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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검붉은 색을 띄는 요한의 검은 철이나 주석 등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바로 나무, 목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검만이 아니다. 요한의 몸 곳곳을 가리고 있는 부분 갑옷들 전부 검붉은 색을 띄고 있으며 역시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무기를 쓰는 것은 정말 특이한 일이다. 어린 아이들 연습용으로 만들어 쓰는 경우는 있어도 실전에서까지 목재 무기라니. 하지만 요한의 무기들은 다르다. 요한의 목재 무기들은 요한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그의 능력을 사용해서 말이다.
요한은 자신의 능력에 ‘죽은 나무의 군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에 별다른 뜻은 없었다. 요한은 ‘죽은 나무의 군주’라는 이름 그대로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피가 묻은 죽은 나무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 손이나 다리, 몸 어느 부분에든 닿아 있는 죽은 나무, 즉 목재라면 요한이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길이를 늘일 수도 있고 모양을 변화시킬 수도 있었다.
위트레흐트 북쪽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요한은 가난한 귀족가의 장남이었다. 가난하지만 그래도 남작가문으로서 과거에 가졌던 영광의 잔재인 땅이 조금 남아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소작을 주고받는 곡식으로 적당히 먹고 살 정도의 가세는 유지하고 있는 가문, 하지만 진정한 귀족으로서의 삶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나름 귀족인지라 마을 아이들과 놀지 못하고 홀로 집의 마당에서 놀던 요한의 머릿속에 종소리가 울렸던 것은 13살 때였다. 천사의 부름. 아론이 넘버127을 얻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요한은 ‘죽은 나무의 군주’를 얻었다. 죽은 나무를 다루는 능력.
처음에 요한은 자신의 유물의 능력이 쓸데없는 하급 능력이라 생각했다. 죽은 나무를 늘리고 줄이고 해봐야 나무다. 강도가 약하기에 갑옷을 뚫고 상처를 주기도 힘들었고 검과 부딪히면 쉽게 부러졌다. 나무가 요한이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려면 큰 나무를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도 유물이었기에 조부와 부모님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집안을 다시 일으킬 인재로서 말이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기대에 어른들을 실망시키기 싫었던 요한은 쓸모없는 능력이지만 갈고 닦아서 정교하게 조종할 수 있게 되면 갑옷의 빈틈에 나무를 찔러 넣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열심히 나무를 다루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유물을 얻은 지 3년이 되고 요한의 나이 16살이 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요한은 나무를 압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요한의 능력은 차원이 다른 위력을 보이게 되었다. 나무를 압축하여 철보다도 강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무를 압축하여 철보다도 강한 나무 무기를 갖게 된 요한은 신이 나서 그 동안 모은 모든 목재를 합쳐 검을 만들었다. 몰락했지만 그래도 귀족가문이다보니 간단한 검술은 배웠기에 가장 익숙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나무를 압축할수록 더욱 강력해지고 먼 거리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더 이상 압축할 나무를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숲의 나무는 영주의 것이기에 함부로 벨 수 없었고 목재는 비싸다. 더 이상 목재를 구하려고 하다간 집안이 망할 지경이었다.
결국 요한은 용병으로 나섰다. 제국과 프랑크,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모두 다녔다. 모든 곳을 다니며 발견하는 죽은 나무나 버려진 폐목재를 흡수해 검을 단단하게 만들어갔고 검에 압축할 수 있는 목재의 양이 한계에 이르자 갑옷으로 만들어 그곳에 압축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을 돌아다녔다.
요한은 용병으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용병 초인 중 가장 강력한 다섯 중 하나로 뽑힐 정도였다. 그런 그가 네덜란드 출신의 귀족이란 것을 알게 된 로테르담의 상인들이 비싼 돈을 들여 그를 로테르담의 경비대장으로 고용했다.
당시 로테르담은 특이한 형태의 도시였다. 영주가 있으나 통치권을 상인들에게 판 상태로서 영주가 도시를 대표하기는 하나 도시를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것은 상인들이 중심인 의회였다. 영주가 도시 통치권을 상인들에게 팔아버렸던 것이다. 현재는 이름만 유지하고 있었던 영주까지 사라지고 상인들이 지배하는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당시에는 영주가 남아 있긴 했었다.
요한은 로테르담의 경비대장이 되면서 당시 이름만 유지하고 있던 로테르담의 영주에게 상급기사로 임명받았다. 아무 연줄도 없는 시골 남작가의 장남이란 직위보다는 로테르담 영주의 상급기사라는 직위가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요한은 상인들에게 받는 막대한 급여를 전부 목재를 사들이는 데에 사용했고 날이 갈수록 더욱 강력해져갔다. 경비대장으로서의 임무도 열심히 했다. 애초에 책임감이 강하기도 했고 숲속 곳곳을 돌아다니며 죽은 나무들을 발견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요한은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고 당연하게도 숨어있던 도적들이 발견되어 소탕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최고의 상업도시로서 많은 도적들이 몰려들던 로테르담은 점점 안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요한을 상인들이 신뢰하기 시작했고 영주 역시 자신의 상급 기사인 요한을 신뢰했다. 도시민들 또한 강력한 초인이며 자신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요한을 신뢰했다. 용병으로서 배척받다가 조국으로 돌아온 후 태어나 처음 받는 신뢰에 요한은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로테르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갔다.
요한은 점점 강력해져갔다. 유물을 다루는 능력도 늘어 압축이 한계에 달했던 검에도 더 많은 목재를 압축할 수 있게 되었고 급여 전부를 목재 구입에 사용하고 경비대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폐목재까지 흡수하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기 시작했다.
로테르담에 온 지 3년. 요한은 결국 네덜란드 3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네덜란드 3강은 빌럼 공작, 쿤라트 히벤달, 그리고 요한이었다. 침묵공이나 수호기사라는 개인적인 별칭을 갖고 있는 앞의 둘과는 달리 요한은 ‘로테르담의 기사’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로테르담의 모든 이들에게서 받는 신뢰에 네덜란드 3강이라는 엄청난 명성까지 갖추게 된 요한은 의회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의회에 진출한 그는 로테르담을 위해 많은 일을 하면서 뛰어난 정치가라는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바 공작이 총독으로 부임되며 에스파냐의 착취가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에서 최고로 부유한 상인 도시였던 로테르담은 알바 공작의 제1목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단이라며 종교재판에 끌려갔고 재산이 몰수 되었다. 요한은 그들을 지키고자 했지만 오히려 알바 공작에게 밀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도망쳤으나 개인의 강함을 이용해 에스파냐군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혔다. 혹시 자신 때문에 로테르담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되어 스스로를 ‘거지’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곁에 하나 둘 인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이는 자들은 로테르담이라는 도시의 특성상 바다에 관련된 일을 하던 자들이 많았다. 요한은 여기서 무력, 정치에 이은 새로운 재능을 개화한다. 바로 전술이었다.
요한은 자신의 주변에 모이는 자들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변변찮은 군선 하나 없이 에스파냐 해군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요한의 능력은 바다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배를 이루고 있는 것이 죽은 나무, 목재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요한과 그의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바다를 통해 에스파냐군의 보급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 알바 공작의 골치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름을 버린 ‘거지’가 이끄는 바다의 게릴라들은 ‘바다의 거지들’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그들은 네덜란드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요한이 땅바닥에 박아 넣은 목검. 이 목검은 요한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 목검에 압축되어 있는 목재의 무게만 5톤에 달했다. 그 외에도 온 몸에 장비된 방어구들의 무게를 합치면 10톤이 넘어갔다. 엄청난 무게였지만 재질이 목재인 이상 아무리 무거워도 요한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선박에 있을 때나 집에 있을 때 자신이 딛고 있는 곳을 능력을 사용하여 강화시켜야 한다는 귀찮음은 있지만 자신의 무력의 원천인 목재 장비들을 놓고 다닐 수는 없기에 작은 귀찮음 정도는 감수하고 있었다.
요한의 피를 흡수했기에 검붉은 색을 띄고 있는 목검은 그 엄청난 무게덕분에 손잡이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검신이 땅속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땅속에 박혀든 검신은 땅속을 가르며 알바 공작이 있는 곳으로 길게 뻗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알바 공작을 향해 나아가던 검신이 거의 도달해서 다섯 갈래로 갈라져 알바 공작과 네 명의 초인을 향했다.
드드득.
검신의 폭이 좁고 약 1m 아래의 땅속에서 이동하고 있었기에 큰 진동은 없이 미세한 진동만 일어났지만 예민하며 땅속에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던 알바 공작은 그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낼 수 있었다.
“역시 왔구나. 요한!”
알바 공작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패를 움직여 자신과 네 명의 초인 발밑으로 이동했다. 초인들은 자신의 발밑으로 다가오는 방패를 보며 살짝 점프해서 방패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졌다. 방패가 다섯 에스파냐 초인들의 발밑에 도달한 순간 요한의 목검이 땅속에서 튀어 오르며 각 초인들을 찔렀다.
텅!
쇠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나며 요한의 공격에 방패가 밀려 하늘로 튀어 올랐다. 그 위에 올라타 있던 초인들은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별 피해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의 공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요한의 목검들이 알바의 강철 방패를 빠르게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뿌리가 자라나듯 강철방패 사방으로 뻗친 검신은 방패를 타고 넘어가 그 위에 있던 초인들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이미 각 초인들은 몸을 피하고 있었기에 요한의 나무들은 허공을 꿰뚫을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올 줄 알았다! 우리 에스파냐와 싸우는 일인데 네놈이 빠질 리 없지!”
강철 방패에 탄 채로 공중에 떠오른 알바가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는 정문으로 공격해온 발터와 쿤라트, 헤르트를 보며 저들이 전부일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빌럼 공작이라면, 드러난 자신들의 전력을 뛰어넘는 전력을 보내 완벽하게 습격을 성공시키려 했을 것이다. 발터와 쿤라트, 헤르트라면 드러난 자신들의 전력보다는 뛰어나지만 아주 약간 상회할 뿐.
혹시 있을지 모를 변수를 생각했다면 너무 적은 전력이었다. 당연히 정면으로 공격해온 발터들 외에도 숨어서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자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1순위로 요한과 루이웨를 꼽았다.
만약 빌럼이 왔다면 정면으로 공격해온 자는 빌럼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알바 공작의 신경이 빌럼에게 쏠리고 이어질 기습이 성공할 확률이 올라갈 테니까. 하지만 빌럼이 아니라 쿤라트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빌럼 공작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습을 해올 자는 요한이나 푸른 악마일 가능성이 높았다.
알바 공작은 루이웨가 빌럼을 따라 훈련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이곳에서 기습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알바 공작은 루이웨의 공격인 불꽃과 요한의 공격에 대비했다.
요한의 능력에 대해선 알바 공작이 잘 알고 있었다. 여러 번 부딪혔었고 실제로 당해본 적도 있었으니까. 지금과 비슷한 공격으로 알바 공작은 허벅지를 관통당한 일이 있었다. 허벅지를 관통한 요한의 나무가 가지 뻗치듯 이중 공격을 가해왔는데 옆에 있던 가신이 땅에서 뻗은 채 있던 요한의 나무를 잘라내지 않았다면 그 기습으로 다리를 잃었을 것이다. 어쩌면 목숨까지도 말이다.
그런 위험한 공격이었던 감각을 기울여 만큼 땅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요한의 공격을 감지해내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수호기사에 로테르담의 기사! 거기에 에흐몬트의 영주까지 오다니! 이곳에 네덜란드 전력의 반이 왔구나!”
과장된 말이긴 했으나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네덜란드에서 열 명의 강자를 꼽으면 그 안에 반드시 들어갈 실력자 중 넷이 이곳에 있었으니까. 강철 방패를 타고 하늘에서 사방을 살피던 알바 공작이 요한을 발견했다.
“레스킨! 서북서 요한을 맡아라!”
마우리시오를 제외한 에스파냐의 초인 셋 중 하나가 알바 공작의 명령에 요한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그의 뒤를 강철 방패 두 개가 따라 붙었다.
“마우리시오! 쿤라트를 맡아라! 타요코! 발터를 맡아라! 마캄프 남은 인원을 맡아라!”
알바 공작이 하나하나 지정해줄 때마다 각 초인들이 자신이 맡은 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알바 공작은 강철 방패 넷을 자신의 주변에 둬 공중에 뜬 채로 요한의 기습을 대비하며 공기 폭파에 대한 대비도 했으며 마우리시오를 제외한 각 초인에게 방패를 둘 씩 붙여 방어를 보조하게 했다. 마우리시오는 나체나 다름없는 몸으로 알바 공작의 보조도 없이 쿤라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이 보고 싶어하는 아론 다음화에 나옵니다.