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44화 (24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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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1584년 5월 24일 목요일

본가 지하에 있는 연무실. 토마스 외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이다. 무기술을 배우기 위해 초빙한 무술 선생들도 이곳엔 들어오지 못한다. 바깥에서 배운 후 이곳에 들어와 나 혼자만의 연습을 한다. 사업이 안정되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니 최근 몇 달 동안은 수련에만 매진했다. 상단 운영은 나 대신 해줄 사람이 많지만 싸우는 것은 대신 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직접 전선에 나가서 싸우는 일은 없겠지만 적이 전선을 뚫고 암스테르담까지 쳐들어올 경우 나도 싸워야 할 것 아닌가. 최근 정세는 그런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험했다. 빌럼 공작님이 말했던 것처럼 프랑크 내부가 점점 어지러워져서 에스파냐를 견제하지 못하게 되었고 파르마 대공의 병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에 맞춰 우리도 용병을 고용해서 전력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용병을 통한 전력강화는 분명 한계가 있다. 돈도 많이 들고 말이다. 그리고 파르마 대공의 군대는 알바 공작이 죽은 후 명실공히 에스파냐 최강의 군대다. 그런 강군을 상대로는 용병을 아무리 긁어모아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한손검을 들고 휘두른다. 꽤 괜찮아졌다. 처음에는 몽둥이 들고 휘두르는 것 같았는데 몇 달 흐르니 꽤 익숙해졌다. 원래 한손검을 배울 생각이 없었는데 배우고 싶었던 창술, 투핸드소드에 투창술, 단검술까지 배우고 나니 배우고 싶은 것이 없어 선생을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손검을 익혔다.

지금 내가 휘두르고 있는 한손검은 에스파냐에서 얻은 유물 중 하나다. 전승급 유물로 약간의 신체능력 향상과 날에 독을 품는 능력을 가졌다. 같이 얻었던 다른 검은 상당한 신체능력 강화와 검날을 자유자재로 늘이는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 독이라는 특수능력이 더 탐났기에 이 검을 사용하고 있다.

내가 보조 아이템으로 지정할 수 있는 유물의 수는 5개. 지정대상의 몸을 공중에 띄우는 ‘래빗’, 컴뱃 아머의 형태로 변하며 신체능력을 약간 향상 시켜주는 ‘워리어’, 초진동을 일으켜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퀴버’, 솔코, 거대 돌고래 등을 소환하는 ‘콜레가’, 마지막으로 별 쓸모는 없지만 딱히 가지고 다닐 유물이 없어 보조 아이템으로 지정했던 돌을 생성하는 능력을 가진 ‘스톤메이커’. 이렇게 다섯 개를 갖고 다녔다.

그 중에서 ‘스톤메이커’를 빼고 지금 들고 있는 검을 보조 아이템에 추가했다. 이름은 ‘밴소드’. 한손검의 형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난 넘버127을 이용해 형태를 바꿀 수 있기에 딱히 도움 될 것 같지 않은 한손검을 배우지 않고 있었다. 다른 거 다 배우고 난 후 배울 게 없어서 결국 배우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원래는 사부님께 배우고 싶었지만 사부님의 검술은 다른 사람이 배울 수 없는 종류다. 내가 특별한 형식 없이 대련을 통해 수련을 시켰던 것은 사부님 자신의 무술이 딱히 형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부님의 감각은 형식이 없는 사부님의 검술을 세계 최고의 무술로 만들어주었지만 나는 그런 감각이 없기에 따라 할 수 없다. 솔코의 공간감각이 있기는 하지만 공간감각은 보는 것이고 사부님의 감각은 느끼는 것이니 차이가 있어서 말이지.

뭐. 그래도 이제는 사부님과 검술로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몇 달간 연습 했으니 꽤 숙련되기도 했고 난 사부님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능력이 있으니까. 기술이 안 되면 힘으로 밀어붙이면 되지 뭐.

스톤메이커는 빌럼 공작님에게 팔았다. 명품급인데다가 돌을 생성하는 것 외에는 별 능력이 없어서 누가 쓸까...싶은 유물이지만 유물이긴 하니까 누군가 잘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빌럼 공작님이라면 주인을 잘 찾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에스파냐에서 얻은 다른 유물인 ‘검소드’도 팔고 싶었지만 이 ‘검소드’는 전승급 유물이라 그럴 수 없었다. 전승급에서도 꽤 괜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명품급이라 속일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가지고 있기로 했다.

꽤 괜찮은 유물인 것 같으니 주인을 찾아준다면 네덜란드 국력에 꽤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도저히 이걸 어떻게 구했는지 내 능력을 밝히지 않고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별수 없지. 내가 갖고 있다가 믿을만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한테 줘야지.

적당히 수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이대로 저녁 식사 전까지 수련에 매진하겠지만 오늘은 약속이 있다.

“몇시야?”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토마스에게 땀을 닦을 천을 받으며 물었다. 이 천은 면직물이네. 양모는 땅을 닦기엔 부적절한가? 한번 알아봐야지.

“2시 24분입니다. 약속시간까지 2시간 36분 남았습니다.”

“그래? 아직 꽤 남았네?”

흠... 수련을 더 할까? 아냐. 부른 사람이 빌럼 공작님인데 조금 일찍 가있어야지.

“씻을 물은 준비 됐지?”

“네.”

“그럼 씻고 바로 외출복을 입을게.”

“준비해두겠습니다.”

오늘 아침 빌럼 공작님의 전갈이 왔다. 오늘 오후 5시에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내용이었다. 마우리츠는 레이던 대학에 가 있고, 나와 빌럼 공작님이 단 둘이서 가볍게 저녁식사나 하는 사이도 아니기에 뭔가 이유가 있을 터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되는 것이 없었다.

‘발트해 진출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물어보려고? 용병 고용비 때문에 돈을 내놓으라고 이야기하려고? 마우리츠와의 약혼식에 대해 논의 하려고? 그것도 아니면 전장에 나가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하시나?’

짐작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딱 ‘이거다!’하는 것은 없었다. 만약 저런 내용을 이야기할 거였다면 며칠 전에 소식을 줬을 것이다. 절대 아침에 이야기해서 바로 오늘 보자고 하지 않고 말이다.

***

“안녕하십니까.”

4시 30분경 빌럼가에 도착했다. 아직 식사가 준비되지 않아 빌럼 공작님이 응접실에 계시다고 하여 그곳으로 향했다. 집사가 열어주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빌럼 공작님 외에도 사부님과 디르크 기사장이 있었고 의외의 인물이 세 명 더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에흐몬트 백작 발터였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에흐몬트 백작님.”

“그래. 거의 2년만인가. 그 날 이후로 보지 못했으니까.”

발터와는 알바 공작을 암살한 이후로 보지 못했다. 소문에는 기사를 모집하고 군사력을 확충하는데 열중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에스파냐와의 싸움을 대비하고 있었겠지. 쿤라트의 시체를 가져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야. 아직 쿤라트와 헤르트의 공식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을 보면 충분히 알만한 내용이다.

“오랜만에 뵙겠소. 렐리 남작.”

“주군께 이야기 들었소. 이제야 감사 인사를 드리는 구려. 주군을 도와줘 고마웠소. 렐리 남작.”

그리고 남은 둘. 오랜만에 보긴 하지만 익숙한 얼굴이다. 쿤라트와 헤르트의 아들들. 마르텐 히벤달과 파울 로트세이. 둘의 가문은 계승귀족이었으니 둘 다 지금은 남작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예. 안녕하셨습니까. 히벨달 남작님, 로트세이 남작님.”

상당히 의외다. 빌럼 공작님의 저택에서 에흐몬트 가문의 사람들을 볼 줄이야. 대부분 에흐몬트에서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 자리에서 아론만 모인 이유를 모르고 있겠군. 말해주겠나. 발터.”

“네.”

비어 있는 소파에 앉자 빌럼 공작님이 급히 재촉했다. 상당히 급하다. 인사만 하고 바로 본론을 꺼내려 하다니. 원래는 약간의 담소를 나눈 후 본론에 들어갈텐데. 이렇게 빨리 본론을 꺼내길 재촉하는 것을 보면 사안이 급한 모양이다. 그리고 보통 빌럼 공작님이 급하게 생각하는 사안은 에스파냐에 관계된 일이지.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보통 이렇게 응접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억지로라도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이다.

“사안이 급하니 짧게 말하겠네. 알바 공작이 살아있네.”

그래. 저런 거. 내가 내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지금 발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은 내 표정에는 ‘어리둥절.’이라고 써있을 것이다.

“알바 공작이라면... 에스파냐의 그 알바 공작 맞습니까? 강철 대공?”

발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그 말고는 알바 공작이라 부를 사람이 없긴 하다. 하지만 순간 다른 알바 공작이 있는지 착각할 정도로 발터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았다.

“분명 그는 죽었다고.... 펠리페2세가 공식 발표까지 했지 않습니까.”

“거짓이었던게지.”

빌럼 공작님이 입을 열었다.

“알바 공작은 상당한 중상을 입었지. 그것은 확실한 사실이지 않은가.”

“네. 치명상을 입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그래. 그때 중상을 입고 숨었을 거야. 숨어서 상처를 치료했던 거지. 펠리페2세가 그런 발표를 한 것은 중상을 입은 알바 공작을 보호하기 위해서고 말이야. 우리가 알바 공작이 중상을 입고 치료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다시 암살을 시도할 것을 우려해서 말이야.”

확실히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다시 초인을 파견했을 수도... 물론 나는 다시 가지는 않았겠지만 말이야. 한 달가량을 야산에 살면서 씻지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그 고생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나는 그곳에서 돌아오자마자 에스파냐에 첩자를 파견하기 위해 준비했네.”

발터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쿤라트의 시체를 빼내기 위해 정보가 필요했고 그런 정보를 얻기에 고트론 상회의 정보력은 너무 약했다. 에스파냐에 사는 일반 시민 정도의 정보력이니까. 그래서 에스파냐 내부에서 고급 정보를 수집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자해서 몇 개월 전에 겨우 리스본에 대한 정보 기반을 만들어 활동시키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그 정보 기반이 알바 공작에 대한 정보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들은 우연히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알바 공작과 비슷한 사람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지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안겨서 마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 정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알바 공작의 생존이 사실로 확인 되었고 곧 네덜란드로 건너와 총사령관으로서 군사를 지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큰일이군요.”

배로 1달거리에 있는 곳에서 날아온 정보다. 아직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알바 공작이라면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는 상태라고 해도 입만 움직인다면 그의 지휘로 군의 위력이 훨씬 강해질 테니까. 그가 없는 지금도 충분히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그마저 합류한다면 위협이 몇 배는 커진다.

발터의 설명이 끝나고 빌럼 공작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트론 상회에도 사실을 확인하라고 명령을 내려뒀네. 그리고 나도 개인적으로 알아 볼 생각이야.”

“사실이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아무래도 다시 리스본으로 가 암살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겠지. 그쪽에 아직도 우리측 주요 초인들의 초상화가 돌아다니고 있거든. 나를 비롯해 발터나 보어 남작, 요한, 자네, 그 외의 네덜란드의 강자들 모두가 에스파냐 땅에 발을 들이밀지도 못하고 발각될 거네. 그러니... 에스파냐 땅이 아닌 곳에서 그를 잡아야 할 거야.”

에스파냐 땅이 아닌 곳이라.... 이베리아 반도는 전체가 에스파냐의 땅이다. 그리고 남부 네덜란드도 지금은 에스파냐의 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그렇다면....

“바다군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논의가 된 사항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는 직접적으로는 네덜란드 군부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전부 군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지. 이미 알바 공작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한 후일 것이다. 그 후에 나를 부른 거겠지. 그들끼리 협의를 했음에도 나를 불렀다는 것은 내 힘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하고 싶습니다. 제 역할은 있겠죠?”

“후후. 물론이지.”

배를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내 자금력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필요로 할만한 것은 내 무력이겠지. 그렇다면 저쪽에서 말하기 전에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그 쪽이 저들에게 내 인상을 더 좋게 하겠지. 그리고...

배경이 바다. 바다에서라면 나는 2배는 더 강해진다고 자신한다. 바다에서의 전투는 육지에서의 전투와 다르다. 그리고 난 대부분의 전투를 바다위에서 겪었다. 나에겐 육지가 낯선 전장이고 내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곳이다. 거기에 보조 아이템들의 능력이 바다에서 활용하기에 좋은 능력들이니까. 알바 공작이 정말 살아있고 이곳으로 올 예정이라면 바다에서 상대하는 것이 가장 쉽다.

알바 공작. 정말 살아있다면 이 말이 하고 싶다. 너는 절대 네덜란드 땅을 밟지 못할 거다. 전장이 네 영역이라면 바다는 내 영역이다.

============================ 작품 후기 ============================

이거 역사소설 아닙니다.

그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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