통증이 워낙에 심해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한편 몸은 갑작스러운 마력에 빠르게 반응을 시작했다.
넘쳐나는 마력을 근육과 뼈에 보내고 그렇게 해도 남은 마력은 모두 뇌로 향했다.
우득, 우드득.
뼈가 새로이 맞춰지는 소리가 동굴 안을 요란하게 울렸다.
근육이 비틀리고 끊기면서도 다시 이어지는 등 승현의 몸은 격변을 맞이했다.
연구에 의하면 능력이 오를 때마다 신체와 뇌에도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단순히 수치만 변하는 것이 아닌 거다.
때문에 저레벨 때 과도하게 몰아서 능력을 올릴 경우 심할 경우 쇼크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연구 기록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 승현도 잘은 모르는 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승현에게는 무극심법이란 희대의 기술이 있었다.
영약이 가져다주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잘도 잡아낸 무극심법은 최대한 변화를 늦추면서 신체에 과부하를 덜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극심법의 경로를 통해 움직이는 마력들은 무극심법의 레벨을 빠르게 상승시켰다.
남은 마력은 모두 무극심법에 따라 단전 안으로 인도되었고 그로 인해 레벨이 자연히 상승하게 된 것.
다른 기술이 모두 이 무극심법의 영향을 받는 걸 생각하면 승현의 무력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아무리 무극심법이라고 해도 고통까지는 없애주지 못했다.
승현에게는 영겁과 같은 시간이 흐르고.
“허억, 허억.”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불쾌했지만 지금은 그저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게 기뻤다.
“······다신 먹나 봐라.”
속으로 영약에 대해 온갖 욕을 뱉은 승현은 상태를 열람했다.
[상태]
이름: 최승현.
레벨: 10.
직업: 초보 모험가.
근력: 43. 체력: 47. 지력: 36. 정신력: 37. 마력: 35
추가 능력: 0
-스타팅 부스터로 인해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이 효과는 한 달 동안 유지됩니다.
-스타팅 부스터로 인해 아이템 드랍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 효과는 한 달 동안 유지됩니다.
마력은 25가 오르고 나머지는 모두 20씩 능력이 올랐다.
레벨 하나에 3개의 추가 능력을 얻으니 약 35레벨 가량의 능력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2레벨이던 무극심법의 레벨이 5레벨이 되었다.
[기술]
무극심법
-등급: 불가해. 5레벨
-과거로부터 전해져온 아주 특수한 기술. 신체를 한계까지 활성화하며 때론 한계를 넘어선 힘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사용은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마력을 무형화한 상태로 방출할 수 있습니다.
5레벨이 되면서 한 가지 능력이 더 생겼다.
마력을 무형화 상태로 방출할 수 있는 것. 이 능력이라면 아마 검으로 아름드리나무 하나는 능히 베어낼 수 있을 것이다.
“후우, 효과는 대단하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안 할 거야.”
금세 몇 배는 강해졌지만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동굴에서 나오자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밤이 되면 몬스터는 더욱 흉포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공격성이 극도로 올라간 놈들은 방어나 회피 없이 오직 공격만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오죽하면 필드에서 밤을 보낼 때엔 그냥 로그아웃을 하는 편이 낫다고 하겠는가.
승현도 그 격언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로그아웃했다.
“그러면 잠시 사이트에 들어가 볼까?”
승현은 기어의 비공개 사이트로 들어갔다.
게시판은 난리가 나 있었다.
시작과 함께 조잡한 단검 하나만 주고 싸우라는 게 말이 되냐는 글이나 마을도 없이 시작하는 게 어디 있냐는 글도 있었다. 가장 많은 글은 역시 아무런 시스템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테스트 서버를 깨지 않은 이들이라 그런 듯싶다.
그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글을 확인해본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쓴 이는 테스트 서버를 클리어한 사람인데.
지금 나온 불만에 대한 것에 반박 글이었다.
무기나 방어구는 테스트 서버에서 얻을 수 있고 시스템 역시 테스트 서버를 클리어하면 자동으로 풀린다고 쓰여 있었다.
마을의 경우도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며 지금 불만을 토로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글에 대한 비판과 반박이 댓글로 쭉 달렸지만 그건 읽지 않았다.
다만 글을 쓴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김수호. 한국 최고의 랭커.”
그는 기어와 현실이 합쳐지고 선두에 나선 인물이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워낙 사람이 좋아서 유저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아주 좋았다.
그가 만든 길드는 정의를 수호하고 국가를 위하는 단체라고 알려져 있다.
“개뿔이.”
잠시 김수호와 그의 길드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떠올린 승현은 짧게 일축했다.
승현은 그와 그들의 어두운 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희생자였으니까.
승현의 살생부 가장 윗선에 있는 사람이 김수호와 그 패거리였다.
“기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 넌 죽는다.”
잠시 화면을 노려보던 승현은 이내 다른 게시물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추 시간을 보낸 승현은 다시 기어에 접속했다. 서서히 해가 뜨는 모양인지 하늘색이 변하고 있었다.
“좋아, 우선은 레벨을 올리면서 불가해 등급 아이템의 단서를 찾아보자.”
베타테스트에서 얻을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계 레벨이고 다른 하나는 불가해 등급 아이템이다.
어떤 아이템인지는 몰라도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니 확보해두는 게 맞았다.
한계 레벨이야 당연히 찍어두어야 할 것이고 말이다.
기왕이면 전설적인 등급의 아이템도 얻으면 좋을 것 같다.
승현은 숲 안을 돌아다녔다.
따로 몬스터가 생성되지 않아서 이렇게 발품을 팔아야 했다.
숲 안을 돌아다니니 서서히 몬스터와 만날 수 있었다.
“캬아악!”
“하압!”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는 몬스터에게 검을 휘둘렀다.
승현의 검에는 방출된 마력이 풍기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칼질로 깔끔하게 몬스터의 목을 날린 승현은 전리품을 수거했다.
“기술의 위력이 상당하군.”
승현은 검에서 풍기는 마력을 회수하며 말했다.
원래라면 이렇게 쉽게 물리칠 몬스터가 아니었지만 무극심법으로 강화된 신체와 검은 몬스터를 쉽게 상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생각 이상으로 손쉬운 사냥에 승현은 미소 지었다.
자신의 실력을 점검한 승현은 곧장 몬스터를 찾아 나섰다.
하루 종일 사냥을 한 끝에 승현은 8레벨을 올릴 수 있었는데 밤이 되어도 기어에서 나가지 않고 끝까지 사냥을 했다.
그러는 한편 기술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과거에 가졌던 기술 모두 조금 별난 것들이라 쉽게 습득할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마력이 너무 부족했다.
그렇다고 얻는 추가능력 모두를 마력에 투자할 수도 없고 말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기어 안으로 들어가 2레벨을 마저 올려 20레벨을 만들었다.
20레벨이 되자 승현은 주변 지역에서 벗어나 조금 더 멀리까지 나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 3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승현은 사냥에 집중했다.
그렇게 숲을 돌아다니던 때에 작은 오두막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계십니까?”
“누구요?”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가던 모험가입니다. 잠시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들어오시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산적 같은 생김새의 남자 한 명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승현이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승현을 반겼다.
“이런 곳에 모험가라니 별난 일이군. 그래, 물어볼 것이 있다고?”
“예. 헌데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만 괜찮으신지요?”
“거 조심성 많은 친구군. 할 일도 없으니 아는 거라면 모두 답해주겠네.”
남자의 말에 승현은 웃으며 차근히 질문을 던졌다.
“일단 이곳이 어디입니까?”
“이곳? 이곳은 알타 섬이란 곳이야. 대륙과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지.”
“알타 섬이요?”
“반응을 보아하니 이 섬이 무슨 섬인지 아나 보군.”
“대륙의 중범죄자들을 가두는 감옥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맞네. 어떻게 모험가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건지는 모르지만 자네가 아는 그 섬이 맞아.”
승현은 살짝 놀란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