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38화 (23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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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피하십쇼!”

요한의 고함소리에 발터가 강하게 발을 굴려 몸을 날렸다. 요한도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고 방금 전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주먹보다 약간 크고 길쭉한 뾰족 돌멩이 수십 개가 박혀들었다.

“젠장. 헤르트!”

발터가 업고 있던 헤르트를 내려놓으며 그의 몸을 살폈다. 몸을 날릴 때 헤르트의 몸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을 느꼈다. 그의 생각대로 헤르트의 왼쪽 허벅지에 돌멩이 하나가 박혀 들어가 있었다. 발터는 그 돌멩이가 헤르트의 몸에 박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것을 뽑아버리면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았으니까.

“하아.....”

길게 한숨을 쉰 발터는 이를 악물곤 헤르트를 요한에게 넘겼다. 요한은 자신에게 받으라는 듯 헤르트를 주는 발터를 보며 흠칫했다.

“받을 수 없습니다. 남작님은 백작님께서 끝까지 책임지셔야 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헤르트를 넘기는 발터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자신이 뒤에 남아 적을 잡아둘 테니 헤르트를 데리고 도망치라는 뜻이었다.

“부탁하네.”

“그럴 수 없습니다. 남작님에게 두 번이나 주군을 잃는 슬픔을 안겨주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여기 남겠습니다.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솔직히 제가 백작님보다 강합니다.”

“...... 부탁하네....”

요한이 자신이 남겠다며 발터를 설득하려 해보았지만 발터는 계속 부탁한다는 말만 하며 요한에게 헤르트를 내밀었다. 요한이 발터의 눈을 보았다. 핏발선 눈. 요한은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헤르트를 받아들었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만 하루동안 능력을 사용하느라 지친 그가 남아봤자 단 5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란 것을. 여기서는 그나마 덜 지친 발터가 남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을 효율만 따지며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는 방금 말했다시피 자신이 발터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루이웨가 내렸던 판단과 똑같이 자신보다는 발터가 네덜란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영주로서의 영향력, 네덜란드에서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재산의 소유자, 수많은 기사와 병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플랑드르의 정통 계승자로서 훗날 플랑드르를 네덜란드의 품에 안길 수도 있는 가능성의 소유자다. 그에 비해 자신은 몰락귀족가의 힘만 강한 초인일 뿐. 발터와는 비교 불가의 대상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요한이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는 로테르담에서만큼은 발터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여하튼 자신보다 발터가 네덜란드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요한은 순간 자신이 남아 죽을힘을 짜내어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터의 눈빛을 본 순간.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모두가 죽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헤르트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부탁하네.”

다시 한 번 부탁한다는 말을 하는 발터에게 요한은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면 가슴을 가득 채운 울분을 터뜨리며 소리를 지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눈앞의 젊은 영웅이 신념에 가득 찬 눈으로 말을 하는데 차마 괜한 고함으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대답은 하지 않았어도 요한의 얼굴에 모든 것이 드러났다. 발터가 몸을 돌렸고 요한은 헤르트를 안아든 채 달려 나갔다.

“쫓아가라.”

어느새 30m떨어진 곳까지 도착한 에스파냐 초인들. 알바 공작이 명을 내렸고 이미 사전에 이야기한바가 있었던지 초인 10명이 자리를 박차고 발터를 우회해 달려 나가려 했다.

짤그락.

발터는 자신을 우회해 요한을 쫓으려 하는 자들을 보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며칠 동안 틈틈이 주워놓은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주머니속의 돌멩이들을 만지작거렸을 뿐이다.

발터가 돌멩이를 양 주먹 가득 꺼내 들었고 순간 발터의 왼팔은 빨갛게 오른팔은 파랗게 변했다.

***

열흘 전. 발터는 도망치며 자책하고 있었다.

‘원거리 능력자가 한 명만 더 있었어도....’

그래서 첫 공격 때 헤르트의 폭발을 보조했다면 그것으로 임무를 완수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쫓기는 처지가 아닌 조금 더 여유롭게 움직여 별 탈 없이 프랑크 국경을 넘었을 것이다.

‘아니. 쿤라트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적을 타격할 방법을 개발해냈다. 그런데 나는 내 양손이 닿는 거리에 있는 적 외에는 타격할 방법이 없지. 내 탓이야. 내가 유물을 다루는 능력을 발전시키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기에 쿤라트가 죽었어.’

발터는 자기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과거 유물을 얻은 후 발터만이 아니라 쿤라트와 헤르트도 함께 유물을 이용한 전투방법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아니, 솔직히 지금 발터의 전투방식은 쿤라트와 헤르트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봐도 되었다.

발터의 정확한 능력은 양손에서 시작된 기운이 발터가 원할 때 사라지면서 얼리거나 폭파시키는 것과 신체능력의 전체적인 향상이다. 왼손에서 시작되는 파란색의 기운은 모든 것을 얼리는 차가운 냉기를 뿜고 오른손에서 시작되는 빨간색의 기운은 폭발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발터는 각 기운의 세기를 정할 수 있고 잘 조정하면 범위도 조정할 수 있다. 처음엔 각 기운이 발터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애먹었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기운을 맞닿은 상대에게 옮겨 밖으로가 아니라 안쪽으로 발산하도록 만드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터득하고 체화한 후 발터는 자신이 무적이나 다름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강하게 때릴 필요도 없고 닿기만 하면 된다. 닿기만 하면 기운을 옮겨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쿤라트는 물론이고 헤르트 마저도 누구도 두 개의 기운을 동시에 맞으면 살아날 수 없을 것이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살아남는 자를 만났다. 그리고 상대에게 공격이 닿지 못하도록 방패로 모든 것을 막아내는 자를 만났다.

‘내가 자만하지 않고 제대로 능력을 발전시켰다면... 그랬다면 쿤라트는 지금 내 옆에 서 있었을 거야. 그리고 헤르트도 사경을 헤매지 않았을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길이었지만 생각할 시간은 많았다. 달리고 걷고 숨어있는 모든 시간이 생각할 시간이었다. 잠도 하루에 1~2시간밖에 못 잤다. 일주일간 스스로를 자책하기만 하는 발터였다. 만약 헤르트가 그의 등에 업혀있지 않았다면 에흐몬트가의 긍지를 지키겠다며 추격자들과 싸웠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발터의 머리가 점점 식기 시작했다. 점점 후회하며 스스로를 나무라는 시간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알바 공작은 곧 네덜란드로 올 거야. 돌아가면 전 재산을 투자하여 용병을 고용하는 거다. 이 전쟁 끝에 에흐몬트가의 몰락이 있을지라도 알바 공작만은 파멸시킬 거다.’

전대 가주와 제1가신이 그의 손에 죽었다. 발터는 이제 에흐몬트가나 알바 공작. 둘 중 하나는 하늘 아래에서 사라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능력을 발전 시켜야 해. 원거리 능력. 원거리가 힘들면 중거리라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해.’

아예 무에서부터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쿤라트, 헤르트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던 것 중 원거리까지는 힘들어도 조금 떨어져 있는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 있었다.

바로 사물에 기운을 집어넣고 던지는 것.

발터는 상대에게 기운을 옮길 때 얼마만큼 지난 후 어떤 방법으로 기운을 터뜨릴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상대의 덩치가 얼마나 되든지 기운으로 전체를 감싼 후 터뜨릴 수 있는 것이다. 덩치가 작으면 빠르게, 덩치가 크면 좀 느리게. 발터는 상대의 크기에 따라 기운이 전부 감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수많은 연습과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이 성질을 이용해 사물에 기운을 집어넣으며 일정 시간 후 터지게 설정한 후 던지는 것이다. 상당히 좋은 활용 방법이었지만 당시 발터의 유물 활용 능력으로는 충분히 멀리 던진 후 터뜨릴 만큼 기운이 터지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 불가능했고 근접 전투 방식에 익숙해지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에 뒤로 미뤄졌던 방법이다.

발터가 충분히 근접 전투 방식에 익숙해진 3~4년 전에는 이미 스스로가 최강자 중 하나 일거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기에 다른 전투 방식을 연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부터는 전투능력 향상보다는 가주로서 나서서 가문을 발전시키기에 바빴다.

발터는 그 방법을 생각해내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기운을 불어넣을 대상은 돌멩이였다. 폭발하는 기운을 연습하다간 추격자들에게 위치를 들킬 수 있으니 냉기를 뿜어내는 기운을 이용했다.

지금 발터가 기운을 이용하는 방법은 발산이 아니라 수렴이었지만 사물에 기운을 실어 던지는 방법에는 수렴이 아니라 발산이 필요했다. 기운이 터지는 것을 수렴시켰다가는 돌멩이만 얼고 말테니까. 발산시키는 것은 간단했다. 기운을 통제하던 것을 하지 않으면 되었으니까. 돌멩이에 기운을 실어 던졌다.

파사삭.

돌멩이가 조금 떨어져 있는 풀더미를 얼렸다.

‘아직이야. 조금 더 멀리 타격할 수 있도록 기운이 터지는 시간을 지연시켜야해. 그리고 기운이 터질 때 수렴과 발산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수렴을 없애고 발산만 할 수 있다면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거야.’

발터는 계속해서 바닥의 돌멩이를 주워 던지며 연습했다. 점점 기운이 터지는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었고 얼마만큼의 힘으로 던지고 어느 정도 지연시켜야 어느 위치에서 터지는 지에 대해서 익숙해지고 발전해나갔다. 하지만 수렴 없이 발산만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기운을 수렴만 시키는 것에만 3년이 걸렸으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할 생각이었다.

***

다시 현재. 여전히 발터는 돌멩이를 던져 기운을 터뜨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지금 돌멩이를 던져서 자신을 우회해 요한에게 가려는 자들을 맞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를 던져 맞출 자신이 없으면 많이 던지면 되는 법.’

그의 기운이 돌멩이들에 주입되었다. 그리고 힘차게 양쪽으로 뿌렸다. 돌멩이들은 마치 그물이 펴지듯 퍼져서 초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버버버버벙.

파사사사사사삭.

“크윽.”

발터의 왼쪽에 있던 자들에게는 폭발이, 오른쪽에 있던 자들에게는 냉기가 엄습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무방비로 당한 그들의 발이 묶였다. 아직 수렴과 발산으로 기운이 분산되어 위력이 약하기에 초인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경계할 정도는 되었다.

발터는 빠르게 주머니 속 돌멩이들을 꺼내 그들을 향해, 그리고 요한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길목에 던졌다. 초인들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다시 한 번 더, 그리고 알바 공작이 있는 곳에까지 총 네 번 뿌리자 주머니 가득 들어있던 돌멩이들이 사라지고 몇 개씩 밖에 남지 않았다.

‘돌멩이를 가득 담아 둘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어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더 이상 던질 돌멩이가 없자 발터는 돌멩이를 더 모아두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물론 지금 당장 없으니 아쉬워하는 것일 뿐이었다. 도망치는 입장에서 돌멩이가 가득 들어 있는 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혹시 쓸지 안 쓸지 모를 돌멩이를 기동력을 저해하면서까지 가지고 다니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발터는 왼쪽의 초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쪽은 포기한다. 양쪽 다 막을 수 없으니 사람 수가 더 많은 여섯 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네 명 정도는 요한이 아무리 지쳤어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작의 양손에 닿으면 안 된다!”

알바 공작이 소리치며 방패를 소환해 초인들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여섯 명을 뽑아 요한이 있는 곳으로 향한 네 명의 뒤를 따라가 도와주라 지시했다. 그가 생각해도 단 네 명으로 요한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열 명이면 지친 요한정도야. 충분히 감당하겠지.’

그는 원래 저들이 다시 한 명 남는다면 무조건 요한이 남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발터가 남는 것을 보며 요한이 상당히 지쳤음을 알 수 있었다. ‘땅 속으로 이동한 능력이 요한의 능력이었군.’이라 그는 생각했다. 만 하루 동안 이동했으면 충분히 지쳤을 것이라 생각했다. 원래의 요한이라면 열 명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서 마우리시오까지 붙였겠지만 지친 요한이라면 저들 열 명으로 충분했다.

뒤에 남을 자가 뒤쫓은 초인들의 발을 잡을 때. 숫자가 더 많은 그룹을 향해 갈 것이란 것도 이미 예상한 일이다. 그래서 여섯 명 쪽이 전부 명품 급인데 반해 네 명쪽은 전부 전승급의 초인이었다. 거기에 다시 명품급 초인 여섯을 붙여주었으니 멀쩡한 요한이라 해도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전력이다.

“마우리시오. 가라. 가서 에흐몬트 백작을 내 앞에 무릎 꿇려라.”

“네!”

마우리시오가 발터를 향해 달려 나갔다. 이제 알바 공작의 곁에 남은 초인은 전승급 다섯 명. 거기에 방패 4개를 발터의 공격을 막는데 사용하고 있었기에 그의 곁에는 네 개의 방패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 그의 뒤로 아론, 토마스, 마리아가 접근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어제 말씀드린대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휴재를 한 후 화요일부터 새벽 17분 연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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