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70화 (27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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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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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황은 이혼을 허가하지 않았다. 헨리 8세와 캐서린의 결혼은 전임 교황이 허용했던 것이고 캐서린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조카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헨리 8세는 교황청과의 연을 끊어버리고 스스로 국가와 교회의 수장으로 올라섰으며 130개의 대수도원과 578개의 수도원을 폐쇄했다.

당연히 영국 내 가톨릭 세력들은 반발했고 헨리 8세는 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프로테스탄트를 받아들여 키웠다. 프로테스탄트가 가톨릭을 견제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 후 헨리 8세의 뒤를 이었던 독실한 가톨릭 신자 메리 튜더가 프로테스탄트를 핍박하며 ‘피의 메리’라는 칭호까지 얻었지만 그리 길지는 않았다. 메리 튜더의 재위기간은 짧았고 곧이어 엘리자베스 튜더가 왕위에 오르면서 다시 프로테스탄트가 세력을 떨쳤다.

이를 그냥 지켜볼 펠리페2세가 아니었다. 그는 교황보다도 더 독실한 가톨릭 교도였다. 그로서는 도저히 가톨릭을 버린 영국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메리 튜더가 왕위에 오르자 그녀에게 청혼했다. 당시 왕자였던 펠리페2세는 카를5세의 아들로서 미래에 세계 최강국을 물려받을 정당한 후계자였고 잘 생기기까지 했다. 메리 튜더는 그에게 빠져들었고 당연히 청혼을 받아들였다. 펠리페2세는 영국으로 가 메리 튜더와 함께 살았다. 그녀가 임신할 수 없는 몸이란 것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그녀와의 사이에 아이를 만들어 영국의 왕이 되게 만들려고 했던 계획은 그녀가 임신하지 못하면서 틀어지게 된다. 영국 왕실의 신하들은 펠리페2세에게 아이가 없는 이상 메리 튜더가 죽는 순간 그와 영국은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 이야기했고 펠리페2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에스파냐로 떠났다. 그는 메리 튜더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 책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투’ 6장 칼레 해전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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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7년 12월 24일 목요일

엘리자베스 여왕이 요크에 있다고 하기에 도시에 있거나 큰 저택에 머물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옷을 입은 채 막사에 있을 줄이야. 여왕과 나는 도착하고 15분 만에 그녀의 막사에서 독대를 가졌다. 여왕이 군을 이끌고 원정 나온 모습은 처음 봤다. 어색할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갑옷이 잘 어울렸다.

“바로 올 줄이야. 좀 놀랐다. 빨라도 1~2주는 더 기다려야 할 거라 생각했는데.”

놀랐다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표정은 덤덤했다. 나와 같이 온 그녀의 신하가 내가 왔음을 보고하긴 했으니 당연한 거려나. 이럴 줄 알았으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보고하기 전 먼저 들이닥치는 건데 말이야. 그랬으면 저 무표정한 얼굴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에스파냐와 관계된 일에 지체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래. 그 말도 맞지. 상황에 대해서 들었나?”

못 들었다. 여왕의 신하와 2주 가까이 함께 했고 무슨 일인지 묻기도 했지만 단 한마디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모든 일은 여왕에게 들으라며 말이다. 참 짜증나기도 했지만 아랫사람으로선 바른 자세이긴 했다. 모시는 사람의 의중을 모르고 이거저거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다. 모시는 사람이 알리기 원치 않았던 정보까지 흘리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못 들었습니다만... 오면서 보니 요크를 공격해야 하는 모양이군요.”

“맞다.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여왕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가톨릭계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진압하는 중인데 남은 반란분자들이 요크에 모여들어서 저기만 처리하면 끝나는데 저기에 있는 초인 전력이 너무 강해서 큰 피해를 입을 것 같아 나를 불렀다는 거군.

여왕은 내가 빌럼 루이스라는 것을 아니까 부를 만하지. 요크에 있는 자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지만 알바 공작과 그의 세력보다 강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무래도 부탁하는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여왕의 설명은 자세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레스터 백작님으로도 상대하기 힘든 적입니까.”

그가 안트워프 공략을 실패하긴 했지만 초인으로서는 꽤 강하다고 들었다. 발터와 요한이 승패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했을 정도니 보통 실력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지.

“레스터 백작은 없다. 안트워프 공략 실패의 책임을 지고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자숙 중이다.”

“그렇군요.”

하긴 병력 대부분을 잃은데다가 초인도 몇 명 죽였으니까.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었겠지.

“그럼. 여왕님 측의 전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레스터 백작급 초인 둘과 그보다 조금 떨어지는 전력 열이다. 원래 그 정도면 노퍽 공작 정도는 쉽게 진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에스파냐의 초인들이 요크에 있더군. 2명이었는데 둘 다 전설급이었다.”

음... 전설급 둘이 추가되었다고 해서 망설일 정도로 영국이 약하지는 않을 텐데?

“의회에 이야기해서 초인 전력을 가져온다면 쉽게 상대할 수 있긴 하겠지만.... 이번 전투는 반드시 내 세력만으로 행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이용해 귀족 세력을 억누를 생각인데 내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귀족들의 힘을 빌리게 된다면 다시 원점이지. 레스터 백작이나 드레이크가 있다면 네 힘을 빌릴 것 까지도 없었겠지만... 드레이크는 지금 바다에 나가있어서 말이야.”

드레이크라... 그 해적을 말하는 거겠지? 역시 소문대로 여왕의 세력인 모양이다. 에스파냐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고 하더만.

“그럼 저쪽에도 이쪽과 비슷한 전력의 초인이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그보다 조금 약하다고 보면 정확할 거다. 지금까지 확인된 전력은 전설급 초인 셋과 전승, 명품급 초인 여덞이었다.”

“전설급의 실력은요?”

“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슈루즈버리 백작과 프랜시스 둘이서 그들 셋을 상대하더군. 막상막하로 보였다.”

“그 두 분이 이곳에 있다는 레스터백작님 급의 초인입니까?”

“그래.”

그 둘을 발터와 요한급의 초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저쪽에 있는 전설급 초인 세 명은 발터와 요한 둘 정도의 전력이라고 보면 되겠군. 제법 강하다.

“제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전승급 초인 셋의 목이면 충분할 것 같군.”

전승급 초인 셋이라.... 그 정도만 내가 처리해줘도 이미 앞서 있는 전력을 갖고 있던 여왕측은 별 피해 없이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초인 전력을 제외한 일반 병력은 이쪽이 압도적이라고 했으니까.

“보상으로 1억5천만 오션어치의 양모를 주도록 하마.”

전승급 초인의 목 하나당 5천만 오션정도인 건가. 나쁘지 않다. 그 정도 수입이라면 내가 친히 발걸음을 할만하다. 하지만 전승급 초인이라..... 전설급이 옆에 있는데 전승급을 치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연히 전설급 초인을 공격하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겠지만 그만큼 보상이 있을테니까.

보상이 여왕에게 받을 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돈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보상. 바로 보조 아이템 혹은 전리품으로서의 유물 획득 보상이다. 죽여도 되는 전설급 초인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전설급 유물을 얻어둔다면 우리 전력을 강화할 수 있을 테니까.

명품급에 불과한 어머니의 유물을 전설급으로 바꿔줄 수도 있고 토마스나 하벨에게 새로운 유물을 줄 수도 있는 거니까.

“바꿔도 되겠습니까?”

“뭘 바꾸겠다는 것이냐.”

“전승급 초인 셋이 아니라 전설급 초인 둘의 목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대신 3년간 저희 상단의 세금을 면제해주시겠습니까.”

“3년?”

여왕이 눈살을 살짝 찌푸린다. 우리 상단은 거의 독점적으로 발트해에 모직물을 공급하고 있다. 모직물은 직접 만들고 있지만 모직물의 원재료인 양모는 대부분 영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왕이 약속했던 면세는 약 2년 전 끝났는데 그 2년 사이에 발트해의 모직물 시장은 몇 배 이상으로 커졌다.

그리고 지금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3년이나 면세를 약속한다면 손해가 1~2억 오션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3년은 너무 길군. 내 알기론 금년에 지금까지 네 상단이 가져간 양모의 세금이 7천만 오션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전반기에 3천만 오션, 후반기에 4천만 오션이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엔 1억 오션도 바라볼 터.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하고 3년을 생각하면 적어도 4~5억을 달라는 것 아니더냐.”

계산이 빠르다. 역시 이 여왕은 군주라기보다는 상인데 더 가깝다. 어느 군주가 세금이 누구에게세 얼마만큼 들어왔는지 신경쓰겠어. 그냥 얼마 들어왔으니 얼마만큼 쓰자는 생각만 해줘도 감지덕지겠지. 보통 군주들은 얼마 들어왔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막 쓸 테니까. 펠리페2세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많이 벌어들이는데도 매번 파산을 하다니. 정말 돈은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괜찮지 않습니까. 최대로 쳐도 5억. 전설급 초인의 목 하나당 2억 5천만 오션이라면 남는 장사 아닙니까.”

무려 전설급 초인인데 말이다. 아마 전설급 초인을 2억 5천만 오션에 딱딱 죽여주는 암살자가 있다면 서로 의뢰하겠다고 난리일 거다.

“5억 오션만 손해본다면 괜찮겠지. 하지만 네가 그렇게 쉽게 넘길 리 없지. 아마 어떻게든 5억을 넘겨서 훨씬 많은 이득을 보려 할 게 분명할 텐데.”

“제가 무슨 수를 쓰겠습니까.”

“예를 들면 미리 양모를 사서 보관하는 수도 있지. 양모는 보관기간이 꽤 기니까.”

그건 그렇다. 영국 전역을 뒤져서라도 살 수 있는 양모 전부를 사 모은다면 3년 동안 면세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도 10억 오션은 가볍게 넘길 것이다.

“그 전에 물을 것이 있다. 전설급 초인 둘을 정말 처리할 수 있겠느냐. 내 듣기론 동행이 흑인 노예 한 명뿐이라 들었는데 말이다.”

“물론입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무리하는 것이라면 하지 말거라. 네 가치는 이런 일에 목숨을 걸 만큼 작은 것이 아니다.”

“후후.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도 제 목숨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장담하는데 여왕폐하께서 생각하는 것보다 저는 제 자신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목숨을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발터나 요한보다 약간 떨어지는 전설급 초인 두 명. 만약 정말 토마스와 단 둘이 왔다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플로라의 강화도 받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난 단 둘이 오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셋이다. 나와 토마스, 그리고 검은 고양이 마리아.

그녀가 있는 한 전설급 초인 둘쯤이야 어렵지 않다. 마음만 먹는다면 3명 전부도 가능할 것 같지만 전설급 유물의 출력이 10만을 넘는 것 같고 넘버 127의 출력이 30만을 못 넘은 상태이니 한 번에 2개까지만 전리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전리품은 넘버127이 제압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명을 죽이겠다고 한 것이다.

만약 중간에 유물 중 하나가 순순히 내 보조아이템이 되어 준다면 마지막 3번째 전설급 초인도 내가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 보상은 없더라도 전설급 유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니까. 하지만 전설급 유물이 순순히 내 보조 아이템이 되어줄 것 같지도 않아서 두 명이라 이야기했다. 유물을 얻을 수도 없는데 괜히 수고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렇군. 알겠다. 그러면 2년으로 하지. 그 정도면 네가 아무리 대단한 상인이라고 하더라도 영국에서 생산하는 양모의 한계가 있으니까. 6~7억 선에서 해결할 수 있겠지.”

“음.....”

“그게 아니라면 처음 말한대로 전승급 초인 셋만 처리해주면 된다.”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2년으로 하겠습니다.”

“계약서를 받아야 움직이겠지?”

“후후. 상인에게 계약서는 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 하나만으로 많은 돈을 벌거나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죠.”

“그래. 알겠다.”

계약서는 빠르게 만들어졌다. 수백 수천 번 만들어온 것이 계약서인데 어려울 것 없지. 계약서에는 렐리 상단에게 2년간 면세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적혀졌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인장이 찍혀졌다.

“알겠지만 조건을 적지 않았다고 해서 전설급 초인을 죽이지 않고 면세를 주장했다간 크게 낭패를 볼 것이다.”

“물론입니다.”

전설급 초인 둘을 죽인다는 내용은 계약서에 적히지 않았다. 그런 내용은 계약서로 남길만한 것은 아니니까. 계약서에는 그저 렐리 상단에게 2년간 면세 혜택을 준다는 내용만 적혀 있을 뿐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약속한대로 전설급 초인을 죽이지 않은 채 면세 혜택을 주장했다간 여왕의 철퇴를 맞을 것이다. 여왕에겐 계약서 한 장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괜찮은 계약이었다. 마음에 든다. 여왕은 양모에 대해서만 생각한 모양이지만 영국에는 꽤 쓸만한 상품이 많이 있었다. 이익이 많지 않기에 적은 양만 취급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얻은 면세 혜택이 양모만이 아니라 모든 상품을 포함한 것이기에 충분히 이익이 남을 것이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대로 하벨과 직원들에게 면세 혜택을 최대로 볼 수 있는 계획을 짜라고 이야기해봐야겠다. 여왕은 6~7억을 예상했지만 난 그 두 배도 자신있었다. 계획을 치밀하게 짜서 15억까지도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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