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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마우리시오가 프란시스코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이고 있지만 프란시스코는 그 모습을 충분히 이해했다. 물론 순간순간 발끈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분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진다.
최근엔 펠리페2세와 알바 공작의 사이가 좋아져서 함께 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거의 적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대립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선봉에 있었던 것이 프란시스코 백작이다. 아무리 왕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알바 공작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프란시스코가 펠리페2세의 명을 전달했고 대부분이 알바 공작에게 좋지 않은 것들이었기에 알바 공작의 부하들은 프란시스코를 상당히 싫어했다.
하지만 프란시스코는 오히려 그들을 존경했다. 알바 공작의 전설과도 같은 전장의 업적. 프란시스코는 그것을 알바 공작 홀로 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알바 공작이 강력한 초인인 것은 맞지만 전설로 불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만해도 1:1로 싸우면 알바 공작을 이길 자신이 있다.
알바 공작의 명성은 병력의 수가 많아질수록 빛을 발하는 그의 능력과 뛰어난 전술, 그리고 역시나 뛰어난 그의 부하들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마우리시오 같은 자 말이다. 알바 공작을 상대하면서 곁에 있는 것을 자주 보았던 자지만 그렇게 강한 자인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알바 공작의 도움이 있긴 했으나 적의 강력한 공격을 홀로 받아내던 그 모습. 자신의 공격이 그의 방어를 뚫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의 강력한 방어력이었다.
그런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전장에서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일원일 것이다. 나라에서 손에 꼽힐만한 무력을 갖고 있음에도 한 사람의 이름없는 부하로 만족하고 있다니.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부러웠다.
명성이 있으면 명성 때문에 마음껏 전장에 나설 수 없다. 정말 중요한 작전이 아니라면 말이다. 반면 명성이 없다면 그 어떤 전장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제약도 없이 말이다.
‘내가 귀족가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알바 공작과 함께 수많은 전장을 경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이 기회다.’
프란시스코는 펠리페2세와 함께한 이후 많은 일을 함께 하고 있고 알바 공작이 별 티를 내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을 배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전에 인도 공략을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왕의 곁을 지키라며 거절했던 것이고 말이다. 이번에 보여줄 것이다. 알바 공작의 명을 완벽히 수행해서 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각인을 심어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부탁할 것이다. 이번 네덜란드 원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그리고 이어질 인도 원정에도.
‘그러기 위해서 후방에서 교란하고 있는 네덜란드 초인들을 완벽하게 붙잡는다.’
비록 상대가 강력하지만 자신과 자신이 데려온 산티아고 기사단의 초인 20인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프란시스코가 속한 산티아고 기사단은 에스파냐에 존재하는 4개의 초인 기사단 중 하나이다. 에스파냐는 국가에 속한 초인들을 능력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기사단에 소속하게 되는데 산티아고 기사단은 무기술을 익힌 신체능력 강화 계열 초인들이 소속된다.
초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사단은 아니고 원래 존재하던 전통 있는 기사단으로서 수많은 귀족과 일반 기사들이 소속되어 있는 기사단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초인 기사단들에 비해 무력이 많이 부족하기에 권력을 가진 소속원들에 의해 이미 소속되어 있는 기사들과 비교해도 큰 위화감이 없는 강화된 신체능력을 이용해 무기술을 사용하는 초인들을 가입시킨 곳이다. 이사벨라 여왕이 광휘의 주인이던 시절 광휘의 기사들이 소속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원거리 타격 능력이 없는 기사단이다보니 부족한 원거리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소속 초인들에게 공통적으로 가르친 것이 투창술이었다. 투창은 활이나 석궁과 달리 사용자의 힘이 강할수록 위력이 높기에 초인들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원거리 공격기술이었다. 이 투창술은 처음 고안한 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수십의 초인들이 던지는 강력한 위력이 담긴 투창은 아무 피해 없이 초인 4~5명을 잡는 위용을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거기에 알바 공작이 전설급 초인 둘을 더 붙여줬다.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 없는 일이다.
“경계해라. 전설 2~3등급의 실력자가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암살당할 정도의 실력자가 저들에게 둘이나 있다.”
소란이 일었던 곳에 가까워지고 프란시스코는 휘하의 초인들에게 경고했다. 광휘의 주인을 지키다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죽은 두 명의 초인을 떠올렸다. 그 중 한 명은 그날 낮에 함께 싸웠던 자로서 프란시스코가 보기에 적어도 전설 3등급의 실력을 갖고 있던 자였다. 그런 이들이 아무 것도 못하고 당할 정도로 암습에 능한 자가 적에 있었다. 당연히 습격에 대비해야 했다.
근처에 도착한 프란시스코는 숲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 병사들을 철수시키지 않았으니 분명 다시 습격해올 것이다. 아무리 어둠에 친숙하고 숨는 걸 잘하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공격할 때는 모습을 드러낼 터.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그들의 위치를 알려줄 것이다.
..........
없다. 소란이 일어나는 곳이 없었다.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들리긴 한다. 적을 찾으라는 고함소리가. 하지만 프란시스코가 원하는 것은 비명소리였다. 그런데 들리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쉬지 않고 들렸던 소리인데.’
분명 알바 공작과 헤어져 여기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시끄러울 정도로 숲속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신이 여기 오자마다 그 소리가 사라지다니.
‘내가 온 것을 알아챈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적은 보름 동안이나 수천 명의 병사들에게 들키지 않고 뒤를 따라왔다. 그런 것은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특별한 능력이 적 감지능력일 가능성도 크고 말이다.
‘혹시... 우리가 온 것을 확인하고 에흐몬트 백작을 잡으러 간 알바 공작님 뒤를 치러 갔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 정말 그렇다면 돌아가 봐야 한다. 물론 알바 공작과 그 일행이 쉽게 당할 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의 전력이 자신들이 생각한 최대 전력에 근접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프란시스코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모두 다시 돌...”
적이다!
초인이다! 빨리 지원 와!
“가자.”
돌아가려던 프란시스코. 하지만 그 순간 병사들의 비명이 들려왔고 바로 그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아마도 잠깐 이동 중이었나 보군.’
프란시스코는 병사들을 습격하던 네덜란드 초인들이 전부 습격을 끝내고 다음 습격 대상을 찾는 순간 자신이 도착한 것이라 생각했다. 저 멀리서 에스파냐 병사들을 상대하는 루이웨의 모습이 보였다. 물 흐르듯 빠르게 움직이는 루이웨. 이러다가는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 병사들이 전부 쓰러지고 루이웨는 자리를 피할 듯싶었다.
“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투창을 던져!”
프란시스코의 명령에 나무에 가리지 않고 루이웨를 타격할 수 있는 자들이 우선적으로 투창을 던졌고 방해물에 가려서 던지지 못한 자들은 투창을 던지기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
쉬쉬쉭.
일곱 개의 투창이 루이웨를 향해 날아갔다.
***
삭.
“크르륵.”
루이웨가 마지막 병사의 목을 베는 순간.
‘일곱.’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투창 일곱 개를 감지했다. 빠르고 강력했다. 루이웨는 검을 휘둘러 두 개의 투창을 쳐내고 가볍게 움직여 한 개의 투창을 피해낸 후 그 자리에 멈췄다. 애초에 나머지 2개의 투창은 루이웨가 완전히 옆으로 피할 것을 대비해 루이웨 주변으로 던졌던 것. 자신을 향해 정확히 날아오던 세 개를 막아냈으면 나머지는 피할 필요가 없었다.
휘휘휙!
투창은 루이웨의 바로 옆을 지나갔으나 루이웨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스물세 명......’
적 초인의 정확히 반이다. 만약 이 23명의 초인이 전부 명품급이라 할지라도 루이웨는 당장 여기서 자리를 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상대 전부가 명품급일리는 없다. 전승급도 있을 것이고 전설급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당장 자리를 피해 도망쳐야 하는 전력인 것이다. 하지만 루이웨는 도망치기는커녕 그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불덩어리를 만들어 적들을 향해 밀어 넣었다.
당연히 대비하고 있었던 초인들은 단 한 명도 당하지 않고 사방으로 피해냈다. 불꽃이 지나간 자리의 나무와 풀에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고 루이웨는 긴장하며 적들이 가해 올 공격에 집중했다.
‘5분.. 5분동안 어떻게든 버텨낸다. 5분이다.’
루이웨는 다짐하듯 계속해서 5분을 속으로 되뇌었다.
쉬쉬쉭!
다시 투창이 루이웨를 향해 날아갔다.
***
루이웨가 프란시스코와 22명의 초인을 맞이하는 그 순간. 아론과 마리아, 토마스는 발터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리고 있었다. 프란시스코가 했던 생각은 거의 맞았다. 루이웨를 남겨두고 셋이 향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아론 일행의 이번 전투 목적은 에스파냐군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발터 일행의 탈출. 그것이 목적이었다. 그러기 위해 에스파냐 병사들을 습격한 것이다.
병사를 습격한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병사들의 수를 줄이는 것. 병사들과 싸우는 것이 무섭지는 않지만 그들의 수가 많으면 앞으로도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도망 칠 때도 걸리적거릴 것이니까. 많이 줄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다른 하나는 바로 초인들의 유인이었다. 아무리 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발터 일행을 빼내는 것이 목적이라 할지라도 에스파냐의 초인들 전부가 모여 있으면 일이 힘들어진다. 어쩌면 발터 일행을 빼내기는커녕 아론 일행까지 잡혀버릴 수도 있는 전력차. 그렇기에 소란을 일으켜 적 초인들을 유인한 다음 그들이 오는 것이 확인되면 루이웨만 남겨두고 셋은 빠져나가 발터 일행 쪽으로 가기로 했다.
초인들이 오는 것을 감각으로 확인한 루이웨가 공중에 숲 위에 작게 불꽃을 일으킨다. 병사들을 사냥하면서도 하늘을 주시하던 나머지 셋은 곧바로 그 지역을 이탈해 발터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한 것이다.
‘사부님 부디....’
아론은 루이웨가 자신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무사히 버텨주길 간절히 빌었다. 원래는 마리아나 아론이 남으려 했다. 내구력이라면 그 둘이 가장 뛰어났으니까. 하지만 루이웨가 내구력이라면 몰라도 방어능력이라면 자신이 최고라며 나섰다.
-내 장담하마. 이 세상 그 누가와도 내 털끝하나 스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긴 했으나 실제로 루이웨는 회피능력으로는 세상 그 누구도 자신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아론은 자신이 남겠다고, 자신에게는 공간이동 능력과 공중부양 능력도 있다고 비밀까지 밝히며 말했지만 루이웨는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 다른 능력들을 봤을 때 그 능력들은 부가적인 능력일 터. 뭔가 제한이 있을 것이다. 내게도 비밀로 한 것을 보면 뭔가 결정적일 때 써야 하는 능력들이겠지? 네가 그 능력들을 사용할 때는 상대를 잡아둘 때가 아니라 피해야할 때일 것이다. 적들의 공격은 순수한 네 능력으로 막아내야 하겠지. 그렇다면 당연히 내가 더 오래 잡아둘 수 있다. 이 작전의 성공여부는 갈라져 나온 적을 얼마나 오랫동안 막아둘 수 있느냐에 있을 터. 당연히 내가 적임자다.
아론은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발터 일행을 여기에서 빼내야 한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그에게는 발터 일행 전부보다도 루이웨 한 명이 중요했으니까.
============================ 작품 후기 ============================
자꾸 시간이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하루 빵꾸를 내버리네요.
요즘 생활패턴이 너무 이상하다보니.....
아무래도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겠어요.
자꾸 제가 말없이 잠수타버리고 연재주기도 불규칙적이다 보니 기다리는 분들도 힘들것 같고....
지금은 주 1일 휴재에 새벽 1시 정기 연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연재까지 잘 생각해보고 정리해서 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