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항해-아티팩트 에이지-227화 (227/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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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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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쿤라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네덜란드 3강이기는 하나 루이웨는 자신보다 떨어지고 빌럼 공작 정도만이 자신과 비견된다고 생각하는 쿤라트였다. 즉, 쿤라트는 자신의 무력을 네덜란드 최강이라 생각했다. 그런 자신의 공격을 마우리시오라는 이번 작전에 투입되며 처음 들어본 초인이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아니 막아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퍽.

“큭.”

마우리시오에게 일격을 허용한 쿤라트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마우리시오의 주먹에 옆구리를 맞은 것인데 맞는 순간 충격파로 마우리시오 주먹의 위력을 상쇄시키지 않았으면 신음을 흘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공격이었다.

상상 이상이었다. 방금 공격을 허용한 것도 랜스를 피해 파고든 마우리시오를 방패로 밀치며 충격파를 쏘아냈는데 자신이 내민 방패를 잡은 채 충격파를 견디곤 주먹을 뻗어 반격해온 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충격파를 멀쩡히 견뎌낸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쿤라트 자신이 입은 피해보다 마우리시오에게 준 피해량이 더 크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래도....

‘강하다.’

쿤라트는 인정했다. 마우리시오의 강함은 진짜였다. 처음에 자신과 발터가 일격을 가해 부상을 입힌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밀린다니.’

쿤라트가 고개를 저었다. 저자가 멀쩡했다하더라도 자신이 이겼을 것이다. 비록 지금보다는 더 힘들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쿤라트는 마우리시오의 배에 발을 박아 넣고는 충격파를 뿜어내 마우리시오를 뒤로 튕겨내며 방금 느꼈던 의문을 다시 느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강자가 무명일 수가 있는 것이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강자. 그런 이의 등장이 쿤라트를 의문이었다.

‘그것도 넷이나.’

쿤라트가 마우리시오를 튕겨내며 잠시 얻은 시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발터, 헤르트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적 초인과 1:1로 말이다. 알바 공작이 방패 두 개씩 지원해주고 있지만 겨우 방패 두 개 지원받았다고 발터, 헤르트와 막상막하로 싸우는 자들이라면 스스로의 실력도 전설 하급에서 전승 상급 사이라는 뜻이다.

그런 자들이라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용히 은거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알바 공작과 함께 전쟁터를 전전했는데 말이다. 아니 하다못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쿤라트 자신은 알고 있어야 했다. 그가 알바 공작과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던가. 저런 실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단 한명도 아는 얼굴이 없다.

‘강력한 유물을 새로 얻었거나 몇 년 간의 수련을 통해 실력이 급증한 자들인가?’

“하!”

쿤라트는 생각하는 와중에도 달려드는 마우리시오의 공격을 랜스 옆면으로 튕겨냈다. 충격파를 함께 쓴 것은 당연했다. 근거리에서 랜스를 이용해 방어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방패로 막았다간 방금 전처럼 방패를 잡고 버틴 후 반격을 해올 가능성이 있었다. 역시나 마우리시오는 이번에도 랜스를 잡은 채 충격파를 견디곤 바로 공격을 해왔다. 그때 방패를 내밀어 다시 쳐냈다.

쳐낸 마우리시오를 향해 랜스를 휘둘렀다. 아직 가까워서 랜스 끝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여전히 옆면이었다. 하지만 옆면이라 할지라도 충격파를 쏘아낼 수 있기에 위력은 약하지 않았다. 마우리시오는 팔을 들어 랜스를 막으며 충격파를 견뎌냈고 충격파의 위력이 미끄러지듯 옆으로 밀려났다.

깊은 생각을 하면서도 마우리시오와 공방을 이어나갔다. 다른 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기행이었으나 수십 년간 반복한 수련과 전쟁터에서 얻은 실전 경험은 잠깐 다른 생각을 해도 전투력에 큰 차이가 없도록 만들어주었다.

쿤라트는 의문을 정리해 나갔다.

‘아니. 한두 명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실력이 급증한 자들이 4명이나 있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기 전 들었던 설명에는 십년 이상 알바 공작의 밑에 있었던 자들이라 하지 않았던가.’

전 암살대였던 메신저의 설명에도 딱히 두각을 드러내는 자들이 아니었다. 마우리시오 하나라면 모른다. 그는 예전에도 전설급 유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던 자니까. 하지만 전승이나 명품급 유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다른 자들까지?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러고보니 저 둘 이상하게 신체능력이 뛰어나군. 내가 상대하는 마우리시오도 마찬가지고.’

발터와 헤르트를 상대하는 에스파냐 초인들. 특수 능력은 별로 뛰어나지 않았으나 신체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그들은 알바 공작의 방패의 도움이 있었지만 헤르트의 공기 폭발이나 발터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잠깐 훑어본 바에 의하면 발터는 호각, 헤르트는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헤르트는 애초에 근접전이 약하고 알바 공작이 방패를 움직여 공기 폭발을 효율적으로 방어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발터와 호각이라니. 발터는 근접전의 스페셜리스트다.

쿤라트조차 발터를 상대할 때는 절대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전제로 싸우는데 지금 저 에스파냐의 초인은 엄청난 신체능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발터의 양팔을 피하며 싸우고 있었다. 발터와 에스파냐의 초인은 쿤라트의 눈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공방을 주고 받고 있었다.

둘 주변에 알바 공작의 방패가 떠있기는 했으나 초근접전이었기에 방어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방어하겠다고 막아서다가는 오히려 아군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기에 방패는 어울리지 않게 멧돼지가 돌격하든 날아다니며 발터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이 발터의 움직임을 방해하기는 했으나 큰 방해는 아니었다. 말했다시피 초근접전이었기에 큰 방패의 육탄 공격은 아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신중하게 공격해야 했으니까.

방패가 제 역할을 하는 헤르트 쪽은 밀리고 있고 방패가 제 역할을 못하는 발터 쪽은 호각. 그 의미는 에스파냐의 이 두 초인이 발터와 헤르트와 그다지 차이나지 않는 강자들이란 뜻이다.

저택 밖에서 싸우고 있기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요한의 공격이 첫 공격이후로 끊긴 것을 부면 요한을 맞아 싸우러 간 자도 요한을 맞이해 잘 싸우고 있는 듯 했다.

요한, 발터, 헤르트, 그리고 자신 쿤라트. 이렇게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강자 넷과 호각을 이루는 초인들이라니. 물론 에스파냐에 그런 강자들은 많을 터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위치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것은 왕가와 각 귀족가에 나누어져 있는 힘이다. 단 하나의 공작가가 가지고 있을 힘은 아닌 것이다.

“강하군.”

알바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를 바라보니 저택 바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방패 네 개 중 두 개를 저택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래도 요한이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이군.’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나마 좋은 소식이다. 방패를 추가로 보냈다는 건 알바 공작이 자신의 방어를 포기하고 도와야 할 만큼 요한이 잘 싸우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이 정도 전황이라면 훈련장쪽으로 간 루이웨와 아론이 도우러 와주지 않는 이상 알바 공작을 암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쪽은 오히려 자신들이 도와주러 가야하는 곳이지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곳이다. 명품급 초인 40여명을 상대하는 것인데 단 둘이서 노예와 집시를 데리고 이기고 올 거란 생각은 하기 힘들었다. 쿤라트는 알바 공작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광휘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강자들을.....

“잠깐... 설마?”

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쿤라트는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를 냈다.

“뭐가 설마야? 이거나 받아라.”

쿤라트는 마우리시오가 가해오는 공격을 반사적으로 받아치며 소리쳤다.

“설마 초인이 광휘를 받았단 말인가!”

알바 공작은 요한에게 집중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외침에 쿤라트를 바라보았다.

“수호기사가 싸움만 할 줄 아는 멍청이라더니 소문이 잘못 됐군.”

알바 공작의 대답은 쿤라트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떻게 그런 일을!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가지고 있는 몸은 인간의 것. 광휘를 받는 순간 오래 살지 못할 텐데!”

“너희들은 이해 못할 것이다.”

알바 공작이 다시 고개를 돌려 요한에게 집중했다. 쿤라트는 다시 물으려 했지만 대답은 마우리시오에게서 들려왔다.

“광휘를 얻는다고 해도 바로 죽는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알바 공작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10년을 못 넘길 것이다. 초인이 힘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 등급을 뛰어넘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을. 역시 간악한 알바 공작답구나. 초인까지도 한낮 소모품으로 쓰다니.”

“알고 있다. 10년이 아니라 2년도 못살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런데 광휘를 받아들였단 말이냐.”

“그래.”

“어째서? 어째서 목숨까지 버려가며 광휘를 받은 것이지? 광휘를 한번 받은 이상 물릴 수 없다는 것을 너희들이 더 잘 알 것인데.”

원래 에스파냐의 것인 광휘이니 만큼 에스파냐 사람인 마우리시오가 쿤라트보다 광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바보 같은 질문이군. 왜 광휘를 받아들였냐고? 주변을 봐라. 에흐몬트 백작과 싸우고 있는 타요코는 전승 3등급이다. 저 이름 모를 폭파 능력을 쓰는 자를 상대하고 있는 마캄프는 전승 4등급이지.”

등급제는 에스파냐의 유물의 위력을 세분화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타요코는 전설 2등급 이상이 확실해 보이는 에흐몬트 백작과 호각으로 싸우고 있고 마캄프는 전설 4등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를 몰아붙이고 있다. 로테르담의 기사를 상대하러간 레스킨 또한 마찬가지야. 보이진 않지만 잘 막아내고 있겠지. 이게 전부 광휘 덕분이다. 광휘가 준 힘은 저들이 자신보다 적어도 한 단계, 어쩌면 두세 단계 더 뛰어날 적과 맞서 싸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래봤자 목숨과 바꿔 얻은 힘이다.”

“그래. 광휘를 받은 이상 몇 년 안에 죽을 거다. 하지만 광휘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었겠지.”

“...........”

“알바 공작님의 밑에 있는 우리가 싸워야 할 자들은 강자들이다. 너희 네덜란드의 초인들도 그렇지만 이교도 이슬람의 초인들은..... 정말 끔찍할 정도지. 그런 자들과 싸우며 우리 동료들이 얼마나 죽어나갔다고 생각하나. 정말 많이 죽었지. 적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하고 말이다. 그렇게 죽느니 차라리 강력한 힘을 얻어 적을 하나라도 더 죽이고 죽는 것이 나아!”

“.........”

이해 못할 말이 아니었다. 쿤라트도 충분히 이해했다. 수명을 바쳐서라도 힘을 얻고 싶은 순간. 쿤라트에게도 있었으니까. 과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주군을 잃었을 때. 그리고 지금. 지금 이들을 막지 못하면 네덜란드가 위험하다. 만약 자신의 수명을 바쳐 이 순간을 타개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바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저 마우리시오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말이 길어졌군. 다시 간다.”

마우리시오가 다시 육탄 공격을 해왔다. 정말 무식할 정도의 공격이었지만 그런 무식한 공격을 받는 쿤라트로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이 지금 가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도 맨몸으로 받아낸 상대다. 공격력만이라면 쿤라트보다도 몇 배는 뛰어난 발터의 공격도 견뎌낸 자다. 지금 공격을 몇 번이나 성공시켰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히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언제 쓰러뜨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자다.

‘내가 이자를 쓰러뜨리기 전에 헤르트가 먼저 쓰러질지도....’

헤르트는 위태위태해 보였다. 지금 당장 적에게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헤르트가 당한다면..... 그러면 팽팽하던 상황이 한순간에 기울어버릴 것이다. 쿤라트는 이 상황을 타계할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을 돌려 발터와 싸우고 있는 자를 공격한다.’

발터와 호각으로 싸우고 있으니 자신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가능성이 컸다.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더라도 균형은 깨뜨릴 수 있을 터. 호각인 상황에서 균형만 깨뜨려줘도 발터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발터를 돕는 순간 마우리시오의 공격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마우리시오는 몸은 단단해도 공격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으니 치명상까지는 입지 않을 것이다.

‘그래. 해보자.’

쿤라트는 결심했다. 결심 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즉시였다. 쿤라트가 몸을 돌려 발터와 싸우고 있는 타요코라는 자의 등을 향해 랜스를 찔렀다. 길이 4m의 랜스는 단순하게 몸을 돌려 몇 발자국 내딛는 것만으로도 꽤 떨어져 싸우고 있던 적의 등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이런! 타요코! 조심해라!”

마우리시오가 소리 지르며 쿤라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우리시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타요코는 쿤라트의 랜스에 반응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쿤라트의 랜스에 등을 꿰뚫릴 듯 보였다. 하지만 주변을 배회하고 있던 알바의 방패가 움직였다.

텅!

방패는 그 거대한 몸체로 타요코의 등을 완벽하게 방어했다. 요한을 신경 쓰던 알바 공작이 마우리시오의 외침에 타요코 주변의 방패를 움직인 것이다.

‘빌어먹을.’

쿤라트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등 뒤로 쇄도하는 마우리시오가 느껴졌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공격이 어느 곳으로 오는지만 확인했다. 마우리시오의 주먹은 정확히 척추 한 가운데롤 노리고 있었다. 급히 충격파를 내뿜었다.

마우리시오의 주먹에 담긴 위력이 꽤 줄었지만 쿤라트는 등에서 상당한 고통을 느끼며 앞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마우리시오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이어서 몸을 돌리며 옆구리에 뒤꿈치를 박아 넣었다.

“칵!”

이번 건 무방비상태로 당했다. 큰 충격이 쿤라트를 덮쳐 왔다. 이정도면 내장에도 꽤 큰 피해를 입었을 듯 했다. 얻은 것 없이 피해만 입고 있었다. 쿤라트는 상황이 점점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크아아아악!”

그때 저택 바깥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아론이 안나오네......

내일은 정말 무조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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