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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84년 6월 29일 금요일
알바 공작의 생존이 확인되었다. 고트론 상회에서도, 빌럼 공작이 개인적으로 알아본 곳에서도 그가 살아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6월 중순 다시 한 번 이루어진 펠리페2세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펠리페2세가 발표한 것은 곧 네덜란드의 반역자들을 응징할 것이며 그 선봉에 알바 공작이 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발표는 나를 비롯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에스파냐는 그 발표 내용을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할 수 있었으니까.
그 동안 우리에게 호의적인 앙리3세 덕분에 에스파냐가 네덜란드에 힘을 쏟아 붓는 것을 막아올 수 있었는데 이제 앙리3세는 프랑크 내부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에스파냐에 신경써주지 못한다. 그리고 제국의 왕실은 친가톨릭계이기 때문에 에스파냐와 사이가 좋다.
영국은 에스파냐를 두려워하고 있고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는 모스크바와 전쟁 중이며 도시 연합과 동부 유럽의 국가들은 오스만 제국의 위협에 대비하기도 바쁘다. 이미 몇 군데는 점령당하기까지 했으니까.
즉, 이제부터는 에스파냐를 네덜란드 혼자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두 가지 희망적인 건 병합한 포르투갈의 해외세력을 관리하고 흡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다는 것과 에스파냐 본국에서 네덜란드로 오기 위해서는 뱃길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파냐에 무적함대라는 최강 함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그리고 거리도 멀어서 2~30일은 항해해야 올 수 있는 거리니까. 그것에 나라의 운명을 걸어볼만 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해전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철썩.
“으윽.”
밀려오는 파도에 배가 들썩였고 나와 근접전을 벌이던 발터가 균형을 잃었다.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어깨로 들이 박았다. 발터가 뒤로 튕겨나가 나뒹굴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쓰러진 그를 향해 핸드 캐논과 석궁을 조준했다.
“백작님. 또 죽으셨습니다!”
“젠장!”
“제가 계속 말씀 드렸잖습니까. 육지에서와 달리 배는 계속해서 움직이니까. 파도의 움직임을 신경 써야 한다고요. 파도의 움직임을 보고 배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한 후 그에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육지에서보다 더 다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큰 파도에 배가 튀어 오를 때 같이 뛰어서 더 높게 더 빠르게 점프한다든지 기울어지는 움직임에 맞춰 상대를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슬쩍 밀어서 작은 힘에 배의 움직임까지 더해져서 크게 밀려나 균형을 잃은 상대를 그때 공격한다던지 말이다.
“알고 있네. 알고 있는데 잘 되질 않는군.”
핸드 캐넌을 겨누고 있던 선원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말하는 발터. 꽤 분한 얼굴과 목소리다. 이렇게 맥없게 계속해서 당하니 화가 날만도 하다. 육지였다면 절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별수 없죠. 알고 있어도 안 되는 것은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하시죠.”
“알겠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배 한 쪽으로 밀려난 발터. 그리고 다시 그의 주변에서 핸드 캐넌과 석궁을 겨누고 있는 선원들. 물론 장전되지 않은 것들이다.
“갑판전은 기본이 난전입니다! 적은 사방에 있다고 생각하셔야 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1m 옆으로 밀려나는 것만으로도 적 한가운데 들어갈 수도 있으니 항상 주변을 확인하며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그것도 알고 있어! 이미 몇 번이나 말했던 것 아닌가. 아론 자네 그렇게 안 봤는데 잔소리가 엄청나군.”
“나중에 전투에 들어가게 되면 제 잔소리가 그리우실 겁니다.”
내가 처음 갑판전에 들어갔을 때도 해적들을 상대했음에도 모든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여러 번 공격을 허용했었다. 워리어가 없었으면 부상을 수십 번은 입었을 것이다. 그 후 대부분의 공격을 예측하고 피해낼 수 있게 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으며 그 기간동안 거의 대부분 배 위에서 살다시피 했다.
발터는 나처럼 방어력이 뛰어난 워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갑옷을 입고 있으며 상대할 적이 해적이 아니라 정예병인 에스파냐의 군인이다. 거기에 에스파냐의 초인들까지 상대해야 하니 내가 처음 해전에 데뷔했을 때보다 당연히 훨씬 위험할 터. 철저히 준비시켜야 했다.
“다시 갑니다.”
“그래. 간다!”
다시 발터와 근접 전투를 벌인다. 확실히 발터의 근접 전투술은 발군이다. 내 예전 스타일과 비슷하게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만 사용하는데 나와 다른 점은 그 주먹에 부딪히기만 해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뼈를 에일듯한 냉기와 강력한 폭발 능력. 만약 발터와 싸우게 되면 그의 양손을 철저히 피해야 하고 만약 부딪히게 된다 할지라도 빨리 떨어져서 발터의 기운이 많이 넘어오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덕분에 내 수련에도 꽤 도움이 되었다.
발터만 해전에 대비한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름 전부터 배 다섯 척을 북해에 띄워 오슬로를 오가며 갑판전을 연습하고 있었다. 오슬로 가는 길에 있는 스카게라크 해협이 곧 있을 전투의 전장이 될 영국 남부 해협과 환경이 비슷해서 말이다.
훈련 교관은 나와 토마스, 그리고 숙련선원들이며 제자는 사부님, 발터, 마르텐, 파울, 그리고 네덜란드 전역의 초인 6명과 디르크 기사장이 이끄는 빌럼가 정예보병들이었다. 마르텐, 파울과 각지에서 모인 초인 6명은 전부 전승급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비록 쿤라트와 헤르트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의 아들들 또한 미래에 준수한 강자의 반열에 오를 것은 분명해 보였다. 꽤 재능이 있어보였다.
배 다섯 척에서는 초인들이 흩어져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나와 토마스가 각각 한 척씩 맡았고 숙련 선원들로 구성된 병사들이 2척에서 초인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척에서는 디르크 기사장이 이끄는 빌럼가 정예보병들이 숙련선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주일만에 무시무시한 감각으로 해상에서의 전투 방법을 깨우친 사부님이 한 척의 배를 추가로 맡게 되어 나와 토마스, 사부님이 각각 다른 배에서 초인간의 전투 연습을 도와주고 있었고 다른 한 척에서는 숙련 선원들과 초인들간의 전투를 연습, 마지막 배에서는 숙련선원과 디르크 기사장이 이끄는 정예보병들의 전투 연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디르크 기사장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직 보름밖에 되지 않았기에 발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초인은 숙련선원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하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몇 분에 한 번씩 죽고 있는 발터만이 숙련선원들을 상대로 제법 선전했고 말이다. 비록 힘들어 했지만.
지금의 발터나 다른 초인들도 만약 해적만을 상대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해적들이 아무리 잘 싸워도 숙련선원들보다는 약하니까. 하지만 에스파냐 군을 상대할 것을 상상하며 싸우고 있기 때문에 해적들을 이길 수 있다는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핸드 캐넌도 들고 있을 것이고 각각 개인의 장비도 상당한데다가 전투력도 뛰어날 테니 말이다.
진짜 전투에서는 병사들을 이끌고 싸울테니 지금처럼 2~3명, 혹은 홀로 다수의 숙련선원들과 싸우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훈련은 최악을 가정하고 행해야 한다. 아마 몇 개월 정도 더 수련할 수 있다면 저들도 일반 병사쯤은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도록 익숙해지겠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기에 불안했다. 알바 공작의 출정일이 우리의 훈련이 끝나는 날일 테니까.
알바 공작을 막을 기회는 한 번 뿐이다. 그렇기에 불안감이 더 강해졌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쉴 틈 없이 이들을 몰아붙이는 것으로 풀었다. 이들을 빠른 시간 내에 최대한 강하게 만든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이니까.
요한이 있었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는 나보다도 훨씬 많은 해전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지금 바쁘니 어쩔 수 없지.
***
1584년 7월 2일 월요일
“엄청나군.”
어두운 밤. 요한은 멀리서 칼레 항구를 지켜보며 약간의 두려움 섞인 감탄을 토해냈다. 사방이 마치 낮인 것처럼 환했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갤리온만 4척이 보였고 그 외의 배들도 수십 척이 있었다. 환하게 비춰진 항구 사이로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 돌아다니며 경비를 서고 있었으며 각 배에는 10명 이상의 병사들이 올라타 있었다.
거기에 항구 주변을 십여척의 작은 배들이 횃불을 밝힌 채 계속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마 저 배에도 병사들이 타고 있을 것이다. 완벽한 경비태세. 아무리 십년 넘게 항구를 기습해온 요한이라고 해도 감히 저곳에 쳐들어갈 배짱은 없었다.
곧 있을 에스파냐의 공격 전에 최대한 전력을 줄여보고자 대규모 습격을 준비하고 있던 요한이지만 저런 곳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갔다가는 개죽음만 당할 테니까. 만약 에스파냐 해군을 노린다면 칼레 항구가 아니라 항구에 들어가기 전 바다 위에서 노려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요한과 ‘바다의 거지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바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야다. 멀리 있는 배를 발견하고 쫓아가거나 피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요한이 가지고 있는 배들은 대부분 작은 어선. 대형인데다가 높은 망루까지 갖고 있는 에스파냐 해군에 비해 시야가 좁다. 당연히 에스파냐 해군이 먼저 요한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요한의 어선으로는 근처에 가기 전 대포에 맞아 침몰할 것이다.
“습격은 취소다.”
‘바다의 거지들’만으로 행하려 했던 습격을 취소했다. 요한은 돌아가서 칼레 항구의 상태를 알리고 적어도 중형 이상의 배들을 이끌고 해상에서 요격할 것을 건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1584년 7월 10일 화요일
빌럼 공작은 델프트에 내려와 있었다. 알바 공작의 생존이 확인되고 에스파냐의 공격 발표가 있기 전부터 그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알바 공작의 생존이 확인 된 후에 움직이면 늦기에 그 전부터 외국에 나가 귀족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고 발이 무거운 용병대에 직접 찾아가 고용하기도 했다. 이동하는 마차 안에서 잠을 잤고 밥 먹는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무기와 식량도 직접 현지에서 구매했다. 네덜란드는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나라다. 현재는 절인 청어 덕분에 그 문제가 거의 해결되기는 했으나 곡물 쪽은 여전히 부족하기에 수입해야 했다. 무기 또한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는 무기 제조 기술력이 상당히 떨어지기에 질 좋은 무기를 얻기 위해선 수입해 와야 했다.
이렇게 직접 움직였음에도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귀족이나 용병대들이 에스파냐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꺼린 덕이다. 식량도 별로 구하지 못했다. 식량 수출국인 폴란드가 전쟁중이었기에 수출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무기는 제법 사올 수 있었으나 가장 중점적으로 구했던 핸드 캐넌은 많이 구하지 못했다.
지금 빌럼 공작은 로테르담 북쪽에 있는 델프트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갖고 있었다. 에스파냐가 다스리고 있는 남부 네덜란드에서 에스파냐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언제든 전투에 참가할 수 있도록 네덜란드로 돌아온 것이다. 곧 있을 알바 공작 요격 작전에도 직접 참가 할 예정인지라 이곳에서 잠깐 휴식을 가진 후 3일 뒤 돌아올 예정인 다섯 척의 훈련 선박에 탑승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맞춰 암스테르담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델프트는 분위기 좋고 자연 경관도 좋은데다가 운하도 있어 암스테르담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기에 빌럼 공작이 좋아하는 곳이다. 그는 이곳에 저택을 지어놓고는 가끔 휴식이 필요할 때 찾아와 쉬고 돌아가곤 했다. 그는 델프트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 이야기하곤 했다.
델프트에서 쉬고 있던 빌럼 공작은 의외의 손님을 맞이했다.
“제라드 남작?”
“네. 자신을 발타자르 제라드 남작이라 소개했습니다.”
집사의 말에 빌럼 공작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왜 찾아왔냐는 것보다는 어떻게 찾아왔냐는 의문. 분명 자신이 이곳에 돌아온 것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응접실로 모시게.”
“네. 공작 각하.”
갑작스런 일이긴 하지만 제라드라면 갑자기 찾아왔더라도 만날 가치는 충분했다. 몇 달 전 20자루의 피스톨을 거래한 것을 시작으로 그를 통해 총 100정이 넘는 핸드 캐넌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격이 싼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빌럼 공작에게는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서 오시오. 반갑소이다. 한 달만이던가?”
“정확히 27일만입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작 각하.”
빌럼 공작이 제라드를 직접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처음 만난 이후로 가끔 시간이 날 때나 만났고 대부분은 빌럼 공작의 아들인 필립스가 제라드를 상대했다.
“이렇게 약속도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아니오. 괜찮소. 그런데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은 어찌 알았소?”
“필립스 공자에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수긍이 되었다. 필립스라면 빌럼 공작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가 밖으로 돌아다니는 동안 암스테르담에서의 일을 그에게 맡겼기에 자신의 위치도 항상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무례인 것은 알지만 사안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공작 각하께 꼭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중요한 사안?”
“네. 실은 제 주군께서는 동맹이 어려움에 처했는데도 제대로 돕지 못하고 있다며 항상 안타까워하고 계셨습니다.”
“만스펠트 백작이?”
잠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이번에 찾아갔을 때 도움을 거절한 자였다.
“에스파냐의 힘이 두려워 겉으로 표를 내지 못하셨습니다.”
“그렇구려. 그래서?”
“그래서 제 주군께서는 백방으로 동맹에게 도움이 될 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번에 핸드 캐넌 150정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150정?”
대단한 숫자다. 그가 몇 달간 제라드를 통해 구한 숫자보다도 많았고 직접 돌아다니며 구한 숫자보다도 훨씬 많았다.
“허. 그렇게 많은 수를....”
“보시겠습니까?”
“지금 가져 왔소?”
어떻게 구했는지 물어보려는 찰나 제라드가 보겠냐고 물었다. 그 말은 이곳에 가져왔다는 뜻. 그에 물으려 하던 것을 멈추고 진짜 가져왔는지에 대해 물었다.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첩자들의 눈이 많은 암스테르담보다도 한적한 이곳이 건네드리기에 좋으니까요.”
그럴 듯 했다.
“당장 봅시다.”
***
빌럼 공작은 저택 앞 도로에 줄지어 있는 달구지 3대를 보았다. 그 달구지에는 핸드 캐넌이 들어가기에 적당한 상자 여러 개가 실려 있었다.
“저것이오?”
“그렇습니다. 한 번 보시죠.”
직접 보라는 제라드의 말에 빌럼 공작이 달구지로 다가갔다. 그때.
탕!
제라드가 피스톨을 꺼내 빌럼 공작의 등을 쐈다.
‘성공이다!’
제라드는 자신의 피스톨을 들어 쏘는 순간 자신의 일이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제아무리 초인이라 할지라도 무방비 상태에서 핸드 캐넌에 맞으면 죽는 것은 일반인과 똑같다. 허나 제라드가 무조건 명중이라 생각했던 피스톨의 탄환은 빌럼 공작의 등 바로 뒤에서 멈춰 있었다.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서.
“......”
빌럼 공작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제라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의 사주더냐.”
빌럼 공작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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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1분 늦었다.
양 많으니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